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패스파인더 3.5 (페이스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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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형 7인승 대형 SUV로는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모델은 프리미엄 풀사이즈 SUV로 분류되기에 국내 시장에서는 위의 3개 모델이 조용하게 경쟁해 나가는 중이다.
경쟁이라고 했지만 사실 판매량만 따지면 익스플로러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위 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익스플로러는 출시된 후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입차 판매량 TOP10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이끌고 있다. 이어서 파일럿이 조용히 팔리고 있고 패스파인더는 존재감을 잃은 느낌이었다.
이와 같은 인기는 각종 모델들이 경쟁하는 미국 본토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이렇게만 따지면 “패스파인더? 안 팔리네, 별론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닛산이 닷선(Datsun) 브랜드를 운영할 때부터 만들었던 다인승 SUV의 노하우가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지되며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또, 닷선 브랜드 이후 닛산이 패스파인더라는 이름으로 차량을 판매해온 시간만도 30년이 넘는다.
과거 닛산은 패스파인더의 상급 모델 알마다(Armada)를 처음 출시하며 모델명을 패스파인더 알마다로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패스파인더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녹이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패스파인더는 하나의 모델을 넘어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구축되어 있는 대형 SUV다.
어찌 됐건 잘 팔려야 앞으로 대를 이어 역사를 지킬 것 아닌가? 닛산도 더 많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상품성을 강화시킨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디자인의 변화는 전면부에 집중된다. 두껍고 각진 형태의 새로운 V 모션 그릴이 적용됐고 보다 날카로운 형태의 헤드램프에는 부메랑 LED 주간 주행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범퍼도 한층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했다. 기존 모델이 다소 부드러운 모습이었다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외의 변화는 크지 않다. 측면부에 새로운 디자인의 휠을 넣고 후면부에 붉은색으로 덮인 새로운 리어램프를 넣은 정도다. 최근 페이스리프트임에도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의외로 소소한 변화를 보인다. 그럼에도 공기역학적인 설계를 반영해 공기저항 계수를 0.34 Cd에서 0.326 Cd까지 낮췄다.
또, 동급 경쟁 모델 중 유일하게 트레일러 토잉 기능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이는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도 적용되던 내용이다. 사설 업체가 아닌 제조사가 제작한 만큼 완성도와 신뢰도 면에서 당연히 우위에 선다. 디자인으로 봐도 그렇다. 타사 모델은 히치가 범퍼 아래로 위치하지만 패스파인더는 범퍼와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또, 운전석에서 버튼 하나로 트레일러 견인을 위한 별도의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모노코크 바디를 기초로 한 SUV인 경우 이런 요소들이 중요해 진다. 프레임 바디 방식은 견인 무게를 늘려도 차체가 받아줄 수 있지만 모노코크 방식 차량은 자칫 차체가 휘어지거나 심하면 찢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패스파인더에게 트레일러 히치를 장착하려면 히치를 덧대고 볼트만 조이면 된다. 패스파인더의 경우 2,268 kg까지 견인할 수 있다.
참고로 국내 수입되는 혼다 파일럿에도 트레일러 히치 패키지란 이름으로 토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73만 원이라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반면 패스파인더는 기본이다. 차 값도 패스파인더 쪽이 저렴하다.
트레일러 토잉 기능이 언급된 김에 차량 하체 부분도 살펴보자. 패스파인더는 알티마나 맥시마에 사용된 닛산 D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SUV 성격에 맞춰 구조 강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 하부에 여러 구조물들이 추가시켰다. 차량 전면, 측면, 후면 모두 적용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과 동일하다.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어시스트 디스플레이(Advanced Drive-Assist Display)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이름을 갖는 계기판은 구동 배분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단, 평균속도 정보 부재가 아쉽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터치 모니터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물론 퍼포먼스 데이터까지 보여준다. 특히 SUV라는 차량 성격과 달리 G-포스 미터 기능이 흥미롭다. 차라리 벤츠나 BMW처럼 차량의 기울기를 표시해주면 성격에 더 맞을 수 있다. 그래도 스포티함을 좋아하는 닛산이니 단점으로 지적할 필요는 없겠다.
개선된 부분들도 눈에 띈다. 기존 모델에서는 한글화에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개선된 모습이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뉴 구성은 인피니티 Q50을 떠올리게 한다. 터치 및 스와이프까지 지원한다는 점도 같다.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려면 하단의 뒤로 가기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 기존 모델처럼 사설 업체에서 추가 장착한 구성이다. 과거 실망감을 표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첫 번째, 과거처럼 내비게이션을 설치 때 전선을 따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 모듈화를 통한 플러그 방식을 사용해 누전 및 완성도에 대한 불만을 줄였다. 두 번째, 제조사 직접 개발했다지만 정보가 제한적인 것보다는 차라리 완성도 높은 국내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것이 만족감을 높인다.
자사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며 아쉬움이 큰 브랜드들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볼보는 과거 지니맵을 사용했을 때 별다른 불만이 없었지만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이 탑재된 이후 인터페이스부터 완성도까지 퇴보해버렸다.
패스파인더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아틀란을 기반으로 한다. 검증된 시스템인 만큼 속도도 빠르고 직관적이며 교통 상황도 잘 반영된다. 단, 스피커 호환 부분이 보다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아직 외부 업체 장착 내비게이션의 한계점인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닛산은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라는 컨셉으로 또다시 오글거리는 표현을 썼는데, 시각적으로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다인승 SUV답게 시트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시트 자체는 편안함을 지향하며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앞 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모두를 지원한다.
2열 공간도 상당히 넓다. 3열 출입을 쉽게 해주는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EZ Flex Seating System)과 유아용 시트를 제거하지 않고 2열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 & 글라이드(LATCH AND GLIDE) 기술은 닛산이 강조하는 기능 중 하나다. 특히 2열 시트의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은 손잡이를 잡아 올리는 것만으로 부드럽게 작동한다. 래치 & 글라이드 기능은 아이를 둔 소비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다.
