[시승기] 더 뉴 XC60 "볼보가 만들고 SKT가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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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대부분의 수입차가 국내 환경과 다소 맞지 않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부실한 내비게이션으로 질타를 받아왔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여러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호불호가 나뉘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SK텔레콤과 협업해 만든 새로운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과연 다를까. 2년간 300억원을 투입한 신규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신형 XC60을 만나봤다.
신형 XC60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고 하기에 외형적으로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 앞서 출시된 S90 및 XC90처럼 3D 형태의 엠블럼이 그릴에 통합됐고, 범퍼 좌·우의 장식이 바뀌었다. 범퍼 하단에 좌우로 긴 크롬 바가 더해지며 살짝 멋을 부렸다.
뒷면에서는 배기구가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기구가 범퍼 하단으로 숨었다. 최근 볼보가 전동화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이에 동참하는 디자인이다. 이밖에 변화한 점은 휠 디자인과 신규 색상이 추가된 것 외에 없다.
엔진 라인업도 기존과 동일하다. 최고출력 250마력의 B5부터 300마력 B6, 405마력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까지 세 종의 파워트레인이 마련됐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실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디지털 클러스터다. 둥근 사다리꼴 모양의 디지털 클러스터가 위아래가 평평한 타원형으로 바뀌었다. 내부 그래픽도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동그랗게 나타나던 다소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반씩 잘려있는 독특한 모양으로 달라졌다. 이와 함께 하늘색을 주로 사용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보다 강조했다.
바뀐 계기판은 만족스럽다. 선명한 그래픽은 물론,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 두 개의 원이 반씩 잘린 덕분에 가운데 내비게이션 화면을 그대로 띄워놓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변화의 핵심인 센터 디스플레이다. 기존과 동일한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지만, 내용물이 완전히 바뀌었다. SKT와 2년간 300억을 들여 개발했다는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검은 배경에 흰색 글자, 클러스터와 통일감을 이루는 하늘색 포인트 컬러까지 적용되어 기존의 검붉은 테마보다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새로워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T맵과 SKT 산하 음원 서비스 플로(FLO), 인공지능비서 누구(NUGU)까지 탑재해 태블릿PC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앞서 재규어랜드로버나 르노삼성도 내장 내비게이션으로 T맵을 선택했지만, 볼보에 탑재된 것이 가장 빠르게 반응한다.
특히, T맵과 플로, 누구 등 세 가지 모두 SKT 산하 서비스인 만큼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아리아"라고 불러 누구 서비스를 호출한 다음 "모터그래프로 가자" 라고 말하면 T맵에서 길 안내를 시작한다. 길 안내 중에도 "아리아, 무료 도로로 안내해줘"라고 말하면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서 화면에 띄운다. 또한, "인기곡 틀어줘", "운전할 때 좋은 노래 들려줘"라고 말하면 플로에서 각 테마에 맞춰 직접 선곡도 해준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아리아"라고 불러 AI 비서를 음성 호출할 때 인식률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의 "헤이 카카오(카카오i)", 메르세데스-벤츠의 "안녕 벤츠(MBUX)", 애플의 "시리야", 구글의 "오케이 구글" 등 다양한 AI 비서를 사용해봤지만, 대답이 수초간 지연되거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상대적으로 볼보에 탑재된 누구는 뛰어난 인식률이 인상적이다. 특히 고속에서도, 음악을 시끄럽게 듣는 중에도 "아리아"라고 부르는 소리를 용케 알아듣고 대답하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신차에 탑재된 누구 서비스는 T맵 및 플로 외에 차량을 직접 조작하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데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추워", "더워" 등 자연어 인식 기능을 통해 공조 장치나 시트 열선 등을 조작한다던지, "내일 날씨 어때?", "시리아의 수도는 어디야?" 등 문득 생긴 궁금증 해결에도 유용하다. 집 안의 조명이나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을 누구 서비스와 연동해 놓는다면 차량 내에서 미리 가동할 수도 있다.
시승한 차량은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자그마한 전기 모터가 적용된 B5 AWD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B6 모델보다 50마력 약한 250마력이지만, 1800rpm부터 발휘되는 35.7kg·m의 최대토크를 바탕으로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약 14마력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학창시절 추억 속의 '마니또'처럼 존재감 없이 주행을 돕는다. 시동을 걸 때는 일시 정지했던 음악을 다시 재생하듯 부드럽게 RPM을 올려주고, 스탑 앤 고 시스템이 작동할 때는 이질감 없이 엔진을 재우고 깨운다. 멈춰설 때도 회생 제동을 통해 브레이크 패드 소모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주행 중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안전의 볼보'답게 최신 운전자 보조 기능도 빼놓지 않았다. 도로 위 차량과 보행자, 자전거까지 인식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과 차로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차로 이탈 방비 보조, 그리고 반대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까지 적용됐다. 또한, 후진 시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멈춰서는 리어 액티브 브레이크도 탑재됐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바뀐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과 동일하게 지문이 많이 묻어나고 그 흔적이 눈에 띈다. 또, T맵이나 플로, 누구 등 신규 서비스가 탑재되며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는 아예 빼버렸다. 내장된 기능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선택의 폭을 줄인 것은 아쉽다.
이와 더불어 신형 모델이 도입되며 드라이브 모드 변경 기능이 사라졌다. 차량 설정에 가면 오프로드 모드만 끄고 켤 수 있고, 스티어링 휠의 감도만 무겁게 설정할 수 있다. 기본 모드에서도 충분히 경쾌하지만, 순간적으로 빠른 반응 속도가 필요할 때는 이전의 스포츠 모드가 절실하다. 볼보가 친환경 부문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고객 선택의 폭이 줄어든 셈이다.
또한, B5 인스크립션 모델을 기준으로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물론, 엔진 소음은 최대한 억제됐지만 6800만원 프리미엄 자동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절음이 살짝씩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SKT 누구 서비스는 현대차나 제네시스에 탑재된 카카오i처럼 창문을 조작하는 기능까지는 구현이 되지 않았다. "아리아"라고 불러 "창문 좀 닫아줘"라고 요청하면 "안전때문에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고 답할 뿐이다.
페이스리프트로 돌아온 볼보 XC60은 외형의 변화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볼보자동차코리아와 SKT가 연합해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기능까지 더하며 실제로 체감되는 변화의 폭은 더욱 크다. 바로 몇 달 전 XC60을 인도받은 고객은 많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개선이다.
이번 둘의 조합은 업계의 모범 사례로 남을만 하겠다. 이번 협업이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현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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