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쏘렌토 2.2D 4WD(6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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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렌토는 그저 무난했다. 특별히 눈에 띄게 좋은 부분도 없었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나쁘지도 않았다. 누군가 쏘렌토를 구입한다면? 강추는 아니어도 추천할 수 있었다. 무난함이라는 큰 무기, 그것이 쏘렌토의 경쟁력이니까.
그런 쏘렌토가 4세대로 바뀌면서 ‘핫’ 한 자동차가 됐다. 2020년 6월에는 1만 대 이상 팔렸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였을까?
디자인은 호평받는다. 특히 현대 싼타페의 페이스리프트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신형 K5부터 시작한 디자인 특징이 쏘렌토에도 그대로 반영됐는데, 꽤 멋지다. 짐 차 같은 느낌을 줬던 측면 실루엣도 윈도우 프레임과 루프라인을 다듬으며 멋스럽게 꾸며졌다. 전륜 펜더, 로커패널, C-필러 부근에 각종 장식도 더했다.
각진 형태의 후면부, 기존 가로형 리어램프는 세로형이 됐다. 리어 와이퍼를 루프 스포일러 안쪽에 숨겨 조금 더 깔끔한 이미지도 전한다. 외관에 다양한 라인과 주름을 더해 화려하게 꾸민 것이 좋긴 한데 금방 질리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크기는 기존 모델과 비슷하지만 휠베이스가 조금 길어졌다. 길이와 너비도 각각 10mm씩 늘었다. 키도 10mm 커지고, 휠베이스도 35mm 확장됐다.
실내도 개성이 강하다.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진 디스플레이 구성, 센터페시아의 위아래로 나뉜 송풍구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하단에는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텔루라이드의 통풍 열선 스위치 디자인이 적용됐다. 기아 쏘울을 통해 봤었던 플라스틱 패널에서 나오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독특한 이미지를 전한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느낌인데, 확실히 엄마 차보다 아빠 차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테스트 모델은 3열까지 갖춘 6인승이다. 앞좌석은 통풍 열선과 쿠션 익스텐션, 워크인 디바이스에 USB까지 있다. 이제 마사지 기능만 있다면 시트계의 풀옵션이 될 것 같다.
2열 독립 시트는 공간도 넓고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도 된다. 버튼 조작만으로 3열도 쉽게 드나든다. 중앙 송풍구 하단에는 시가잭, USB, 220V 소켓 등 다양한 전원을 준비했다. 요즘 차박이 인기인데 도움이 되겠다.
3열 구성도 좋다. 머리 공간은 살짝 아쉽지만 무릎 공간이 넓다. 2열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어도 공간이 남았다. 3열 공조장치, USB 포트, 컵홀더, 후석 대화와 후석 취침모드까지 다양한 기능도 갖췄다.
각종 기능, 안전 장비들도 많다. 현대 쏘나타에 있던 원격 주차 기능이나 무선 충전,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아드 오토, 기아 페이, 서라운드 뷰, 크렐 사운드 시스템 등도 있다. 안전장비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를 포함해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 등을 지원한다.
새롭게 다중 충돌 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2차 사고를 방지해 주는 기술이다. 물론 이 기술을 경험하지 말아야 한다.
단점도 있다. 요즘 점차 현대 기아차들의 조립 마감 품질이 좋지 않다. 벌어지고 중심선이 맞지 않는 등 단차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닫을 때 마치 녹슨 것 같은 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앞선 기술을 재빨리 따라가는 것이 현대 기아차의 특기. 이제는 테슬라의 조립 품질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현대차는 초기 품질에 강한 회사다. 근데 최근 만난 제네시스 G80, GV80, 쏘렌토 등 대표 모델 조립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매월 지급되는 급여를 받으며 차를 조립하는 분들에게 체감되진 않는 얘기지만 지금 현대기아차그룹에게 중요한 것은 내수 시장이다. 내수 시장에서 작은 부분으로 인심을 잃으면 안 된다.
