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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K3 쿱 T-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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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쿠페의 역사는 현대 스쿠프에서 시작됐다. 이후 티뷰론과 투스카니로 진화했다. 모두 전륜구동 모델들이다. 하지만 후륜구동에 대한 마니아들의 외침이 있었고 현대차는 제네시스 쿠페를 통해 후륜구동 쿠페 시장에 발을 들였다. 물론 가격도 많이 올랐다. 성능을 즐길 대안으로 현대 벨로스터가 있지만 완성도가 부족했다.

어떻게 보면 현대 투스카니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기아차였다. 포르테 쿱을 시작으로 현재의 K3 쿱에 이르면서 전륜구동 쿠페의 명맥을 유지 왔기 때문이다. 20대 젊은 소비자들의 접근성 역시도 좋은 편이다.

물론 티뷰론(J2 Coupe)이 아반떼(J2)의 쿠페형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3년 출시된 아반떼 쿠페가 뒤를 잇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장서 인기가 없어 이미 단종된 상황이다.

2013년 뉴욕 오토쇼를 통해 공개됐던 K3 쿠페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국산 쿠페로써 상당히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을 갖췄기 때문이다. 세단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부분은 전면부의 헤드램프 정도다. 공기 흡입구는 한층 크게 확장됐으며 범퍼 양 측면의 원형 안개등을 위치시켜 스포티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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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부에서는 기존 포르테 쿱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특히 각지고 두꺼운 C-필러가 그렇다. 아반떼 쿠페가 4도어인지 2도어인지 구별되지 않는 모습이었다면 K3 쿱은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또한 디자인 완성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앞서 언급된 것처럼 아반떼 쿠페는 출시 이후 2년을 못 버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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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에는 K3 세단 대비 넓은 면적의 리어램프가 박혀 있다. 범퍼 하단에는 거대한 디퓨저 디자인이 적용됐고 대담한 크기의 듀얼 머플러를 통해 스포티한 모습도 강조한다. 별도의 드레스업 튜닝 없이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스포티하고 강인한 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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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세단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도어가 2개로 축소된 만큼 뒷좌석 출입이 용이하도록 앞좌석에 폴딩 슬라이딩 기능을 추가한 정도다. 시트도 세단과 다르다. 아무래도 측면 지지 기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카본 모양을 흉내 낸 플라스틱 패널과 알루미늄 페달 등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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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임을 생각하면 뒷좌석은 넓다. 타고 내리는 것이 불편할 뿐이지 공간 자체는 세단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레그룸과 헤드룸도 충분하기 때문에 다인 승차 환경에서도 별 문제는 없다. 물론 승하차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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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세단보다 스포티한 K3쿱이다. 그렇다면 세단 대비 차별화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더욱이 204마력을 발휘하는 T-GDI 모델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커진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아이들링 때의 정숙성은 세단과 유사한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조용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이다. 진동도 거의 없다. 아이들 소음을 측정해보니 35.5dBA로 나타냈다. K3 세단 1.6 GDI 모델이 37dBA을 나타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고 평할 수 있겠다. 조금 더 박력 있는 배기음을 보여줘도 좋지 않았을까? 쿠페를 타면서 정숙성이나 따질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조금 밋밋한 감이 있긴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NVH 방어 능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적어도 세계시장서도 탑클래스에 속하기 때문이다.

일상주행 환경에서도 편하다. 스포츠카와 같이 꽉 조여진 느낌보다 세단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스티어링휠의 답력도 가벼운 편이며 서스펜션도 부드럽다. 시내만 돌아다닌다면 세단과 쿠페 모델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쿠페지만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차별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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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204마력과 27.0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1.6리터 가솔린 터보다. 저속에서 부드럽게 회전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두둑한 토크를 만들며 시원스런 가속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최대 가속이 이뤄질 때 약간의 토크 스티어가 느껴지지만 이 정도면 매우 잘 억제된 수준이라 평할 수 있겠다.

가속감은 좋지만 엔진의 회전질감은 떨어진다. 6,000rpm 이상의 구간까지 힘차게 돌아가긴 하지만 4,000rpm 이상부터 엔진의 회전과 음색이 매우 거칠어진다. 고회전 영역을 오랫동안 사용했을 경우 엔진서 문제가 나올 것 같다는 상상도 만들게 한다. 물론 원메이크 레이싱에도 투입되는 엔진이기에 그리 쉽사리 문제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매끄러운 회전 질감을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성능은 충분하다. 계측장비를 활용해 측정한 결과 0-100km/h까지의 가속을 7.8초만에 끝냈다. 사실 더 빠를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론트 타이어가 문제였다. 타이어가 정상 컨디션을 냈다면 약 0.1~0.3초 내외가 줄었을 것으로 전망한다. 타이어가 아쉽긴 해도 준중형급 쿠페치고 상당한 가속성이다.

무엇보다 중저속 영역서의 추월 가속 능력이 마음에 든다.

100-0km/h 기준 제동거리는 43.1m를 기록했다. 보편적인 성능이다. 하지만 고성능 지향의 터보엔진 탑재를 생각했을 때 다소 부족한 성능이다. 하지만 제동성능을 탓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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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때도 시간 및 거리 단축이 가능했다. 하지만 K3쿱에 장착된 타이어는 K3쿱의 성능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우리팀이 테스트 차량에는 16인치 휠과 205mm급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신차 출고 때는 금호타이어의 KH25 제품이 장착되지만 타이어 마모로 인해 전륜에 넥센 클라세 프리미어 CP662(Classe Premiere CP662)라는 제품이 꼽혀 있는 상황이었다. 렌터카인 만큼 이해는 할 수 있다.