3열 시트를 접으면 평평한 형태의 트렁크 공간이 만들어진다. 또한 형식적이지 않은 넓은 공간이라는 점이 좋다. 3열을 사용할 때도 만족감이 커지는데 레그룸을 비롯해 어깨 부분 너비가 여유롭다. 기아 쏘렌토나 쌍용 G4 렉스턴의 3열 시트는 키가 170cm 미만의 성인, 아이들을 태우기 위한 공간이었다. 반면 패스파인더는 성인 남성이 앉아도 큰 불편 없는 수준의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다. 타 모델과 달리 3열 시트를 눕힐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3열 시트를 펼친 상태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공간을 보여준다. 바닥 덮개를 열면 추가적인 적재 공간이 나와 활용성을 키운다. 또한 2열 시트를 접으면 광활한 공간이 만들어져 큰 화물 수납 때 용이하다.
대형 SUV답게 곳곳에 컵홀더가 마련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센터 콘솔은 물론이고 2열과 3열 시트에도 컵홀더가 위치한다. 3열에 앉은 상태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초대형 파노라믹 문루프도 패스파인더만의 자랑이다. 발 동작으로 트렁크 문을 열 수 있는 기능도 편의성을 높여준다. 물론 발 동작으로 트렁크 문을 여는 다른 제조사들 제품처럼 인식률이 다소 떨어진다.
대배기량 엔진 가진 대형급 SUV가 보여주는 편안한 주행 감각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기 위해 시동 버튼을 누른다. 매끄러우면서 스포티한 가솔린 소리가 들려온다. 왠지 ‘겔 겔’거리는 디젤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다. 아직 SUV와 가솔린 엔진의 매칭이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솔린 SUV들이 주력으로 활약했었다. 지금은 디젤 판매에만 주력하는 BMW도 초기 모든 SUV들을 가솔린 위주로 판매했었다.
공기저항 계수 개선을 통해 개선된 정숙성 향상?
고요하고 진동 없이 시동이 걸려있다는 점으로도 가솔린 SUV의 장점이 부각된다. 패스파인더는 아이들 정숙성에서 37.5 dBA를 기록했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결과다. 하지만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 평균 59 dBA의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치는 58 dBA 수준으로 대형급 세단에서나 가능한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 60 dBA를 기록했으니 분명 개선된 내용이다.
우리 팀은 디자인의 변화로 인한 공기저항 감소가 주행 소음을 감소시킨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이들 정숙성과 타이어가 동일하다는 점도 이 근거를 뒷받침한다.
패스파인더는 바뀐 듯, 바뀌지 않은 듯 보였지만 주행 소음 부분도 개선하고 있었다. 사실 알고 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가 크다. 우선 변속기가 변경됐다. 과거에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6,000 rpm에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려나갔다. 전통적인 CVT들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패스파인더는 마치 자동변속기와 같은 방식으로 엔진 회전수가 오르내리면서 가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3세대 X 트로닉 CVT가 적용된 덕분이다. D-스텝 로직 적용은 CVT에서 나타나던 이질감을 크게 개선했으며 무엇보다 빠른 반응성까지 확보하며 변속기에 대한 만족감을 키웠다.
섀시 설정도 변경됐다. 전륜 댐퍼 11%, 후륜 댐퍼도 7%가량 단단해졌다. 또한 전륜 스프링을 구조물과 연결된 형태를 만들어 바디롤 억제 능력을 키웠다. 다시금 후륜 스프링도 25% 단단하게 조율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승차감의 변화로 이어진다. 기존 모델은 전형적인 미국 SUV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감각을 우선시 했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출렁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당히 탄탄한 승차감을 통해 주행 시 안정감을 키워냈다. 물론 대형 SUV라는 장르에 맞춰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인다는데 변함은 없다.
미국 시장에 출시된 패스파인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는 새로운 엔진이 탑재된다. 3.5리터 배기량의 VQ 엔진이라는 점이 같지만 VQ35DE 엔진에서 VQ35DD 엔진으로 변경됐다. VQ35DD 엔진은 과거 대비 56%의 부품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호환하는 부품으로 실린더 블록과 배기 밸브, 흡기 매니폴드 정도가 꼽힐 정도다. 직분사 시스템과 전자제어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도 새롭게 추가됐다. 실린더 내부 디자인도 변경됐고 피스톤도 교체됐다. 흡기 시스템도 바뀌고 압축비도 10.3:1에서 11.0:1로 높아졌다. 또 실린더 벽면에 이온 코팅 기술도 적용됐다. 성능과 효율이 높아진 엔진이다.
반면 국내 시판된 사양은 기존 엔진을 그대로 가져왔다. 최고출력 263마력, 최대토크 33.2 kg.m로 기존과 같은 성능이다. 왜 국내 모델에는 구형 엔진을 가져다 넣었냐고 아쉬움을 표할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닛산 측의 설명을 들으니 시장 상황에 따라 수긍이 갔다.
닛산의 VQ 엔진 대부분이 그렇지만 신형 엔진은 직분사를 기초로 고급유를 기본으로 쓴다. 하지만 국내 환경은 고급유를 편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나 수도권을 벗어나면 고급유 인프라가 급격히 부족해진다. 더불어 가격적인 부담으로 인해 일반유를 주유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2.3T 모델도 고급유가 기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반유를 사용한다. 성능 저하, 장기적인 내구보다는 당장의 연료비를 아끼겠다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우리 팀은 고급유 권장 차량에 일반유를 사용해도 문제없냐는 질문을 오랜 시간, 매우 많이 받아왔다. 그 때문인지 닛산의 얘기에 우리 팀이 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닛산 측이 말하지 않은 한가지 이슈가 더 있다. 최근 직분사 차량에서 발생한 카본 누적 문제가 그것이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급유 취급 주유소가 많지 않다. 있다 해도 소비자의 99%가 일반유를 넣을 것이며, 카본 누적에 대한 해결도 안 돼있으니 안정적인 기존 엔진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 양측(닛산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중시해서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을 타며 프리미엄 소비자층으로 비치길 원하면서도 유종 선택에 있어서 만큼은 인색하다. 김밥으로 배를 채워도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거리를 다니는 층이 많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을 것. 고급 차량이면 고급차에 어울리는 관리가 필요하다.
