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스팅어 2.0T R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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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었다.
“오토뷰가 드디어 스팅어 테스트를 했다!”
그동안 많은 요청을 받았지만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 결과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스팅어의 차례가 왔다.
항상 그렇듯 우리 팀이 요구하는 테스트에 대충은 없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리뷰를 올리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물론 요즘엔 이런 것들이 더 잘 먹히긴 한다. 하지만 매번 인스턴트만 먹을 순 없지 않을까? 우리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잠깐 타서 알기 힘든 점이 많기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스팅어라서가 아니라 우리 팀은 모든 차를 대할 때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둔 차가 우리 팀의 전문 영역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스팅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스팅어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GT 컨셉트를 바탕으로 6년 만에 양산된 모델이다. 당시 GT 컨셉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양산화를 부추긴 것 역시 해외 언론의 영향이었다는 평이다. 해외 언론들이 기아차 관계자를 만났을 때 ‘GT 컨셉트의 양산은 언제 이뤄지는가?’라는 질문이 단골 멘트로 자리 잡게 될 정도였다고 한다. 잊을 만 하면 ‘GT 컨셉트의 양산화는 0000년’이라는 기사도 계속 올라왔다.
스팅어라는 이름은 2014년 공개된 GT4 스팅어 컨셉트에서 왔다. 당시 GT4 스팅어 컨셉트는 2+2 형태의 컴팩트 스포츠 쿠페였다. 두 컨셉트카 모두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기아차의 인지도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스팅어는 탄생 전부터 전 세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양산되며 더 멋스럽게 다듬어졌다. 일반적으로 컨셉트카에서 양산화가 이뤄지면 실제 생산공정이나 안전과 관련된 규정으로 많은 디자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이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팅어는 달랐다. 컨셉트카보다 더 멋있는 양산차가 된 것. 가장 칭찬을 하고 싶은 부분은 디자인에서 다른 브랜드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만 해도 어느 곳은 아우디, 어디에서는 인피니티, 또 다른 곳에서 벤츠 느낌이 난다며 놀림을 받는다. 반면 스팅어는 기아차 만의 디자인 특징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외관은 컨셉트카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층 스포티하고 멋스럽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호랑이 코 그릴, 스포티한 범퍼도 갖춰진다. 엔진 후드의 공기 배출구도 기능성을 위한 것이 아닌 멋을 위해 존재한다.
측면부는 4개의 도어를 갖춘 패스트백 형상이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A7이 꼽히는데 잘 빠진 몸매만 놓고 보면 스팅어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국내 시장에 이런 스포티한 모습의 차가 나왔다는 점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후면부는 컨셉트카의 영향을 받았다. 특유의 리어램프 디자인도 유지됐다. 아직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컨셉트카의 이미지를 그대로 양산화했다는 점이다. 단, 우리 팀 패널들은 이 뒷모습에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외관과 달리 실내는 여기저기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조합한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3개의 제트 터빈 송풍구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기어 레버 주위는 아우디의 느낌이 짙다.
스티어링 휠은 얇게 만들어져 손에 잘 감긴다. 계기판 속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아날로그 방식이며 중앙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표출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탑재됐다. 속도를 비롯한 각종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도 연동된다.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과도 연동돼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는지도 알려준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해상도 역시 좋은 수준이다.
현대차처럼 플로팅 타입의 8인치 디스플레이 주변에 버튼을 달지도 않았다. 주차 때 사용하는 어라운드 뷰의 경우 깨끗한 화질이 좋다. 송풍구 하단에는 금속 느낌으로 만들어진 오디오 관련 버튼들을 위치한다. 다시 아래로 시선을 향하면 공조장치 버튼들이 위치한다. 오디오 버튼까지 고급스럽다가 공조장치에서 확 저렴해지는 모습이 아쉽다.
센터페시아의 바닥 부분에는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자리한다. 면적이 넓어 스마트폰 크기에 상관없이 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난 것도 있다. 시동이 걸려 충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어가 열리면 무선 충전이 중단된다는 것. 이런 특성은 같은 시기 테스트한 제네시스 G70에서도 나타났다.
기어 레버 주위에는 주행모드를 변경을 위한 다이얼이 위치한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마트, 커스텀 모드 등 5개 모드를 지원한다. 에코는 이름 그대로 효율적인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다. 컴포트가 일반 주행 모드다. 스포츠는 당연히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것으로 차량 성격을 바꿔준다. 스마트는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모니터링 해 자동으로 주행모드를 변경해주는 역할을 한다.
커스텀 모드에서는 운전자 취향에 따라 스티어링 휠 답력이나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의 성격을 개별 설정할 수 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에서 지원하는 고급 기능이다. 하지만 각 부위별 설정을 변경시키면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쉽게 버퍼링이 길다 보면 될 것. 참고로 제네시스 G70은 터치와 즉시 적용된다. 스팅어가 낮은 사양의 프로세서라도 사용한 것인지 디스플레이 표출을 늦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시트는 나파 가죽으로 감쌌다. 통풍,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물론이다. 헤드레스트도 편하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감각보다 편안함을 지향하는 성격이다. 뒷좌석의 경우 레그룸은 충분하다. 하지만 헤드룸은 소폭 부족하다. 루프라인의 형상에 인한 것이다. 멋을 위해 뒷좌석 공간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대신 뒷좌석 열선이 2단계로 조절된다.
트렁크는 패스트백의 이점을 살려 넉넉한 공간을 갖는다. 네모 반듯해서 큰 짐을 수납하기에도 용이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406리터 수준으로 준중형 세단과 중형 세단 중간급 공간을 갖는다. 전동 트렁크 기능도 지원한다.
스팅어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멋지고 스타일리시하다. 카메라를 통해 스팅어의 실내를 바라보면 매우 고급스럽고 멋지다. 하지만 실제로 접하면 다소 저렴한 플라스틱과 가짜 금속, 부드러운 소재가 아닌 대중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감으로 만족감이 높지는 않았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소재의 고급스러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서자의 서러움일 수 있다. 고급화에서 같은 그룹의 제네시스 G70을 넘어설 수는 없지 않은가?
문을 열고 시트에 앉는다. 시트 자체가 운전자를 꽉 잡아주는 타입은 아니다. 시트 포지션을 맞추고 스티어링 휠도 적절한 위치로 맞춰본다. 스티어링 휠이 움직이는 범위가 꽤나 넓다. 틸트 및 텔레스코픽 조작 범위가 넓다는 것. 덕분에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중저음의 배기 사운드가 들린다. 그래도 스포티한 성격을 갖는 모델이라는 것이 잘 느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는 42.5dBA 내외였다. 디젤 세단 정도의 수치지만 체감 사운드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매력적인 아이들링 사운드라는 의미는 아니다.
