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모하비 3.0 디젤 4WD (5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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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등장한 모하비가 데뷔 11년 차에 또 한 번 변화를 겪었다.
먼저 ‘사골’이라고 놀림 받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바디-온 프레임 방식의 차량은 쉽게 RC카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뼈대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뼈대는 한 번 만들면 별로 바꿀 일이 없다. 그보다 그 위에 어떤 차체를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포드를 대표하는 픽업트럭인 F-150은 모델체인지 형식으로 신차를 출시하지만 프레임은 기존 것을 그대로 혹은 조금 개량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프레임 위에 얹는 차체를 얼마나 좋게 바꿨는지가 중요하다. 새롭게 출시된 모하비를 단순히 사골이라고 놀리는 것보다 얼마나 신차처럼 나왔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모하비는 2세대 모델로 분류해도 문제 없을 듯 하다. 실내외를 비롯해 많은 부분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러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기아차 내부적으로도 사골 모델 취급하는 모양이다.
디자인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신선하다. 먼저 호랑이 코 그릴이 새롭게 해석됐다. 그릴을 옆으로 넓게 늘리고 테두리 안쪽에 헤드램프를 넣었기 때문. 신형 쏘울에서 호랑이 ‘코’가 아닌 ‘입’ 같은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이번에는 호랑이 ‘코’를 ‘눈’까지 확장시켰다.
기아차는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이매진 컨셉트(Imagine Concept)를 통해 호랑이 코 그릴 안쪽에 헤드램프를 넣는 시도를 했는데, 이것을 양산으로 연결한 첫 번째 모델이 모하비다.
기아 이매진 컨셉트(Imagine Concept)
헤드램프는 4개의 프로젝터로 구성된다. 여기에 세로줄을 연상시키는 주간 주행등을 달았다. 나머지 디자인 요소도 모두 직선적이고 우람하다. 강인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요소다. 기아자동차 엠블럼 대신 모하비 엠블럼을 넣은 것도 특징이다.
측면부는 부분적으로 달라졌다. 컨셉트카에 적용됐던 도어 하단의 장식이 양산 모델에도 똑같이 쓰였다. 나머지 부분은 기존 모하비와 비슷한데, 바디 패널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하지 않은 것 같다. 휠은 20인치까지 사용한다. 덩치가 커서인지 휠이 커 보이지 않는다.
후면부도 달라졌다. 리어램프는 좌우가 연결된 형식이고 LED로 멋을 냈다. 모하비(MOHAVE)라는 영문 이름도 크게 보이게 했다. 범퍼 하단에는 4개의 머플러가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연결된 것이 아닌, 모양만 낸 것이다. 최근 이러한 디자인 요소가 유행처럼 번지는데, 모하비의 것은 메르세데스-AMG 모델을 연상시키기에 멋은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차체 크기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길이는 동일하지만 폭이 살짝 넓어지고 높이가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무게를 측정한 결과 2282kg로 확인됐다. 2308kg이었던 기존 모델보다 살짝 가벼워졌다. 참고로 G4 렉스턴은 2180kg이며, 팰리세이드 디젤은 2083kg로 측정됐다. 재미있는 부분은 신형 모하비의 전후 무게 배분이 앞쪽으로 더 몰렸다는 것. 기존 모델은 55.4 : 44.6 배분율이였지만 신모델로 바뀌면서 57.2 : 42.8로 앞쪽이 더 무거워졌다.
인테리어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모델은 한눈에 봐도 구형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이제는 완전한 신차 느낌이 난다. 수직형 구조에서 수평형 구조로 바뀌면서 넓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계기판에 12.3인치, 센터페시아에도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두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말고는 사실상 없다. 그것을 기아차가 K9과 모하비를 통해 적용한 것.
계기판의 화려한 그래픽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직관성도 좋다.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테마를 바꿔주는 계기판도 좋다. 적어도 최신 차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시동을 켜고 끌 때의 세레모니도 화려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인 조작성과 복잡하지 않은 사용법,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물론 후석 대화 모드나 후석 취침 모드, 텔레매틱스, 카투홈 등 최신 기능도 있다. 이제는 잘 언급하지 않는 현재 재생 중인 음악 정보를 알려주는 사운드 하운드, 카카오 아이의 음성 인식 시스템 등 기능성도 충분하다.
신형 K7에서 소개된 ‘자연의 소리’ 기능도 있다. 숲속, 파도, 눈길, 빗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테스트 모델에는 15개 스피커를 갖춘 렉시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이를 통해 듣는 자연의 소리가 예상보다 좋았다.
다만 현대 기아차답지 않은 부분도 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탑재됐는데, 요즘 현대 기아차 상품치고 화질이 나쁘다. 컬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기아차는 꼭 이렇게 하나씩 아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공조 장치 하단 수납함에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다. 기어 레버 하단에는 주행모드와 구동력을 제어할 수 있는 다이얼을 배치했다. 팰리세이드에서 봤던 디자인이다.