주행에 나선다. 테스트 모델은 2.2리터 배기량의 디젤 모델. 시동을 걸면 일반적인 디젤 사운드가 울린다. 매우 조용하지도 그렇다고 시끄럽지도 않은 수준이다. 아이들 정숙성은 40.0dBA. 80km/h 주행 때는 59.5dBA를 보인다.
자동차에 큰 관심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신형 쏘렌토를 운전하면 부드럽게 잘 움직인다고 말할 것이다. 이 차에는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되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큰 불편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듀얼 클러치를 달았지만, 부드럽다는 얘기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충격도 거의 없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지 않는다면 변속 속도도 느긋하다. 듀얼 클러치지만 토크컨버터의 느낌에 가깝게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 충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진 후진을 빠르게 조작하거나 정차 후 급가속 하는 상황에서는 이따금 충격이 발생된다. 오르막길에서 완전히 멈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으로 가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서는 동력이 전달됐다 끊겼다를 반복하며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승차감도 변했다. 기존 모델은 푹신한, 달리 표현하면 물렁거리는 승차감을 가졌다. 이번에는 그보다 잘 정돈된 모습이다. 기존 대비 단단하지만 쉽게 단정하긴 어렵다. 노면에서 발생한 충격을 버티려 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 흘린다. 이후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이나 흔들림도 제법 잘 막아준다. 댐퍼 쪽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다 깔끔해진 승차감으로 돌아온 쏘렌토
2.2리터 디젤엔진은 차를 이끌기 충분한 힘을 가졌다. 생각보다 무게감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가는 느낌도 좋다. 엔진에 스마트스트림 D2.2리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지만 202마력과 45.0kgf.m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같다. 최고출력(3800rpm)과 최대토크(1750~2750rpm) 생성 범위도 그렇다.
테스트 모델(2.2 디젤+4WD)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27kg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같은 2.2리터 디젤 엔진에 4륜 시스템이 탑재된 기존 쏘렌토의 무게는 1993kg였다. 66kg의 무게를 덜어낸 것이다. 새로운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의 조합, 여기에 다이어트까지 성공한 쏘렌토의 성능이 기대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8.92초다. 기존 모델이 10.06초였으니 1초 이상 단축된 결과다. 단순히 초반 가속 성능만 향상된 것이 아니다. 속도도 금방 지치지 않고 끈기 있게 잘 올린다.
고속도로에 올라 여러 ADAS 기능을 확인해본다. 이제는 특별히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차간 거리를 알아서 잘 맞췄고, 차로 중앙도 잘 유지했다. HAD 기능이 활성화되면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운전자의 운전 피로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지나기 전에 스스로 속도를 줄여주거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면 경사로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해주는 기능도 만족스럽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고속도로에서 직진을 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지속적인 보정 작업을 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했는데 이제는 기계가 스스로 해 주다니… 기술의 발전! 자율 주행? NO! ‘자율 보타주행’이라 부르면 되겠다.
주행 환경을 와인딩 로드로 옮긴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잘 정돈된 감각을 전하는 섀시의 완성도에 기대감이 커진다.
큰 덩치감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앞바퀴는 나름대로 빨리 움직이는데, 뒷바퀴가 살짝 늦게 따라온다. 단점 지적은 아니다. 큰 차의 특징이니까.
이제 현대 기아차도 서스펜션 개발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단순히 딱딱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다. 쫀득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물론 프리미엄 SUV의 것과는 격차가 있지만 대중 브랜드의 차에선 충분히 좋다. 여유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다. SUV이기에 빨리 코너를 돌면 뒤집어지지 않을까 싶은 차들도 있는데, 그런 느낌도 없다.
다만 SUV는 전복 사고에 취약하기 때문에 주행 안전장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주행을 하면 ABS가 다소 빨리 개입을 하며, 이따금 신경질적으로 제어할 때도 있다. 가족이 타는 자동차니 안전을 위해 보수적인 설정을 하는 것은 좋지만 조금은 더 세련되게 다듬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까지 세밀하게 다듬기엔 영업부서의 압박에 못 이겨 조기 마무리를 한 것 같다고 할까?