테스트 모델은 255마력과 3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0 터보 엔진의 스팅어다. 그리고 후륜구동 모델이다. 물론 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3.3 터보 모델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성능에 대한 변별력을 떨어트리는 것보다 하위 엔진을 바탕으로 얼마만큼 좋은 밸런스를 갖췄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기본기가 좋아야 고출력 엔진도 쉽사리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2.0리터 엔진은 사실상 스팅어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엔진이다.
사실 255마력과 36kg.m란 수치 자체가 절대 낮은 것이 아니다. 자연흡기 엔진 기준 6기통 3.5리터 엔진 성능에 준한다. 여유로운 힘 덕분에 일상에서는 3,000rpm 이상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배기량에서 느껴지는 힘 부족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 감각은 생각 외다. 과거 어설프던 국산차의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초반부터 예민하지 않게 묵직한 듯 밀고 나간다. 이러한 조작의 과정에서 이질감이 없다는 점도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감각도 무난하다.
터보차저 엔진 특유의 터보랙은 존재한다. 반응 지연의 폭이 다른 차 대비 조금 더 크다. 최근 출시되는 터보 엔진들은 저회전 영역에서도 빠른 반응을 보이는데 스팅어의 2.0 터보 엔진은 그보다 주춤거린 후 출력과 토크를 만들어 낸다. 참고로 스팅어가 사용하는 터보차저는 하니웰(가레트) 제품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 스티어링 휠 답력도 무거워지고, 가속페달 반응이 보다 예민해진다. 변속기는 가능한 선에서 저단을 유지하려고 한다. rpm을 높여 쓰기 위함이다.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단단한 성격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어라? 이상하다. 단단해져야 하는데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없다.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계속 오가며 감각적인 차이를 찾아보려 했지만 어려웠다. 물론 아주 조금 차이가 나긴 한다. 기본적인 댐퍼의 움직임 범위는 유사하나 서스펜션이 리바운드 움직임을 진행할 때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것.
승차감도 미묘하다. 일반 승용 세단보다 조금은 단단한 성격이다. 오히려 쏘나타 2.0 터보가 더 단단했다. 이 차 성격이 그랜드 투어러라는 것이 이 부분에서 확인된다.
이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살짝 정적이 흐르고 터보랙이 발생한 이후 가속이 진행된다.
밋밋하다. 뭔가 몰아치는 가속감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체감상으로 따지면 6기통 2.5~2.7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차와 유사하다. 힘보다는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성격이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그에 따른 마력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후반 영역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짙다. 특히나 100km/h 이상에서의 재가속 때 아쉬움이 커진다.
바퀴에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구동 출력과 토크를 측정했다. 결과는 196마력과 35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23%와 2.7%의 구동 손실률이다. 그래프를 확인해보면 2,000rpm 이후부터 3,000rpm 이전까지 오버부스트 효과로 토크가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보다 출력이 조금 더 높게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3,500rpm 이상이 되어야 150마력이 만들어지고 5,000rpm 이상이 되어서야 190마력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성능은 6,000rpm을 지날 때까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때의 토크는 20kg.m 수준이다. 고회전 영역에서 별다른 가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다.
참고로 제조사 발표 수치가 36kg.m이니 대단한 구동 손실이 없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으나 이는 초기 오버부스트 때문이다. 저속 효율성을 위한 설정이 아닌 계측 때, 오버부스트에 의해 수치가 높아진 것이라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스팅어의 가속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05초.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이다.
스팅어에는 런치 컨트롤이 적용돼 있다. 또한 이는 최적의 발진 가속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다. 타이어 접지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테스트 모델은 익스트림 패키지가 적용돼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가 기본 장착돼있었다. 쏘나타 2.0 터보도 7.8초대를 기록한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7.9초대다. 밋밋하다고 느꼈던 체감 성능이 실제 측정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스팅어의 런치 컨트롤은 트랙션 컨트롤 기능을 응용한 형태다. 보통의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변속기가 일시적인 중립 상태로 전환된다. 이후 엔진 회전수를 가속에 유리한 상태까지 올려둔 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동력을 연결하고 달려나가게 된다. 그리고 초기 구동 때 미끄러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제어 장치의 몫이다. 하지만 스팅어의 런치 컨트롤은 일반적인 스톨(Stall) 상태로 진행시킨다. 더 강한 발진 가속력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출발 후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많이 발생하면 차량이 가속되지 않고 순간적으로 멍하니 있는 현상도 나타난다. 런치 컨트롤인데 엔진 회전수도 제대로 높이지 못하고 출발해도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도 많으며,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정상적인 가속을 못하고 멍 때리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또 있다.
이렇게 4회 가속 테스트를 실시하니 변속기 온도 경고 문구를 보여준 후 런치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다며 기능을 막아버린다. 물론 고성능 모델들도 연속으로 이 기능을 사용하는데 제한을 해둔다. 변속기 보호 때문이다. 하지만 스팅어의 런치 컨트롤은 ‘그냥 이런 기능도 한번 넣어봤는데 큰 의미는 두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가속 성능은 다소 아쉬웠다. 반면 기본 제동 성능에서는 무난한 능력을 보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 또한 35.82m.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적인 상품들과 비교될 성능이다. 반면 테스트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제동 내구성은 평균적, 스포티한 모델로 본다면 평균보다 이하로 평가할 수도 있겠다.
반면 조작 때 초반에만 민감하지 않고 밟는 만큼 제동성능이 발휘되는 성격이 좋다. 물론 최대 제동력을 만들어내려면 후반까지 페달을 깊게 밟아줘야 하는데, 이 느낌은 캐딜락 모델들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물론 캐딜락이나 스팅어나 모두 브렘보(Brembo)를 사용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 고속 안정감을 확인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R-MDPS를 기초로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최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업계 기준 중간 정도는 되겠다. 또한 고속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다. 속도 영역이 높아져도 과거의 국산차처럼 불안한 감각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고출력 엔진이 변수를 만들 수도 있지만 2.0T 모델은 마일드한 가속을 바탕으로 불안감 없이 속도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스팅어의 다양한 기능들을 누릴 수 있다. 먼저 기아차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됐다. 제네시스 EQ900에 처음 탑재됐던 그 기능이다. 반 자율 주행 기능으로 차간 거리와 차선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이 기능은 긴 직선거리를 달릴 때에 해당한다. 코너를 접하게 되면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작동하지만 바로 운전자에게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고 경고 메시지를 표시한 뒤 일을 멈춘다. 이따금 경고를 하기도 전에 스스로 차선 유지 기능을 해제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때 운전자가 놀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차선을 유지하는 모습이 차선 정중앙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살짝 갈지'자'를 그리며 가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 기능은 분명 부가적인 안전 기능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칭찬할 부분도 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통해 자율 주행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내비게이션의 과속 카메라 정보와 연동되는 것 등이 좋다. 속도가 높은 상태에서도 과속카메라에 접근하면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가 카메라를 지나면 다시 설정된 속도로 주행하기에 과속을 조장하는 느낌이 짙기도 하다. 물론 칭찬의 의미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 한 후 코너에 진입한다. 그동안 국산차에서 느끼지 못했던 민첩한 핸들링을 느껴진다. 스티어링을 돌림과 동시에 일체감 있는 감각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후륜축이 늦게 따라오지도 않는다. 특히 엔진이 꽤나 뒤로 밀려있어 프런트 미드십 차량의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분명한 매력이다.