대시보드나 도어 패널에 박음질 마감을 넣었고, 시트도 다이아몬드 스티치로 화려한 멋을 부각했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운전석 시트의 일부 조작에 제한이 있다. 다른 차들처럼 쿠션만 개별적으로 각도 조절할 수 없다. 럼버 서포트는 앞뒤로만 조작된다. 상하 조작이 안 되는 것. 팰리세이드의 것과 차이가 나는데, 높은 차 값 대비 원가 절감에 노력하려는 모습이다. 조수석에는 워크인 디바이스 스위치가 있는데, 시트 높이 조절 기능은 없다.
뒷좌석은 넓다. 시트백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 기능을 지원하며 열선도 있다. 뒷좌석 오른쪽에 레버를 달아 3열 공간으로 드나들기 쉽게 만들었다. 테스트 모델은 5인승이지만 기능을 삭제하지 않았다. 바닥이 평평하고 230V 소켓과 USB 포트도 2개 배치했다는 점은 칭찬할 부분이다.
3열 구조를 감안해 개발된 만큼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다. 그리고 수동 방식이었던 트렁크가 이제 전동으로 여닫힌다.
이 정도의 큰 변화면 모하비를 신모델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주행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까?
시동을 건다. 6기통 3리터 디젤 엔진이 힘찬 회전을 시작한다. 디젤이지만 확실히 6기통은 다르다. 싸구려 같은 엔진 소리를 들려주지 않기 때문. 아이들 정숙성을 테스트한 결과 37.5dBA을 기록했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수치다. 기아차는 소음도 개선했다고 하는데, 체감적으로 크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태에서 들리는 정숙성은 58.0dBA로, 기존 모델의 58.5dBA과 비슷했다.
참고로 쌍용 G4 렉스턴은 각각 37.0, 58.0dBA을 보였다. 현대 팰리세이드 2.2 디젤은 39.0, 58.0dBA을 기록했다. 아이들 정숙성은 팰리세이드 디젤이 가장 크지만, 주행 소음은 모두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승차감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서스펜션이 푹신한 감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조금 급하게 멈추면 차체가 앞뒤로 출렁거리기도 한다.
흔히 과거에 쓰던 ‘물침대 서스펜션’이 보여주던 감각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승차감이다. 이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 이런 성격을 좋아할 소비자들이 존재하며, 기아차는 그런 소비자를 타겟으로 모하비를 개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저마다 온로드 SUV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통 SUV 감각을 가진 모델도 가치는 있다. 물론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만약 푹신한 승차감에 주행 완성도까지 좋았다면 우리 팀은 새로운 모하비를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링컨 컨티넨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하비는 그 정도의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프레임 차체 및 섀시 셋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이 문제 같다.
우선 노면을 통해 발생한 충격을 세련되게 걸러주지 못한다. 노하우가 부족한 국산 프레임 구조에서 나오는 한계일 것이다. 최근 테스트한 쉐보레는 콜로라도를 통해 이러한 감각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아직 기아차는 이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물론 쌍용 G4 렉스턴보다는 낫다.
그래도 엔진의 여유로운 힘이 차량을 스트레스 없이 이끈다. 이때 느껴지는 감각도 꽤 고급스럽다. V6 3.0 엔진은 260마력과 57.1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경쟁 모델의 4기통 2.2리터 엔진과 비교하면 확실히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여유로운 힘이 나와 좋다. 터보차저에 의한 지연 현상도 6기통 디젤이 짧은 편. 그만큼 운전이 여유로워진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과 소리가 실내 탑승객을 만족시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꽤 시원스럽게 속도를 높인다. 쥐어짜는 감각도 없고 여유로움이 부각된다. 엔진 회전수가 상승해도 거친 질감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성능을 확인한 결과 7.59초를 기록했다. 기존 모델이 7.94초였으니 실제 구동 효율의 개선을 예상해볼 수 있다.
꽤 빠르다. G4 렉스턴의 11.39초보다 크게 빠른 성능이며, 팰리세이드 디젤의 8.95초보다도 1초 이상 빠르다. 심지어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팰리세이드 3.8(7.78초)이나 트래버스(7.82초)보다 빨랐다.
8단 자동변속기도 제 역할을 잘 했다. 조금 늦은 반응을 갖췄는데, 차량 컨셉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하비의 타겟은 뚜렷하다. 20~40대 층보다 그 이상의 중장년층을 겨냥한다. 즉, 소비자 타겟에 잘 맞춰진 파워트레인으로 보면 된다. 팰리세이드에도 이 엔진과 변속기가 매칭되면 좋겠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올라선 순간부터 불만이 나온다. 차가 똑바로 직진하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줘야만 했다. 정말 오랜만에다. 현대기아차가 처음 C-MDPS를 달았을 때 같다. 직진을 하려면 계속 스티어링휠을 보정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만나기 힘든 신선한 경험이다.