신형 직분사 엔진이 빠졌다니 섭섭하긴 해도 달리는데 있어 부족함은 없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큰 덩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속도계가 상승한다. 3세대 X 트로닉 CVT는 엔진 회전수를 상승시킨 후 5,000~6,000 rpm 구간을 오가며 다단화된 변속기의 감각을 전한다. 엔진 회전수가 5,000 rpm 대까지 상승한 이후가 되면 마치 터보차저가 작동하는 것처럼 무섭게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7인승 패스파인더에서 필요치 않은 시속 180km까지도 가볍게 오르내린다. 사실 패스파인더의 엔진 성능은 고속 주행이 아닌, 다인 승차 환경에서 여유로운 가속을 돕기 위한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95초. 참고로 기존 모델은 딱 8.0초의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아쉽지만 우리 팀이 테스트 차량을 전달받았을 때 누적 주행거리는 고작 130km 대였다. 장거리 이동을 해도 길들이기를 끝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거리다. 과거보다 느려진 기록상 아쉬움은 남지만 체감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된 변속 반응 덕분에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 참고로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 모델이 8.83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반대로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다. 결과는 39.98 m. 사실상 40 m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복된 제동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패스파인더는 최대 41 m 내외까지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2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가졌음에도 제동 내구성 부분에서 충분히 좋은 성능을 보인 것이다. 패스파인더와 같이 최대 7명이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은 총중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동 내구성 부분이 특히나 중요하다. 특히나 승객이 많이 탑승하는 대형 SUV인 만큼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중요하다.
제동 감각은 매우 무난하다. 초반에 너무 민감하지도, 그렇다고 무디 지도 않다. 동시에 크고 무거운 차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쉽고 간단하게 강한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타이어의 성능도 적당하다. 차량을 멈춰 세우는데 접지력이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묵직한 스티어링 반응이 느껴진다.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타이어 스키드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조금 더 무거워진다. 물론 대형 SUV로 이러한 주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한다. 다만 회피기동을 위해 급조작을 할 때 운전자가 놀랄 수 있을지 모른다. 조금 더 스티어링 답력을 가볍게 해주면 좋겠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기-유압 방식을 사용한다. 알티마나 맥시마 등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전기모터가 유압펌프를 작동시켜 스티어링 시스템에 힘을 보태주는 방식이다. 위에서 개선점에 대해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장점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이질감 없는 자연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마세라티가 전동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원치 않아 유압식을 사용해야 했던 일화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해외 일부 매체들은 잘 달리는 것으로 유명한 쉐보레 카마로 SS나 포르쉐 신형에 대해서도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이질감을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모터가 대신 움직여주는 방식은 아직 이질감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 하지만 모터가 유압 펌프만 작동시켜주는 전기-유압 방식 시스템은 이러한 이질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엔진에서 유압펌프를 작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엔진의 부담은 줄어들고 연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전기 유압펌프의 경우 12볼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DC-DC 컨버터와 같은 추가적인 부품이 필요 없다. 그만큼 무게도 가볍고 구조도 간단하다.
네 번째 장점은 다시금 간단한 구조와 연관된다. 전기모터가 칼럼이나 랙에 장착될 필요 없이 유압만 만들어주면 된다. 여기에 랙 실린더 직경은 50mm에 불과할 정도로 컴팩트하게 만들어진다. 이것은 얼마나 작은 것일까? 랙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실린더 대신 전용 샤프트가 적용돼 직경이 110mm 정도로 두꺼워진다. 다운사이징으로 크기와 무게를 줄이려는 추세에 맞춰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유압 방식처럼 사이즈의 소형화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스티어링 시스템에 대한 장점과 단점 모두를 언급한 것은 모든 기술은 장점과 단점을 갖기 때문이다. 한가지 부족한 점이 나왔다고 그 자체가 쓸모 없어진다고 폄하하면 그것은 잘못된 평가가 되고 만다.
아울러 페이스리프트 이전 패스파인더를 우리 팀이 테스트했을 때, 자세제어장치 이후의 일부 조작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자세제어장치 개입 직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동력 확보에 한계를 보인다는 것인데 이 현상이 여전히 남아 아쉬움을 줬다.
그렇다면 대형 SUV로써 패스파인더는 어떠한 운동성능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전인호 기자는 이런 의견을 냈다.
1%의 소비자를 위한 내용
제어장치의 개입 정도는 SUV로서는 평이한 수준으로 반응한다. 코너링에서 차체의 방향 전환이 극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민감하게 개입한다. 개입 로직 자체는 무난하게 구성됐다.
서스펜션 셋업은 균형이 잘 맞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보다 기울어짐을 잘 억제했다. 고저차로 인해 발생되는 수직 방향의 움직임이 줄어 승차감에 민감한 탑승자들까지 배려하고 있다. 또한 코너링 시 전, 후 서스펜션의 기울어짐도 적절한 편이라 운전자가 코너링 궤적을 예측할 때 도움을 준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승차감을 비롯하여 운동 성능, 주행 감각을 두루 개선해냈다.
적절한 타이어 탑재도 온로드 주행이 중심이 되는 현재의 SUV 운용 트렌드에 어울렸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겸할 수 있는 일부 SUV들에 선택되는 OE 타이어는 온로드 환경에서 제한된 접지력으로 불리한 측면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타이어들은 접지력이 허용하는 슬립 앵글이 낮아 갑작스럽게 밀려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패스파인더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스포트 AS(Dueler H/P Sport AS) 타이어는 높은 배기량에 알맞게 온로드 주행을 중심 성능으로 추구하는 SUV 전용 타이어다. 높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 SUV 타이어인 만큼 사이드월 강성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의 코너링에서 타이어의 접지력 정보가 명확하게 전달된다는 점이 좋다. 상품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적절한 타이어의 선택이다.