변속기는 국산차 중에서 빠른 편에 속한다. 아니, 국산차 중에서는 가장 빠를 듯하다. 쏘나타 터보의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조작 이후 살짝 뜸을 들인 후에야 변속을 했다. 제조사 영업본부의 요청에 떠밀려 급히 투입된 프로토타입 변속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 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는 제법 절도감을 보여주며 빠른 변속 속도로 만족감을 높인다. 물론 단, ZF나 다임러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탑재되는 변속기와 비교하자면 느리긴 하다. 그래도 국산 변속기의 성능이 여기에 와있다는 것이 놀랍다.
코너를 돌아나간다. 뭔가 스릴감은 없다. 앞서 무딘 가속 감각을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엔진의 출력 때문이 아니라 차량의 성격 자체가 민감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주행 중 발생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거칠게 반응하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한 대로 달려주고 있다. 운전의 난이도는 쉬운 편에 속한다. 코너링 때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한다. 코너 탈출 때 가속페달을 밟아도 리어가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스팅어의 차체는 견고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최근 현대 기아차의 차량을 접하면 견고하다 못해 경직된 것 같다는 느낌도 보였는데 스팅어는 그보다 허술한 느낌이 짙다. 다음 회에 나올 G70과 비교하자면 그 갭이 크다. 뭐랄까 ‘지금까지 오버 스펙으로 차체를 만들다 슬슬 타협점을 찾으려는 것 일가?’라는 의심도 든다. 최신 현대 기아차 모델들이 보여주던 특유의 견고함은 적었다.
한 가지,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주의가 필요하다. 무난한 제동력이긴 하나 지속적으로 성능을 이어가는데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에 대한 신뢰도는 평균 주행 속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주기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특정 조건에서 ABS의 개입이 빨라 놀라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 팀 스탭들은 지속성을 가진 패드와 ABS 로직 변경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럼 이러한 차량으로 서킷을 달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서킷 테스트를 담당한 전인호 기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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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리포트 주행 모드는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가 제공된다. 현대, 기아차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스포츠 모드는 억지스러운 스티어링 답력을 제공해 이질감을 키웠지만 스팅어는 한층 세련돼졌다. 물론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 간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 모드는 일반 도로에서 약간의 무게감을 줬지만 서킷에서는 좋은 수준의 답력을 제공했다. 오히려 가벼운 정도의 감각이다.
스티어링 답력은 차량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서킷에서 스티어링을 돌릴 때마다 경쾌하게 반응한 점도 좋다. 차량이 가진 본래 무게보다 더 가볍게 느끼도록 해준다. 가벼움이 강조되는 감각이지만 고속의 영역에서 주행 때, 체감되는 속도를 낮게 느끼도록 해주는데 이도 다른 현대, 기아차 대비 개선된 모습이다.
스팅어의 서스펜션은 컴포트 세단과 비교해 단단한 편이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모델로는 부드러운 모습이다. 승차감에서 편안함과 스포티함 둘 중에 어느 쪽으로도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 조금은 밋밋한 감각이지만 차량의 움직임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인제 스피디움의 높은 연석을 넘어 노면에 착지할 때도 가뿐하게 처리해 낸다.
서스펜션의 튜닝과 스티어링의 민감도 역시 국내 특성에 맞게 변경됐다고 알려졌다. 우리 팀은 실제로 스팅어가 출시되기 전 프로토타입 스팅어가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험 주행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 바 있는데, 그 때문인지 스팅어는 인제 스피디움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스티어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한다. 운전 난이도는 쉬운 편에 속한다. 운전자가 차량 움직임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민감하지 않게 구성했다. 후륜구동 모델이지만 LSD가 탑재되지 않아 코너 탈출 때 가속 페달을 전개하면 언더스티어 성향이 조금 짙어진다. 때로는 저속 구간에서 한쪽 방향의 휠에 동력을 집중시켜 휠 스핀이 강하게 날 때도 있다.
일시적인 제동력은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서킷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되지만, 일반 주행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서킷을 주 목적으로 두지 않는 차량이므로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성능을 즐길 때 아쉬운 부분이다. 빠르게 달리려는 의지를 가진 소비자를 위해 서킷에 알맞은 제동 시스템도 옵션 사양으로 제공되면 좋겠다.
또한 앞서 제동 테스트 때 언급된 내구 외에도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ABS의 로직 구성이다. 인제 스피디움의 대부분의 구간에서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유독 특정 환경에서 ABS가 민감하게 개입해 원만한 제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랩타임에 손실을 줄 때가 있다. 이 문제는 주로 턴 16 – 17 사이에서 발생한다.
해당 구간은 제동이 필요한 급격한 내리막 구간이다. 또한 좌측으로 조향이 이루어진 상태로 연석을 넘어서야 한다. 주로 각각의 전후좌우 휠의 회전하는 속도 편차가 매우 커지게 되는 상황, 다시금 100km/h를 넘는 속도 영역이 맞물리는 조건에서 제동력이 강해지면 ABS가 민감하게 작동하며 아쉬움을 키운다. 이때 제동력 확보가 원만하지 않다.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속이 이뤄져 휠 스피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야 제대로 제동력을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현상은 노면 굴곡이 심한 와인딩 로드 주행 때도 종종 나타났다.
다소 의아한 셋업 때문에, ABS가 민감하게 작동하는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민감하게 조절해야 했다. 마치 ABS가 탑재되지 않는 차량의 브레이크를 다루듯 정교한 조작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조작을 일반인들에게 요구하기는 어렵다.
엔진 출력은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고회전으로 쥐어짜내야 최대한의 성능이 발휘된다. 반면 서킷 주행 중 애매하게 변속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점에서 킥다운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똑똑한 변속기의 반응성이 좋았다.
자세제어장치는 완전히 해제해도 개입이 발생한다. 특히 중고속 코너의 탈출 구간에서 잦은 개입을 일으키는데 이 또한 랩타임에 영향을 줬다. 때문에 스티어링의 각도와 차량 회전을 일정 수준 이상 유도하기 어려웠다. LSD가 탑재되지 않아 구동륜의 회전차가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유독 자세제어장치가 민감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스팅어가 전달해준 서킷에서의 움직임은 좋았다. 또한 차량 무게에 비해 가볍게 회전하는 감각, 여기에 안정성도 더해져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감각을 가진 국산차는 없었다. 스팅어가 발전된 실력을 뽐냈기에 G70의 테스트가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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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의 인제 스피디움 랩타임은 2분 00초 04. 우리 팀은 쏘나타 터보의 성능을 바탕으로 2분 1~2초 내외의 성적을 예상했다. 분명 좋은 성능이었다. 보다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었겠지만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만 해도 이 차량의 성능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순정 차량이 이 정도의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국산 제조사들의 기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여담이지만 스팅어는 연속적으로 서킷을 주행하지 못했다. 2바퀴 가량 서행을 하며 브레이크 등 차의 컨디션을 확보한 뒤 한 번의 랩타임 측정에 들어가야 했다. 다시 랩타임에 도전하려면 다시금 2바퀴 가량의 휴식이 필요했다.