최근 현대 기아차는 스티어링 시스템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발전을 했다. 이제는 큰 불만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기아차는 신형 모하비에 R 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 어디선가 C 타입 보다 못한 염가형 R 타입을 구해온 모양일까?
지금까지 우리 팀에서 지적했던 직진성 문제는 스티어링 시스템 자체적인 문제였다. 노면 피드백도 제한적이었고 스티어링 중앙점의 감각도 희미했다.
하지만 이번 모하비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하체가 차량을 안정적으로 지지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다 보니 직진을 하면서도 계속 좌우로 미세하게 출렁거리는 것이다. 직진을 할 때 나오지 말아야 할 요 모멘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계속 직진만 하면 이내 잦아들긴 한다. 하지만 모든 도로가 모하비를 위해 직선으로만 이뤄져 있지는 않다. 간혹 차선도 바꿔줘야 한다. 이럴 때마다 계속 출렁거림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스티어링휠 조작이 요구된다. 차라리 고속 안정성은 기존 모델이 더 좋았다. 이번 모델은 퇴보한 섀시 완성도를 보여준다.
현대기아차는 섀시 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향후 전기차나 수소차로 가서 내연기관이 사라져도 차체와 섀시는 남는다. 특히나 서스펜션은 자동차의 성능과 승차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속 중 하나다. 기아차는 그렇다 해도 제네시스가 제대로 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노하우 확보는 중요하다. 관련 연구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이유다.
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활성화시켜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다. 이외에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차로 유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등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어서 좋다.
이제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살짝 겁이 난다. 너무 부드럽기만 한 서스펜션이 별다른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
앞서 차량 성격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차는 코너를 빠르게 주행하기 위한 성격은 아니다. 자연스레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게 된다.
코너에 들어서자 차량의 기울임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롤은 크지만 일정 수준부터 의외로 잘 버텨냈다. G4 렉스턴의 전복될 것 같은 감각보다 크게 앞선다.
타이어는 265mm 너비로, 4개 바퀴에 장착됐다. 제품은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 기존 모델이 래디얼 RA07이라는 제품을 사용했는데, 한계 영역이 조금 더 낮아진 느낌이다. 기존 모하비는 적당히 조율된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궁합 덕분에 코너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운전이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속도를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 차라리 콜로라도처럼 올 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모하비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지지 않았을까?
육중한 무게를 갖는 SUV지만 브레이크는 의외로 잘 버텼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40.35m. 보편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고, 기존 모델의 38.95m와 비교하면 조금 증가한 제동거리다.
하지만 테스트를 반복해도 40m를 꾸준하게 유지했다.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아 제동 시스템의 신뢰도는 높은 수준이었다. 평균 제동거리는 40.8m 수준.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100%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약간 더 줄어든 제동거리를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구동방식은 4륜을 쓴다. 기존 모하비는 파트타임 방식처럼 Auto, 4H, 4L 모드를 변경할 수 있었다. 이중 오토 모드를 사용해도 기본적인 성향은 후륜구동에 가까웠다. 빠른 주행에서 오버스티어 특성도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앞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덕분에 오버스티어는 강제로 만들지 않는 이상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성격이 더 적합할 것이다.
연비는 어떨까?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주행한 결과 약 12km/L 대를 보였다. 팰리세이드 3.8, 트래버스 3.6이 12~13km/L 대 연비를 보였으니 가솔린 대형 SUV와 별 차이 없는 연비다. 참고로 G4 렉스턴이나 팰리세이드 2.2 디젤은 14km/L로 조금 더 높았다. 모하비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연비 부분은 동급 가솔린 모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시내 주행 때는 가솔린 모델보다는 조금 더 나은 효율을 보였다.
이제는 모하비를 운용한다면 경유와 함께 이따금 요소수도 넣어줘야 한다. 모하비에도 SCR이 장착되기 때문이다.
이제 SCR은 상당히 익숙할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엔진에서 만들어진 나쁜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뿌려서 중화 시켜주는 기술이다. 그런데 요소수가 무엇이길래 나쁜 배출가스를 중화시켜주는 것일까?
먼저 요소수는 이름 그대로 물에 요소가 섞인 액체다. 비율은 물이 67.5, 요소 32.5이며, 이 액체가 배출가스 속 질소산화물과 반응해서 물과 질소로 환원된다. 과거에는 듀얼 EGR이나 LNT 같은 후처리 장치도 있었는데, 지금은 SCR이 있어야만 현재의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제 슬슬 SCR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먼저 암모니아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암모니아 슬립 문제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제조사에서도 준비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요소수를 뿌릴 때 화학적인 반응으로 인해서 결정화가 이뤄진다. 이것을 금속염이라고 부른다. 보통 흰색을 띠는데, 이 가루들이 쌓이면서 막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요소수는 물과 요소가 섞인다. 그런데 물속에 함유된 미량의 중금속들이 SCR 시스템에서 질소산화물과 결합하면 결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금속염이다.