하체 설정이 잘 조율된 것과 마찬가지로 주행 질감 측면의 개선도 칭찬할만하다. 과거 우리 팀이 지적했던 차체의 견고함 여부도 좋은 수준으로 개선됐다. 서스펜션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반긴 부분이었다. 사실 이 차체 강성 향상은 2015년부터 생산되는 모델에 해당된다. 미국 IIHS에서 실시하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구조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개선은 사고 발생 때 안전하게 탑승객을 지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부족한 차체 강성의 향상으로 주행 질감 개선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온다. 물론 구조 강성 확보는 차량의 무게를 소폭 증가시켰다. 우리 팀이 직접 차량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과거 모델 대비 약 35kg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미국식 주행 환경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4륜 시스템은 평상시 앞바퀴에 대부분의 동력을 보낸다. 이후 미끄러짐이 있을 때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시키는 방식이다.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적극적으로 후륜에 구동력을 몰아주는 온로드형 4륜 시스템과 달리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다.
패스파인더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2WD, AUTO, 4WD Lock로 설정된다. 2WD 모드는 전륜에 100%의 구동력을 보내며 4WD Lock 모드는 50:50으로 구동력을 고정해야 할 때 쓰인다. 단, 정지 상태에서만 선택된다. 또한 속도가 40km/h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해제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AUTO 모드는 상황에 따라 전후로 구동력을 배분하지만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시승기 내용을 통해 눈치챘겠지만 패스파인더는 구불구불한 길 보다 고속도로에 더욱 어울리는 모델이다. 미국 시장에 특화된 대형 SUV가 그렇듯 말이다. 실제로 패스파인더는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차별화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대형 세단이 고급스럽고 편안한 감각이라면 패스파인더는 심적으로 편안한 감각이 부각된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환경 속 체감 속도는 70~80km/h 정도에 불과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운전자가 받는 부담은 크지 않다. 특히 지상고가 높은 만큼 세단보다 멀리 안정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가솔린 엔진만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각도 운전자를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다. 뭔가 둔한 감각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마냥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수백 km를 이동하게 된다. 운전자는 지치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솔린 대형 SUV가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패스파인더는 장거리 주행을 더욱 편하게 해줄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도 강화됐다.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인 인텔리전트 디스턴스 컨트롤이 추가된 것. 속도도 급하게 올리지 않고 선행차량 인식률도 높아 만족감이 크다. 단, 완전 정지는 가능하지만 약 3초 후 크루즈 컨트롤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완전히 정지했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고 다시 재출발하는 기능이 더해지면 좋겠다. 이외에 긴급제동 시스템이 추가됐으며, 어라운드 뷰 모니터나 후측방 경고 시스템도 갖췄다.
물론 국내 실정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연비다. 아무래도 대형급 사이즈에 4륜 시스템까지 사용하는 가솔린 SUV이다 보니 연비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시속 100~110km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패스파인더는 13.5km/L를,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15.3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정속 주행 상황이며, 가속 페달을 밟아 가속력을 이끌어내면 연비가 바로 하락한다.
평균 속도 시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속에서는 5.5km/L의 연비를 나타냈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아이들 스톱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 우리 팀의 다양한 시험조건에서 패스파인더가 기록한 종합 연비는 약 9.3km/L였다. 운전 습관에 따라 이보다 더 낮은 연비를 나타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래도 평균 7~8km/L 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연비였다 생각한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해 평균 7km/L 대를 보여준 익스플로러보다는 높았으니 말이다. 참고로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은 에코(ECO)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부분은 자국 매체들도 인정하는 부분.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는 여러 가지로 공통점이 많은 대형 SUV 들이다. 모두 5천만 원대 가격을 갖는다는 점. 매력적인 3열 공간을 가진 7인승 대형 SUV라는 점,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장거리 이동에 특화됐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추천을 한다면 먼저 포드 익스플로러는 가장 먼저 제외할 듯하다. 우리 팀의 테스트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보여줬다. 이는 차량의 완성도 측면에서 많은 점수를 깎게 만들었다. 여기에 가격은 동급에서 가장 비싸다. 저렴한 익스플로러 3.5 모델도 5천5백만 원대이며, 2.3 에코부스트 모델은 여기서 2백만 원이나 더 비싸다. 하지만 동 가격대에서의 기능성, 이 부분이 많은 소비자를 이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가격대에서 가장 많은 것들 것 갖췄다는 것.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단순 기능성에서의 우위로 추천하기엔 제한이 따른다. 하지만 디자인이 가장 세련됐다는데 공통의 의견이 모였다.
그렇다면 혼다 파일럿과 닛산 패스파인더가 남게 된다. 두 차량 모두 주행 감각 자체에서 상당히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파일럿 쪽이 주행성능이나 스티어링 감각 부분에서 소폭 앞서긴 해도 그것이 대형 SUV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기능 등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지만 패스파인더보다 가격은 높아졌다. 여기에 패스파인더와 동일한 트레일러 토잉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은 더 벌어진다.
패스파인더의 큰 강점은 가장 최근에 출시된 모델임에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과거 부족했던 몇몇 부분은 완성도 높게 개선됐다. 여기에 액티브 세이프티를 포함해 경쟁 모델과 구성적인 부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신 CVT 변속기는 실주행 연비를 높여줘 연비에 대한 걱정을 최소화시켜줄 것이다.
이제 대형 SUV는 미국 시장만을 위한 차종이 아니다. 이제 국내에서도 유아용 카시트는 필수로 여기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유모차들은 작게 접히지 않는 제품들이 많아 넓은 트렁크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가족끼리 오토캠핑이나 여행을 즐기면서 텐트는 물론 타프도 챙기고 있으며, 접이식 테이블을 비롯해 다양한 용품들을 챙기고 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 모두가 대형 SUV 유력 소비자들이다. 이들에게 가솔린 대형 SUV를 접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미국에서 가솔린 대형 SUV가 인기를 끄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경쟁이라고 했지만 사실 판매량만 따지면 익스플로러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위 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익스플로러는 출시된 후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입차 판매량 TOP10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이끌고 있다. 이어서 파일럿이 조용히 팔리고 있고 패스파인더는 존재감을 잃은 느낌이었다.