사실 스팅어가 더 빨라질 여지는 남았다. 우선 연료를 고급 휘발유로 바꿔주면 엔진 효율이 조금 더 향상된다. 다이나모 측정 때 기록한 수치는 190마력대에 불과했지만 고급유를 주입한다면 최소 10마력 이상의 성능 향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 팀이 예상하는 최대치는 SAE 기준, 210마력 내외. 초기 발진 때 오버부스트가 활성화되기에 최대토크 수치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지만 토크 밴드를 일정 수준 플랫하게 끌고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하나는 휠이 너무 크다는 것. 스팅어는 옵션으로 19인치 휠을 사용한다. 동급 모델 BMW 330i M 패키지, 캐딜락 ATS는 같은 너비의 타이어를 사용하지만 휠 만큼은 18인치를 사용한다. 이 역시 빠른 주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물론 이와 같은 요소들이 극적인 랩타임을 기록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더 빠른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여지를 갖췄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하면 좋겠다.
아울러 고급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스팅어는 4~5천만원대 가격을 가진 고급차다. 시작 가격은 3천만원대 중반이지만 완벽한 깡통 모델로 구입할 소비자는 극소수다. 또한 달리기를 지향하는 컨셉트를 갖는다. 자동차 제조사는 수마력 향상을 위해 많은 개발비를 쏟아 넣는다. 고급유 사용에 따른 연료비가 부담된다면 애초 다른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
제조사들도 문제다. 현대, 기아차는 테스트카 스팅어, G70 등에 일반유를 넣는다. 이로 인한 출력 손실은 5% 이상이다. 특히나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제 성능이 나오지 않는 차를 각 미디어에 제공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급유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또한 이와 같은 연료에 최적화되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고급차를 고급차답게, 스포티한 차를 보다 스포티하게 탈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멋진 외모와 기대 이상으로 잘 달리는 달리기 실력만큼 연료 소비는 많은 편이다. 물론 다운사이징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정속 주행 연비는 무난했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에서 스팅어는 16.2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시속 100~110km 구간 연비는 14.6km/L로 나왔다. 하지만 다양한 주행 환경을 만나면 스팅어의 연비는 빠르게 하락했고, 우리 팀이 최종적으로 얻은 연비는 9km/L 부근이었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체감 연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겠다. 평속 15km의 속도로 도심 정체구간 연비를 확인해본 결과 7.3km/L로 보편적인 2.0리터 차량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스팅어는 잘 만들어진 국산차다. 지금까지 이렇게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고 이렇게 많은 기능을 담아내며 잘 달리는 국산차는 없었다. 충분히 박수받을 수 있는 그런 모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스팅어 2.0 최상위 모델에 모든 옵션이 추가되면 4,740만원이라는 입이 벌어지는 가격이 된다.
특히 옵션이 더해질수록 가격이 대폭 높아진다. 옵션가만 천만원에 가깝다. 지금까지 이런 국산차는 없다고 언급했는데, 가격 면으로도 그렇다. 이 옵션을 모두 빼면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도, 미쉐린 타이어도, 통풍 열선 시트도, 나파 가죽도 없다. 옵션을 추가해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성 좋은 국산차’가 된다.
가격만 빼고 보면 스팅어는 분명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멋진 차다. 그 가격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스팅어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선전해서 현대차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길 희망한다. 그래야 제2의 스팅어를 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팅어의 냉각수 누수 문제가 이슈다. 이는 부속의 품질 문제라 사료된다. 아마도 기아차, 납품처는 이 문제를 찾는데 힘을 쏟는 중일게다. 지금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평가에 대하여 (각 평점은 5점 만점)
엔진 : 3.0
- 제원상 출력은 높지만 실제 성능은 너무 평범했다. 오히려 쏘나타 터보 쪽이 더 역동적인 가속력을 보였다. 물론 고급유로 관리된다면 보다 나은 성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변속기 : 4.0
- 역대 현대기아차 변속기 중 최고의 성능과 반응성을 갖는다. 과거 제네시스 일부 모델에 쓰인 ZF 6단 자동변속기 보다 만족감이 높다. 다만 해외 경쟁차 변속기의 성능과 견줄 때 소폭 아쉬움이 들 수 있다.
서스펜션 : 3.5
- 부드러움을 지향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각 모드별 탄력성이 떨어진다. 보다 적극적인 변화로 환경 대처 능력이 향상되면 좋겠다.
타이어 : 3.5
- 미쉐린 PS4는 충분히 좋은 성능을 냈다. 다만 타이어 사이즈가 다소 크다. 스팅어에게는 18인치 급이 추천된다. 타이어(휠) 사이즈 선택에 의해 소폭 낮은 점수가 부여됐다. 휠이 작아지면 가속력도 한층 향상될 것이다.
브레이크 : 2.5
- 말끔한 노면에서의 성능은 충분하다. 초기 제동거리도 짧다. 반면 테스트 반복에 따라 거리가 크게 늘어난다. 브레이크 패드가 지쳐 하는 모양새다. 브렘보라는 것은 그저 이름에 불과하다. 특히 민감한 ABS 제어 로직의 튜닝이 급선무다. 민감한 ABS의 작동은 오히려 제동거리를 대폭 늘리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승차감 : 4.0
- 스팅어는 동급 세단 중 가장 좋은 승차감을 가졌다. GT 카라는 장르를 감안해도 좋은 승차감을 지녔다. 전륜구동형 쏘나타 터보 보다 좋은 승차감이 일상에서 편안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편의장비 : 5.0
- 국내서 팔리는 동급은 물론, 세계 어느 차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반자율 주행 기술은 운전자들에게 미래 자동차에 대한 맛보기를 가능케 한다.
사운드 : 3.5
- 고급 오디오 브랜드 렉시콘 시스템이 쓰였다. 하지만 명성만큼의 사운드는 아니었다. 브랜드 자체는 고급이지만 일반적인 보스, JBL 대비 크게 우위에 서는 음질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당연히 상급 제네시스 G80 등의 시스템과 차이가 난다.
앞좌석 : 4.0
-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공간이다. 상급 모델과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여유롭다. 앞좌석을 위한 다양한 장비도 경쟁력을 높인다.
뒷좌석 : 3.0
- 동급 모델 중 가장 넉넉한 레그룸을 갖지만 발공간, 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 평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 급의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타협이 필요하다. 재규어 XE, 캐딜락 ATS, 제네시스 G70보다는 넉넉한 공간이다.
