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신형 K3 “스마트스트림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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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의문이었다. 실린더 내부에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GDI 엔진이 최고라고 자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왜 MPI 엔진을 다시 꺼내들었을까.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효율과 신속함을 모두 만족시킨다고 목이 닳도록 설명했으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CVT 변속기를 신형 K3에 넣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겉으로만 봐서는 진보가 아닌 퇴보였고, 신형 K3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커졌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부터 예상했던 그림은 산산이 부서졌고, 심지어 고속도로를 달릴 땐 ‘스마트스트림’이 옳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파워트레인의 내구성을 높이고, 동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기아차는 엔진의 열효율에 집중했다. 신형 엔진에는 새로운 통합 열관리 시스템이 적용됐고, 무엇보다 실린더 내부 저항을 낮추기 위한 경량 피스톤과 마찰 저감 엔진 무빙 시스템이 적용됐다. 엔진의 회전질감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성능에 대한 체감이 높아졌다. 직분사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은 줄어들었지만,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시점이 빨라졌고 이로 인해 가속 성능 자체는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신형 K3에게 놀랍게도 큰 불만이 없었다. MPI 엔진과 CVT 변속기의 조합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특히 걱정했었던 CVT 변속기의 반응이 가장 두드러졌다. 기아차가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라고 부르는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 변속기는 똑똑했고, 본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여느 경차나 하이브리드에 장착되는 CVT 변속기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어떤 면에서는 닛산이 주로 사용하는 자트코의 것보다 야무진 느낌도 있었다. 고속으로 달릴땐 엔진회전수가 빠르게 치솟고, 6000rpm을 넘어서는 순간 빠르게 ‘가짜 변속’이 이뤄졌다. 계기바늘은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4500rpm에서부터 다시금 레드존을 향해 움직였다.
굳이 수동모드로 조작하지 않아도, 주행 상황에 따라 변속기는 유연하게 성격을 바꿨다. 정속주행에서는 엔진회전수를 스스로 보정하며 낮췄고, 꾸준하게 가속할 땐 슬며시 회전수를 높이고 낮추는 과정을 반복했다. 다만, 미처 탄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의 오르막 주행은 여느 CVT와 다르지 않았다. 회전수만 높아지고, 힘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수동모드로 조작할 땐, 오히려 예전 6단 자동변속기보다 더 나은 느낌을 줬다. 6단 자동변속기의 기어가 새로 체결되는 시간보다 CVT의 인풋 및 아웃풋 풀리가 서로 반경폭을 변화하는게 더 빠른 듯 했다. IVT의 수동모드는 8단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변속 모사는 엄연히 정해진 기어비를 갖고 있다. 내구성 강화를 위해 마모가 적은 금속 체인 벨트가 사용됐고, 유압 조절을 위한 유량 공급장치에는 베인 타입 펌프가 적용됐다.
고속도로 위에서 약 40km를 빠르게 달렸다. 이때의 연비는 9km/l 수준이었고, 이후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적극 사용하며 나머지 40km를 달렸다. 시속 100km에서 엔진은 약 2000rpm으로 회전했고, 시속 80km에서는 1800rpm을 돌았다. 시승을 끝마쳤을 때의 연비는 16km/l를 훌쩍 넘었다. 물론, 시승차는 타이어 공기압이 규정보다 4~5psi 더 높았고, 트렁크 속에 들어있는 간단한 공구 마저 모두 비워진 상태였다.
리어 서스펜션은 여전히 ‘토션빔’을 사용하고 있다. 기아차는 차의 출력, 크기나 무게, 성격 등을 감안했을 때 토션빔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내렸다. 다만, 서스펜션 방식만 같을 뿐,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기존 리어 서스펜션의 댐퍼와 스프링 위치를 바꿔놓았고, 스프링도 훨씬 더 단단해졌다. 서스펜션 부시(Bush)도 전면 개선했다. 이와 함께 MDPS도 개선되면서 고속에서의 방향 전환과 안정감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골격도 예전의 것을 썼지만 취약했던 여러 부분을 보완했다. 강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곳에는 핫스탬핑 공법으로 제작한 19개의 강판이 적용됐고,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105m까지 높여 차체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준중형차 소비자들의 요구와 가치판단이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기아차의 접근법도 변했다. 10마력의 성능을 확보하는 것보다 10%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이 세그먼트에서는 더 낫다고 판단했고, 기아차는 올인했다. 신형 K3는 이런 기획 의도를 충분히 만족시킬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일단 성공이다. 덤으로 디자인은 더 강렬해졌고, 존재감도 높아졌다. 또 중형차 수준의 고급스러움과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첨단 안전장비까지 갖췄다. ‘국민차’라고 불리는 아반떼도 지금은 상대가 되지 못한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도 있다. GDI 엔진이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내구성은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신형 K3의 변화는 분명 옳은 결과로 이어졌지만, 불안요소도 함께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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