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7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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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엔 특수성이 하나 있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과시를 위한 것이라는 것. ‘쏘나타 사느니 그랜저 사지’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친환경차를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현대 아이오닉은 잘 안 팔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비싸고 연비도 떨어지지만 더 크고 존재감 있는 기아 니로는 잘 팔린다. 그럼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가격은 비싸지만 크고 있어 보이면서 다양한 장비까지 갖췄고, 연비까지 좋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기아 K7 라인업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존재한다. 그랜저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각종 사양이 추가됐다. 새롭게 출시된 K7 하이브리드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일반 K7과 동일하다. 전면부의 램프와 그릴, 심지어 범퍼 디자인까지 동일하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도 가솔린 혹은 디젤처럼 거부감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엔진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굳이 업체 측에서도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을 적용시킬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듯하다.
외관 차이는 없지만 측면부에 17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휠이 장착된다. 타이어도 저항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진 제품이다. 넥센 엔페라 AU5 스마트 퓨얼(Smart Fuel)이라는 이름의 저저항 타이어이며 225mm의 너비를 갖는다. 옵션으로는 18인치 급 245mm 너비의 한국 타이어 노블 2가 있는데, 차에 어울리는 구성은 아니다.
후면에는 하이브리드 배지가 추가됐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 K7과 동일한 모습을 한다.
인테리어도 K7과 같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이 추가된 구성. 이에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솔린 모델과 차이점이라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하이브리드 전용 메뉴를 갖췄다는 것이다. 주행 모드도 에코 모드가 기본이다.
스티어링 휠에 패들도 갖춰진다. 니로 하이브리드처럼 주행 모드에 따라 에너지 회생 정도나 기어 단수를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K7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인 변속기 단수 조작만 지원했다. 니로 하이브리드와 같은 패들 조작 방식을 현대, 기아, 제네시스 등에 적용하면 국산 하이브리드만의 대표적인 차별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소소한데 집중하는 현대차그룹이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박음질 장식을 비롯해 고급 소재도 폭넓게 썼다. 물론 일부 버튼이나 패널은 저렴한 플라스틱 느낌이 난다. 눈으로 봤을 때 고급스럽지만 실제 만져보면 꽤나 저렴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적어도 디테일만 놓고 보면 미국 생산차와 격이 다른 완성도를 갖는다.
앞좌석에는 통풍과 열선, 메모리, 조수석 워크인 디바이스 기능도 있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고 센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갖춰진다. 측면과 후면에 선셰이드도 있다. 물론 최상급 트림이니 이러한 기능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근 K3부터 시작해 K5, K7까지 뒷좌석 시트 폴딩 기능을 빼고 있다는 것. 렉서스 ES처럼 차체 강성 향상을 위해 뒷좌석과 트렁크 통로를 별도로 보강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대부분 소비자들이 시트 폴딩 기능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있는데 쓰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쓰는 것은 다르다. 이제 스키 스루가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트렁크 하단에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있다. 토요타가 뒷좌석 시트 하단에 배터리를 배치한다면 현대 기아차는 트렁크 쪽을 활용한다. 트렁크 공간이 소폭 줄지만 큰 차이 나지 않도록 잘 설계했다.
테스트 모델에는 12개의 스피커를 갖춘 크렐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옵션가 69만원으로 가격은 좋다. 하지만 최상급 트림인 시그니처에서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4100만원이 넘는 트림을 선택해야 이 스피커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음질이 매우 뛰어나지도 않은 것을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 싶다. 원가는 10만원을 넘기려나?
시동을 걸어 주행 준비를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냉간시나 배터리 충전할 때 정도만 엔진이 가동한다.
다른 하이브리드 시승기에서 수차례 언급했기에 정숙성 부분의 특징은 독자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하이브리드 엔진은 일반 자동차의 것보다 높은 회전수를 쓴다. 이것이 소음을 키우는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엔진 회전수를 확인해보니 약 1300rpm 수준이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K7 하이브리드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같은 구성이다.
엔진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약 44.0dBA을 기록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45.5dBA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조금 더 조용해진 것이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44.5dBA.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정숙성 개선 부분을 강조했는데, 효과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귀로 들으면 꽤 시끄럽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했을 때 정숙성도 미미하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좋았다. K7 하이브리드는 57.5dBA,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58.0dBA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참고로 두 차량 모두 동일한 타이어를 사용한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정숙성이 얼마나 개선됐을지 기대된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환경은 전기모터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시속 10km 근처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속도를 높여나가지만 이후부터는 엔진 시동이 걸린다.
