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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차 스팅어 3.3 GT…”처음으로 가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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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해 가을. 기아차는 스팅어의 디자인을 확정하고 품평회를 진행했다. 그땐 ‘스팅어’란 차명도 확정되지 않았고, 기아차 엠블럼이 붙어있던 시기였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제네시스 G80 등과 함께 서있던 스팅어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오랫동안 멀찌감치 서서 스팅어를 살폈다. 스팅어의 디자인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팅어의 모태가 되는 ‘GT 콘셉트’보다 더 나은 부분도 많았다. 조잡스럽게 느껴지는 곳도 있었지만, 강렬한 얼굴과 유려한 실루엣, 역동적인 비율 등은 그동안 기아차는 물론,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비단 ‘신차’라서 시선이 집중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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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옆에 선 3시리즈나 A4가 평범하게 보였다. 그만큼 스팅어는 디자이너의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한 모델이다. 보닛과 리어 휀더 하단에 위치한 ‘가짜 에어 벤트’ 역시 디자인 관점에서 생긴 것이다. 이밖에도 곳곳에 꾸밈이 많았다. 전형적인 세단이라면 부담스럽게 다가올만 했지만, 고성능을 지향하고, 패스트백 디자인을 갖춘 스팅어에겐 꽤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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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가장자리에 위치한 헤드램프와 넓게 펼쳐진 그릴 때문인지 1870mm의 차폭이 훨씬 더 넓게 느껴졌다. ‘와이드 & 로우’를 극대화시켰고, 디자인 기법으로 이를 더 강조했다. ‘GT 콘셉트’에 적용됐던 유려하고, 육감적인 루프 라인도 스팅어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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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를 극단적으로 늘린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행 성능에 있어서 기아차가 가장 눈여겨 봤다는 BMW 4시리즈에 비해서 95mm나 길다. 바퀴와 바퀴 사이가 넓어지면서 아주 당당한 자세가 완성됐다. 휠베이스를 늘리고, 휠 크기를 키우는 것은 대다수 디자이너들의 ‘로망’이다. 긴 휠베이스가 실내 공간에 많은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고속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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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그래프가 인수한 스팅어 3.3 GT는 곳곳에 보이는 단차나 도장이 우글거린 부분도 있었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조금 어긋나 있었다. 앞문짝이 살짝 올라섰다. 여러번의 검수를 거쳤지만 아무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철판이 사용된 부분과 플라스틱이 사용된 부분의 외장 컬러도 색온도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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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면서 기대 이상의 고급스러움에 놀랐다. 3.3 GT의 경우 가죽과 알루미늄 등이 많이 사용됐고, 헤드라이너는 스웨이드로 마감됐다. 나파 가죽 시트는 촉감이 유독 부드럽고, 쿠션도 좋다. 상체와 하체의 좌우 쏠림을 잡아주는 부분은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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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저렴한 플라스틱임을 숨기진 않았지만, 맞물린 부위가 들뜨거나 벌어지는 부분은 드물었다. 특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플라스틱 성형이 괜찮았다. 다만 최근 유럽 브랜드나 일본 브랜드는 플라스틱을 덜 저렴하게 보이도록 표면 처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스팅어에서는 그런 노력이 부족해보였다. 플라스틱의 표면만 놓고 본다면 유럽 B세그먼트 소형차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부분이 더러 있었다. 가죽, 알루미늄 등이 쓰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간극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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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실내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어떤 기아차와도 닮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기아차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오직 스팅어만을 위한 디자인 같았다. 송풍구, 도어 손잡이, 스티어링휠 등이 ‘무엇’과 닮았다는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충분히 ‘스팅어의 것’이라고 느껴졌다. 터치 스크린이 조금 더 크고, 계기반을 LCD로 꽉 채웠다면 더 세련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 처음으로 가슴 뛰기 시작했다

스팅어는 철저하게 기획된 차다. 예전처럼 ‘숫자’만 강조하던 현대·기아차의 고성능 모델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달릴 줄 알고, 달리는 즐거움을 담고 있는 차였다. 강원도 산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두근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기아차를 타면서 지금까지 가슴이 뛴 적은 스팅어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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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시트 포지션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사람의 엉덩이가 땅에 가까울수록 무게 중심에도 좋겠다. 기아차는 스팅어의 무게 밸런스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스포츠카처럼 운전석은 차의 중앙에 위치했다. 그만큼 엔진이 차체 중앙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스팅어의 성능을 조율한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 담당 부사장은 스팅어의 특징을 설명하며 “엔진 성능을 높이는 것은 쉽지만, 차체 밸런스를 잡는 것은 매우 큰 과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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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약 1천 바퀴 가량 달렸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러 부분을 다듬었다. 그렇게 탄생한 스팅어는 강원도 산길을 산책하듯 가볍게 달렸다. 마치 BMW 같았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단단함이나, 코너를 돌아가날 때의 움직임, 도로 이음새를 지날 때의 소리 등은 영락없는 BMW였다. 알버트 비어만이 스팅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주행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선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스팅어는 정말 빠르고 안정적이었고, 지금까지의 국산차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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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가 아주 날카롭게 안쪽 차선을 물고 코너를 돌았다. 속도를 높여도 뒷바퀴가 쉽게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스티어링의 감각도 일관적이었다. 한순간에 부담스럽게 무거워지지 않았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는 충분한 신뢰감을 줬고, 이것이 스티어링휠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제네시스 G80의 스티어링 감각도 상당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팅어는 그보다 더 조율이 잘 됐고, 무엇보다 차체 중량이 가벼워 코너에서 훨씬 즉각적이고 경쾌하게 움직였다.

