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맥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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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8세대 맥시마를 출시했다. 아시아 최초 출시 모델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쉐보레 임팔라 3.6, 현대 아슬란 3.3, 토요타 아발론, 포드 토러스와 경쟁한다.
사실 맥시마가 출시되기 전까지 임팔라 3.6의 성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임팔라 등장 직후 맥시마가 출시되면서 성능에 대한 관심 역시 분산되어 가는 추세다. 무엇보다 닛산 스스로 4도어 스포츠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어느 수준의 성능이기에 닛산이 이런 자신감을 표하는 것일까? 또, 맥시마가 까다로운 한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제법 그럴싸하다. 2014년 공개된 스포츠 세단 컨셉트를 거의 그대로 양산했기 때문이다.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양산차인지 몇 번이고 확인했을 정도였다.
맥시마를 시작으로 앞으로 등장할 닛산의 신차는 이와 같은 디자인을 갖추게 된다. 닛산은 이 특징을 에너제틱 플로우(Energetic Flow)라고 표현한다. 주요 특징은 V자 형태의 그릴과 부메랑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에 있다. 여기에 이색적인 루프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물론 화려한 캐릭터라인도 개성을 더한다.
분명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 준대형 세단 소비자층에게 맥시마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젊은 층에게 어필함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은 실내의 D-컷 스티어링휠에서도 나타난다. 사이즈도 작은 편에 속한다. 주행성격을 바꾸기 위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도 갖춰져 있다. 각종 금속장식과 피아노 블랙 패널을 통해 젊은 이미지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드트림의 추가를 통해 너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계기판의 7인치 모니터는 시원스럽게 정보를 보여준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모니터도 직관적이어서 좋다. 하지만 계기판에는 한글이, 센터페시아는 영어로만 표기되어 있다. 언어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뭔가 만들다 말고 급히 출시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시트에는 다이아몬드 박음질 장식이 돼있다. 그에 따른 고급스러움도 잘 나타난다. 맥시마에도 알티마에서 선보인 저중력 시트가 장착된다. 정확히 무중력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시트(Zero Gravity Inspired Car Seat)로 시트백을 살짝 눕히는 자세를 취할 때 편하다. 하지만 시트백을 조금 세우는 타입으로 자리를 잡으면 쉽게 피로해진다. 이를 보완하려 럼버서포트를 돌출시키면 허리가 아파온다. 물론 이 시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운전 자세 특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스포티한 모델에서는 시트백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뒷좌석 레그룸은 충분하다. 하지만 헤드룸이 조금 부족하다. 신장이 180cm를 넘어선다면 머리가 닿을 수 있다. 경쟁모델대비 짧은 휠베이스와 디자인 중심의 루프 등은 아무래도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키운다. 뒷좌석 열선 기능도 없다. 닛산의 플레그십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몇몇 부족함이 눈에 띈다.
편의장비로는 11개 보스 스피커와 어라운드 뷰 모니터,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갖춰지며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구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처음엔 묵직한 듯 하지만 금새 고요한 음색으로 전환되며 아이들링을 유지한다. 같은 배기량의 Q50S 하이브리드 엔진은 배기음을 부각하려 한 모습이지만 맥시마는 일단 정숙성을 강조하려 한 느낌을 보여준다. 정숙성 역시도 좋은 수준이었다. 측정장비를 통해 계측한 결과 약 39dBA를 기록했다. 임팔라 3.6의 37dBA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아쉬움이 나오지는 않는다.
시속 80km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측정된 소음은 약 60.5dBA을 기록했다. 임팔라 3.6의 60dBA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치적으로 높게 나왔지만 체감서는 소음을 잘 억제했다고 느끼게 된다.