8단 변속기는 달리는 환경에서도 부드러운 감각을 만든다. 계기판에서는 포르쉐 PDK 뺨칠 정도로 빠르게 변속되는 것처럼 보여주지만 실제 내부 반응 속도는 여유롭다. 그래도 기어 단수를 내릴 때 확실히 빠르다.
한 가지 특징적인 부분은 계기판에서 변속기 오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빠졌다는 것. 이제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내구 한계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일까? 검증 단계에 들어서 있긴 한데, 최소한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 자체는 무난하다. 다만 주행과 관련된 정보들이 운전자에게 조금 흐릿하게 전달된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의 한계 중 하나지만 현대 기아차의 것은 확실히 조금 모자란다.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묵직함 정도가 바뀐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겁다. 이 상태에서 와인딩 로드를 운전하면 자연적으로 팔 운동이 된다. 과연 과장일까?
묵직한 것보다 아쉬운 부분은 스티어링 휠을 돌린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힘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데 있다. 필요 이상의 반발력은 스티어링을 반대 방향까지 가게 만든다. 에코 모드나 일반 모드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나오지 않은 만큼 얼라이팅 토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도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이러한 반발력은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제동 성능도 테스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7.98m. 테스트를 반복하면 최대 38.63m로 제동거리가 증가했고, 평균 38.24m를 기록했다. 그동안 브레이크 길들이기조차 되어있지 않은 모델을 테스트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되어있는 테스트카를 만나서 좋았다. 결론적으로 쏘렌토의 브레이크 성능은 최상은 아니어도 좋은 수준이었다. 요즘 기아차들 브레이크 믿음직스럽다.
테스트 모델은 20인치 휠에 콘티넨탈 크로스컨택 LX 스포트 타이어를 쓴다. 타이어 너비는 255mm. ‘스포트’라는 이름에서 접지 성능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일반적인 4계절 타이어 범위는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괜히 비싸기만 한 수입 타이어를 장착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20인치라는 큰 휠에 말이다. 때문에 우리 팀은 18인치 정도의 휠, 그리고 좋은 성능을 만들어주는 국산 타이어 조합을 추천한다. 멋보다 내 가족의 탑승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자동차다.
연비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에코 모드로 설정한 후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만 잘하면 19~20km/L 대를 볼 수도 있다. 연료 게이지도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 가솔린 터보 엔진과 달리 가속페달을 많이 밟는다고 연비가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은 디젤만의 장점 중 하나다. 여러 가지로 체감 연비가 좋게 잘 조율됐다.
쏘렌토 시승을 마친 후 우리 팀의 결론은 현재 중형 SUV 중 가장 경쟁력이 높으며,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차로 매듭 지어졌다. 존재감 있는 디자인, 각종 편의 안전장비, 넓은 공간에 승차감도 좋고 나름 잘 달린다. 연비도 합격점. 현대 싼타페는 이제 신형이 나왔으니 테스트가 필요하며, 르노삼성 QM6는 이제는 좀 작게 느껴진다. 실제로 싼타페와 쏘렌토 모두 중대형급으로 한 체급 높이기도 했다.
가격만 잘 맞추면 된다. 우리 팀의 테스트 모델 가격은 4715만 원. 기자들에게 잘 보이는 용도이니 가장 비싼 트림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고 왔다. 팰리세이드와 가격이 비슷해진 것. 대형급과 맞먹는 가격을 가졌 다는 사실이 놀랍다. 당연히 풀옵션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중 브랜드의 중형급 SUV 구입에 5천만 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할 소비자도 많지 않겠지만.
기본형 다음 단계인 프레스티지 트림만 선택해도 통풍 시트, 하이패스, 오토 에어컨, 공기 청정 시스템,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등 각종 편의 장비들이 담긴다. 여기에 ADAS 옵션인 드라이브 와이즈만 추가해도 만족할 구성으로 쏘렌토를 즐길 수 있다. 이때 가격은 3396만 원이다.
