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디젤 연비에 가솔린의 정숙함, K5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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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열린 기자단 시승회에서 도로를 주행 중인 신형 K5. /사진제공=기아자동차 |
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K5를 시승하기 전 현대·기아차 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를 따라잡기 위해 가솔린 기술에 집중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디젤 승용차에 환경개선분담금을 부과하는 등 가솔린 기술 위주 정책을 펴온 것도 현대차가 디젤 엔진 기술 개발에 비중을 덜 둔 이유였다.
하지만 이같은 가솔린 위주의 전략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후반 고유가 시대에 연료 효율을 앞세운 독일차 디젤 세단의 내수시장 공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절치부심한 끝에 뒤늦게 그랜저와 프라이드 등 준대형, 소형 세단에 디젤 엔진을 얹어 판매에 들어갔다. 그리고 현대·기아차의 디젤 세단 기술은 이달 판매를 시작한 쏘나타와 K5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거 디젤차 맞아요?"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인근 엠블 호텔에서 가진 기자단 시승회에서 K5 디젤을 시승한 기자들은 하나같이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에게 이같이 물었다. 그만큼 떨림이나 소음 면에서 가솔린차와 차이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었다. 기자 역시 가솔린 모델보다 훨씬 높은 실연비만 제외하고는 구분이 힘들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른바 '정미소 소음'이라고도 부르는 과거 디젤 엔진 특유의 '달달달'하는 소리가 아니라 저음의 잘 조율된 소리였다. 운전석에서 떨림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진행을 시작했지만 소리는 더 커지지 않았고, 그런 정숙함이 시속 30km 이상에서까지 이어졌다. 디젤 모델에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정차시 저절로 엔진 가동이 중단됐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엔진이 가동하는 '오토 스톱 앤 고'기능이 들어가 있는데, 이 기능의 작동 역시 자연스러웠다. RPM 계기반을 보지 않으면 이 기능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차의 움직임은 가벼웠지만, 스티어링휠(운전대)의 움직임은 딱딱한 편이다. 그래서 곡선 구간에서도 쏠림이 없이 금방 자세를 잡았다. 독일 승용차의 특징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머리가 좌석 헤드레스트(머리받침)에 확 붙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K5는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대로 차가 잘 움직였지만, 독일차처럼 급격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무단변속기처럼 부드럽게 가속이 이뤄졌다.
고속도로 구간에 접어들어 본격 속도를 냈다. 과거 현대·기아차의 중형차들이 시속 140km를 넘어가면 힘이 부쳤지만, 신형 K5는 가뿐하게 초고속 상태에 도달했다. 시속 100km 전후로 노면 상태가 좋은 도로를 달릴 때는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바퀴가 없는 상태로 차가 움직이는' 것처럼 안정적이었다.
K5는 '윈드 쉴드 몰딩'을 채택하고 '대형 언더 커버' 등을 장착하는 등 소음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 때문에 고속 구간에서도 풍절음이나 하부 소음이 거의 없었다.
시승 구간은 호텔을 출발해 자유로와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송추 계곡까지 갔다가 원점으로 복귀하는 왕복 66km 구간. 연비는 리터당 19.3km를 찍었다. K5 디젤 모델의 공인 복합 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리터당 16.0km다.
시승에 동승한 사람은 K5보다 한 급 위인 K7 소유주였다. 그가 남긴 한마디. "K5가 이 정도라면, 현대·기아차는 K7이 안팔릴 걸 걱정해야 할 같은데요. K7보다 K5를 선택할 것 같아요."
안전·편의사양도 챙겨볼 게 있다. 신형 K5에는 주행 중 충돌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과 후측방 경보 시스템에 차간 거리까지 조정하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됐다.
오디오 역시 기존 아날로그 앰프에서 디지털 앰프로 교체되고, 리어 서라운드 스피커 2개가 추가돼 훨씬 생생한 소리를 냈다. 휴대전화 무선충전기 역시 편리했다. 별도의 조작 없이 기자의 갤럭시 S6 휴대폰을 올려놓자 충전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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