맥시마에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 기술이 적용된다.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소음을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일부 고급차량에도 쓰이며 고급 이어폰 등에서 사용되기도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맥시마를 테스트하며 조용하다고 느꼈는데 수치가 높아진 원인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ANC가 사람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를 발생시켰고 이를 계측기가 읽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행에 나서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돌린다. 뭔가 묵직하다. 아니 많이 무겁다. 시동이 꺼졌나? 시동은 걸려 있다. 혹시 몰라 다시 시동을 걸어본다. 역시나 무겁다.
주행모드가 스포츠 모드로 설정됐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다. 확인해보니 노멀 모드였고 각 모드간 설정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맥시마가 사용하는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자 유압 방식을 사용한다. 전기모터가 스티어링 축을 직접 돌리지 않고 유압펌프를 작동시키는 역할만 한다. 스티어링 방식 특성상 특정 구간에서 무거울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알티마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차량이 정지해있는 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을 돌리려면 두 손을 이용해야만 한다. 손바닥으로 비벼대듯 스티어링휠을 돌려대는 운전자도 있다지만 맥시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차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지한 상태에서만 이렇다. 유턴을 해야 하는 상태에서 꽤나 난감하다. 여성 운전자들이 제대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 정도라면 무관할지도 모르겠다.
우리팀은 맥시마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꼭 시승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정지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을 끝에서 끝까지 돌려본 뒤 이런 답력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구입하라 조언하고 싶다. 이런 내용을 과장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직접 해보시길.
일단 이 부분은 잊고 맥시마의 본질에 빠져보자.
넉넉한 배기량 덕분에 차량의 움직임이 가뿐하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더라도 원하는 만큼 속도가 붙어 운전이 편하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세단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가속성능을 끌어낸다. 엔진회전수 상승이 빠르다. 속도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꽤나 박력있다. 더불어 멋진 사운드가 들려온다. 정속주행 상태에서는 소음을 줄여주는 ANC가 작동하지만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엔진 사운드를 부각시켜주는 ASE(Active Sound Enhancement)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음을 막기 위한 기술과 부각하기 위한 기술이 함께 쓰이는 것이다. ASE 작동 때 약간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렉서스의 시스템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준이다.
맥시마에 탑재되는 엔진은 V6 3.5리터의 VQ 엔진이다. 물론 VQ엔진은 개발된 지 꽤나 오래된 엔진이다. 하지만 맥시마에 탑재되는 엔진은 다르다. 닛산에 따르면 맥시마의 엔진은 60%에 이르는 부품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한다. 성능과 효율성, 연비를 높이기 위한 변화란다. 물론 VQ 특유의 멋스런 배기음은 유지시켰다.
출력은 303마력, 토크는 36.1kg.m 정도의 수준이다. 임팔라와 비교해서 6마력 낮고 0.4kg.m 낮은 토크다. 크게 의미없는 수준의 제원 차이일 뿐이다. 수치만 그럴 뿐 가속에서는 맥시마가 더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임팔라의 경우 변속기의 기어비가 길었다. 그리고 80km/h 부근에서 3단을 고수한 상태로 가속을 해나갔다. 수동모드를 사용해야만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 부근을 답답해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맥시마는 어떠한 구간에서도 이상적인 가속력을 보였다. 즉, 가속페달만 밟으면 바로 바로 높은 영역의 회전수를 써대며 최대가속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변속기다. 닛산은 CVT를 많은 차에 사용해 왔다. 맥시마의 것은 그런 CVT 중에서도 최신 사양을 기초로 한다. D-스텝 쉬프팅 로직(D-Step shifting logic)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적용되어 마치 일반 변속기처럼 엔진회전수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내 모델에는 캐시카이에서 처음 선보여졌으며 자트코 CVT를 사용하는 신형 스파크에도 역시 적용된 바 있는 내용이다. 과거 CVT처럼 엔진회전수가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대응해내는 만큼 체감과 실성능 모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닛산의 신형 CVT는 더 넓은 기어비도 제공해 준다. 덕분에 시속 100km로 주행할 때도 1,600rpm 미만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초기 반응도 향상됐다. CVT 특유의 느린 초기 반응에 대한 불만도 없앤 것이다. CVT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어설픈 9단 변속기보다 닛산의 CVT가 여러모로 월등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6.69초다. 임팔라 3.6이 기록한 7.43초보다 빠르지만 미국시장의 공식 제원인 0-60mph(약 96km/h) 가속시간은 5.8초와 차이가 있다. 시속 100km/h까지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6초 초반대의 기록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6초 중반으로 늘어진 이유는 초기 발진때의 휠스핀 때문이다.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를 사용한다면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내 모델에는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S001이 쓰이기도 한다. 프리미엄급 고성능 타이어다. 반면 현재의 기본 타이어는 내구중심의 4계절 모델이었다. 하지만 타이어에 대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동급 모델 중 가장 앞선 가속성능을 보여준 맥시마였다.