SCR에도 종류가 있다. DPF를 중심으로 앞쪽에서 뿌리는 방식과 뒤쪽에서 뿌리는 방식으로 나뉜다. 만약 DPF 앞쪽에서 뿌리는 방식이면 이 금속염이 DPF를 막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막히면 꽤 골치 아프다. 당연히 오염 물질을 잘 걸러내지 못할 것이며, 무엇보다 빠져나가야 할 배기가스가 빠지지 못하고 각 부품들에 부하를 높인다. 배기 시스템에 온도가 높아지고 각종 센서들이 망가질 확률도 높아지며, 후처리 시스템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이때 수리비는 승용차만 해도 수백만 원대고 상용차면 천만 원이 넘을 정도다. 아직 승용차 쪽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상용차 쪽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 이것을 막아줄 방법은 없을까? 좋은 요소수를 사용해야 한다. SCR을 막히게 만드는 원인은 물속의 중금속이다. 그래서 이것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한다. 이것을 초순수물이라고 부른다.
요소수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요소수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된 제품이어야 한다. 일부 국가나 업체는 가품 요소수를 썼다가 부품이 망가지면 보증수리나 보험료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가품 대신 정품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정품 요소수를 사용해도 금속염이 쌓이는 것은 100% 해결하지 못한다. 공기 중에서, 자동차의 배출가스 중에서 반응을 하기 때문에 매우 조금씩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품 요소수는 이를 최대한 늦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럼 가품 요소수와 정품 요소수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독일 VDA의 AdBlue® 라이센스를 획득한 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ISO 22241 기준을 준수한 업체에게만 AdBlue 상표를 사용할 권한이 생긴다.
국내에 AdBlue® 라이선스를 획득한 요소수 제작 업체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알파벳 순)
또 다른 문제는 요소수 보충이다.
일반적인 승용형 디젤 차의 요소수 탱크 용량은 15~20리터 사이. 탱크가 가득 찼을 때 대략 2만 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대략 1년에 한 번 정도 보충해주시면 된다.
요소수가 없으면 대부분의 차들이 작동을 멈춘다. 움직이더라도 정상 속도로 주행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사실 요소수가 없어도 엔진이 움직이는데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요소수가 분사되지 않으면 먼저 도징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요소수 분사 장치가 망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도징 시스템이 요소수를 분사하지 않고 뜨거운 배출가스에 계속 노출되기만 해도 망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대부분의 SCR 시스템은 한 개 부품만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 게다가 고가다. 때문에 그래서 요소수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막는 것이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요소수를 넣을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차체에 묻지 않아야 한다는 것. 차체에 묻으면 도장을 망가트리거나 심하면 차체 부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시 모하비로 돌아와서 정리해보자. 모하비는 분명 신차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주행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특정 소비자층을 확실하게 공략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제 모하비는 5천만 원이 훌쩍 넘는 차가 됐다. 해외에서 기아자동차는 브랜드 밸류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고급차를 만들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기아=저가 브랜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팅어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도 결국 브랜드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싼 차 모하비, 팰리세이드 구입이 더 합리적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레임 바디에 6기통 디젤엔진, 여기에 각종 편의 장비를 풍성하게 넣어 고급 SUV처럼 포장했다. 같은 값이면 차라리 수입 SUV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국산차? 팰리세이드 가솔린을 구입하는 것이 월등히 합리적이다. 연료비 때문에 디젤을 구입해야 한다고? 모하비의 적정 가격은 풀옵션 기준으로 4천만 원대가 적당하다. 팰리세이드와의 차액이면 연료비로 쓰고도 남는다. 차량 완성도? 일부 승차감 차이를 제외하면 팰리세이드가 낫다. 월등히 낫다.
우리 팀은 최상급 트림 기준으로 1천만 원 정도는 하락해야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어떤 자신감이 이러한 가격 정책을 꺼내 들게 했을까? 내년에 나올 제네시스 GV80이 6천만 원이 넘을 것 같으니 모하비로 1차 충격을 줘서 GV80이 저렴하다고 소비자들에게 최면이라도 걸고 싶었던 것일까? 최근 기아차는 고가 정책을 쓴다. 그룹 내에서 가장 밸류 낮은 브랜드가 말이다. 그걸 희석하기 위해 여론 형성에 많은 돈을 쓴다. 개발비 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포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져야 한다.
가격만 높인 비싼 차와 고급차는 다르다. 주변에 모하비 더 마스터를 타는 친척 어른이 계시다면 인사라도 잘하자. 그는 부자다. 분명 두둑한 용돈을 쥐여줄 것이다.