그런 쏘렌토가 4세대로 바뀌면서 ‘핫’ 한 자동차가 됐다. 2020년 6월에는 1만 대 이상 팔렸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였을까?
디자인은 호평받는다. 특히 현대 싼타페의 페이스리프트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신형 K5부터 시작한 디자인 특징이 쏘렌토에도 그대로 반영됐는데, 꽤 멋지다. 짐 차 같은 느낌을 줬던 측면 실루엣도 윈도우 프레임과 루프라인을 다듬으며 멋스럽게 꾸며졌다. 전륜 펜더, 로커패널, C-필러 부근에 각종 장식도 더했다.
각진 형태의 후면부, 기존 가로형 리어램프는 세로형이 됐다. 리어 와이퍼를 루프 스포일러 안쪽에 숨겨 조금 더 깔끔한 이미지도 전한다. 외관에 다양한 라인과 주름을 더해 화려하게 꾸민 것이 좋긴 한데 금방 질리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크기는 기존 모델과 비슷하지만 휠베이스가 조금 길어졌다. 길이와 너비도 각각 10mm씩 늘었다. 키도 10mm 커지고, 휠베이스도 35mm 확장됐다.
실내도 개성이 강하다.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진 디스플레이 구성, 센터페시아의 위아래로 나뉜 송풍구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하단에는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텔루라이드의 통풍 열선 스위치 디자인이 적용됐다. 기아 쏘울을 통해 봤었던 플라스틱 패널에서 나오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독특한 이미지를 전한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느낌인데, 확실히 엄마 차보다 아빠 차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테스트 모델은 3열까지 갖춘 6인승이다. 앞좌석은 통풍 열선과 쿠션 익스텐션, 워크인 디바이스에 USB까지 있다. 이제 마사지 기능만 있다면 시트계의 풀옵션이 될 것 같다.
2열 독립 시트는 공간도 넓고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도 된다. 버튼 조작만으로 3열도 쉽게 드나든다. 중앙 송풍구 하단에는 시가잭, USB, 220V 소켓 등 다양한 전원을 준비했다. 요즘 차박이 인기인데 도움이 되겠다.
3열 구성도 좋다. 머리 공간은 살짝 아쉽지만 무릎 공간이 넓다. 2열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어도 공간이 남았다. 3열 공조장치, USB 포트, 컵홀더, 후석 대화와 후석 취침모드까지 다양한 기능도 갖췄다.
각종 기능, 안전 장비들도 많다. 현대 쏘나타에 있던 원격 주차 기능이나 무선 충전,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아드 오토, 기아 페이, 서라운드 뷰, 크렐 사운드 시스템 등도 있다. 안전장비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를 포함해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 등을 지원한다.
새롭게 다중 충돌 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2차 사고를 방지해 주는 기술이다. 물론 이 기술을 경험하지 말아야 한다.
단점도 있다. 요즘 점차 현대 기아차들의 조립 마감 품질이 좋지 않다. 벌어지고 중심선이 맞지 않는 등 단차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닫을 때 마치 녹슨 것 같은 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앞선 기술을 재빨리 따라가는 것이 현대 기아차의 특기. 이제는 테슬라의 조립 품질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현대차는 초기 품질에 강한 회사다. 근데 최근 만난 제네시스 G80, GV80, 쏘렌토 등 대표 모델 조립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매월 지급되는 급여를 받으며 차를 조립하는 분들에게 체감되진 않는 얘기지만 지금 현대기아차그룹에게 중요한 것은 내수 시장이다. 내수 시장에서 작은 부분으로 인심을 잃으면 안 된다.
