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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잘생긴 외관, 직선적인 주행력…캐딜락 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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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 /사진제공=GM코리아
캐딜락 CTS /사진제공=GM코리아
캐딜락은 가장 미국적인 차다. 매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 전현직 대통령들이 탔다. 1980년대 디스코 시대의 정점을 찍은 모던토킹과 씨씨캐치는 유럽출신이지만 각각 'Geronimo's Cadillac', 'Backseat Of Your Cadillac'이라는 관능적인 노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고급스럽고 편안한 차의 대명사였다.

캐딜락은 1902년 가변식 밸브 타이밍 1기통 엔진을 장착한 시제품 타입을 내놓은 이래 114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경복궁 고궁박물관에 있는 순종 어차(御車)도 캐딜락 브랜드의 리무진이다. 브랜드 이름은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을 개척한 프랑스 장군 앙트완 모스 카디야경의 성을 땄고, 엠블렘도 카디야 경 가문의 문장에서 유래했다.

단순히 상류층만 탔던 고급차여서 의미가 있는 것만은 아니다. 1908년 세계 최초로 250개 부품 표준화 및 규격화를 실시하는 등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1912년 세계 최초로 전기 모터를 이용한 엔진 시동 장치를 개발하고, 1914년에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8기통 엔진을 발표했다.

긴 후드와 각진 차체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이미지 때문에 한때 주춤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예술과 과학(Art and Science)'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채택하며 재도약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팔린 캐딜락 차량은 27만7868대로, 전년보다 7.5% 성장했다.

지난 주말 '젊어진 캐딜락'의 대표 모델, 중형 세단 CTS를 시승했다. CTS는 '예술과 과학' 디자인 콘셉트로 2002년 처음 출시됐으며, 모델 변경을 거쳐 2013년부터 3세대 모델이 시판 중이다. 럭셔리, 프리미엄, 프리미엄 AWD 등 3가지 트림으로 나왔다. 판매 가격은 5530만~7100만원이다. 기자는 이 중 프리미엄 트림의 차량을 탔다.

외모는 전통과 첨단이 조화된 느낌이다. 직선적이고 굵은 라인이 많아 남자로 치자면 전통적인 미남 스타일이다. 특히 정면은 그 어느 차보다 당당하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큼지막한 오각형 형태의 그릴과 차의 앞면과 뒷면, 바닥 경계를 따라 배치된 선 형태의 주행등이 남성적인 대담함을 표현해 낸다. 쿠페 형태의 흐르는 듯한 지붕 라인은 역동성을 배가한다.

내부는 비례감에 중점을 뒀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정규분포 곡선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이다. 디스플레이 조작부는 버튼이 아니라 터치 식이어서 단조롭다. 특별한 치장은 없지만 검정 스웨이드와 윤택이 나는 우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알루미늄이 이 차가 프리미엄 차라는 것을 말해준다.

뒷유리에는 버튼으로 자동으로 올리고 내리는 차양막이 설치돼 있다. 뒷좌석 출입문 유리는 물론 C필러(뒷좌석 출입문과 뒷유리를 나누는 기둥) 옆 작은 창에도 수동 가리개가 있어 외부 시선과 햇빛을 막아준다.

시동을 켜자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음이 들리면서 계기반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브레이크에 발을 떼자 차는 미끄러지듯 전진했다. CTS에 장착된 2.0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76마력, 최고 토크 40.7kgf∙m를 발휘한다. 또 기존의 하이드라-매틱 자동 6단 변속기에서 자동 8 단 변속기로 변화돼 더욱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캐딜락 CTS 내부 /사진제공=GM코리아
캐딜락 CTS 내부 /사진제공=GM코리아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자 부드럽고 힘찬 가속감이 느껴진다. 여기까진 일반 프리미엄 세단에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 차는 외모처럼 주행도 직선적이다. 아래 위 출렁거림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앞뒤가 따로 움직인다는 느낌도 없다. 마치 여러 부분이 조합돼 차체를 이루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차에는 캐딜락 만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라는 기술이 들어갔다. 노면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각 휠의 댐핑력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가속, 스티어링, 제동과 같은 운전자의 조작을 감지해 최적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끌어낸다. 또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가 면도날같은 제동력을 선사한다.

주행중 내부는 잡소리 없이 극도로 정숙해 100여년 쌓은 프리미엄 자동차 기술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차에는 주행 중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안전 기능도 포함돼 있다. 안전벨트는 평상시에는 느슨한 형태로 운전자를 구속하지 않다가 급제동이나 급회전을 할 때는 자동으로 조여져 승객을 보호한다.

또 자주 운전석에서 '드륵드륵'하는 굵직한 진동은 느낄 수 있다. 차나 보행자 등 충돌 요소와 가까워질 때 내는 경고다. 전방 추돌 경고, 차선 유지 기능,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 변경 경고, 후측방 통행 차량 경고, 천후방 주차 보조 등의 각종 경고 기능도 경험할 수 있다.

3세대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공차 중량이 기존 모델보다 50kg 가벼워졌다. 이에 따라 공인 복합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리터당 0.5km 늘어난 10.5km다. 가솔린 모델이지만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했을 때 엔진이 저절로 작동을 중단하는 '오토 스탑 앤 고' 기능이 포함돼 기름을 아낄 수 있다. 기자가 시내 주행을 했을 때 연비는 리터당 10km 안팎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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