시속 100km 주행하다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제동거리는 39.6미터로 측정됐다. 참고로 임팔라 3.6이 40미터 중반 수준을 기록했다. 공통점은 두 차량 모두 타이어의 미끌림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반복된 제동시험을 깔끔하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맥시마의 경우 특정 노면에서 강한 제동을 할 때 차체 떨림 문제가 발생한다. 프론트 쪽의 움직임이 상당히 격한 편이다. 또한 이때 발생되는 큰 소음을 차량 내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속도로 환경서 맥시마에 탑재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가속 및 감속을 매우 부드럽게 구현해 직접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성능을 보였다. 다만 전면 인식 영역이 다소 좁은 것인지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인식률이 조금 낮았다. 또한 주행 상황에 따라 완전 정지도 가능하지만 재출발 기능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때문에 시스템의 완성도는 임팔라쪽이 높다.
주행환경을 와인딩 코스로 옮긴다. 4도어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만큼 정말 잘 달려줄지 기대된다.
와인딩 코스를 주행해도 CVT 변속기의 장점이 잘 부각된다. 어떤 속도의 구간이건 최적의 기어비를 구현하기 때문에 달리기 성능에 도움이 된다. 자동변속기의 경우 기어비가 잘 맞지 않은 환경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CVT에서는 그런 문제를 만나기 힘들다. 또, 수동모드 때의 반응도 상당했다.
핸들링도 수준급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느껴지는 차체도 좋다. 매우 민첩한 수준은 아니지만 준대형급의 세단으로써는 상당히 좋은 수준이다. 또, 직관적인 핸들링을 보였다는 점이 좋다. 리어액슬이 따라오는 부분도 임팔라보다 빠르다. 전체적으로 맥시마와 임팔라 모두 좋은 핸들링 성능을 갖췄지만 맥시마가 더 앞선다.
하지만 최대 가속 때 느껴지는 토크스티어는 맥시마의 약점이다. 임팔라에서는 토크스티어가 거슬리지 않았다. 반면 맥시마의 것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또, 코너를 지난 후 재가속 구간에서 생각보다 큰 토크스티어가 나타날 때도 있다. 스포츠 세단임을 추구하는 차량이라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부드러운 모습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임팔라가 더 단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승차감을 확보하면서 바디롤을 잡아낸 타입인 만큼 맥시마의 서스펜션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정도 완성도면 북미시장에 판매되는 스포츠 트림(SR)에 존재하는 스포츠 서스펜션의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닛산이 스포츠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제공해 주면 좋겠다. 30~40대 소비자 층은 맥시마의 주요 타겟이며 이와 같은 소비자 층이 스포츠 서스펜션을 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단, 코너를 돌 때 타이어의 한계는 분명하다. 코너링 속도까지 높지는 않다는 것. 맥시마가 사용하는 타이어는 245mm 너비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ER33이다. EL400과 함께 북미시장의 인기제품이다. 맥시마가 북미시장을 위해 탄생했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타이어 역시 이쪽 계통을 사용한다. 앞서 가속이나 제동 테스트 등에서도 아쉬움이 나왔고, 차량의 성격이나 성능을 생각했을 때 향후 성능 지향의 타이어로 교체하면 만족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서는 트림에 따라 고성능의 포텐자 S001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아우디 RS5를 비롯해 고성능 세단 및 스포츠카에 장착되는 타이어다.