이와 같은 인기는 각종 모델들이 경쟁하는 미국 본토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이렇게만 따지면 “패스파인더? 안 팔리네, 별론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닛산이 닷선(Datsun) 브랜드를 운영할 때부터 만들었던 다인승 SUV의 노하우가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지되며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또, 닷선 브랜드 이후 닛산이 패스파인더라는 이름으로 차량을 판매해온 시간만도 30년이 넘는다.
과거 닛산은 패스파인더의 상급 모델 알마다(Armada)를 처음 출시하며 모델명을 패스파인더 알마다로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패스파인더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녹이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패스파인더는 하나의 모델을 넘어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구축되어 있는 대형 SUV다.
어찌 됐건 잘 팔려야 앞으로 대를 이어 역사를 지킬 것 아닌가? 닛산도 더 많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상품성을 강화시킨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디자인의 변화는 전면부에 집중된다. 두껍고 각진 형태의 새로운 V 모션 그릴이 적용됐고 보다 날카로운 형태의 헤드램프에는 부메랑 LED 주간 주행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범퍼도 한층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했다. 기존 모델이 다소 부드러운 모습이었다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외의 변화는 크지 않다. 측면부에 새로운 디자인의 휠을 넣고 후면부에 붉은색으로 덮인 새로운 리어램프를 넣은 정도다. 최근 페이스리프트임에도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의외로 소소한 변화를 보인다. 그럼에도 공기역학적인 설계를 반영해 공기저항 계수를 0.34 Cd에서 0.326 Cd까지 낮췄다.
또, 동급 경쟁 모델 중 유일하게 트레일러 토잉 기능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이는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도 적용되던 내용이다. 사설 업체가 아닌 제조사가 제작한 만큼 완성도와 신뢰도 면에서 당연히 우위에 선다. 디자인으로 봐도 그렇다. 타사 모델은 히치가 범퍼 아래로 위치하지만 패스파인더는 범퍼와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또, 운전석에서 버튼 하나로 트레일러 견인을 위한 별도의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모노코크 바디를 기초로 한 SUV인 경우 이런 요소들이 중요해 진다. 프레임 바디 방식은 견인 무게를 늘려도 차체가 받아줄 수 있지만 모노코크 방식 차량은 자칫 차체가 휘어지거나 심하면 찢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패스파인더에게 트레일러 히치를 장착하려면 히치를 덧대고 볼트만 조이면 된다. 패스파인더의 경우 2,268 kg까지 견인할 수 있다.
참고로 국내 수입되는 혼다 파일럿에도 트레일러 히치 패키지란 이름으로 토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73만 원이라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반면 패스파인더는 기본이다. 차 값도 패스파인더 쪽이 저렴하다.
트레일러 토잉 기능이 언급된 김에 차량 하체 부분도 살펴보자. 패스파인더는 알티마나 맥시마에 사용된 닛산 D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SUV 성격에 맞춰 구조 강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 하부에 여러 구조물들이 추가시켰다. 차량 전면, 측면, 후면 모두 적용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과 동일하다.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어시스트 디스플레이(Advanced Drive-Assist Display)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이름을 갖는 계기판은 구동 배분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단, 평균속도 정보 부재가 아쉽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터치 모니터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물론 퍼포먼스 데이터까지 보여준다. 특히 SUV라는 차량 성격과 달리 G-포스 미터 기능이 흥미롭다. 차라리 벤츠나 BMW처럼 차량의 기울기를 표시해주면 성격에 더 맞을 수 있다. 그래도 스포티함을 좋아하는 닛산이니 단점으로 지적할 필요는 없겠다.
개선된 부분들도 눈에 띈다. 기존 모델에서는 한글화에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개선된 모습이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뉴 구성은 인피니티 Q50을 떠올리게 한다. 터치 및 스와이프까지 지원한다는 점도 같다.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려면 하단의 뒤로 가기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 기존 모델처럼 사설 업체에서 추가 장착한 구성이다. 과거 실망감을 표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첫 번째, 과거처럼 내비게이션을 설치 때 전선을 따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 모듈화를 통한 플러그 방식을 사용해 누전 및 완성도에 대한 불만을 줄였다. 두 번째, 제조사 직접 개발했다지만 정보가 제한적인 것보다는 차라리 완성도 높은 국내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것이 만족감을 높인다.
자사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며 아쉬움이 큰 브랜드들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볼보는 과거 지니맵을 사용했을 때 별다른 불만이 없었지만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이 탑재된 이후 인터페이스부터 완성도까지 퇴보해버렸다.
패스파인더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아틀란을 기반으로 한다. 검증된 시스템인 만큼 속도도 빠르고 직관적이며 교통 상황도 잘 반영된다. 단, 스피커 호환 부분이 보다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아직 외부 업체 장착 내비게이션의 한계점인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닛산은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라는 컨셉으로 또다시 오글거리는 표현을 썼는데, 시각적으로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다인승 SUV답게 시트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시트 자체는 편안함을 지향하며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앞 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모두를 지원한다.
2열 공간도 상당히 넓다. 3열 출입을 쉽게 해주는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EZ Flex Seating System)과 유아용 시트를 제거하지 않고 2열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 & 글라이드(LATCH AND GLIDE) 기술은 닛산이 강조하는 기능 중 하나다. 특히 2열 시트의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은 손잡이를 잡아 올리는 것만으로 부드럽게 작동한다. 래치 & 글라이드 기능은 아이를 둔 소비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다.