시속 10km까지 속도가 올랐으면 가속 페달을 땠다가 다시 살짝 밟아주면 계속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 EV 모드로 시내 주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운전하면 뒤 차 운전자가 화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무조건 현대 기아차의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중저속 영역에서 전기모터의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 말을 달리하면 엔진이 주도적으로 바퀴를 굴려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지역에서는 제한적인 연비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또, 구조적으로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리는 상황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
반면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금 더 간소화 시키고 전압 사용 구조를 바꾸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또 물리적인 변속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속으로 주행하거나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병렬식 하이브리드가 이점이 크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이해하면 본인에게 더 잘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는 연비도 좋지만 힘도 좋다는 것이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바퀴를 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7 하이브리드의 가속성능은 어떨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결과 8.65초를 기록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의 기록은 8.94초. 테스트 모델의 컨디션이 좋거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동력 효율이 개선됐을 것이다. 우리 팀이 얼마 전 테스트했던 K5 하이브리드의 8.89초보다 빠른 기록이다. 기아차가 경쟁 모델로 꼽았던 렉서스 ES300h는 8.24초의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국산차의 강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포함해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방지 및 차로 유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운전자 주의, 오토 하이빔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능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과속카메라 단속 시점 이전에 알아서 속도를 줄여준다. 내비게이션 정보와 속도를 연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계기판에서 좌우 사각지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창문을 열고 있었다면 터널로 진입하기 전에 알아서 창문이나 선루프도 닫아준다.
확실히 수입차에는 없는 소소한 기능들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러한 기술들을 경험한다면 ‘이야~ 수입차 살 필요 없네’ 이런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국산 브랜드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 즉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자잘한 기능이지만 소비자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기능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 보다 우리 시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가는 것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그렇다면 멈출 때는 어떨까?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최단 거리는 39.49m다. 테스트가 반복되자 최대 41m대로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평균 제동거리는 40.67m. 제동거리 자체만 본다면 일반 승용차로는 무난하다. 하지만 동급 경쟁 하이브리드 세단들이 38~39m 대를 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아쉬운 부분은 감각적인 면에 있다. 아무래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제동에너지를 회생하는 구간과 실제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사이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페달에서도 답력 변화가 크지 않고 그저 고무공을 밟는 느낌이다.
제동거리를 늘리게 만든 또 하나의 원인은 타이어다. 노면 구름 저항을 적게 만들어 연비를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접지 성능 자체에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다고 하기에는 다소 위험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연비도 좋지만 안전을 위해 제조사 측에서도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내주는 타이어를 장착해주길 희망한다.
와인딩 로드로 들어선다. 에코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량이 민감하게 움찔거린다. 기름도 전기도 아낌없이 성능을 위해 사용하는 성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속감 자체는 시원하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면서 코너에 접어드는 상황 자체가 불안하다. 타이어의 접지 한계가 많이 낮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얼음판에서 주행하는 느낌이다. K7 하이브리드는 꽤나 조용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졌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넉넉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운전자도 모르는 사이에 빠른 속도로 주행할 수도 있다.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 제동 시스템을 비롯해 최첨단 사고 예방 장치가 있다고 해도 잘 멈추지 못한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가격을 보자. 우리 팀이 만난 모델은 46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표를 갖고 있었다. 잠시 표를 보자.
K7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 4158만원
+ 퀼팅 나파 가죽 시트 + 스웨이드 내장재 + 웜그레이 인테리어 : 69만원
+ KRELL 프리미엄 사운드 (12스피커, 외장앰프) : 69만원
+ HUD팩 : 123만원
+ 드라이브 와이즈 : 59만원
+ 모니터링팩 : 113만원
합계 : 4591만원
2종 저공해차 세제 혜택을 받아도 4500만원에 가까워지는 가격이다. 연비가 좋다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연료비 절감을 위한 차량이긴 하나, 2.5 모델을 구입해서 나머지 차액을 연료비로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현대차그룹의 시장 장악력이 더 커진 상황. 경쟁사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다시금 고가격 정책으로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으로 여론까지 장악했다. 소비자들 스스로 이상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특히나 기아차의 일부 모델은 고가격 정책의 끝을 보여준다. 모하비나 셀토스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기아차처럼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 주길 희망한다.