차체 강성이 높지는 않다.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알티마와 비교한다면 유사 수준이나 조금 나은 정도랄까?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 아쉬움은 없다. 스포티한 주행을 하며 특정 조건을 만났을 때 아쉬움이 나오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연비는 좋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대배기량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렇다. 고속도로에서 100~11km/h의 속도로 주행할 때 보여준 맥시마의 연비는 약 16km/L를 전후했다. 80km/h 정속주행 시에는 약 18km/L의 연비를 보였다. 참고로 임팔라 3.6은 각각 14km/L와 16km/L를 기록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평속 15km/h의 정체구간의 연비는 6.5km/L다였. 임팔라는 5km/L 수준이었다. 보다 작은 휠을 사용하고 가벼우며, 탄력성 좋은 변속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기량과 성능 생각하면 맥시마의 연비는 만족할만 수준이다.
맥시마는 상당히 잘 달리는 전륜구동 세단으로 우리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 가격대에 이만큼의 성능을 누릴 수 있는 차도 흔치 않았다. 아니, 사실상 없다. 이런 환경에 등장한 쉐보레 임팔라는 차별화된 성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닛산이 맥시마를 내놓은 것이다. 대놓고 ‘스포츠 세단’이라고 표현하면서까지 말이다. 실제 주행성능의 차이도 어느 정도 크게 나타났다.
가격도 좋다. 임팔라 3.6의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평이 많았는데 동일 옵션 조건으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맥시마가 오히려 더 저렴하다. 닛산이 이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능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남들과 차별화된 개성을 갖는 준대형 세단을 원한다면 맥시마만한 차가 없다. 공간 활용성과 여유로움에 초점 맞춘다면 임팔라 3.6쪽이 좋을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현재 국내의 대배기량 준대형세단 시장은 다른 급에 비해 치열함이 덜하다. 그리고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닛산이 선택한 카드가 맥시마다. 맥시마라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사실 맥시마가 출시되기 전까지 임팔라 3.6의 성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임팔라 등장 직후 맥시마가 출시되면서 성능에 대한 관심 역시 분산되어 가는 추세다. 무엇보다 닛산 스스로 4도어 스포츠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어느 수준의 성능이기에 닛산이 이런 자신감을 표하는 것일까? 또, 맥시마가 까다로운 한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제법 그럴싸하다. 2014년 공개된 스포츠 세단 컨셉트를 거의 그대로 양산했기 때문이다.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양산차인지 몇 번이고 확인했을 정도였다.
맥시마를 시작으로 앞으로 등장할 닛산의 신차는 이와 같은 디자인을 갖추게 된다. 닛산은 이 특징을 에너제틱 플로우(Energetic Flow)라고 표현한다. 주요 특징은 V자 형태의 그릴과 부메랑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에 있다. 여기에 이색적인 루프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물론 화려한 캐릭터라인도 개성을 더한다.
분명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 준대형 세단 소비자층에게 맥시마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젊은 층에게 어필함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은 실내의 D-컷 스티어링휠에서도 나타난다. 사이즈도 작은 편에 속한다. 주행성격을 바꾸기 위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도 갖춰져 있다. 각종 금속장식과 피아노 블랙 패널을 통해 젊은 이미지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드트림의 추가를 통해 너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계기판의 7인치 모니터는 시원스럽게 정보를 보여준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모니터도 직관적이어서 좋다. 하지만 계기판에는 한글이, 센터페시아는 영어로만 표기되어 있다. 언어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뭔가 만들다 말고 급히 출시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시트에는 다이아몬드 박음질 장식이 돼있다. 그에 따른 고급스러움도 잘 나타난다. 맥시마에도 알티마에서 선보인 저중력 시트가 장착된다. 정확히 무중력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시트(Zero Gravity Inspired Car Seat)로 시트백을 살짝 눕히는 자세를 취할 때 편하다. 하지만 시트백을 조금 세우는 타입으로 자리를 잡으면 쉽게 피로해진다. 이를 보완하려 럼버서포트를 돌출시키면 허리가 아파온다. 물론 이 시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운전 자세 특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스포티한 모델에서는 시트백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뒷좌석 레그룸은 충분하다. 하지만 헤드룸이 조금 부족하다. 신장이 180cm를 넘어선다면 머리가 닿을 수 있다. 경쟁모델대비 짧은 휠베이스와 디자인 중심의 루프 등은 아무래도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키운다. 뒷좌석 열선 기능도 없다. 닛산의 플레그십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몇몇 부족함이 눈에 띈다.