먼저 ‘사골’이라고 놀림 받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바디-온 프레임 방식의 차량은 쉽게 RC카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뼈대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뼈대는 한 번 만들면 별로 바꿀 일이 없다. 그보다 그 위에 어떤 차체를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포드를 대표하는 픽업트럭인 F-150은 모델체인지 형식으로 신차를 출시하지만 프레임은 기존 것을 그대로 혹은 조금 개량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프레임 위에 얹는 차체를 얼마나 좋게 바꿨는지가 중요하다. 새롭게 출시된 모하비를 단순히 사골이라고 놀리는 것보다 얼마나 신차처럼 나왔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모하비는 2세대 모델로 분류해도 문제 없을 듯 하다. 실내외를 비롯해 많은 부분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러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기아차 내부적으로도 사골 모델 취급하는 모양이다.
디자인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신선하다. 먼저 호랑이 코 그릴이 새롭게 해석됐다. 그릴을 옆으로 넓게 늘리고 테두리 안쪽에 헤드램프를 넣었기 때문. 신형 쏘울에서 호랑이 ‘코’가 아닌 ‘입’ 같은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이번에는 호랑이 ‘코’를 ‘눈’까지 확장시켰다.
기아차는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이매진 컨셉트(Imagine Concept)를 통해 호랑이 코 그릴 안쪽에 헤드램프를 넣는 시도를 했는데, 이것을 양산으로 연결한 첫 번째 모델이 모하비다.
헤드램프는 4개의 프로젝터로 구성된다. 여기에 세로줄을 연상시키는 주간 주행등을 달았다. 나머지 디자인 요소도 모두 직선적이고 우람하다. 강인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요소다. 기아자동차 엠블럼 대신 모하비 엠블럼을 넣은 것도 특징이다.
측면부는 부분적으로 달라졌다. 컨셉트카에 적용됐던 도어 하단의 장식이 양산 모델에도 똑같이 쓰였다. 나머지 부분은 기존 모하비와 비슷한데, 바디 패널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하지 않은 것 같다. 휠은 20인치까지 사용한다. 덩치가 커서인지 휠이 커 보이지 않는다.
후면부도 달라졌다. 리어램프는 좌우가 연결된 형식이고 LED로 멋을 냈다. 모하비(MOHAVE)라는 영문 이름도 크게 보이게 했다. 범퍼 하단에는 4개의 머플러가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연결된 것이 아닌, 모양만 낸 것이다. 최근 이러한 디자인 요소가 유행처럼 번지는데, 모하비의 것은 메르세데스-AMG 모델을 연상시키기에 멋은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차체 크기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길이는 동일하지만 폭이 살짝 넓어지고 높이가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무게를 측정한 결과 2282kg로 확인됐다. 2308kg이었던 기존 모델보다 살짝 가벼워졌다. 참고로 G4 렉스턴은 2180kg이며, 팰리세이드 디젤은 2083kg로 측정됐다. 재미있는 부분은 신형 모하비의 전후 무게 배분이 앞쪽으로 더 몰렸다는 것. 기존 모델은 55.4 : 44.6 배분율이였지만 신모델로 바뀌면서 57.2 : 42.8로 앞쪽이 더 무거워졌다.
인테리어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모델은 한눈에 봐도 구형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이제는 완전한 신차 느낌이 난다. 수직형 구조에서 수평형 구조로 바뀌면서 넓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계기판에 12.3인치, 센터페시아에도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두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말고는 사실상 없다. 그것을 기아차가 K9과 모하비를 통해 적용한 것.
계기판의 화려한 그래픽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직관성도 좋다.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테마를 바꿔주는 계기판도 좋다. 적어도 최신 차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시동을 켜고 끌 때의 세레모니도 화려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인 조작성과 복잡하지 않은 사용법,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물론 후석 대화 모드나 후석 취침 모드, 텔레매틱스, 카투홈 등 최신 기능도 있다. 이제는 잘 언급하지 않는 현재 재생 중인 음악 정보를 알려주는 사운드 하운드, 카카오 아이의 음성 인식 시스템 등 기능성도 충분하다.
신형 K7에서 소개된 ‘자연의 소리’ 기능도 있다. 숲속, 파도, 눈길, 빗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테스트 모델에는 15개 스피커를 갖춘 렉시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이를 통해 듣는 자연의 소리가 예상보다 좋았다.
다만 현대 기아차답지 않은 부분도 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탑재됐는데, 요즘 현대 기아차 상품치고 화질이 나쁘다. 컬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기아차는 꼭 이렇게 하나씩 아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공조 장치 하단 수납함에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다. 기어 레버 하단에는 주행모드와 구동력을 제어할 수 있는 다이얼을 배치했다. 팰리세이드에서 봤던 디자인이다.