친환경차를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현대 아이오닉은 잘 안 팔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비싸고 연비도 떨어지지만 더 크고 존재감 있는 기아 니로는 잘 팔린다. 그럼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가격은 비싸지만 크고 있어 보이면서 다양한 장비까지 갖췄고, 연비까지 좋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기아 K7 라인업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존재한다. 그랜저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각종 사양이 추가됐다. 새롭게 출시된 K7 하이브리드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일반 K7과 동일하다. 전면부의 램프와 그릴, 심지어 범퍼 디자인까지 동일하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도 가솔린 혹은 디젤처럼 거부감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엔진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굳이 업체 측에서도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을 적용시킬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듯하다.
외관 차이는 없지만 측면부에 17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휠이 장착된다. 타이어도 저항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진 제품이다. 넥센 엔페라 AU5 스마트 퓨얼(Smart Fuel)이라는 이름의 저저항 타이어이며 225mm의 너비를 갖는다. 옵션으로는 18인치 급 245mm 너비의 한국 타이어 노블 2가 있는데, 차에 어울리는 구성은 아니다.
후면에는 하이브리드 배지가 추가됐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 K7과 동일한 모습을 한다.
인테리어도 K7과 같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이 추가된 구성. 이에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솔린 모델과 차이점이라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하이브리드 전용 메뉴를 갖췄다는 것이다. 주행 모드도 에코 모드가 기본이다.
스티어링 휠에 패들도 갖춰진다. 니로 하이브리드처럼 주행 모드에 따라 에너지 회생 정도나 기어 단수를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K7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인 변속기 단수 조작만 지원했다. 니로 하이브리드와 같은 패들 조작 방식을 현대, 기아, 제네시스 등에 적용하면 국산 하이브리드만의 대표적인 차별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소소한데 집중하는 현대차그룹이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박음질 장식을 비롯해 고급 소재도 폭넓게 썼다. 물론 일부 버튼이나 패널은 저렴한 플라스틱 느낌이 난다. 눈으로 봤을 때 고급스럽지만 실제 만져보면 꽤나 저렴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적어도 디테일만 놓고 보면 미국 생산차와 격이 다른 완성도를 갖는다.
앞좌석에는 통풍과 열선, 메모리, 조수석 워크인 디바이스 기능도 있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고 센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갖춰진다. 측면과 후면에 선셰이드도 있다. 물론 최상급 트림이니 이러한 기능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근 K3부터 시작해 K5, K7까지 뒷좌석 시트 폴딩 기능을 빼고 있다는 것. 렉서스 ES처럼 차체 강성 향상을 위해 뒷좌석과 트렁크 통로를 별도로 보강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대부분 소비자들이 시트 폴딩 기능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있는데 쓰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쓰는 것은 다르다. 이제 스키 스루가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트렁크 하단에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있다. 토요타가 뒷좌석 시트 하단에 배터리를 배치한다면 현대 기아차는 트렁크 쪽을 활용한다. 트렁크 공간이 소폭 줄지만 큰 차이 나지 않도록 잘 설계했다.
테스트 모델에는 12개의 스피커를 갖춘 크렐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옵션가 69만원으로 가격은 좋다. 하지만 최상급 트림인 시그니처에서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4100만원이 넘는 트림을 선택해야 이 스피커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음질이 매우 뛰어나지도 않은 것을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 싶다. 원가는 10만원을 넘기려나?
시동을 걸어 주행 준비를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냉간시나 배터리 충전할 때 정도만 엔진이 가동한다.
다른 하이브리드 시승기에서 수차례 언급했기에 정숙성 부분의 특징은 독자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하이브리드 엔진은 일반 자동차의 것보다 높은 회전수를 쓴다. 이것이 소음을 키우는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엔진 회전수를 확인해보니 약 1300rpm 수준이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K7 하이브리드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같은 구성이다.
엔진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약 44.0dBA을 기록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45.5dBA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조금 더 조용해진 것이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44.5dBA.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정숙성 개선 부분을 강조했는데, 효과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귀로 들으면 꽤 시끄럽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했을 때 정숙성도 미미하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좋았다. K7 하이브리드는 57.5dBA,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58.0dBA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참고로 두 차량 모두 동일한 타이어를 사용한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정숙성이 얼마나 개선됐을지 기대된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환경은 전기모터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시속 10km 근처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속도를 높여나가지만 이후부터는 엔진 시동이 걸린다.
