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랜저보다 좋은 그랜저 디젤...가격대비 성능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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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랜저가 여기까지 온건가" 옆자리의 기자는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신음을 토해냈다. 현대차인데도 핸들이 빡빡하게 직진 성향을 갖고, 고속 안정성까지 높아지다니 더 이상 '깔게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브레이크를 밟아보더니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아직 브레이크는 부족하네". 남의 약점을 열심히 찾는게 기자들 속성이라니 좀 웃겼다.
잠시 후 직접 차를 운전해보니 과연 감탄할만 했다. 물론 단점도 없지는 않았다.
◆ 그랜저보다 '좋은' 그랜저
흠잡겠다는 생각으로 공회전 소리를 들어보면 역시 그랜저 가솔린 모델만큼 정숙한 느낌은 아니다. 차르르르 하는 디젤 특유의 소리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일단 차를 출발 시켜보면 생각이 바뀐다. rpm(분당엔진회전수)이 높게 오르지 않고 꼬박꼬박 가속하는 느낌이 착실하다. 다른 그랜저가 "우왕"소리를 내거나 "앵앵" 소리를 내던 언덕이나 급가속 구간도 꽤 꾸준해서 오히려 훨씬 조용하다. rpm이 오르지 않아 되려 심심한 기분도 든다. 물론 기본이 느긋하게 가속되도록 세팅 돼 있는건데, 기어를 수동으로 옮겨서 한단 낮추면 훨씬 빠릿하게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R엔진 특성상 평평한 토크 최고점이 넓지 않아서 지나친 고rpm을 이용하는건 오히려 손해다.
실제 가속력을 보면 그랜저 2.4보다는 월등하고 3.0에도 못지 않은 정도다. 듣기로는 계기반으로 시속 220km까지 꾸역꾸역 가속이 된다고 한다. 가속하는 감각만 보면 이전 그랜저보다 월등하다.
우수한 연비는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연비는 최악의 방법으로 운전했을때 7km/l 정도가 나오고, 조금 노력해서 운전하니 20km/l까지도 나왔다. 평범하게 운전한 기자들은 대략 12km/l 정도가 나왔다고 하는데, 정체가 포함되지 않은 구간이어서 이보다는 조금 덜 나올 것 같다.
◆ 그랜저와 '같은' 그랜저
그랜저가 기본적으로 가진 덕목, 정숙성이나 넓은 실내는 그대로 갖췄다. 뒷좌석 공간도 그렇지만 운동장처럼 넓직한 트렁크가 가장 매력적이다. 독일차에선 감히 엄두낼 수 없는 부분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물론이고 엔진룸의 디젤 소리도 적극적으로 막았다. 엔진룸을 열어보면 이렇게 시끄러운 엔진음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막았는지 놀랄 정도다.
그런데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여전히 좀 무뎌서 답답하다. 그래도 참 다행인건 고속에서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빡빡한 느낌이라는 점이다. 고속에서 핸들을 놓아도 직진하는걸 보니, 사실은 당연한건데도 좀 고마울 정도다. 핸들은 조금 더 스포티한 감각이 됐지만 차가 심한 언더스티어 경향을 갖는건 아쉽다. 코너 중간에서 갑자기 회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응이 어려울수도 있겠다. 언더스티어를 감안하고 주행할 필요가 있다.
◆ 아쉬움도 있지만 만족 할만한 패밀리카
품질은 최신 차들의 수준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기존 설계를 조금만 변경해 만들면서 어려움이 있는것 같다. 엔진룸을 열어보면 열이 많이 발생하는 부분의 곁은 쿠킹호일과 알루미늄테이프 같은 단열재로 감쌌다. 아마 흡기의 온도가 높으면 NOx가 나올것이 우려돼 EURO 6 엔진 특성상 감싼듯 하다. 하지만 마감이 영 세련되진 못했다. 2.2리터 디젤에 이 정도로 힘겨워한다면 3.0리터 디젤은 엄두도 못낼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은 있지만 넉넉한 실내와 주행 성능, 디자인 등을 모두 살펴보면 가격대비 성능이 매우 잘나온 자동차라 할 만했다. 마땅한 경쟁상대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이 값으로 수입차를 산다면 준중형차를 사야 하는데, 가족이 여럿 타야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그랜저를 선택하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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