편의장비로는 11개 보스 스피커와 어라운드 뷰 모니터,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갖춰지며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구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처음엔 묵직한 듯 하지만 금새 고요한 음색으로 전환되며 아이들링을 유지한다. 같은 배기량의 Q50S 하이브리드 엔진은 배기음을 부각하려 한 모습이지만 맥시마는 일단 정숙성을 강조하려 한 느낌을 보여준다. 정숙성 역시도 좋은 수준이었다. 측정장비를 통해 계측한 결과 약 39dBA를 기록했다. 임팔라 3.6의 37dBA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아쉬움이 나오지는 않는다.
시속 80km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측정된 소음은 약 60.5dBA을 기록했다. 임팔라 3.6의 60dBA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치적으로 높게 나왔지만 체감서는 소음을 잘 억제했다고 느끼게 된다.
맥시마에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 기술이 적용된다.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소음을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일부 고급차량에도 쓰이며 고급 이어폰 등에서 사용되기도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맥시마를 테스트하며 조용하다고 느꼈는데 수치가 높아진 원인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ANC가 사람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를 발생시켰고 이를 계측기가 읽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행에 나서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돌린다. 뭔가 묵직하다. 아니 많이 무겁다. 시동이 꺼졌나? 시동은 걸려 있다. 혹시 몰라 다시 시동을 걸어본다. 역시나 무겁다.
주행모드가 스포츠 모드로 설정됐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다. 확인해보니 노멀 모드였고 각 모드간 설정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맥시마가 사용하는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자 유압 방식을 사용한다. 전기모터가 스티어링 축을 직접 돌리지 않고 유압펌프를 작동시키는 역할만 한다. 스티어링 방식 특성상 특정 구간에서 무거울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알티마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차량이 정지해있는 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을 돌리려면 두 손을 이용해야만 한다. 손바닥으로 비벼대듯 스티어링휠을 돌려대는 운전자도 있다지만 맥시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차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지한 상태에서만 이렇다. 유턴을 해야 하는 상태에서 꽤나 난감하다. 여성 운전자들이 제대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 정도라면 무관할지도 모르겠다.
우리팀은 맥시마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꼭 시승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정지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을 끝에서 끝까지 돌려본 뒤 이런 답력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구입하라 조언하고 싶다. 이런 내용을 과장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직접 해보시길.
일단 이 부분은 잊고 맥시마의 본질에 빠져보자.
넉넉한 배기량 덕분에 차량의 움직임이 가뿐하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더라도 원하는 만큼 속도가 붙어 운전이 편하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세단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가속성능을 끌어낸다. 엔진회전수 상승이 빠르다. 속도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꽤나 박력있다. 더불어 멋진 사운드가 들려온다. 정속주행 상태에서는 소음을 줄여주는 ANC가 작동하지만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엔진 사운드를 부각시켜주는 ASE(Active Sound Enhancement)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음을 막기 위한 기술과 부각하기 위한 기술이 함께 쓰이는 것이다. ASE 작동 때 약간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렉서스의 시스템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준이다.