대시보드나 도어 패널에 박음질 마감을 넣었고, 시트도 다이아몬드 스티치로 화려한 멋을 부각했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운전석 시트의 일부 조작에 제한이 있다. 다른 차들처럼 쿠션만 개별적으로 각도 조절할 수 없다. 럼버 서포트는 앞뒤로만 조작된다. 상하 조작이 안 되는 것. 팰리세이드의 것과 차이가 나는데, 높은 차 값 대비 원가 절감에 노력하려는 모습이다. 조수석에는 워크인 디바이스 스위치가 있는데, 시트 높이 조절 기능은 없다.
뒷좌석은 넓다. 시트백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 기능을 지원하며 열선도 있다. 뒷좌석 오른쪽에 레버를 달아 3열 공간으로 드나들기 쉽게 만들었다. 테스트 모델은 5인승이지만 기능을 삭제하지 않았다. 바닥이 평평하고 230V 소켓과 USB 포트도 2개 배치했다는 점은 칭찬할 부분이다.
3열 구조를 감안해 개발된 만큼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다. 그리고 수동 방식이었던 트렁크가 이제 전동으로 여닫힌다.
이 정도의 큰 변화면 모하비를 신모델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주행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까?
시동을 건다. 6기통 3리터 디젤 엔진이 힘찬 회전을 시작한다. 디젤이지만 확실히 6기통은 다르다. 싸구려 같은 엔진 소리를 들려주지 않기 때문. 아이들 정숙성을 테스트한 결과 37.5dBA을 기록했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수치다. 기아차는 소음도 개선했다고 하는데, 체감적으로 크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태에서 들리는 정숙성은 58.0dBA로, 기존 모델의 58.5dBA과 비슷했다.
참고로 쌍용 G4 렉스턴은 각각 37.0, 58.0dBA을 보였다. 현대 팰리세이드 2.2 디젤은 39.0, 58.0dBA을 기록했다. 아이들 정숙성은 팰리세이드 디젤이 가장 크지만, 주행 소음은 모두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승차감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서스펜션이 푹신한 감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조금 급하게 멈추면 차체가 앞뒤로 출렁거리기도 한다.
흔히 과거에 쓰던 ‘물침대 서스펜션’이 보여주던 감각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승차감이다. 이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 이런 성격을 좋아할 소비자들이 존재하며, 기아차는 그런 소비자를 타겟으로 모하비를 개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저마다 온로드 SUV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통 SUV 감각을 가진 모델도 가치는 있다. 물론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만약 푹신한 승차감에 주행 완성도까지 좋았다면 우리 팀은 새로운 모하비를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링컨 컨티넨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하비는 그 정도의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프레임 차체 및 섀시 셋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이 문제 같다.
우선 노면을 통해 발생한 충격을 세련되게 걸러주지 못한다. 노하우가 부족한 국산 프레임 구조에서 나오는 한계일 것이다. 최근 테스트한 쉐보레는 콜로라도를 통해 이러한 감각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아직 기아차는 이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물론 쌍용 G4 렉스턴보다는 낫다.
그래도 엔진의 여유로운 힘이 차량을 스트레스 없이 이끈다. 이때 느껴지는 감각도 꽤 고급스럽다. V6 3.0 엔진은 260마력과 57.1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경쟁 모델의 4기통 2.2리터 엔진과 비교하면 확실히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여유로운 힘이 나와 좋다. 터보차저에 의한 지연 현상도 6기통 디젤이 짧은 편. 그만큼 운전이 여유로워진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과 소리가 실내 탑승객을 만족시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꽤 시원스럽게 속도를 높인다. 쥐어짜는 감각도 없고 여유로움이 부각된다. 엔진 회전수가 상승해도 거친 질감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성능을 확인한 결과 7.59초를 기록했다. 기존 모델이 7.94초였으니 실제 구동 효율의 개선을 예상해볼 수 있다.
꽤 빠르다. G4 렉스턴의 11.39초보다 크게 빠른 성능이며, 팰리세이드 디젤의 8.95초보다도 1초 이상 빠르다. 심지어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팰리세이드 3.8(7.78초)이나 트래버스(7.82초)보다 빨랐다.
8단 자동변속기도 제 역할을 잘 했다. 조금 늦은 반응을 갖췄는데, 차량 컨셉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하비의 타겟은 뚜렷하다. 20~40대 층보다 그 이상의 중장년층을 겨냥한다. 즉, 소비자 타겟에 잘 맞춰진 파워트레인으로 보면 된다. 팰리세이드에도 이 엔진과 변속기가 매칭되면 좋겠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올라선 순간부터 불만이 나온다. 차가 똑바로 직진하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줘야만 했다. 정말 오랜만에다. 현대기아차가 처음 C-MDPS를 달았을 때 같다. 직진을 하려면 계속 스티어링휠을 보정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만나기 힘든 신선한 경험이다.
