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8 하이브리드 "편견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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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하이브리드카를 논할 때, 우수한 연비에 가려진 단점들이 존재했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차지하는 공간을 비롯해 무게 및 밸런스 등 퍼포먼스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카는 연비만 좋은 것일까. 최근 시장에서 제법 잘나가는 하이브리드 기아 K8을 만나봤다.
# 크고 화려한 외관
K8의 첫인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덩치'다. 전장 5015mm·전폭 1875mm·휠베이스 2895mm 등 기존 K7(전장 4995mm·전폭 1870mm·휠베이스 2855mm)보다 모든 면에서 한층 커졌다. 카운터 파트너인 현대차 그랜저보다도 크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웅장함을 강조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차체 바디 컬러와 '깔맞춤'을 한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헤드램프나 주간 주행등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이목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호랑이 코 형상에서 뻗어나온 보닛의 캐릭터라인은 역동성을 더한다.
측면부에서는 루프 라인이 눈길을 끈다. A필러부터 B필러까지 라인만 보면 분명 정통 세단의 느낌인데, C필러에서 트렁크까지 라인은 쿠페처럼 완만하게 떨어져 나간다. 트렁크 라인과의 일체감이 높아 패스트백 세단을 연상케 한다.
후면부는 화려한 전면부와 대비되는 깔끔한 인상이다. 대형 세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크롬 장식마저도 찾기 어렵다. 좌·우로 길게 뻗은 두께감을 강조한 테일램프만이 대형 세단이라는 점을 가늠할 수 있다.
실내는 과하지 않은 고급감과 최첨단 기능이 조화롭게 구성됐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1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앞좌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 에르고 모션 시트 등이 적용됐고, 국산차 최초로 적용된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로 꼽힌다.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만큼 광활한 2열 공간도 만족도를 높인다.
여기에 차로 변경 기능이 포함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등 최신 운전자 주행 보조 기술이 망라됐다.
# 이젠 하이브리드도 퍼포먼스를 논할 때!
K8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80마력의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44.2kW급 전기모터, 그리고 6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30마력, 최대토크 35.7kg.m을 발휘하며, 복합연비 17.1km/L(18인치 휠)를 달성했다. 전작인 K7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출력은 19마력, 토크는 14.7kg.m씩 강해졌다.
이어 공차중량은 1650kg으로, 전작(1675kg)보다 25kg 줄었다. 모든 면에서 차량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감량치다. 덕분에 체감 성능은 더 크게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가속력이다. 터보 차저가 돌기 직전까지 순간의 공백을 전기모터가 책임진다. 저회전과 고회전을 막론하고 모든 영역에서 안정적인 출력을 뿜어낸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한 상태에서 꽤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는 맛도 일품이다.
대형 세단 본연의 편안한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특히 엔진과 전기모터 간 전환이 생각보다 더 매끄럽다. 집중하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꼼꼼하게 둘러둔 이중 접합 유리도 이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 몫을 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성능도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왠만한 요철이나 일렁이는 노면을 걸러내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시트까지 전해지는 충격도 부드럽게 걸러, 한 체급 위의 플래그십 세단을 타는 듯 한 느낌이다. 충분한 감속 없이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나들어도 예측 가능할만큼 능숙하게 반응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량을 멈춰 세우면 차체가 흔들의자처럼 앞·뒤로 끄덕거린다. 빠른 속도에서 급격히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폭은 더욱 커진다. 일정한 노즈 다이브 현상과는 별개로, 출렁이는 느낌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 K8 하이브리드, 하나도 양보하지 않은 욕심쟁이
K8 하이브리드는 효율성을 위해 성능을 타협한 과거 하이브리드카와 선을 그었다. 운전 재미를 논할 수 있을 만큼 동력 성능은 차고 넘치며, 연비도 기대 이상이다. 나긋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가속 페달에서 살짝 힘을 빼면 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비교해 신형 3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체는 강건하고 공간도 더 넓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구성도 한 수 위다. 하다 못해 2.4리터 엔진을 쓰는 그랜저보다 자동차세도 더 저렴하다.
연비는 충분하고 공간은 넘치는데 여기에 사륜구동까지 갖췄다면 상품성이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현대차그룹 최초 전륜기반 AWD 세단이란 타이틀은 V6 3.5 모델에만 국한되기에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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