맥시마에 탑재되는 엔진은 V6 3.5리터의 VQ 엔진이다. 물론 VQ엔진은 개발된 지 꽤나 오래된 엔진이다. 하지만 맥시마에 탑재되는 엔진은 다르다. 닛산에 따르면 맥시마의 엔진은 60%에 이르는 부품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한다. 성능과 효율성, 연비를 높이기 위한 변화란다. 물론 VQ 특유의 멋스런 배기음은 유지시켰다.
출력은 303마력, 토크는 36.1kg.m 정도의 수준이다. 임팔라와 비교해서 6마력 낮고 0.4kg.m 낮은 토크다. 크게 의미없는 수준의 제원 차이일 뿐이다. 수치만 그럴 뿐 가속에서는 맥시마가 더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임팔라의 경우 변속기의 기어비가 길었다. 그리고 80km/h 부근에서 3단을 고수한 상태로 가속을 해나갔다. 수동모드를 사용해야만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 부근을 답답해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맥시마는 어떠한 구간에서도 이상적인 가속력을 보였다. 즉, 가속페달만 밟으면 바로 바로 높은 영역의 회전수를 써대며 최대가속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변속기다. 닛산은 CVT를 많은 차에 사용해 왔다. 맥시마의 것은 그런 CVT 중에서도 최신 사양을 기초로 한다. D-스텝 쉬프팅 로직(D-Step shifting logic)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적용되어 마치 일반 변속기처럼 엔진회전수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내 모델에는 캐시카이에서 처음 선보여졌으며 자트코 CVT를 사용하는 신형 스파크에도 역시 적용된 바 있는 내용이다. 과거 CVT처럼 엔진회전수가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대응해내는 만큼 체감과 실성능 모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닛산의 신형 CVT는 더 넓은 기어비도 제공해 준다. 덕분에 시속 100km로 주행할 때도 1,600rpm 미만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초기 반응도 향상됐다. CVT 특유의 느린 초기 반응에 대한 불만도 없앤 것이다. CVT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어설픈 9단 변속기보다 닛산의 CVT가 여러모로 월등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6.69초다. 임팔라 3.6이 기록한 7.43초보다 빠르지만 미국시장의 공식 제원인 0-60mph(약 96km/h) 가속시간은 5.8초와 차이가 있다. 시속 100km/h까지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6초 초반대의 기록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6초 중반으로 늘어진 이유는 초기 발진때의 휠스핀 때문이다.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를 사용한다면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내 모델에는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S001이 쓰이기도 한다. 프리미엄급 고성능 타이어다. 반면 현재의 기본 타이어는 내구중심의 4계절 모델이었다. 하지만 타이어에 대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동급 모델 중 가장 앞선 가속성능을 보여준 맥시마였다.
시속 100km 주행하다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제동거리는 39.6미터로 측정됐다. 참고로 임팔라 3.6이 40미터 중반 수준을 기록했다. 공통점은 두 차량 모두 타이어의 미끌림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반복된 제동시험을 깔끔하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맥시마의 경우 특정 노면에서 강한 제동을 할 때 차체 떨림 문제가 발생한다. 프론트 쪽의 움직임이 상당히 격한 편이다. 또한 이때 발생되는 큰 소음을 차량 내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속도로 환경서 맥시마에 탑재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가속 및 감속을 매우 부드럽게 구현해 직접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성능을 보였다. 다만 전면 인식 영역이 다소 좁은 것인지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인식률이 조금 낮았다. 또한 주행 상황에 따라 완전 정지도 가능하지만 재출발 기능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때문에 시스템의 완성도는 임팔라쪽이 높다.
주행환경을 와인딩 코스로 옮긴다. 4도어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만큼 정말 잘 달려줄지 기대된다.
와인딩 코스를 주행해도 CVT 변속기의 장점이 잘 부각된다. 어떤 속도의 구간이건 최적의 기어비를 구현하기 때문에 달리기 성능에 도움이 된다. 자동변속기의 경우 기어비가 잘 맞지 않은 환경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CVT에서는 그런 문제를 만나기 힘들다. 또, 수동모드 때의 반응도 상당했다.