“오토뷰가 드디어 스팅어 테스트를 했다!”
그동안 많은 요청을 받았지만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 결과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스팅어의 차례가 왔다.
항상 그렇듯 우리 팀이 요구하는 테스트에 대충은 없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리뷰를 올리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물론 요즘엔 이런 것들이 더 잘 먹히긴 한다. 하지만 매번 인스턴트만 먹을 순 없지 않을까? 우리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잠깐 타서 알기 힘든 점이 많기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스팅어라서가 아니라 우리 팀은 모든 차를 대할 때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둔 차가 우리 팀의 전문 영역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스팅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스팅어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GT 컨셉트를 바탕으로 6년 만에 양산된 모델이다. 당시 GT 컨셉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양산화를 부추긴 것 역시 해외 언론의 영향이었다는 평이다. 해외 언론들이 기아차 관계자를 만났을 때 ‘GT 컨셉트의 양산은 언제 이뤄지는가?’라는 질문이 단골 멘트로 자리 잡게 될 정도였다고 한다. 잊을 만 하면 ‘GT 컨셉트의 양산화는 0000년’이라는 기사도 계속 올라왔다.
스팅어라는 이름은 2014년 공개된 GT4 스팅어 컨셉트에서 왔다. 당시 GT4 스팅어 컨셉트는 2+2 형태의 컴팩트 스포츠 쿠페였다. 두 컨셉트카 모두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기아차의 인지도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스팅어는 탄생 전부터 전 세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양산되며 더 멋스럽게 다듬어졌다. 일반적으로 컨셉트카에서 양산화가 이뤄지면 실제 생산공정이나 안전과 관련된 규정으로 많은 디자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이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팅어는 달랐다. 컨셉트카보다 더 멋있는 양산차가 된 것. 가장 칭찬을 하고 싶은 부분은 디자인에서 다른 브랜드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만 해도 어느 곳은 아우디, 어디에서는 인피니티, 또 다른 곳에서 벤츠 느낌이 난다며 놀림을 받는다. 반면 스팅어는 기아차 만의 디자인 특징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외관은 컨셉트카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층 스포티하고 멋스럽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호랑이 코 그릴, 스포티한 범퍼도 갖춰진다. 엔진 후드의 공기 배출구도 기능성을 위한 것이 아닌 멋을 위해 존재한다.
측면부는 4개의 도어를 갖춘 패스트백 형상이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A7이 꼽히는데 잘 빠진 몸매만 놓고 보면 스팅어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국내 시장에 이런 스포티한 모습의 차가 나왔다는 점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후면부는 컨셉트카의 영향을 받았다. 특유의 리어램프 디자인도 유지됐다. 아직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컨셉트카의 이미지를 그대로 양산화했다는 점이다. 단, 우리 팀 패널들은 이 뒷모습에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외관과 달리 실내는 여기저기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조합한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3개의 제트 터빈 송풍구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기어 레버 주위는 아우디의 느낌이 짙다.
스티어링 휠은 얇게 만들어져 손에 잘 감긴다. 계기판 속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아날로그 방식이며 중앙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표출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탑재됐다. 속도를 비롯한 각종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도 연동된다.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과도 연동돼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는지도 알려준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해상도 역시 좋은 수준이다.
현대차처럼 플로팅 타입의 8인치 디스플레이 주변에 버튼을 달지도 않았다. 주차 때 사용하는 어라운드 뷰의 경우 깨끗한 화질이 좋다. 송풍구 하단에는 금속 느낌으로 만들어진 오디오 관련 버튼들을 위치한다. 다시 아래로 시선을 향하면 공조장치 버튼들이 위치한다. 오디오 버튼까지 고급스럽다가 공조장치에서 확 저렴해지는 모습이 아쉽다.
센터페시아의 바닥 부분에는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자리한다. 면적이 넓어 스마트폰 크기에 상관없이 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난 것도 있다. 시동이 걸려 충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어가 열리면 무선 충전이 중단된다는 것. 이런 특성은 같은 시기 테스트한 제네시스 G70에서도 나타났다.
기어 레버 주위에는 주행모드를 변경을 위한 다이얼이 위치한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마트, 커스텀 모드 등 5개 모드를 지원한다. 에코는 이름 그대로 효율적인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다. 컴포트가 일반 주행 모드다. 스포츠는 당연히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것으로 차량 성격을 바꿔준다. 스마트는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모니터링 해 자동으로 주행모드를 변경해주는 역할을 한다.
커스텀 모드에서는 운전자 취향에 따라 스티어링 휠 답력이나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의 성격을 개별 설정할 수 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에서 지원하는 고급 기능이다. 하지만 각 부위별 설정을 변경시키면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쉽게 버퍼링이 길다 보면 될 것. 참고로 제네시스 G70은 터치와 즉시 적용된다. 스팅어가 낮은 사양의 프로세서라도 사용한 것인지 디스플레이 표출을 늦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시트는 나파 가죽으로 감쌌다. 통풍,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물론이다. 헤드레스트도 편하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감각보다 편안함을 지향하는 성격이다. 뒷좌석의 경우 레그룸은 충분하다. 하지만 헤드룸은 소폭 부족하다. 루프라인의 형상에 인한 것이다. 멋을 위해 뒷좌석 공간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대신 뒷좌석 열선이 2단계로 조절된다.
트렁크는 패스트백의 이점을 살려 넉넉한 공간을 갖는다. 네모 반듯해서 큰 짐을 수납하기에도 용이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406리터 수준으로 준중형 세단과 중형 세단 중간급 공간을 갖는다. 전동 트렁크 기능도 지원한다.
스팅어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멋지고 스타일리시하다. 카메라를 통해 스팅어의 실내를 바라보면 매우 고급스럽고 멋지다. 하지만 실제로 접하면 다소 저렴한 플라스틱과 가짜 금속, 부드러운 소재가 아닌 대중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감으로 만족감이 높지는 않았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소재의 고급스러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서자의 서러움일 수 있다. 고급화에서 같은 그룹의 제네시스 G70을 넘어설 수는 없지 않은가?
문을 열고 시트에 앉는다. 시트 자체가 운전자를 꽉 잡아주는 타입은 아니다. 시트 포지션을 맞추고 스티어링 휠도 적절한 위치로 맞춰본다. 스티어링 휠이 움직이는 범위가 꽤나 넓다. 틸트 및 텔레스코픽 조작 범위가 넓다는 것. 덕분에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중저음의 배기 사운드가 들린다. 그래도 스포티한 성격을 갖는 모델이라는 것이 잘 느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는 42.5dBA 내외였다. 디젤 세단 정도의 수치지만 체감 사운드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매력적인 아이들링 사운드라는 의미는 아니다.
