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프리미엄 세단의 정석, 혼다 뉴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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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뉴 레전드./사진제공=혼다코리아 |
편도 2차로인 도로는 교차로를 지나 10여 미터를 더 가면 1차로로 좁아지는 구조. 옆 차로의 SUV는 먼저 도로를 차지하겠다는 듯 신호가 채 바뀌기도 전에 바퀴를 굴려 정지선을 밟는다. 그르렁거리는 엔진 소리가 차창을 통과해 기자의 차 내부까지 들려왔다.
이윽고 파란 신호가 켜졌다. 횡단보도와 교차로에 보행자나 차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기자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는 시차를 거의 두지 않고 반응하면서 튀어 나갔다. 룸미러로 SUV가 저만치 뒤를 따르는 게 보였다.
레전드는 혼다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기술의 혼다'로 불리길 좋아하는 회사의 모든 기술력이 응축돼있는 차다. 미국에서는 토요타의 '렉서스'에 대응하는 혼다의 럭셔리 브랜드 '아큐라' RL로 팔린다.
레전드는 3.5리터 가솔린 V6(V형 6기통) 직분사 엔진에서 314마력의 높은 출력과 37.6 kgf·m의 토크를 뿜어낸다. 여기에 P-AWS(Precision-All Wheel Steer)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P-AWS는 뒷바퀴 축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직선 주행이나 회전, 차선 변경, 제동 등 방향이나 속도 제어가 필요할 때 상황에 맞게 뒷바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혼다 뉴 레전드의 내부. /사진제공=혼다코리아 |
내부는 프리미엄 세단의 정석을 따랐다. 시트는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얼룩 방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프리미엄 밀라노 가죽을 썼다. 뒷좌석은 성인이 발을 뻗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실제로 전륜구동 차 가운데 이만큼 좋은 승차감을 갖는 차를 찾기는 힘들다.
일본 프리미엄 세단답게 소음이나 진동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소음을 흡수하는 내장 엔진 커버를 비롯해 노면 소음을 낮춰주는 레조네이터 휠, 서스펜션 진동 저감을 위한 리어 서브프레임을 적용했다. 앞, 측면 유리는 두께가 4.7mm로, 이전 모델 대비 5mm 두꺼워졌다. 이를 통해 14.7 dB 이상 소음을 개선하고 1600 헤르쯔 이상의 주파수를 줄였다고 한다. 여기에 ANC(Active Noise Control), ASC(Active Sound Control) 등 스피커와 오디오 시스템으로 노면과 엔진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들어갔다. 오디오는 스피커 14개짜리 크렐(Krell) 사의 프리미엄 시스템이 장착됐다.
일전에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를 시승했다. 어코드와 레전드는 외모는 형제처럼 닮았지만 많이 다른 차다. 견종에 비유하자면 어코드는 비글 같다. 부산하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비글처럼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만 떼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듯 민첩하게 움직인다.
레전드는 대담하면서도 약간은 완고한, 그렇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성격의 일본 아키다견을 닮았다. 투견의 본능을 숨기고 살아가는 개처럼 강한 힘을 가졌지만 부드럽고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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