3열 시트를 접으면 평평한 형태의 트렁크 공간이 만들어진다. 또한 형식적이지 않은 넓은 공간이라는 점이 좋다. 3열을 사용할 때도 만족감이 커지는데 레그룸을 비롯해 어깨 부분 너비가 여유롭다. 기아 쏘렌토나 쌍용 G4 렉스턴의 3열 시트는 키가 170cm 미만의 성인, 아이들을 태우기 위한 공간이었다. 반면 패스파인더는 성인 남성이 앉아도 큰 불편 없는 수준의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다. 타 모델과 달리 3열 시트를 눕힐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3열 시트를 펼친 상태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공간을 보여준다. 바닥 덮개를 열면 추가적인 적재 공간이 나와 활용성을 키운다. 또한 2열 시트를 접으면 광활한 공간이 만들어져 큰 화물 수납 때 용이하다.
대형 SUV답게 곳곳에 컵홀더가 마련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센터 콘솔은 물론이고 2열과 3열 시트에도 컵홀더가 위치한다. 3열에 앉은 상태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초대형 파노라믹 문루프도 패스파인더만의 자랑이다. 발 동작으로 트렁크 문을 열 수 있는 기능도 편의성을 높여준다. 물론 발 동작으로 트렁크 문을 여는 다른 제조사들 제품처럼 인식률이 다소 떨어진다.
대배기량 엔진 가진 대형급 SUV가 보여주는 편안한 주행 감각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기 위해 시동 버튼을 누른다. 매끄러우면서 스포티한 가솔린 소리가 들려온다. 왠지 ‘겔 겔’거리는 디젤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다. 아직 SUV와 가솔린 엔진의 매칭이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솔린 SUV들이 주력으로 활약했었다. 지금은 디젤 판매에만 주력하는 BMW도 초기 모든 SUV들을 가솔린 위주로 판매했었다.
공기저항 계수 개선을 통해 개선된 정숙성 향상?
고요하고 진동 없이 시동이 걸려있다는 점으로도 가솔린 SUV의 장점이 부각된다. 패스파인더는 아이들 정숙성에서 37.5 dBA를 기록했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결과다. 하지만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 평균 59 dBA의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치는 58 dBA 수준으로 대형급 세단에서나 가능한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 60 dBA를 기록했으니 분명 개선된 내용이다.
우리 팀은 디자인의 변화로 인한 공기저항 감소가 주행 소음을 감소시킨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이들 정숙성과 타이어가 동일하다는 점도 이 근거를 뒷받침한다.
패스파인더는 바뀐 듯, 바뀌지 않은 듯 보였지만 주행 소음 부분도 개선하고 있었다. 사실 알고 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가 크다. 우선 변속기가 변경됐다. 과거에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6,000 rpm에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려나갔다. 전통적인 CVT들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패스파인더는 마치 자동변속기와 같은 방식으로 엔진 회전수가 오르내리면서 가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3세대 X 트로닉 CVT가 적용된 덕분이다. D-스텝 로직 적용은 CVT에서 나타나던 이질감을 크게 개선했으며 무엇보다 빠른 반응성까지 확보하며 변속기에 대한 만족감을 키웠다.
섀시 설정도 변경됐다. 전륜 댐퍼 11%, 후륜 댐퍼도 7%가량 단단해졌다. 또한 전륜 스프링을 구조물과 연결된 형태를 만들어 바디롤 억제 능력을 키웠다. 다시금 후륜 스프링도 25% 단단하게 조율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승차감의 변화로 이어진다. 기존 모델은 전형적인 미국 SUV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감각을 우선시 했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출렁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당히 탄탄한 승차감을 통해 주행 시 안정감을 키워냈다. 물론 대형 SUV라는 장르에 맞춰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인다는데 변함은 없다.
미국 시장에 출시된 패스파인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는 새로운 엔진이 탑재된다. 3.5리터 배기량의 VQ 엔진이라는 점이 같지만 VQ35DE 엔진에서 VQ35DD 엔진으로 변경됐다. VQ35DD 엔진은 과거 대비 56%의 부품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호환하는 부품으로 실린더 블록과 배기 밸브, 흡기 매니폴드 정도가 꼽힐 정도다. 직분사 시스템과 전자제어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도 새롭게 추가됐다. 실린더 내부 디자인도 변경됐고 피스톤도 교체됐다. 흡기 시스템도 바뀌고 압축비도 10.3:1에서 11.0:1로 높아졌다. 또 실린더 벽면에 이온 코팅 기술도 적용됐다. 성능과 효율이 높아진 엔진이다.
반면 국내 시판된 사양은 기존 엔진을 그대로 가져왔다. 최고출력 263마력, 최대토크 33.2 kg.m로 기존과 같은 성능이다. 왜 국내 모델에는 구형 엔진을 가져다 넣었냐고 아쉬움을 표할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닛산 측의 설명을 들으니 시장 상황에 따라 수긍이 갔다.
닛산의 VQ 엔진 대부분이 그렇지만 신형 엔진은 직분사를 기초로 고급유를 기본으로 쓴다. 하지만 국내 환경은 고급유를 편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나 수도권을 벗어나면 고급유 인프라가 급격히 부족해진다. 더불어 가격적인 부담으로 인해 일반유를 주유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2.3T 모델도 고급유가 기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반유를 사용한다. 성능 저하, 장기적인 내구보다는 당장의 연료비를 아끼겠다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우리 팀은 고급유 권장 차량에 일반유를 사용해도 문제없냐는 질문을 오랜 시간, 매우 많이 받아왔다. 그 때문인지 닛산의 얘기에 우리 팀이 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닛산 측이 말하지 않은 한가지 이슈가 더 있다. 최근 직분사 차량에서 발생한 카본 누적 문제가 그것이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급유 취급 주유소가 많지 않다. 있다 해도 소비자의 99%가 일반유를 넣을 것이며, 카본 누적에 대한 해결도 안 돼있으니 안정적인 기존 엔진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 양측(닛산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중시해서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을 타며 프리미엄 소비자층으로 비치길 원하면서도 유종 선택에 있어서 만큼은 인색하다. 김밥으로 배를 채워도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거리를 다니는 층이 많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을 것. 고급 차량이면 고급차에 어울리는 관리가 필요하다.
