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각자의 매력을 어필하다, 파일럿 VS 맥스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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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비교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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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비교 시승을 한다?'

어떤 차를 비교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대형 SUV라고 부를 수 있는 차가 많지만 출시된 지 오래 되지 않아야 하고, 비교하는 이유도 분명해야 한다. 고심 끝에 선택한 차는 현대 맥스크루즈와 혼다 파일럿. 국내시장만 놓고 보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북미시장에선 경쟁 모델로 꼽힌다. 포드의 익스플로러나 지프 그랜드체로키, 닛산 패스파인더, 도요타 하이랜더처럼 쟁쟁한 라인업이 포진한 세그먼트다. 북미시장의 절대강자 미국 제조사들의 제품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업체들이 남는다. 패스파인더는 국내시장에 아직 신형이 출시되지 않아 비교하기 어렵고, 하이랜더는 우리나라에 팔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맥스크루즈와 파일럿(미국에서는 중형 SUV라고 나뉨)을 비교하게 됐다.

Round 1. 세련미 VS 남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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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디자인'이다. 현대 맥스크루즈와 혼다 파일럿, 두 녀석의 생김새는 정반대다. 첫 인상은 수트를 입은 남자 같은 맥스크루즈, 파일럿은 캐주얼한 옷을 입은 남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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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크루즈의 앞모습은 멋을 많이 부린 모습이다. 전면에 자리잡은 대형 그릴을 중심으로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다. 또 가로 배치 선들과 반대로 범퍼에 달린 LED 주간 주행등은 세로로 배치했다. 또 크롬을 적절히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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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파일럿의 앞모습은 상당히 절제된 모습이다. 조금 밋밋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하지 않게 멋을 부린 게 오히려 참신하다. LED 주간 주행등은 'ㄱ'자 모양으로 테일램프와 일체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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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크루즈는 뒤도 멋을 부렸다. 가로 라인을 많이 사용했고, 크롬도 많이 사용됐다. 또 테일램프는 구형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이다. 파일럿의 뒷모습은 심플하게 디자인됐고, 안정감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후진등은 범퍼 밑에 따로 설치됐다.

Round 2. 부드러움 VS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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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일정이 잡히고 고민에 빠졌다. '시승장소는 어느 곳으로 정하지?', '오프로드만 공략할까?'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생각난 곳은 강촌. 가벼운 오프로드와 고속도로, 시내도로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곳이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맥스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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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몰아본 건 현대 맥스크루즈. 그리 낯설지 않았다. 이래저래 차를 몰면서 이 녀석의 스펙을 떠올렸다. 2.2리터 R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2마력(ps, @6,400rpm), 최대토크 45.0kg.m(@1,750~2,750rpm)의 힘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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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톤에 가까운 무게를 잘 끌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먼저 시내에서 차분하게 차를 몰 때 힘이 부족하단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부드럽게 차를 밀어주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통행량이 많은 도심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접어들어 가속페달을 힘있게 밟았다. 예상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볍고 재빠른 움직임은 아니지만 2톤에 가까운 무게를 나름 답답함 없이 밀어붙였다. 새로 세팅된 6단 자동변속기의 느낌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차체 움직임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파일럿 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다. 요철을 넘을 때 불만은 없었지만 고속에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불만이 생겼다.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에서 차체가 좌우로 휘청(롤링)여서 운전자가 불안함을 느낄 수 있겠다. 물론 사람을 더 태우거나 짐을 실었을 땐 움직임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타이어를 조금 더 넓은 것을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힘,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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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재밌잖아" 파일럿을 몰면서 내뱉은 말이다. 재밌었다. 분명 대형 SUV를 타고 있지만 느낌은 달랐다. 살짝 흥분(?)된 탓일까, 차를 격하게 몰았다. 이 녀석에는 3.5리터 SOHC V6 i-VTEC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284마력(@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의 힘을 낼 수 있다. 또 이 엔진은 운전조건에 따라 사용 기통 수를 제어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기술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이 적용됐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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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의 힘.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자유자제로 큰 덩치를 밀어붙이고, 때로는 차분하게 달리는 맛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함께하며 조금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엔진이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고 있으면 엔진회전수가 부드럽게 올라가다 6,000rpm에서 엔진음이 확 바뀌면서 한번 더 차를 몰아붙이고 변속이 된다. 차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고출력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가솔린 엔진이 힘을 최대한 뿜어내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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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성능. 맥스크루즈와 비교할 때 조금 더 안정감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파일럿의 서스펜션은 조금 단단하게 세팅된 느낌이다. 옆으로 눌리는 코너에서도 큰 차체를 불안함 없이 잡아주는 느낌이 조금 의외였다. 조금 더 빠르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민첩하게 따라오는 느낌은 없었지만 운전자의 의도에 맞게 따라가려는 노력을 보이는 듯했다. 차체가 높고 서스펜션의 상하 유동성이 커서 차체의 기울어짐에 민감하게 세팅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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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거 무단변속기 같은데요? 너무 부드럽지 않아요? 이상한데?" 파일럿을 몰면서 선배와 나눈 대화다. 사실 무단변속기가 아닌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무단변속기라고 착각할 만큼 변속충격이 없다는 얘기다. 이 변속기는 마찰 감소와 동력 손실을 감소시켰다는 것이 혼다의 설명이다. 직접 차를 몰아보니 혼다의 설명이 이해가 됐다.