최근 현대 기아차는 스티어링 시스템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발전을 했다. 이제는 큰 불만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기아차는 신형 모하비에 R 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 어디선가 C 타입 보다 못한 염가형 R 타입을 구해온 모양일까?
지금까지 우리 팀에서 지적했던 직진성 문제는 스티어링 시스템 자체적인 문제였다. 노면 피드백도 제한적이었고 스티어링 중앙점의 감각도 희미했다.
하지만 이번 모하비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하체가 차량을 안정적으로 지지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다 보니 직진을 하면서도 계속 좌우로 미세하게 출렁거리는 것이다. 직진을 할 때 나오지 말아야 할 요 모멘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계속 직진만 하면 이내 잦아들긴 한다. 하지만 모든 도로가 모하비를 위해 직선으로만 이뤄져 있지는 않다. 간혹 차선도 바꿔줘야 한다. 이럴 때마다 계속 출렁거림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스티어링휠 조작이 요구된다. 차라리 고속 안정성은 기존 모델이 더 좋았다. 이번 모델은 퇴보한 섀시 완성도를 보여준다.
현대기아차는 섀시 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향후 전기차나 수소차로 가서 내연기관이 사라져도 차체와 섀시는 남는다. 특히나 서스펜션은 자동차의 성능과 승차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속 중 하나다. 기아차는 그렇다 해도 제네시스가 제대로 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노하우 확보는 중요하다. 관련 연구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이유다.
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활성화시켜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다. 이외에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차로 유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등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어서 좋다.
이제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살짝 겁이 난다. 너무 부드럽기만 한 서스펜션이 별다른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
앞서 차량 성격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차는 코너를 빠르게 주행하기 위한 성격은 아니다. 자연스레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게 된다.
코너에 들어서자 차량의 기울임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롤은 크지만 일정 수준부터 의외로 잘 버텨냈다. G4 렉스턴의 전복될 것 같은 감각보다 크게 앞선다.
타이어는 265mm 너비로, 4개 바퀴에 장착됐다. 제품은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 기존 모델이 래디얼 RA07이라는 제품을 사용했는데, 한계 영역이 조금 더 낮아진 느낌이다. 기존 모하비는 적당히 조율된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궁합 덕분에 코너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운전이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속도를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 차라리 콜로라도처럼 올 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모하비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지지 않았을까?
육중한 무게를 갖는 SUV지만 브레이크는 의외로 잘 버텼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40.35m. 보편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고, 기존 모델의 38.95m와 비교하면 조금 증가한 제동거리다.
하지만 테스트를 반복해도 40m를 꾸준하게 유지했다.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아 제동 시스템의 신뢰도는 높은 수준이었다. 평균 제동거리는 40.8m 수준.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100%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약간 더 줄어든 제동거리를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구동방식은 4륜을 쓴다. 기존 모하비는 파트타임 방식처럼 Auto, 4H, 4L 모드를 변경할 수 있었다. 이중 오토 모드를 사용해도 기본적인 성향은 후륜구동에 가까웠다. 빠른 주행에서 오버스티어 특성도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앞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덕분에 오버스티어는 강제로 만들지 않는 이상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성격이 더 적합할 것이다.
연비는 어떨까?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주행한 결과 약 12km/L 대를 보였다. 팰리세이드 3.8, 트래버스 3.6이 12~13km/L 대 연비를 보였으니 가솔린 대형 SUV와 별 차이 없는 연비다. 참고로 G4 렉스턴이나 팰리세이드 2.2 디젤은 14km/L로 조금 더 높았다. 모하비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연비 부분은 동급 가솔린 모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시내 주행 때는 가솔린 모델보다는 조금 더 나은 효율을 보였다.
이제는 모하비를 운용한다면 경유와 함께 이따금 요소수도 넣어줘야 한다. 모하비에도 SCR이 장착되기 때문이다.
이제 SCR은 상당히 익숙할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엔진에서 만들어진 나쁜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뿌려서 중화 시켜주는 기술이다. 그런데 요소수가 무엇이길래 나쁜 배출가스를 중화시켜주는 것일까?
먼저 요소수는 이름 그대로 물에 요소가 섞인 액체다. 비율은 물이 67.5, 요소 32.5이며, 이 액체가 배출가스 속 질소산화물과 반응해서 물과 질소로 환원된다. 과거에는 듀얼 EGR이나 LNT 같은 후처리 장치도 있었는데, 지금은 SCR이 있어야만 현재의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제 슬슬 SCR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먼저 암모니아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암모니아 슬립 문제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제조사에서도 준비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요소수를 뿌릴 때 화학적인 반응으로 인해서 결정화가 이뤄진다. 이것을 금속염이라고 부른다. 보통 흰색을 띠는데, 이 가루들이 쌓이면서 막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요소수는 물과 요소가 섞인다. 그런데 물속에 함유된 미량의 중금속들이 SCR 시스템에서 질소산화물과 결합하면 결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금속염이다.