신형 직분사 엔진이 빠졌다니 섭섭하긴 해도 달리는데 있어 부족함은 없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큰 덩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속도계가 상승한다. 3세대 X 트로닉 CVT는 엔진 회전수를 상승시킨 후 5,000~6,000 rpm 구간을 오가며 다단화된 변속기의 감각을 전한다. 엔진 회전수가 5,000 rpm 대까지 상승한 이후가 되면 마치 터보차저가 작동하는 것처럼 무섭게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7인승 패스파인더에서 필요치 않은 시속 180km까지도 가볍게 오르내린다. 사실 패스파인더의 엔진 성능은 고속 주행이 아닌, 다인 승차 환경에서 여유로운 가속을 돕기 위한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95초. 참고로 기존 모델은 딱 8.0초의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아쉽지만 우리 팀이 테스트 차량을 전달받았을 때 누적 주행거리는 고작 130km 대였다. 장거리 이동을 해도 길들이기를 끝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거리다. 과거보다 느려진 기록상 아쉬움은 남지만 체감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된 변속 반응 덕분에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 참고로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 모델이 8.83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반대로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다. 결과는 39.98 m. 사실상 40 m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복된 제동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패스파인더는 최대 41 m 내외까지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2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가졌음에도 제동 내구성 부분에서 충분히 좋은 성능을 보인 것이다. 패스파인더와 같이 최대 7명이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은 총중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동 내구성 부분이 특히나 중요하다. 특히나 승객이 많이 탑승하는 대형 SUV인 만큼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중요하다.
제동 감각은 매우 무난하다. 초반에 너무 민감하지도, 그렇다고 무디 지도 않다. 동시에 크고 무거운 차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쉽고 간단하게 강한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타이어의 성능도 적당하다. 차량을 멈춰 세우는데 접지력이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묵직한 스티어링 반응이 느껴진다.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타이어 스키드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조금 더 무거워진다. 물론 대형 SUV로 이러한 주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한다. 다만 회피기동을 위해 급조작을 할 때 운전자가 놀랄 수 있을지 모른다. 조금 더 스티어링 답력을 가볍게 해주면 좋겠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기-유압 방식을 사용한다. 알티마나 맥시마 등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전기모터가 유압펌프를 작동시켜 스티어링 시스템에 힘을 보태주는 방식이다. 위에서 개선점에 대해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장점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이질감 없는 자연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마세라티가 전동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원치 않아 유압식을 사용해야 했던 일화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해외 일부 매체들은 잘 달리는 것으로 유명한 쉐보레 카마로 SS나 포르쉐 신형에 대해서도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이질감을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모터가 대신 움직여주는 방식은 아직 이질감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 하지만 모터가 유압 펌프만 작동시켜주는 전기-유압 방식 시스템은 이러한 이질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엔진에서 유압펌프를 작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엔진의 부담은 줄어들고 연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전기 유압펌프의 경우 12볼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DC-DC 컨버터와 같은 추가적인 부품이 필요 없다. 그만큼 무게도 가볍고 구조도 간단하다.
네 번째 장점은 다시금 간단한 구조와 연관된다. 전기모터가 칼럼이나 랙에 장착될 필요 없이 유압만 만들어주면 된다. 여기에 랙 실린더 직경은 50mm에 불과할 정도로 컴팩트하게 만들어진다. 이것은 얼마나 작은 것일까? 랙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실린더 대신 전용 샤프트가 적용돼 직경이 110mm 정도로 두꺼워진다. 다운사이징으로 크기와 무게를 줄이려는 추세에 맞춰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유압 방식처럼 사이즈의 소형화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스티어링 시스템에 대한 장점과 단점 모두를 언급한 것은 모든 기술은 장점과 단점을 갖기 때문이다. 한가지 부족한 점이 나왔다고 그 자체가 쓸모 없어진다고 폄하하면 그것은 잘못된 평가가 되고 만다.
아울러 페이스리프트 이전 패스파인더를 우리 팀이 테스트했을 때, 자세제어장치 이후의 일부 조작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자세제어장치 개입 직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동력 확보에 한계를 보인다는 것인데 이 현상이 여전히 남아 아쉬움을 줬다.
그렇다면 대형 SUV로써 패스파인더는 어떠한 운동성능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전인호 기자는 이런 의견을 냈다.
1%의 소비자를 위한 내용
제어장치의 개입 정도는 SUV로서는 평이한 수준으로 반응한다. 코너링에서 차체의 방향 전환이 극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민감하게 개입한다. 개입 로직 자체는 무난하게 구성됐다.
서스펜션 셋업은 균형이 잘 맞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보다 기울어짐을 잘 억제했다. 고저차로 인해 발생되는 수직 방향의 움직임이 줄어 승차감에 민감한 탑승자들까지 배려하고 있다. 또한 코너링 시 전, 후 서스펜션의 기울어짐도 적절한 편이라 운전자가 코너링 궤적을 예측할 때 도움을 준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승차감을 비롯하여 운동 성능, 주행 감각을 두루 개선해냈다.
적절한 타이어 탑재도 온로드 주행이 중심이 되는 현재의 SUV 운용 트렌드에 어울렸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겸할 수 있는 일부 SUV들에 선택되는 OE 타이어는 온로드 환경에서 제한된 접지력으로 불리한 측면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타이어들은 접지력이 허용하는 슬립 앵글이 낮아 갑작스럽게 밀려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패스파인더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스포트 AS(Dueler H/P Sport AS) 타이어는 높은 배기량에 알맞게 온로드 주행을 중심 성능으로 추구하는 SUV 전용 타이어다. 높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 SUV 타이어인 만큼 사이드월 강성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의 코너링에서 타이어의 접지력 정보가 명확하게 전달된다는 점이 좋다. 상품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적절한 타이어의 선택이다.
