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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차 신형 모닝, 맘 먹고 제대로 만든 ‘국민 경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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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이 스파크에 밀려 9년 만에 경차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기아차는 속으로 웃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쉐보레가 ‘고급 경차’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스파크의 가격을 1670만원(풀옵션)까지 올려놨기 때문이다.

모닝은 올해 1월 풀체인지를 앞둔 상황. 기아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프로모션 전쟁에 돌입했고, 결국 스파크가 출시 6개월 만에 140만원 할인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만들었다. 이런 출혈 경쟁에도 작년 모닝과 스파크의 판매 격차는 고작 2902대. 기아차로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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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올리는데 큰 부담이 없어진 기아차는 모닝의 상품성을 맘껏 끌어올렸다. 차세대 경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내외 디자인을 완전 새롭게 바꿨다. 여기에 파워트레인을 개선에 주행성능과 연비를 향상시켰고,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 기능도 추가했다.

하나둘씩 추가된 사양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모닝의 가격은 어느새 1600만원(풀옵션)까지 올랐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비싸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파크 핑계를 대면 된다. 각각의 사양이 달라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어쨌든 모닝은 스파크보다 수십만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내 경차 시장에서는 무조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아차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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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모아이 갤러리카페까지 왕복 120km가량을 달리며 신형 모닝을 시승해봤다. 

# 신형 모닝, 이제 불안하지 않아요

가장 놀라운 변화는 안정감이다. 그동안 모닝을 타면서 느꼈던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 모닝은 조금만 몰아붙여도 양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돼는데, 신형 모닝은 꽤 과격하게 다뤄도 나름 여유롭게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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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달렸을 뿐인데도 주행 안정성은 좋아졌다는게 확연히 느껴졌다.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장력 강판 및 구조용 접착체 사용 비율을 늘려 차체 강성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토크백터링(TVBB)을 비롯해 직진제동 쏠림 방지 시스템(SLS) 등이 추가됐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잔기술(?)에 불과하다. 먼저 기본 뼈대가 튼튼해야만 이런 기술들을 제대로 소화 할수 있는 법이다.

전체적인 조작 세팅은 전형적인 기아차다.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은 가볍고, 브레이크는 초반에 답력을 몰아넣어 무겁다. 서스펜션은 다소 말캉거렸던 구형 모델에 비해 확연히 단단해졌다. 2차 충격을 묵직하게 억제하면소더 최소한의 부드러움은 유지했다. 경차인 것을 고려하면 스티어링휠과 차체 움직임, 그리고 이 둘의 일체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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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고속도로뿐인 시승 코스였다. 기아차는 신형 모닝을 '코너링의 제왕'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는데, 정작 시승 코스에서는 이를 시험해볼 만한 와인딩 구간은 없었다. 그나마 고속도로에 진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나오는 곡선 구간에서 잠깐씩 코너링 능력을 확인해봤는데, 꽤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차체 움직임을 보이며 날렵하게 빠져나왔다.

다만, 신형 모닝에 탑재된 토크백터링 기술이 이런 코너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보면 스파크도 이정도 코너링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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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제동 쏠림 방지 시스템(SLS)은 확실히 안정적인 멈춤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100km/h 정도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는데, 별다른 차체 흔들림 없이 빠르게 속도를 줄였다. 물론, 주행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는 점, 고급 트림이다 보니 후륜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됐다는 점(스파크는 드럼 방식)이 도움이 됐겠지만, 어쨌든 직진제동 쏠림 방지 시스템까지 추가돼 경차치고는 제동 안정성이 뛰어났다.

# 아무리 좋아져도 경차는 경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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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한계는 명확했다. 1.0리터급 3기통 가솔린 엔진이 낼 수 있는 동력 성능이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기존 엔진을 개선해 중저속 영역에서의 반응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지만, 일반적인 운전자가 이를 느끼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고출력은 76마력, 최대토크는 9.6kg.m로 스파크(74마력, 9.7kg·m)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변속기가 4단 자동과 CVT(무단변속기)인 것이 다를뿐, 무게까지도 비슷해 두 모델의 달리기 능력의 우위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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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2~3초간의 딜레이가 있다. 중저속 반응속도를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초반 반응은 역시나 굼뜨다. 추월을 할 때는 가속페달을 밟고 약 2초가 지난 후에 차로를 바꾸는게 좋겠다. 변속기를 5단으로 하고 저단 기어비를 조정했으면 응답성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한번 탄력을 받으면 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50km에서 100km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도달했는데,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높이는 재가속 능력도 뛰어났다.

