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신형 카니발…별다른 대안도, 적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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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카니발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다. 기아차가 최근 내놓고 있는 풀체인지 모델은 눈에 띌 정도로 진화했다. 몇 단계를 단번에 뛰어넘은 것 같다. 미니밴의 장점은 더욱 부각됐고, 다채로운 편의사양과 세련된 이미지까지 갖췄다. 이쯤되면 신형 카니발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미니밴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줄었고,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있는 최근 경향도 힘을 보탠다. 단란한 가족을 꾸린 가장이라면 꿈에도 아른거릴만 하다.
시승한 신형 카니발은 9인승이며 최고급 트림인 ‘노블레스’다. 2.2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됐으며 최고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다. 판매가격은 3630만원이며 액튠사운드시스템, 후측방 경보 및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등의 장비가 추가됐다.
# ‘디자인 기아’의 힘을 보여줬다
승합차의 투박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이번 만큼은 ‘디자인 기아’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카니발 역사상 가장 변화 폭이 크다. 또 RV 계열의 디자인까지 이끌게 됐다. 무거운 짐을 짊어졌지만, 듬직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우뚝 섰다.
겉모습이 주는 스포티함이나 안정감도 상당하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는 동급 중에서 가장 길고, 좌우 바퀴의 간격도 널찍하다. 디자인에 있어서 네바퀴의 위치는 중요하다. 건물의 주춧돌과 같은 것. 넓게 포진한 네바퀴 위로 균형잡힌 차체가 올려졌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굵은 선이 그어졌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19인치 휠도 여느 미니밴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실내의 변화 폭은 더 크다. 대개 미니밴은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기어노브가 센터페시아에 달린다. 카니발도 줄곧 그랬지만 이번엔 과감히 일반적인 세단의 디자인을 채용했다.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며 굳이 기어노브를 위에 달지 않아도 충분한 실내 수납 공간을 확보해서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와 유사한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갖췄고, 스티어링휠이나 계기반도 세단의 것과 비슷하다.
◆ 의전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없는 실내의 편안함
미니밴의 가장 큰 미덕은 광활한 실내 공간과 다양한 시트 배치를 통한 활용성이다. 특히 2열 시트의 편안함이 강조된다. 7인승 혹인 9인승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꽉꽉 채워 달리는 경우가 별로 없을 뿐더러, 의전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발받침이 있거나 전동식으로 시트가 조절되진 않지만, 신형 카니발의 2열 좌석 경쟁력은 부족하지 않다. 앞뒤 슬라이딩이 가능하고 등받이도 거의 눕다시피 뒤로 젖힐 수 있다. 장거리 주행에서 팔받침이 주는 편안함도 무시할 수 없다. 개별적인 냉난방 조절도 가능하고, 거대한 유리와 광활한 선루프는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열선 시트와 USB, 220V 단자까지 더해져 고급 세단 뒷좌석 부럽지 않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한정돼 있고, 2열 시트의 이기적인 편안함은 3열과 4열 시트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3열 시트도 앞뒤 슬라이딩으로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지만, 4열은 쓸모없는 공간으로 남는다. 4열 시트는 버스 전용 차선을 위함이라고 보면 된다. 기아차도 이 시트의 활용을 크게 염두하지 않는 듯, 가운데 좌석엔 헤드레스트도 마련하지 않았다.
◆ 전반적으로 향상된 주행성능,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아
현대기아차의 디젤 엔진은 의외로 성능이 좋다. 특히 R엔진부터는 제원 상으론 유럽 브랜드와 겨뤄도 손색이 없다. 다만 유독 그들의 주력 변속기인 6단 자동과 맞물리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예전 5단 자동변속기가 직결감이나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더 적극적이었다.
신형 카니발에 장착된 엔진은 기존보다 성능이나 연료효율성이 향상됐고, 유로6 배기가스 기준도 만족시킨다. 현시점에서 현대기아차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엔진이다. 엔진 자체는 좋지만 이를 잘 써먹는 법을 더 연구할 필요도 있다.
초반 가속이 원활하진 않다. 엔진회전수도 꽤 높게 쓴다. 최근 현대기아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무거워진 차체 탓도 있다. 예전엔 페달의 초반 응답성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그 민감한 반응 대신 반응 영역이 훨씬 넓어졌다. 고속에서 밟으나 마나 했던 가속페달이 적당한 반발력을 띠게 됐다.