차체엔 고장력 강판을 주로 사용했지만, 하체엔 알루미늄을 쓰면서 경량화와 강성을 확보했다. 너클, 암 등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G80에도 적용됐던 엔진룸의 스트럿바와 사다리꼴 격벽 구조, 견고한 프론트 멤버, 꼼꼼한 언더커버 등 구조적으로 독일차와 흡사한 구석이 많았다. 벤치마킹의 좋은 예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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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렘보 브레이크는 충분한 제동성능을 발휘했고, 페달의 감각과 반응도 뛰어났다. 단순히 명성 높은 브렘보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브레이크 냉각을 위해 언더커버에 공기 유입을 원활하게 하는 에어가이드를 적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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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성능에 대한 부분은 딱 기대 만큼이었고, 후륜구동 전용 8단 자동변속기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G80이나 K9에 비해선 한층 빠릿빠릿했지만, BMW나 포르쉐가 사용하는 ZF 혹은 아이신의 8단 변속기만큼 신속하진 않았다. 성격도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속도를 높이며 달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꽤 오랫동안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는 면모도 있었지만, 스스로 킥다운을 활발히 하진 않았다. 최근엔 토크 컨버터 변속기도 듀얼클러치의 성격을 꽤 닮아가고 있다. 코너 앞에서 강하게 브레이킹이 시작되면, 최적의 엔진회전수를 찾아 스스로 두어단은 기어를 낮추는데 스팅어는 그것에 상당히 인색했다. 결국 행동은 스포티했지만, 성격은 그리 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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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마력의 3.3리터 직분사 트윈 터보 엔진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스팅어의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데, 기아차는 극단적인 경량화보다 강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터보랙’은 크지 않았지만, 엔진회전수를 극단적으로 사용하며 시프트업이 될 땐, 출력이 주춤거리기도 했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는 경박하지 않았고, 듣기 좋음 음색이었다. 다만, 순수한 엔진 소리가 더 유입됐으면 긴장감이 더 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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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기어 노브는 프리미엄 이미지와는 잘 맞아떨어지지만, 퍼포먼스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조작 방법이 낯선 것은 둘째치고, 수동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메르세데스-AMG도 스팅어처럼 패들시프트로만 기어 변속을 하지만, BMW M은 더 특별한 기어 레버를 적용하고 있으며, 다이얼 변속기를 즐겨쓰는 재규어나 랜드로버도 고성능 모델엔 수동모드가 가능한 전자식 기어 레버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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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흥을 내며 달려도 연비는 땅을 쳤다. 서울에서 횡성까지 왕복 350km의 거리를 교통흐름에 맞춰 달렸을 땐 트립컴퓨터로 11km/l의 연비가 표시됐고, 동일한 주유소의 동일한 주유기로 ‘풀투풀’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해보니 약 10km/l가 나왔다. 참고로 후륜구동 3.3 GT의 표시연비는 8.8km/l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작정하고 만든 차다. 제네시스 G70과 많은 것을 공유하겠지만, 디자인, 방향성 등에서 차별성도 크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수많은 쌍둥이와 또 다르다. 퍼포먼스 그리고 프리미엄을 내세우기 위해 ‘기아’ 엠블럼까지 숨길 정도로 많은 것을 쏟아부었고, 많은 것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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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를 타고 약 1000km를 달리면서 ‘이런 국산차가 있었나’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첫느낌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기아차가 앞으로 이런 식으로만 차를 만든다면 수입차를 사야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모터그래프는 기아차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스팅어를 오랜 기간 타보며, 잠깐의 시승을 통해 느껴보지 못했던 여러 장단점을 파헤칠 계획이다. 가슴 뛰는 첫느낌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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