오르막길에서는 눈에 띄게 힘들어한다.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 직선 도로에서 속도를 높였는데, 고통스러워하는 엔진음에 비해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스파크와 마찬가지로 어쩔수 없는 경차의 한계로 보인다. 다행히 곧 1.0 터보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성질 급한 운전자들은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스파크보다 좋은 연비

왕복 120km를 달리고 나서의 트림 컴퓨터상의 연비는 14.6km/l. 신형 모닝(16인치 타이어)의 복합 연비인 14.7km/l와 비슷하게 나왔다. 대부분의 주행이 고속도로에서 진행됐지만, 급가속과 급제동, 급코너링 등 과격한 운전을 반복한 것을 고려하면 꽤 준수한 숫자가 나왔다. 운전자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표시연비를 한참 웃도는 우수한 연비를 쉽게 볼 수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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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것은 무단변속기(CVT)가 장착된 스파크보다 신형 모닝의 표시연비가 더 좋다는 점이다. 14인치 타이어를 기준으로 모닝은 15.4km/l, 스파크는 14.3km/l로, 약 7.7% 차이가 난다. 스파크도 오토 스톱&스타트가 들어간 에코 모델의 경우 15.4km/l까지 올라가지만, 어쨌거나 기본 연비는 모닝이 더 우수했다. 

기아차는 신형 모닝에 달린 1.0리터급 카파 엔진에 대단한 자심감을 보였다. 특히, '에코 프라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성능과 연비를 모두 개선했다고 열을 올렸다. 사실, 성능 향상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연비는 실감나게 좋아졌다. 작은 발재간으로도 트립 컴퓨터 숫자가 쭉쭉 올라가는 것이 눈으로 확인됐다.

# 아쉬운 몇가지…더 바라면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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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모닝에는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가 들어갔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그리 고급형이 아니다. 오직 전면부에 달린 레어더만으로 차량을 식별해 멈추는 수준이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모두 사용해 차량뿐 아니라 사람까지 구분하는 니로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쌍용차 티볼리와의 비교다. 티볼리 역시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모닝과 달리 카메라만 사용한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안정적으로 잘 멈추는지는 비교 테스트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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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달린 것은 아쉽다. 일정한 속도만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은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을 위해 레이더를 탑재했다면 속도 조절까지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을 넣을 법도 한데, 가격 인상을 우려한 탓인지 제외했다. 이럴 바엔 크루즈 컨트롤을 과감하게 빼고 오토라이트 등 실제 주행에 도움이 되는 다른 옵션을 기본 장착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암레스트와 열선버튼·컵홀더의  배치는 시승 내내 거슬렸다. 스티어링휠을 잡기만 해도 의도찮게 암레스트에 팔꿈치가 걸렸다. 또, 기어를 조작하거나, 열선 버튼을 누르는 등 팔을 움직일 때마다 걸리적거렸다. 레이디 트림에만 들어간다는 슬라이딩 센터콘솔을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열선버튼과 컵홀더도 기어봉 앞에 배치돼 무심코 사용하다 보면 기어봉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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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카플레이와 내비게이션을 동시에 지원하는 점은 다행이다. 스파크 등 쉐보레 차량의 경우 애플 카플레이만 지원할뿐,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은 사용할 수 없다.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한 애플맵은 아직 과속카메라를 알려주지 않는 등 기능적으로 조금 부족하다. 다만, 플루팅 디스플레이의 경우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볼품없는 모습으로 바뀐다. 저가 트림에도 오디오 액정을 키우고 색상을 화려하게 사용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 파격적인 외관, 정갈한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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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모닝의 외관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어떤 이는 너무 과격하게 디자인해 스파크처럼 안정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다른 이는 작은 차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이라 칭찬했다.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차체 밸런스와 디자인 완성도는 스파크가 더 우수해 보이지만, 한정된 경차 크기를 최대한 활용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모닝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한 마디로 이전 세대에서의 모닝과 스파크의 이미지가 반대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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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에 포인트를 둔 아트 컬랙션은 무조건 추가하는게 좋을 듯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커튼을 감싸는 장식을 비롯해 측면부 하단 사이드 라인 등에 포인트 컬러를 적용하는 것인데, 20만원을 투자해 한층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과감히 선택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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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외관과 달리 모닝이 스파크보다 한층 정제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가로형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각종 버튼들을 사용 목적에 맞게 깔끔하게 배치했다. 몸에 닿는 부분을 넓혔다는 시트도 앉은 느낌이 괜찮았다. 15mm 늘어난 휠베이스 역시 뒷좌석의 무릎 공간을 넓히는데 꽤 도움이 됐다. 국내 경차 기준인 전장 3600mm, 전폭 1600mm를 알차게 활용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255리터, 2열 폴딩 시 1010리터를 사용할 수 있다. 

# 모닝vs스파크,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상품성 업!, 가격도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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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모닝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스파크와의 비교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모닝의 손을 들어주고는 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신형 모닝은 스파크보다 1년 6개월가량 늦게 나왔고, 그 시간의 격차만큼 상품성에서 모닝이 조금씩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형 모닝의 가격과 성능, 사양 등 전체적인 상품성은 얄미울 만큼이나 스파크를 저격하고 있다.

모닝과 스파크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상품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해마다 오르는 경차 가격은 아쉽기만 하다. 이게 다 모닝과 스파크 단 2종(레이 제외)만이 존재하는 국내 경차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독과점 형태의 담합(?)으로 마음껏 가격을 올리고 난 후, 대규모 할인을 통해 판매 경쟁을 벌이는 우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보다 많은 경차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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