SCR에도 종류가 있다. DPF를 중심으로 앞쪽에서 뿌리는 방식과 뒤쪽에서 뿌리는 방식으로 나뉜다. 만약 DPF 앞쪽에서 뿌리는 방식이면 이 금속염이 DPF를 막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막히면 꽤 골치 아프다. 당연히 오염 물질을 잘 걸러내지 못할 것이며, 무엇보다 빠져나가야 할 배기가스가 빠지지 못하고 각 부품들에 부하를 높인다. 배기 시스템에 온도가 높아지고 각종 센서들이 망가질 확률도 높아지며, 후처리 시스템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이때 수리비는 승용차만 해도 수백만 원대고 상용차면 천만 원이 넘을 정도다. 아직 승용차 쪽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상용차 쪽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 이것을 막아줄 방법은 없을까? 좋은 요소수를 사용해야 한다. SCR을 막히게 만드는 원인은 물속의 중금속이다. 그래서 이것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한다. 이것을 초순수물이라고 부른다.
요소수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요소수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된 제품이어야 한다. 일부 국가나 업체는 가품 요소수를 썼다가 부품이 망가지면 보증수리나 보험료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가품 대신 정품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정품 요소수를 사용해도 금속염이 쌓이는 것은 100% 해결하지 못한다. 공기 중에서, 자동차의 배출가스 중에서 반응을 하기 때문에 매우 조금씩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품 요소수는 이를 최대한 늦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럼 가품 요소수와 정품 요소수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독일 VDA의 AdBlue® 라이센스를 획득한 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ISO 22241 기준을 준수한 업체에게만 AdBlue 상표를 사용할 권한이 생긴다.
국내에 AdBlue® 라이선스를 획득한 요소수 제작 업체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알파벳 순)
또 다른 문제는 요소수 보충이다.
일반적인 승용형 디젤 차의 요소수 탱크 용량은 15~20리터 사이. 탱크가 가득 찼을 때 대략 2만 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대략 1년에 한 번 정도 보충해주시면 된다.
요소수가 없으면 대부분의 차들이 작동을 멈춘다. 움직이더라도 정상 속도로 주행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사실 요소수가 없어도 엔진이 움직이는데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요소수가 분사되지 않으면 먼저 도징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요소수 분사 장치가 망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도징 시스템이 요소수를 분사하지 않고 뜨거운 배출가스에 계속 노출되기만 해도 망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대부분의 SCR 시스템은 한 개 부품만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 게다가 고가다. 때문에 그래서 요소수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막는 것이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요소수를 넣을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차체에 묻지 않아야 한다는 것. 차체에 묻으면 도장을 망가트리거나 심하면 차체 부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시 모하비로 돌아와서 정리해보자. 모하비는 분명 신차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주행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특정 소비자층을 확실하게 공략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제 모하비는 5천만 원이 훌쩍 넘는 차가 됐다. 해외에서 기아자동차는 브랜드 밸류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고급차를 만들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기아=저가 브랜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팅어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도 결국 브랜드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싼 차 모하비, 팰리세이드 구입이 더 합리적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레임 바디에 6기통 디젤엔진, 여기에 각종 편의 장비를 풍성하게 넣어 고급 SUV처럼 포장했다. 같은 값이면 차라리 수입 SUV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국산차? 팰리세이드 가솔린을 구입하는 것이 월등히 합리적이다. 연료비 때문에 디젤을 구입해야 한다고? 모하비의 적정 가격은 풀옵션 기준으로 4천만 원대가 적당하다. 팰리세이드와의 차액이면 연료비로 쓰고도 남는다. 차량 완성도? 일부 승차감 차이를 제외하면 팰리세이드가 낫다. 월등히 낫다.
우리 팀은 최상급 트림 기준으로 1천만 원 정도는 하락해야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어떤 자신감이 이러한 가격 정책을 꺼내 들게 했을까? 내년에 나올 제네시스 GV80이 6천만 원이 넘을 것 같으니 모하비로 1차 충격을 줘서 GV80이 저렴하다고 소비자들에게 최면이라도 걸고 싶었던 것일까? 최근 기아차는 고가 정책을 쓴다. 그룹 내에서 가장 밸류 낮은 브랜드가 말이다. 그걸 희석하기 위해 여론 형성에 많은 돈을 쓴다. 개발비 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포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져야 한다.
가격만 높인 비싼 차와 고급차는 다르다. 주변에 모하비 더 마스터를 타는 친척 어른이 계시다면 인사라도 잘하자. 그는 부자다. 분명 두둑한 용돈을 쥐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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