시속 10km까지 속도가 올랐으면 가속 페달을 땠다가 다시 살짝 밟아주면 계속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 EV 모드로 시내 주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운전하면 뒤 차 운전자가 화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무조건 현대 기아차의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중저속 영역에서 전기모터의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 말을 달리하면 엔진이 주도적으로 바퀴를 굴려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지역에서는 제한적인 연비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또, 구조적으로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리는 상황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
반면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금 더 간소화 시키고 전압 사용 구조를 바꾸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또 물리적인 변속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속으로 주행하거나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병렬식 하이브리드가 이점이 크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이해하면 본인에게 더 잘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는 연비도 좋지만 힘도 좋다는 것이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바퀴를 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7 하이브리드의 가속성능은 어떨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결과 8.65초를 기록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의 기록은 8.94초. 테스트 모델의 컨디션이 좋거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동력 효율이 개선됐을 것이다. 우리 팀이 얼마 전 테스트했던 K5 하이브리드의 8.89초보다 빠른 기록이다. 기아차가 경쟁 모델로 꼽았던 렉서스 ES300h는 8.24초의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국산차의 강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포함해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방지 및 차로 유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운전자 주의, 오토 하이빔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능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과속카메라 단속 시점 이전에 알아서 속도를 줄여준다. 내비게이션 정보와 속도를 연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계기판에서 좌우 사각지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창문을 열고 있었다면 터널로 진입하기 전에 알아서 창문이나 선루프도 닫아준다.
확실히 수입차에는 없는 소소한 기능들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러한 기술들을 경험한다면 ‘이야~ 수입차 살 필요 없네’ 이런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국산 브랜드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 즉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자잘한 기능이지만 소비자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기능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 보다 우리 시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가는 것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그렇다면 멈출 때는 어떨까?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최단 거리는 39.49m다. 테스트가 반복되자 최대 41m대로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평균 제동거리는 40.67m. 제동거리 자체만 본다면 일반 승용차로는 무난하다. 하지만 동급 경쟁 하이브리드 세단들이 38~39m 대를 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아쉬운 부분은 감각적인 면에 있다. 아무래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제동에너지를 회생하는 구간과 실제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사이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페달에서도 답력 변화가 크지 않고 그저 고무공을 밟는 느낌이다.
제동거리를 늘리게 만든 또 하나의 원인은 타이어다. 노면 구름 저항을 적게 만들어 연비를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접지 성능 자체에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다고 하기에는 다소 위험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연비도 좋지만 안전을 위해 제조사 측에서도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내주는 타이어를 장착해주길 희망한다.
와인딩 로드로 들어선다. 에코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량이 민감하게 움찔거린다. 기름도 전기도 아낌없이 성능을 위해 사용하는 성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속감 자체는 시원하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면서 코너에 접어드는 상황 자체가 불안하다. 타이어의 접지 한계가 많이 낮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얼음판에서 주행하는 느낌이다. K7 하이브리드는 꽤나 조용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졌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넉넉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운전자도 모르는 사이에 빠른 속도로 주행할 수도 있다.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 제동 시스템을 비롯해 최첨단 사고 예방 장치가 있다고 해도 잘 멈추지 못한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가격을 보자. 우리 팀이 만난 모델은 46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표를 갖고 있었다. 잠시 표를 보자.
K7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 4158만원
+ 퀼팅 나파 가죽 시트 + 스웨이드 내장재 + 웜그레이 인테리어 : 69만원
+ KRELL 프리미엄 사운드 (12스피커, 외장앰프) : 69만원
+ HUD팩 : 123만원
+ 드라이브 와이즈 : 59만원
+ 모니터링팩 : 113만원
합계 : 4591만원
2종 저공해차 세제 혜택을 받아도 4500만원에 가까워지는 가격이다. 연비가 좋다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연료비 절감을 위한 차량이긴 하나, 2.5 모델을 구입해서 나머지 차액을 연료비로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현대차그룹의 시장 장악력이 더 커진 상황. 경쟁사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다시금 고가격 정책으로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으로 여론까지 장악했다. 소비자들 스스로 이상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특히나 기아차의 일부 모델은 고가격 정책의 끝을 보여준다. 모하비나 셀토스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기아차처럼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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