주행에 나선다. 테스트 모델은 2.2리터 배기량의 디젤 모델. 시동을 걸면 일반적인 디젤 사운드가 울린다. 매우 조용하지도 그렇다고 시끄럽지도 않은 수준이다. 아이들 정숙성은 40.0dBA. 80km/h 주행 때는 59.5dBA를 보인다.
자동차에 큰 관심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신형 쏘렌토를 운전하면 부드럽게 잘 움직인다고 말할 것이다. 이 차에는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되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큰 불편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듀얼 클러치를 달았지만, 부드럽다는 얘기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충격도 거의 없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지 않는다면 변속 속도도 느긋하다. 듀얼 클러치지만 토크컨버터의 느낌에 가깝게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 충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진 후진을 빠르게 조작하거나 정차 후 급가속 하는 상황에서는 이따금 충격이 발생된다. 오르막길에서 완전히 멈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으로 가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서는 동력이 전달됐다 끊겼다를 반복하며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승차감도 변했다. 기존 모델은 푹신한, 달리 표현하면 물렁거리는 승차감을 가졌다. 이번에는 그보다 잘 정돈된 모습이다. 기존 대비 단단하지만 쉽게 단정하긴 어렵다. 노면에서 발생한 충격을 버티려 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 흘린다. 이후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이나 흔들림도 제법 잘 막아준다. 댐퍼 쪽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다 깔끔해진 승차감으로 돌아온 쏘렌토
2.2리터 디젤엔진은 차를 이끌기 충분한 힘을 가졌다. 생각보다 무게감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가는 느낌도 좋다. 엔진에 스마트스트림 D2.2리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지만 202마력과 45.0kgf.m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같다. 최고출력(3800rpm)과 최대토크(1750~2750rpm) 생성 범위도 그렇다.
테스트 모델(2.2 디젤+4WD)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27kg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같은 2.2리터 디젤 엔진에 4륜 시스템이 탑재된 기존 쏘렌토의 무게는 1993kg였다. 66kg의 무게를 덜어낸 것이다. 새로운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의 조합, 여기에 다이어트까지 성공한 쏘렌토의 성능이 기대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8.92초다. 기존 모델이 10.06초였으니 1초 이상 단축된 결과다. 단순히 초반 가속 성능만 향상된 것이 아니다. 속도도 금방 지치지 않고 끈기 있게 잘 올린다.
고속도로에 올라 여러 ADAS 기능을 확인해본다. 이제는 특별히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차간 거리를 알아서 잘 맞췄고, 차로 중앙도 잘 유지했다. HAD 기능이 활성화되면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운전자의 운전 피로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지나기 전에 스스로 속도를 줄여주거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면 경사로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해주는 기능도 만족스럽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고속도로에서 직진을 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지속적인 보정 작업을 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했는데 이제는 기계가 스스로 해 주다니… 기술의 발전! 자율 주행? NO! ‘자율 보타주행’이라 부르면 되겠다.
주행 환경을 와인딩 로드로 옮긴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잘 정돈된 감각을 전하는 섀시의 완성도에 기대감이 커진다.
큰 덩치감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앞바퀴는 나름대로 빨리 움직이는데, 뒷바퀴가 살짝 늦게 따라온다. 단점 지적은 아니다. 큰 차의 특징이니까.
이제 현대 기아차도 서스펜션 개발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단순히 딱딱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다. 쫀득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물론 프리미엄 SUV의 것과는 격차가 있지만 대중 브랜드의 차에선 충분히 좋다. 여유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다. SUV이기에 빨리 코너를 돌면 뒤집어지지 않을까 싶은 차들도 있는데, 그런 느낌도 없다.
다만 SUV는 전복 사고에 취약하기 때문에 주행 안전장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주행을 하면 ABS가 다소 빨리 개입을 하며, 이따금 신경질적으로 제어할 때도 있다. 가족이 타는 자동차니 안전을 위해 보수적인 설정을 하는 것은 좋지만 조금은 더 세련되게 다듬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까지 세밀하게 다듬기엔 영업부서의 압박에 못 이겨 조기 마무리를 한 것 같다고 할까?