테스트 모델은 255마력과 3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0 터보 엔진의 스팅어다. 그리고 후륜구동 모델이다. 물론 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3.3 터보 모델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성능에 대한 변별력을 떨어트리는 것보다 하위 엔진을 바탕으로 얼마만큼 좋은 밸런스를 갖췄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기본기가 좋아야 고출력 엔진도 쉽사리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2.0리터 엔진은 사실상 스팅어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엔진이다.
사실 255마력과 36kg.m란 수치 자체가 절대 낮은 것이 아니다. 자연흡기 엔진 기준 6기통 3.5리터 엔진 성능에 준한다. 여유로운 힘 덕분에 일상에서는 3,000rpm 이상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배기량에서 느껴지는 힘 부족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 감각은 생각 외다. 과거 어설프던 국산차의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초반부터 예민하지 않게 묵직한 듯 밀고 나간다. 이러한 조작의 과정에서 이질감이 없다는 점도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감각도 무난하다.
터보차저 엔진 특유의 터보랙은 존재한다. 반응 지연의 폭이 다른 차 대비 조금 더 크다. 최근 출시되는 터보 엔진들은 저회전 영역에서도 빠른 반응을 보이는데 스팅어의 2.0 터보 엔진은 그보다 주춤거린 후 출력과 토크를 만들어 낸다. 참고로 스팅어가 사용하는 터보차저는 하니웰(가레트) 제품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 스티어링 휠 답력도 무거워지고, 가속페달 반응이 보다 예민해진다. 변속기는 가능한 선에서 저단을 유지하려고 한다. rpm을 높여 쓰기 위함이다.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단단한 성격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어라? 이상하다. 단단해져야 하는데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없다.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계속 오가며 감각적인 차이를 찾아보려 했지만 어려웠다. 물론 아주 조금 차이가 나긴 한다. 기본적인 댐퍼의 움직임 범위는 유사하나 서스펜션이 리바운드 움직임을 진행할 때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것.
승차감도 미묘하다. 일반 승용 세단보다 조금은 단단한 성격이다. 오히려 쏘나타 2.0 터보가 더 단단했다. 이 차 성격이 그랜드 투어러라는 것이 이 부분에서 확인된다.
이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살짝 정적이 흐르고 터보랙이 발생한 이후 가속이 진행된다.
밋밋하다. 뭔가 몰아치는 가속감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체감상으로 따지면 6기통 2.5~2.7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차와 유사하다. 힘보다는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성격이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그에 따른 마력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후반 영역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짙다. 특히나 100km/h 이상에서의 재가속 때 아쉬움이 커진다.
바퀴에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구동 출력과 토크를 측정했다. 결과는 196마력과 35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23%와 2.7%의 구동 손실률이다. 그래프를 확인해보면 2,000rpm 이후부터 3,000rpm 이전까지 오버부스트 효과로 토크가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보다 출력이 조금 더 높게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3,500rpm 이상이 되어야 150마력이 만들어지고 5,000rpm 이상이 되어서야 190마력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성능은 6,000rpm을 지날 때까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때의 토크는 20kg.m 수준이다. 고회전 영역에서 별다른 가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다.
참고로 제조사 발표 수치가 36kg.m이니 대단한 구동 손실이 없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으나 이는 초기 오버부스트 때문이다. 저속 효율성을 위한 설정이 아닌 계측 때, 오버부스트에 의해 수치가 높아진 것이라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스팅어의 가속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05초.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이다.
스팅어에는 런치 컨트롤이 적용돼 있다. 또한 이는 최적의 발진 가속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다. 타이어 접지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테스트 모델은 익스트림 패키지가 적용돼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가 기본 장착돼있었다. 쏘나타 2.0 터보도 7.8초대를 기록한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7.9초대다. 밋밋하다고 느꼈던 체감 성능이 실제 측정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스팅어의 런치 컨트롤은 트랙션 컨트롤 기능을 응용한 형태다. 보통의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변속기가 일시적인 중립 상태로 전환된다. 이후 엔진 회전수를 가속에 유리한 상태까지 올려둔 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동력을 연결하고 달려나가게 된다. 그리고 초기 구동 때 미끄러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제어 장치의 몫이다. 하지만 스팅어의 런치 컨트롤은 일반적인 스톨(Stall) 상태로 진행시킨다. 더 강한 발진 가속력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출발 후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많이 발생하면 차량이 가속되지 않고 순간적으로 멍하니 있는 현상도 나타난다. 런치 컨트롤인데 엔진 회전수도 제대로 높이지 못하고 출발해도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도 많으며,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정상적인 가속을 못하고 멍 때리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또 있다.
이렇게 4회 가속 테스트를 실시하니 변속기 온도 경고 문구를 보여준 후 런치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다며 기능을 막아버린다. 물론 고성능 모델들도 연속으로 이 기능을 사용하는데 제한을 해둔다. 변속기 보호 때문이다. 하지만 스팅어의 런치 컨트롤은 ‘그냥 이런 기능도 한번 넣어봤는데 큰 의미는 두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가속 성능은 다소 아쉬웠다. 반면 기본 제동 성능에서는 무난한 능력을 보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 또한 35.82m.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적인 상품들과 비교될 성능이다. 반면 테스트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제동 내구성은 평균적, 스포티한 모델로 본다면 평균보다 이하로 평가할 수도 있겠다.
반면 조작 때 초반에만 민감하지 않고 밟는 만큼 제동성능이 발휘되는 성격이 좋다. 물론 최대 제동력을 만들어내려면 후반까지 페달을 깊게 밟아줘야 하는데, 이 느낌은 캐딜락 모델들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물론 캐딜락이나 스팅어나 모두 브렘보(Brembo)를 사용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 고속 안정감을 확인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R-MDPS를 기초로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최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업계 기준 중간 정도는 되겠다. 또한 고속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다. 속도 영역이 높아져도 과거의 국산차처럼 불안한 감각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고출력 엔진이 변수를 만들 수도 있지만 2.0T 모델은 마일드한 가속을 바탕으로 불안감 없이 속도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스팅어의 다양한 기능들을 누릴 수 있다. 먼저 기아차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됐다. 제네시스 EQ900에 처음 탑재됐던 그 기능이다. 반 자율 주행 기능으로 차간 거리와 차선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이 기능은 긴 직선거리를 달릴 때에 해당한다. 코너를 접하게 되면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작동하지만 바로 운전자에게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고 경고 메시지를 표시한 뒤 일을 멈춘다. 이따금 경고를 하기도 전에 스스로 차선 유지 기능을 해제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때 운전자가 놀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차선을 유지하는 모습이 차선 정중앙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살짝 갈지'자'를 그리며 가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 기능은 분명 부가적인 안전 기능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칭찬할 부분도 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통해 자율 주행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내비게이션의 과속 카메라 정보와 연동되는 것 등이 좋다. 속도가 높은 상태에서도 과속카메라에 접근하면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가 카메라를 지나면 다시 설정된 속도로 주행하기에 과속을 조장하는 느낌이 짙기도 하다. 물론 칭찬의 의미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 한 후 코너에 진입한다. 그동안 국산차에서 느끼지 못했던 민첩한 핸들링을 느껴진다. 스티어링을 돌림과 동시에 일체감 있는 감각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후륜축이 늦게 따라오지도 않는다. 특히 엔진이 꽤나 뒤로 밀려있어 프런트 미드십 차량의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분명한 매력이다.