먼저 CP 시리즈는 국산 일부 모델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되고 있는 타이어 군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중립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4계절 타이어군에 속한다. 문제는 타이어의 성능이 형편 없다는 것이다. 테스트를 위해 100km/h 주행상황에서 강한 제동력을 끌어낼 때 타이어에 의한 미끄러짐이 심했다. 처음에는 노면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현장서 함께 테스트한 다른 차량은 가속 및 제동 테스트에서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넥센의 CP662 패턴 타이어는 이후 실시된 와인딩 로드 주행에서 더 큰 실망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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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성능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반복된 제동 테스트를 진행해도 꾸준하게 43m 초반이라는 기록을 유지해 냈기 때문이다. 타이어 문제만 아니면 보다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을 것이다. 이처럼 타이어는 안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항목이다. 그저 가격이 싸다고 선택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K3쿱의 브레이크 제어는 비례제어 방식이다. 기아 측은 터보 모델에 보다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했는데 적어도 불만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물론 트랙용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도로에서는 충분한 성능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엔진의 힘을 끌어내본다. 80km/h의 속도에서 가속하는 추월가속 성능도 제법이다. 160km/h 영역까지는 손쉽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고속 영역에서도 답답함 없는 가속을 이어간다.

하지만 가속성능과 별개로 주행안정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또한 스티어링 시스템의 아쉬움이 부각된다. 직선을 달릴 때 지속적인 보타를 요구한다. 현대기아차에 익숙한 경우라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일단 이부분을 인지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경쟁사의 경차도 유사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보이지 않는다. 셋업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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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코스를 와인딩 로드로 옮겼다. K3 세단보다 좋은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는 단 1개의 코너를 돌며 무너져 버렸다. 앞서 언급했던 타이어가 문제다.

가속을 전개한 뒤 코너진입을 위해 속도를 줄인다. 원하는 영역에 서지 못하며 그대로 미끄러져 나간다. 캘리퍼는 이미 할 일을 다했다. 그저 타이어가 멈춰주길 바랄 뿐이다. 오버스피드로 코너를 돌입했지만 다행히 사고는 피했다. 이후부터는 타이어의 그립 한계에 맞춰 주행을 해야만 했다.

제동거리에 여유를 둔다. 속도에 따라 5~10m 정도 혹은 그 이상 여유를 줘야 했다. 차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안하다.

코너에 진입한다. 스티어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한다. 타이어 성능에 따른 위태로운 언더스티어라고 표현하고 싶다. 리어에 장착된 금호 KH25 패턴 타이어가 고성능 타이어로 느껴진다.

소비자들에게 얌전한 주행을 권하는 넥센타이어의 배려일까? 하지만 4계절 타이어라도 최소한의 성능이라는 것이 있다. 소비자들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거나 급선회를 한다면 어떨까?

타이어에 대한 요소를 감안한 뒤 밸런스를 보기로 했다. 서스펜션 설정이 좋은 모습이다. 일상주행 상황에서 적당히 부드러운 느낌을 보였는데 코너에서 차체를 지지하는 능력은 충분했다. 반복된 코너에서도 출렁임 없이 간결하게 자세를 바로잡는다. 최근 느껴지는 기아차의 서스펜션 셋팅은 현대차를 앞서는 듯하다. SUV와 같은 모델서는 부드러움을 추구하기도 하는데, 차량 성격에 따른 튜닝을 조금 더 잘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핸들링은 아쉽다. 우선 스티어링 휠이 만드는 억지스런 피드백이 이질감을 키운다. 연속 코너에서 빠른 조작을 할 때 미세한 유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시스템의 한계라 생각한다.

스티어링쪽은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른 차체의 반응이 조금 더디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승용세단이라면 문제 없지만 쿠페, 여기에 전용 서스펜션까지 장착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조금의 아쉬운 부분이다. 조금 더 예리한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가 스포츠카 수준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주행 연비는 100~110km/h로 주행 기준 약 17.5km/L 수준을 보였다. 80km/h로 주행하는 환경서는 약 20.5km/L 내외를 나타냈다. 공인 복합연비가 11.5km/L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좋은 수치다. 향후에는 아이들 스톱까지 추가시켜 시내주행 연비를 개선한다면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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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쿱 T-GDI 모델에 대한 우리팀의 점수는 높았다. 2천만원 초반의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성능에 대한 메리트가 컸기 때문이다. 사실 경쟁모델도 없다. 아반떼 쿠페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제네시스 쿠페는 너무 비싸다. 순수 스티어링휠을 중심으로 하는 운전재미에서는 아베오 RS가 앞서지만 가속력이라는 요소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회전도 좋지만 가속 때의 즐거움 역시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히려 대중에게는 코너링의 즐거움보다 가속의 즐거움이 더 쉽게 어필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타이어와 스티어링 시스템 정도였다. 물론 타이어는 우리가 탔던 차량만의 문제다. 기본 타이어인 KH25는 무난한 성능을 낸다. 또한 타이어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소모성 부속이다. 반면 스티어링 시스템은 갈 길이 멀다. 물론 이 문제는 K3쿱만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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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기아차는 많은 노력을 곁들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 노력은 그간 얼어붙었던 카마니아들의 마음을 녹여가고 있다. 이제 MDPS라 불리는 스티어링 시스템 하나만 남은 것 같은데 이 부분의 개선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쨌든 K3쿱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델이다. 분명 매력적이다. 덕분에 후속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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