8단 변속기는 달리는 환경에서도 부드러운 감각을 만든다. 계기판에서는 포르쉐 PDK 뺨칠 정도로 빠르게 변속되는 것처럼 보여주지만 실제 내부 반응 속도는 여유롭다. 그래도 기어 단수를 내릴 때 확실히 빠르다.
한 가지 특징적인 부분은 계기판에서 변속기 오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빠졌다는 것. 이제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내구 한계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일까? 검증 단계에 들어서 있긴 한데, 최소한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 자체는 무난하다. 다만 주행과 관련된 정보들이 운전자에게 조금 흐릿하게 전달된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의 한계 중 하나지만 현대 기아차의 것은 확실히 조금 모자란다.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묵직함 정도가 바뀐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겁다. 이 상태에서 와인딩 로드를 운전하면 자연적으로 팔 운동이 된다. 과연 과장일까?
묵직한 것보다 아쉬운 부분은 스티어링 휠을 돌린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힘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데 있다. 필요 이상의 반발력은 스티어링을 반대 방향까지 가게 만든다. 에코 모드나 일반 모드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나오지 않은 만큼 얼라이팅 토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도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이러한 반발력은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제동 성능도 테스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7.98m. 테스트를 반복하면 최대 38.63m로 제동거리가 증가했고, 평균 38.24m를 기록했다. 그동안 브레이크 길들이기조차 되어있지 않은 모델을 테스트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되어있는 테스트카를 만나서 좋았다. 결론적으로 쏘렌토의 브레이크 성능은 최상은 아니어도 좋은 수준이었다. 요즘 기아차들 브레이크 믿음직스럽다.
테스트 모델은 20인치 휠에 콘티넨탈 크로스컨택 LX 스포트 타이어를 쓴다. 타이어 너비는 255mm. ‘스포트’라는 이름에서 접지 성능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일반적인 4계절 타이어 범위는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괜히 비싸기만 한 수입 타이어를 장착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20인치라는 큰 휠에 말이다. 때문에 우리 팀은 18인치 정도의 휠, 그리고 좋은 성능을 만들어주는 국산 타이어 조합을 추천한다. 멋보다 내 가족의 탑승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자동차다.
연비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에코 모드로 설정한 후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만 잘하면 19~20km/L 대를 볼 수도 있다. 연료 게이지도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 가솔린 터보 엔진과 달리 가속페달을 많이 밟는다고 연비가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은 디젤만의 장점 중 하나다. 여러 가지로 체감 연비가 좋게 잘 조율됐다.
쏘렌토 시승을 마친 후 우리 팀의 결론은 현재 중형 SUV 중 가장 경쟁력이 높으며,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차로 매듭 지어졌다. 존재감 있는 디자인, 각종 편의 안전장비, 넓은 공간에 승차감도 좋고 나름 잘 달린다. 연비도 합격점. 현대 싼타페는 이제 신형이 나왔으니 테스트가 필요하며, 르노삼성 QM6는 이제는 좀 작게 느껴진다. 실제로 싼타페와 쏘렌토 모두 중대형급으로 한 체급 높이기도 했다.
가격만 잘 맞추면 된다. 우리 팀의 테스트 모델 가격은 4715만 원. 기자들에게 잘 보이는 용도이니 가장 비싼 트림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고 왔다. 팰리세이드와 가격이 비슷해진 것. 대형급과 맞먹는 가격을 가졌 다는 사실이 놀랍다. 당연히 풀옵션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중 브랜드의 중형급 SUV 구입에 5천만 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할 소비자도 많지 않겠지만.
기본형 다음 단계인 프레스티지 트림만 선택해도 통풍 시트, 하이패스, 오토 에어컨, 공기 청정 시스템,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등 각종 편의 장비들이 담긴다. 여기에 ADAS 옵션인 드라이브 와이즈만 추가해도 만족할 구성으로 쏘렌토를 즐길 수 있다. 이때 가격은 339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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