고장력 강판 사용을 대폭 늘린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을 통해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향상됐다. 고속안정성은 확연히 나아졌다. 여전히 스티어링휠의 보타는 필요하지만, 도로 이음새를 넘을때 울렁거리나 휘청거리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가혹한 주행에서는 언더스티어가 다소 심하지만,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한계가 훨씬 높아져서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위화감이 크지 않을 것 같다. 핸들링이나 코너링의 호불호를 따지기 보다는 큰 차체임에도 회전반경이 놀랍도록 좁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음이나 진동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엔진 마운트를 개선하고 흡음재나 차음재 사용을 늘렸다곤 하지만, 여전히 디젤 엔진은 그 존재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 꽤 오랜만에 들어보는 원색적인 디젤 엔진 소리가 들린다. 오르막을 오르거나, 순간적인 가속이 요구될때는 어김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 소음이 2열까진 전달되지 않는다. 운전자만 고독한 싸움을 해야한다.
미니밴의 특성을 감안하면 브레이크 성능도 다소 아쉽다. 홀로 시승했음에도 제동에 대한 만족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편의만 고려할게 아니라, 안전을 위한 기본기도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 경쟁 모델을 초라하게 만드는 편의 및 안전장비
다채로운 편의사양은 신형 카니발의 큰 장점 중 하나다.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코란도 투리스모가 가장 탐내할 장비다. 굳이 자동이 아니더라도 슬라이딩 도어의 장점은 많다. 입구가 넓기 때문에 승하차가 더 용이하고 화물을 적재하기도 편하다. 차가 큰 만큼 좁은 곳에서도 문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신형 카니발의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스마키로도 조작이 가능하고, 운전석이나 뒷좌석에서도 조작할 수 있다. P모드에서 작동되며 파워 슬라이딩 기능을 꺼두면 꽤 큰 힘을 주어 문을 열어야 한다.
외부에 장착된 네개의 카메라로 주변 공간을 살필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덩치 큰 카니발에겐 무척 유용하다. 독일 브랜드의 시스템보다는 카메라 수도 적고, 광각이 심해 왜곡되기도 하지만 있는 것 자체가 운전이나 주차가 서툰 소비자들에게 축복이다. 또 각각의 카메라를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밖에 전방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인식하고 이탈 여부를 알려주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위험 상황을 감지해 경보하는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 레이더를 통해 주행 중 후측방 사각지대를 살피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이 새로운 안전 장비로 적용됐다. 대부분 국내나 북미 시장의 충돌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필수적인 장비다.
◆ 미니밴의 전성시대 아닌 카니발 전성시대
올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카니발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니밴이 이처럼 사랑받았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카렌스부터 쏘울까지 기아차의 최근 신차는 연이어 초라한 성적표만 받았는데, 카니발 하나로 모든 부진을 만회했다. 또 이 상승세는 신형 쏘렌토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카니발은 국내에서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다. 쌍용차의 코란도 투리스모는 카니발에 비해 가격이 조금 저렴하고 사륜구동인 점을 제외하면 내세울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몇몇 일본 브랜드가 판매하고 있는 수입 미니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틈새시장 이상의 성과는 커녕 현재의 판매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형 카니발은 9인승 및 11인승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목적에 특화된 모델도 판매 중이다. 의전용으로 특화된 ‘하이리무진’에는 21.5인치 모니터가 달렸고, 냉온 컵홀더, 무드등, 주름식 커튼 등이 적용됐다. 캠핑에 적합한 ‘아웃도어’는 차체 밀착형 루프박스와 테일게이트 LED 라이트, 냉온 컵홀더 등이 적용됐다.
* 장점
1. 수입 미니밴이 부럽지 않다. 오히려 월등한 부분이 많다.
2. 내외관 디자인은 카니발 구매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 시기적절. 기아차는 물 들어왔을때 노 저어야 한다.
* 단점
1. 실내가 넓지만 획기적인 발전은 없었다. 요즘은 청소기도 달린다.
2. 선택품목으로 추가해야 할 사항이 많다.
3. 무용지물인 맨 뒷좌석을 보면 11인승의 세금 혜택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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