핸들링도 수준급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느껴지는 차체도 좋다. 매우 민첩한 수준은 아니지만 준대형급의 세단으로써는 상당히 좋은 수준이다. 또, 직관적인 핸들링을 보였다는 점이 좋다. 리어액슬이 따라오는 부분도 임팔라보다 빠르다. 전체적으로 맥시마와 임팔라 모두 좋은 핸들링 성능을 갖췄지만 맥시마가 더 앞선다.
하지만 최대 가속 때 느껴지는 토크스티어는 맥시마의 약점이다. 임팔라에서는 토크스티어가 거슬리지 않았다. 반면 맥시마의 것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또, 코너를 지난 후 재가속 구간에서 생각보다 큰 토크스티어가 나타날 때도 있다. 스포츠 세단임을 추구하는 차량이라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부드러운 모습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임팔라가 더 단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승차감을 확보하면서 바디롤을 잡아낸 타입인 만큼 맥시마의 서스펜션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정도 완성도면 북미시장에 판매되는 스포츠 트림(SR)에 존재하는 스포츠 서스펜션의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닛산이 스포츠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제공해 주면 좋겠다. 30~40대 소비자 층은 맥시마의 주요 타겟이며 이와 같은 소비자 층이 스포츠 서스펜션을 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단, 코너를 돌 때 타이어의 한계는 분명하다. 코너링 속도까지 높지는 않다는 것. 맥시마가 사용하는 타이어는 245mm 너비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ER33이다. EL400과 함께 북미시장의 인기제품이다. 맥시마가 북미시장을 위해 탄생했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타이어 역시 이쪽 계통을 사용한다. 앞서 가속이나 제동 테스트 등에서도 아쉬움이 나왔고, 차량의 성격이나 성능을 생각했을 때 향후 성능 지향의 타이어로 교체하면 만족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서는 트림에 따라 고성능의 포텐자 S001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아우디 RS5를 비롯해 고성능 세단 및 스포츠카에 장착되는 타이어다.
차체 강성이 높지는 않다.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알티마와 비교한다면 유사 수준이나 조금 나은 정도랄까?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 아쉬움은 없다. 스포티한 주행을 하며 특정 조건을 만났을 때 아쉬움이 나오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연비는 좋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대배기량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렇다. 고속도로에서 100~11km/h의 속도로 주행할 때 보여준 맥시마의 연비는 약 16km/L를 전후했다. 80km/h 정속주행 시에는 약 18km/L의 연비를 보였다. 참고로 임팔라 3.6은 각각 14km/L와 16km/L를 기록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평속 15km/h의 정체구간의 연비는 6.5km/L다였. 임팔라는 5km/L 수준이었다. 보다 작은 휠을 사용하고 가벼우며, 탄력성 좋은 변속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기량과 성능 생각하면 맥시마의 연비는 만족할만 수준이다.
맥시마는 상당히 잘 달리는 전륜구동 세단으로 우리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 가격대에 이만큼의 성능을 누릴 수 있는 차도 흔치 않았다. 아니, 사실상 없다. 이런 환경에 등장한 쉐보레 임팔라는 차별화된 성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닛산이 맥시마를 내놓은 것이다. 대놓고 ‘스포츠 세단’이라고 표현하면서까지 말이다. 실제 주행성능의 차이도 어느 정도 크게 나타났다.
가격도 좋다. 임팔라 3.6의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평이 많았는데 동일 옵션 조건으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맥시마가 오히려 더 저렴하다. 닛산이 이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능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남들과 차별화된 개성을 갖는 준대형 세단을 원한다면 맥시마만한 차가 없다. 공간 활용성과 여유로움에 초점 맞춘다면 임팔라 3.6쪽이 좋을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현재 국내의 대배기량 준대형세단 시장은 다른 급에 비해 치열함이 덜하다. 그리고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닛산이 선택한 카드가 맥시마다. 맥시마라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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