변속기는 국산차 중에서 빠른 편에 속한다. 아니, 국산차 중에서는 가장 빠를 듯하다. 쏘나타 터보의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조작 이후 살짝 뜸을 들인 후에야 변속을 했다. 제조사 영업본부의 요청에 떠밀려 급히 투입된 프로토타입 변속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 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는 제법 절도감을 보여주며 빠른 변속 속도로 만족감을 높인다. 물론 단, ZF나 다임러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탑재되는 변속기와 비교하자면 느리긴 하다. 그래도 국산 변속기의 성능이 여기에 와있다는 것이 놀랍다.
코너를 돌아나간다. 뭔가 스릴감은 없다. 앞서 무딘 가속 감각을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엔진의 출력 때문이 아니라 차량의 성격 자체가 민감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주행 중 발생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거칠게 반응하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한 대로 달려주고 있다. 운전의 난이도는 쉬운 편에 속한다. 코너링 때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한다. 코너 탈출 때 가속페달을 밟아도 리어가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스팅어의 차체는 견고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최근 현대 기아차의 차량을 접하면 견고하다 못해 경직된 것 같다는 느낌도 보였는데 스팅어는 그보다 허술한 느낌이 짙다. 다음 회에 나올 G70과 비교하자면 그 갭이 크다. 뭐랄까 ‘지금까지 오버 스펙으로 차체를 만들다 슬슬 타협점을 찾으려는 것 일가?’라는 의심도 든다. 최신 현대 기아차 모델들이 보여주던 특유의 견고함은 적었다.
한 가지,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주의가 필요하다. 무난한 제동력이긴 하나 지속적으로 성능을 이어가는데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에 대한 신뢰도는 평균 주행 속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주기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특정 조건에서 ABS의 개입이 빨라 놀라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 팀 스탭들은 지속성을 가진 패드와 ABS 로직 변경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럼 이러한 차량으로 서킷을 달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서킷 테스트를 담당한 전인호 기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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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리포트 주행 모드는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가 제공된다. 현대, 기아차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스포츠 모드는 억지스러운 스티어링 답력을 제공해 이질감을 키웠지만 스팅어는 한층 세련돼졌다. 물론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 간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 모드는 일반 도로에서 약간의 무게감을 줬지만 서킷에서는 좋은 수준의 답력을 제공했다. 오히려 가벼운 정도의 감각이다.
스티어링 답력은 차량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서킷에서 스티어링을 돌릴 때마다 경쾌하게 반응한 점도 좋다. 차량이 가진 본래 무게보다 더 가볍게 느끼도록 해준다. 가벼움이 강조되는 감각이지만 고속의 영역에서 주행 때, 체감되는 속도를 낮게 느끼도록 해주는데 이도 다른 현대, 기아차 대비 개선된 모습이다.
스팅어의 서스펜션은 컴포트 세단과 비교해 단단한 편이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모델로는 부드러운 모습이다. 승차감에서 편안함과 스포티함 둘 중에 어느 쪽으로도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 조금은 밋밋한 감각이지만 차량의 움직임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인제 스피디움의 높은 연석을 넘어 노면에 착지할 때도 가뿐하게 처리해 낸다.
서스펜션의 튜닝과 스티어링의 민감도 역시 국내 특성에 맞게 변경됐다고 알려졌다. 우리 팀은 실제로 스팅어가 출시되기 전 프로토타입 스팅어가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험 주행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 바 있는데, 그 때문인지 스팅어는 인제 스피디움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스티어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한다. 운전 난이도는 쉬운 편에 속한다. 운전자가 차량 움직임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민감하지 않게 구성했다. 후륜구동 모델이지만 LSD가 탑재되지 않아 코너 탈출 때 가속 페달을 전개하면 언더스티어 성향이 조금 짙어진다. 때로는 저속 구간에서 한쪽 방향의 휠에 동력을 집중시켜 휠 스핀이 강하게 날 때도 있다.
일시적인 제동력은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서킷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되지만, 일반 주행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서킷을 주 목적으로 두지 않는 차량이므로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성능을 즐길 때 아쉬운 부분이다. 빠르게 달리려는 의지를 가진 소비자를 위해 서킷에 알맞은 제동 시스템도 옵션 사양으로 제공되면 좋겠다.
또한 앞서 제동 테스트 때 언급된 내구 외에도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ABS의 로직 구성이다. 인제 스피디움의 대부분의 구간에서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유독 특정 환경에서 ABS가 민감하게 개입해 원만한 제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랩타임에 손실을 줄 때가 있다. 이 문제는 주로 턴 16 – 17 사이에서 발생한다.
해당 구간은 제동이 필요한 급격한 내리막 구간이다. 또한 좌측으로 조향이 이루어진 상태로 연석을 넘어서야 한다. 주로 각각의 전후좌우 휠의 회전하는 속도 편차가 매우 커지게 되는 상황, 다시금 100km/h를 넘는 속도 영역이 맞물리는 조건에서 제동력이 강해지면 ABS가 민감하게 작동하며 아쉬움을 키운다. 이때 제동력 확보가 원만하지 않다.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속이 이뤄져 휠 스피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야 제대로 제동력을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현상은 노면 굴곡이 심한 와인딩 로드 주행 때도 종종 나타났다.
다소 의아한 셋업 때문에, ABS가 민감하게 작동하는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민감하게 조절해야 했다. 마치 ABS가 탑재되지 않는 차량의 브레이크를 다루듯 정교한 조작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조작을 일반인들에게 요구하기는 어렵다.
엔진 출력은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고회전으로 쥐어짜내야 최대한의 성능이 발휘된다. 반면 서킷 주행 중 애매하게 변속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점에서 킥다운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똑똑한 변속기의 반응성이 좋았다.
자세제어장치는 완전히 해제해도 개입이 발생한다. 특히 중고속 코너의 탈출 구간에서 잦은 개입을 일으키는데 이 또한 랩타임에 영향을 줬다. 때문에 스티어링의 각도와 차량 회전을 일정 수준 이상 유도하기 어려웠다. LSD가 탑재되지 않아 구동륜의 회전차가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유독 자세제어장치가 민감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스팅어가 전달해준 서킷에서의 움직임은 좋았다. 또한 차량 무게에 비해 가볍게 회전하는 감각, 여기에 안정성도 더해져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감각을 가진 국산차는 없었다. 스팅어가 발전된 실력을 뽐냈기에 G70의 테스트가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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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의 인제 스피디움 랩타임은 2분 00초 04. 우리 팀은 쏘나타 터보의 성능을 바탕으로 2분 1~2초 내외의 성적을 예상했다. 분명 좋은 성능이었다. 보다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었겠지만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만 해도 이 차량의 성능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순정 차량이 이 정도의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국산 제조사들의 기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여담이지만 스팅어는 연속적으로 서킷을 주행하지 못했다. 2바퀴 가량 서행을 하며 브레이크 등 차의 컨디션을 확보한 뒤 한 번의 랩타임 측정에 들어가야 했다. 다시 랩타임에 도전하려면 다시금 2바퀴 가량의 휴식이 필요했다.
