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올 뉴 알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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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승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명확한 성격이 있는 데 이를 드러낼 완벽한 어휘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문장이 뇌리를 스쳤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바로 미국의 유명 권투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이었다. 그랬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닛산의 새로운 중형 세단 올 뉴 알티마에게 딱 알맞은 표현이었다.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질감 속 짜릿한 한방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긋나긋하게 달리면서도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매력이 있었다. 여기에 멋스럽게 변한 디자인과 다양한 안전편의품목,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 등 여러 장점은 훌륭한 덤이었다.
이중적인 운동성능, 흐트러짐 없는 자세
빗소리가 계속해서 귀를 자극했다. 이미 노면에는 빗물이 여럿 고여 있었고, 시승을 하기엔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래도 감당이 안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주행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그럼에도 '자칫 잘못하다 차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 어떡하지?'란 쓸 떼 없는 걱정이 됐다. 괜한 긴장을 뒤로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시승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지나 유명산 와인딩 로드를 통과하는 64km, 60분 코스. 고속 안정성은 물론 코너링 성능 모두를 체험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시승차였던 올 뉴 알티마 2.5SL 보닛 아래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동력성능 발휘하는 2.5리터 QR25DE 엔진과 차세대 엑스트로닛 CVT. 부족함 없는 엔진의 힘과 이를 발 빠른 앞바퀴로 전달하는 변속기의 조화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두 유닛의 이질감 없는 움직임 안에서 0-100km/h 도달 시간은 단 8.6초. 실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체감한 가속력도 이 수치와 상응했다. 전방 시야가 좁아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속도계 바늘도 금새 좌에서 우로 움직여서다. 말 그대로 화끈했다. 하체도 튼튼해 차가 속도를 이기지 못한다는 감각이 적었다. 덕분에 젖은 노면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에 대한 욕심은 줄긴커녕 점점 되살아났다. 브레이크 성능도 즉각적이라 왠지 모를 운전 자신감까지 솟구쳤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질감 속 짜릿한 한방을 품고 있는 차, 닛산 올 뉴 알티마.
그렇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속도감 속에서도 완급 조절이 필요한 법.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항속 주행을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맹렬한 사운드를 내뿜던 엔진은 쥐 죽은 듯 소리를 줄였고, 그 흔한 풍절음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방음 앞유리를 적용하고 엔진룸과 차체하부에 흡자음재를 보강하고 엔진마운트를 새롭게 디자인해 N.V.H 성능을 강화했다는 닛산 측의 설명에 공감이 갔다. 여기에 도로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는 서스펜션까지 더해지니 고급 세단 부럽지 않은 안락한 승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질감 속 짜릿한 한방을 품고 있는 차, 닛산 올 뉴 알티마.
흥미진진한 고속주행을 마친 후, 꼬불꼬불한 S자 코스가 즐비한 유명산 와인딩 로드에 다다랐다. 여전히 하늘에선 물방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 조심스럽게 속력을 높이며 차의 움직임을 살폈다. 두려움은 점차 믿음으로 바뀌어 갔고, 도로 경사에 따라 흘러 내리는 빗물은 더 이상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 제어 능력 덕이었다. 내친김에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두고 과격하게 몰아붙였다. 이미 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뛰어난 접지력을 자랑하며 라인을 그려나가는 모양새가 일품이었다. 그만큼 안정적이었다. 굽이진 길을 돌아 나갈 때 안쪽 앞바퀴에 제동을 걸어 회전축 움직임을 향상하는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의 적극적인 개입이 신의 한수였다.
성능만큼이나 자극적인 디자인
올 뉴 알티마에게 있어 디자인은 성능만큼이나 자극적인 요소였다. 수수했던 구형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일궜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닛산의 최신 디자인 언어 '에네제틱 플로우'를 이어 받았는데, 앞면은 V-모션 그릴을 중심으로 부메랑 모양의 LED 시그니처 램프를 곁들였다. 그 모양이 가히 공격적이었다. 옆면의 캐릭터 라인은 프런트 팬더에서 테일램프까지 힘차게 너울지며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뒷면의 테일램프 역시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부메랑 형태로 다듬어 디자인적 통일감을 엮었다.
반면, 실내는 좌우 대칭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꾸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지향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센터페시아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7인치 디스플레이와 에어컨 시스템을 균형 있게 배열했고, 계기반은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 사이 3D 어드밴스드 드라이브-어시스트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각종 차량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했다. 가죽으로 덮인 시트는 착좌감이 좋았다. 이 밖에 눈에 띄는 편의 장비로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있었는데, 9개의 스피커 및 우퍼가 입체적인 음질을 전달했다.
위협적인 '물건'이 나왔다
완벽에 가깝게 조율된 달리기 실력과 이를 뒷받침 하는 상품성. 알티마는 분명 진화했다. 게다가 다양한 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트림을 확장하고 2천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정책으로 시장 경쟁력까지 갖췄다. 이유 있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공격적인 행보이며, 진정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을 위협할 '물건'이 나온 격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수입차 시장만이 아닌 국산차 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곧 중형 세단을 구입할 소비자라면 꼭 시승을 권해보는 바다. 실용적인 소비에 걸맞은 모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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