Round 3. 조심성 있는 맥스크루즈 VS 거침없는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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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을 시승하면서 간단한(?) 오프-로드 테스트를 했다. 잔잔히 흐르는 물가를 건너고 자갈길, 모랫길 위를 달려봤다. 물론 최대한 안전한 상태에서 주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과는 파일럿의 승리였다. 맥스크루즈도 열심히 달려줬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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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맥스크루즈와 비교해 진입 각(approach angle)이 높고, 탈출 각(departure angle)도 높아 험로를 돌파하는데 안정적이었다. 또 최저지상고가 높아 어지간한 험로에서는 차 바닥을 긁을 걱정은 덜어도 될 듯 하다. 모랫길에서 차를 이리저리 미끄러트려봤다. 차가 살짝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운전자가 불안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i-VTM4(지능형 전자식 구동력 배분시스템)의 덕을 본 셈이다. 이 시스템은 앞ㆍ뒤 뿐만 아니라 좌ㆍ우 바퀴에 토크 분배를 원활하게 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술을 새로 적용했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차가 미끄러지면서 카운터 스티어(counter steer) 기술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차의 움직임을 잡아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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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맥스크루즈는 조심성 있는 운전을 유도했다. 파일럿에 비해 최저 지상고도 낮고, 진입 각, 탈출 각이 낮아 험로를 주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디퍼런셜 록 기능의 도움을 받았다. 고저차가 있는 길은 주행이 힘들었지만, 모래와 자갈길 등에서는 파일럿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움직임을 보였다. 놀라웠다. 의외의 모습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지형 반응 시스템이 이 녀석에게 적용된다면 주행 만족감은 더 높아질 것 같다.

Round 4. 편의성은 맥스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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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 맥스크루즈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여러 기능들이 적용돼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차선 이탈 경보시스템을 비롯해 후측방 경보 시스템, 블루링크 시스템이 내장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편의장비들도 대거 탑재됐다. 운전 중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바로 어라운드 뷰 시스템이다. 차에 장착된 4개의 카메라가 사각지대를 보여줘 좁은 골목길, 주차장 등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오프로드에서도 카메라를 통해 지형을 보며 차를 탈 수 있었다. 여러모로 쏠쏠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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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이 닿는 버튼의 질감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버튼들의 크기도 적당하고 눌리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센터페시아에 버튼들이 많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튼이 많아도 익숙해지면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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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다. 다리 공간, 머리 공간도 넉넉해 오랜 시간 타고 있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또 트렁크 공간에 마련된 220V 충전 단자는 매력적이었다. 급하게 충전이 필요하거나, 캠핑 중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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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은 운전하는 데 불편하진 않지만 편의성 부분에서 맥스크루즈의 화려함과 비교하면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8인치 모니터를 통해 오디오와 블루투스, 각종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시인성은 좋지만 조작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구성이다. HDMI 연결 단자가 마련된 점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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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녀석은 '레인워치(Lane watch)'라는 기능이 있다. 조수석 사이드 미러 밑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오른쪽 뒤의 상황을 볼 수 있다. 시승하는 내내 이 기능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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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은 부족함 없이 넓었다. 버튼을 통해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길 수 있어 3열에 승객이 불편함 없이 타고 내릴 수 있게 했다.

치열한 접전, 승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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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을 번갈아 타 본 결과, 승자를 정하기 어려웠다. 서로 어필하는 매력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각종 편의장비를 장착하고 실용성에 초점을 둔 맥스크루즈,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탄탄한 주행성능을 가진 파일럿은 각자의 매력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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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슬리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제쳐두고 보면, 맥스크루즈의 상품성은 꽤 뛰어났다고 평할 수 있겠다. 운전하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오랜 시간 운전을 해도 피로감이 오지 않았다. 또 실내 마감 품질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파일럿 보다는 작지만 속은 알찬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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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의 달리기 성능만큼은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 투박한 디자인과 밋밋한 느낌이 아닌, 최신 시스템을 적용하고 세련되고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은 세대 변경의 뜻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넓은 실내 공간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대형 SUV라는 세그먼트에 충실한 차였다.

자동차를 선택할 때 디자인과 성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차를 사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차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졌다. 그 매력을 살려 차를 탄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긴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상품 정보
개요표
2016 맥스크루즈
가격 3,294~4,309만원
제조사 현대자동차
차종 국산 / 중형
연비 8.5~12.2km/ℓ
연료 디젤, 가솔린
판매 국내출시
상품 정보
개요표
2016 혼다 파일럿
가격 5,390만원
제조사 혼다
차종 수입 / 중형
연비 8.9km/ℓ
연료 가솔린
판매 국내출시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사진
박찬규 기자, 문서우 기자, 김성환 기자, 허인학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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