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공대 감성’으로 무장한 폭스바겐 투아렉 3.0 T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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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3세대 투아렉에 엔지니어 및 디자이너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폭스바겐코리아 슈테판 크랍 사장도 “3세대 신형 투아렉은 혁신으로 가득 찬 모델로서 치열한 럭셔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투아렉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날, 그 자신감의 근거를 찾아보기 위해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 모델을 시승했다.
신형 투아렉은 브랜드 플래그십 SUV답게 시선을 사로잡는 외관을 갖췄다. 가로로 길게 뻗어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길게 뻗은 보닛에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 운동 선수의 벌어진 어깨처럼 볼륨감 있는 숄더 라인까지 모두 강렬한 인상을 발산한다.
실내는 가죽과 크롬, 검은색 유광 플라스틱이 잘 조합되어 있다. 조수석 대시보드는 가로로 길게 뻗은 송풍구 두 개가 차량 앞면과 비슷한 인상을 갖췄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까지 색상을 조절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되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실내를 꾸며준다.
다만, 직물 소재 천장이나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형 SUV답게 공간은 넉넉하다. 신형 투아렉의 전장은 4880mm, 전폭은 1985mm로, 2세대 모델보다 각각 79mm, 45mm씩 늘어났다. 전고는 1700mm로 전작 대비 9mm가 낮아져 한층 역동적인 비율을 갖췄다. 전장은 제네시스 GV80, BMW X5, 아우디 Q7 등 경쟁 모델보다 짧지만, 5명이 탑승하기에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췄다. 183cm인 기자가 조수석 시트를 맨 뒤로 밀어놓은 상태에서도 뒷자리 포지션은 여유롭다.
2열 승객을 위한 USB 단자와 센터 및 B필러 송풍구도 마련됐다. 온도 및 풍량 조절도 앞 좌석과 별개로 가능하다. 천장에는 거대한 선루프가 달려있어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2열에서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창도 크다.
단점을 꼽자면, B필러 송풍구의 바람소리가 거슬린다. 뒷좌석 승객이 강한 바람을 원한다면, 1열 탑승객은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 소리에 시달려야만 한다.
트렁크 용량은 810L에 달하며, 2열을 모두 접을 경우 1800L의 광활한 공간이 제공된다. 2열 폴딩을 위한 손잡이가 트렁크에 있어 간편하게 접을 수 있고, 다소 높은 차체가 부담스럽다면 트렁크에 달린 에어서스펜션 버튼을 통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펼쳐지는 ‘디지털 콕핏’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5인치 TFT 터치스크린은 말 그대로 광활하다. 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만큼 다양한 정보를 시원시원하게 전달한다. 내비게이션 정보는 디지털 클러스터 중앙 및 HUD와 연동된다. 손가락이 닿지 않고 가까이에만 가도 세부 설정 메뉴가 뜨는 제스처 컨트롤은 새로웠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모든 공조 장치의 조작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물리 버튼 없이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조 장치를 조작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디스플레이 터치 감도가 좋은 편이고 스마트폰스럽게 UI를 만들어 놓아 어렵지 않다.
이처럼 좋은 하드웨어와 별개로 내비게이션 성능은 기대 이하다.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릴 때 오른쪽에서 합류하는 도로가 있다는 사실은 열심히 알려주지만, 과속 주의 구간은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올림픽대로 및 도심 한복판을 달리던 중 갑자기 ‘이 지역에서는 안내할 수 없습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길 안내를 멈춰버렸다. 이 경우 내비게이션 경로를 다시 설정하고 나서야 안내가 재개됐다.
거대한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도심에서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투아렉에 탑재된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회전 반경을 줄여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37km/h 이하에서는 전·후륜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반경을 줄이고, 37km/h 이상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하얏트 호텔로 올라가는 좁은 언덕길, 버스가 많이 다니고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아 대형 SUV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구간이지만 이리저리 큰 덩치를 날렵하게 움직여 올라갔다.
시승차에는 ‘액티브 롤 스테빌라이제이션(4.0 TDI 모델)’ 기능은 빠졌지만, 에어서스펜션이 급격한 코너에서도 균형을 꽤 잘 잡아준다. 에어서스펜션을 통해 차량 높낮이를 최저 -40mm에서 최고 70mm까지 총 110mm 범위에서 총 5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에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며 교통 흐름을 따라간다. 후측방 경고 장치도 우수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차로 유지 보조 장치는 다소 불안하다. 차선이 잘 보이는 올림픽대로에서 한쪽 차선만 인식하거나 양쪽 다 인식하지 못했다.
3.0 V6 디젤 엔진은 정숙하고 강력하다. 일정 RPM이 올라오면 누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묵직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100km/h가 가까워져도 로드노이즈 외 엔진음이나 풍절음은 잘 들리지 않는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실내 정숙성은 인상적이다.
엔진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토 스탑 앤 고 기능이 탑재되어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할 때만 살짝 진동이 느껴진다.
6기통 엔진 사운드를 듣고 싶어 드라이브 모드를 바꿔봤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 스포츠, 컴포트, 에코, 스노우,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등 7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 간 가속력이 확연하게 구별된다. 승차감도 컴포트 모드에서는 편안하기만 했다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든든해진다. 다만, 스티어링휠은 어느 모드에서나 시종일관 살짝 무거운 편이다. 변속을 하며 으르렁거리는 6기통 디젤 엔진의 사운드를 확실하게 즐길 수 있다. 엔진음이 너무나 확연하게 달라져 순간적으로 가상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건 아닌지 의심했다.
슈테판 크랍 사장은 투아렉 출시회장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여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은 폭스바겐코리아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이 약속을 지켰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투아렉 3.0 TDI의 가격은 올 휠 스티어링, 에어 서스펜션, 통풍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색상 조절, HUD 등이 빠진 ‘프리미엄’ 모델이 8890만원이다. 앞서 말한 기능들이 추가된 프레스티지 모델은 9690만원, 최상위 R-라인 모델은 1억90만원에 달한다.
신형 투아렉은 여러 첨단 사양과 우수한 동력 성능을 두루 갖춰 브랜드 플래그십이라 부를 만 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여러 첨단 사양을 넣으며 ‘공대 감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럭셔리’라고 할만한 점들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실내 소재, 2열 커튼, 도어 소프트 클로징 등 럭셔리 SUV라면 으레 있을법한 옵션 감성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브랜드 이름부터가 ‘Volks(국민의)+wagen(차)’인데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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