하체 설정이 잘 조율된 것과 마찬가지로 주행 질감 측면의 개선도 칭찬할만하다. 과거 우리 팀이 지적했던 차체의 견고함 여부도 좋은 수준으로 개선됐다. 서스펜션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반긴 부분이었다. 사실 이 차체 강성 향상은 2015년부터 생산되는 모델에 해당된다. 미국 IIHS에서 실시하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구조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개선은 사고 발생 때 안전하게 탑승객을 지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부족한 차체 강성의 향상으로 주행 질감 개선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온다. 물론 구조 강성 확보는 차량의 무게를 소폭 증가시켰다. 우리 팀이 직접 차량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과거 모델 대비 약 35kg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미국식 주행 환경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4륜 시스템은 평상시 앞바퀴에 대부분의 동력을 보낸다. 이후 미끄러짐이 있을 때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시키는 방식이다.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적극적으로 후륜에 구동력을 몰아주는 온로드형 4륜 시스템과 달리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다.
패스파인더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2WD, AUTO, 4WD Lock로 설정된다. 2WD 모드는 전륜에 100%의 구동력을 보내며 4WD Lock 모드는 50:50으로 구동력을 고정해야 할 때 쓰인다. 단, 정지 상태에서만 선택된다. 또한 속도가 40km/h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해제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AUTO 모드는 상황에 따라 전후로 구동력을 배분하지만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시승기 내용을 통해 눈치챘겠지만 패스파인더는 구불구불한 길 보다 고속도로에 더욱 어울리는 모델이다. 미국 시장에 특화된 대형 SUV가 그렇듯 말이다. 실제로 패스파인더는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차별화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대형 세단이 고급스럽고 편안한 감각이라면 패스파인더는 심적으로 편안한 감각이 부각된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환경 속 체감 속도는 70~80km/h 정도에 불과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운전자가 받는 부담은 크지 않다. 특히 지상고가 높은 만큼 세단보다 멀리 안정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가솔린 엔진만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각도 운전자를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다. 뭔가 둔한 감각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마냥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수백 km를 이동하게 된다. 운전자는 지치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솔린 대형 SUV가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패스파인더는 장거리 주행을 더욱 편하게 해줄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도 강화됐다.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인 인텔리전트 디스턴스 컨트롤이 추가된 것. 속도도 급하게 올리지 않고 선행차량 인식률도 높아 만족감이 크다. 단, 완전 정지는 가능하지만 약 3초 후 크루즈 컨트롤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완전히 정지했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고 다시 재출발하는 기능이 더해지면 좋겠다. 이외에 긴급제동 시스템이 추가됐으며, 어라운드 뷰 모니터나 후측방 경고 시스템도 갖췄다.
물론 국내 실정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연비다. 아무래도 대형급 사이즈에 4륜 시스템까지 사용하는 가솔린 SUV이다 보니 연비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시속 100~110km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패스파인더는 13.5km/L를,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15.3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정속 주행 상황이며, 가속 페달을 밟아 가속력을 이끌어내면 연비가 바로 하락한다.
평균 속도 시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속에서는 5.5km/L의 연비를 나타냈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아이들 스톱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 우리 팀의 다양한 시험조건에서 패스파인더가 기록한 종합 연비는 약 9.3km/L였다. 운전 습관에 따라 이보다 더 낮은 연비를 나타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래도 평균 7~8km/L 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연비였다 생각한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해 평균 7km/L 대를 보여준 익스플로러보다는 높았으니 말이다. 참고로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은 에코(ECO)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부분은 자국 매체들도 인정하는 부분.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는 여러 가지로 공통점이 많은 대형 SUV 들이다. 모두 5천만 원대 가격을 갖는다는 점. 매력적인 3열 공간을 가진 7인승 대형 SUV라는 점,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장거리 이동에 특화됐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추천을 한다면 먼저 포드 익스플로러는 가장 먼저 제외할 듯하다. 우리 팀의 테스트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보여줬다. 이는 차량의 완성도 측면에서 많은 점수를 깎게 만들었다. 여기에 가격은 동급에서 가장 비싸다. 저렴한 익스플로러 3.5 모델도 5천5백만 원대이며, 2.3 에코부스트 모델은 여기서 2백만 원이나 더 비싸다. 하지만 동 가격대에서의 기능성, 이 부분이 많은 소비자를 이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가격대에서 가장 많은 것들 것 갖췄다는 것.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단순 기능성에서의 우위로 추천하기엔 제한이 따른다. 하지만 디자인이 가장 세련됐다는데 공통의 의견이 모였다.
그렇다면 혼다 파일럿과 닛산 패스파인더가 남게 된다. 두 차량 모두 주행 감각 자체에서 상당히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파일럿 쪽이 주행성능이나 스티어링 감각 부분에서 소폭 앞서긴 해도 그것이 대형 SUV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기능 등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지만 패스파인더보다 가격은 높아졌다. 여기에 패스파인더와 동일한 트레일러 토잉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은 더 벌어진다.
패스파인더의 큰 강점은 가장 최근에 출시된 모델임에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과거 부족했던 몇몇 부분은 완성도 높게 개선됐다. 여기에 액티브 세이프티를 포함해 경쟁 모델과 구성적인 부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신 CVT 변속기는 실주행 연비를 높여줘 연비에 대한 걱정을 최소화시켜줄 것이다.
이제 대형 SUV는 미국 시장만을 위한 차종이 아니다. 이제 국내에서도 유아용 카시트는 필수로 여기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유모차들은 작게 접히지 않는 제품들이 많아 넓은 트렁크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가족끼리 오토캠핑이나 여행을 즐기면서 텐트는 물론 타프도 챙기고 있으며, 접이식 테이블을 비롯해 다양한 용품들을 챙기고 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 모두가 대형 SUV 유력 소비자들이다. 이들에게 가솔린 대형 SUV를 접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미국에서 가솔린 대형 SUV가 인기를 끄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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