사실 스팅어가 더 빨라질 여지는 남았다. 우선 연료를 고급 휘발유로 바꿔주면 엔진 효율이 조금 더 향상된다. 다이나모 측정 때 기록한 수치는 190마력대에 불과했지만 고급유를 주입한다면 최소 10마력 이상의 성능 향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 팀이 예상하는 최대치는 SAE 기준, 210마력 내외. 초기 발진 때 오버부스트가 활성화되기에 최대토크 수치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지만 토크 밴드를 일정 수준 플랫하게 끌고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하나는 휠이 너무 크다는 것. 스팅어는 옵션으로 19인치 휠을 사용한다. 동급 모델 BMW 330i M 패키지, 캐딜락 ATS는 같은 너비의 타이어를 사용하지만 휠 만큼은 18인치를 사용한다. 이 역시 빠른 주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물론 이와 같은 요소들이 극적인 랩타임을 기록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더 빠른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여지를 갖췄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하면 좋겠다.
아울러 고급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스팅어는 4~5천만원대 가격을 가진 고급차다. 시작 가격은 3천만원대 중반이지만 완벽한 깡통 모델로 구입할 소비자는 극소수다. 또한 달리기를 지향하는 컨셉트를 갖는다. 자동차 제조사는 수마력 향상을 위해 많은 개발비를 쏟아 넣는다. 고급유 사용에 따른 연료비가 부담된다면 애초 다른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
제조사들도 문제다. 현대, 기아차는 테스트카 스팅어, G70 등에 일반유를 넣는다. 이로 인한 출력 손실은 5% 이상이다. 특히나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제 성능이 나오지 않는 차를 각 미디어에 제공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급유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또한 이와 같은 연료에 최적화되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고급차를 고급차답게, 스포티한 차를 보다 스포티하게 탈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멋진 외모와 기대 이상으로 잘 달리는 달리기 실력만큼 연료 소비는 많은 편이다. 물론 다운사이징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정속 주행 연비는 무난했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에서 스팅어는 16.2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시속 100~110km 구간 연비는 14.6km/L로 나왔다. 하지만 다양한 주행 환경을 만나면 스팅어의 연비는 빠르게 하락했고, 우리 팀이 최종적으로 얻은 연비는 9km/L 부근이었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체감 연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겠다. 평속 15km의 속도로 도심 정체구간 연비를 확인해본 결과 7.3km/L로 보편적인 2.0리터 차량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스팅어는 잘 만들어진 국산차다. 지금까지 이렇게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고 이렇게 많은 기능을 담아내며 잘 달리는 국산차는 없었다. 충분히 박수받을 수 있는 그런 모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스팅어 2.0 최상위 모델에 모든 옵션이 추가되면 4,740만원이라는 입이 벌어지는 가격이 된다.
특히 옵션이 더해질수록 가격이 대폭 높아진다. 옵션가만 천만원에 가깝다. 지금까지 이런 국산차는 없다고 언급했는데, 가격 면으로도 그렇다. 이 옵션을 모두 빼면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도, 미쉐린 타이어도, 통풍 열선 시트도, 나파 가죽도 없다. 옵션을 추가해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성 좋은 국산차’가 된다.
가격만 빼고 보면 스팅어는 분명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멋진 차다. 그 가격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스팅어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선전해서 현대차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길 희망한다. 그래야 제2의 스팅어를 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팅어의 냉각수 누수 문제가 이슈다. 이는 부속의 품질 문제라 사료된다. 아마도 기아차, 납품처는 이 문제를 찾는데 힘을 쏟는 중일게다. 지금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평가에 대하여 (각 평점은 5점 만점)
엔진 : 3.0
- 제원상 출력은 높지만 실제 성능은 너무 평범했다. 오히려 쏘나타 터보 쪽이 더 역동적인 가속력을 보였다. 물론 고급유로 관리된다면 보다 나은 성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변속기 : 4.0
- 역대 현대기아차 변속기 중 최고의 성능과 반응성을 갖는다. 과거 제네시스 일부 모델에 쓰인 ZF 6단 자동변속기 보다 만족감이 높다. 다만 해외 경쟁차 변속기의 성능과 견줄 때 소폭 아쉬움이 들 수 있다.
서스펜션 : 3.5
- 부드러움을 지향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각 모드별 탄력성이 떨어진다. 보다 적극적인 변화로 환경 대처 능력이 향상되면 좋겠다.
타이어 : 3.5
- 미쉐린 PS4는 충분히 좋은 성능을 냈다. 다만 타이어 사이즈가 다소 크다. 스팅어에게는 18인치 급이 추천된다. 타이어(휠) 사이즈 선택에 의해 소폭 낮은 점수가 부여됐다. 휠이 작아지면 가속력도 한층 향상될 것이다.
브레이크 : 2.5
- 말끔한 노면에서의 성능은 충분하다. 초기 제동거리도 짧다. 반면 테스트 반복에 따라 거리가 크게 늘어난다. 브레이크 패드가 지쳐 하는 모양새다. 브렘보라는 것은 그저 이름에 불과하다. 특히 민감한 ABS 제어 로직의 튜닝이 급선무다. 민감한 ABS의 작동은 오히려 제동거리를 대폭 늘리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승차감 : 4.0
- 스팅어는 동급 세단 중 가장 좋은 승차감을 가졌다. GT 카라는 장르를 감안해도 좋은 승차감을 지녔다. 전륜구동형 쏘나타 터보 보다 좋은 승차감이 일상에서 편안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편의장비 : 5.0
- 국내서 팔리는 동급은 물론, 세계 어느 차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반자율 주행 기술은 운전자들에게 미래 자동차에 대한 맛보기를 가능케 한다.
사운드 : 3.5
- 고급 오디오 브랜드 렉시콘 시스템이 쓰였다. 하지만 명성만큼의 사운드는 아니었다. 브랜드 자체는 고급이지만 일반적인 보스, JBL 대비 크게 우위에 서는 음질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당연히 상급 제네시스 G80 등의 시스템과 차이가 난다.
앞좌석 : 4.0
-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공간이다. 상급 모델과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여유롭다. 앞좌석을 위한 다양한 장비도 경쟁력을 높인다.
뒷좌석 : 3.0
- 동급 모델 중 가장 넉넉한 레그룸을 갖지만 발공간, 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 평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 급의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타협이 필요하다. 재규어 XE, 캐딜락 ATS, 제네시스 G70보다는 넉넉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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