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DNA 꽉찬 포르쉐 마칸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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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이 5~6가지뿐인 포르쉐는 치밀한 세부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메이커 중 하나다. 각각의 세부 모델들이 명확한 개발 목표를 갖고 고객 니즈를 맞출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그 중 하나인 GTS 모델은 스피드나 가격 면에서 S 모델과 플래그십인 터보 모델 사이에 자리한다.
하지만 GTS는 이름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궁극의 드라이빙 감각을 전달하는 GT 시리즈 모델과 양산형 모델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감성적 드라이빙 머신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 포르쉐 SUV 라인업에서 GT3 같은 가지치기 모델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마칸 GTS는 터보 모델보다 빠르진 않더라도 더 생생하고 풍부한 감성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SUV 모델에 스포츠카의 DNA를 주입해야 하는 숙제는 포르쉐에게도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카이엔보다 덩치와 중량을 줄인 마칸은 스포츠카의 지향점에 보다 가까운 SUV 플랫폼이다. 그런 마칸에 마침내 GTS 버전이 태어났다. 과연 마칸 GTS는 포르쉐 SUV 군단 중에서, 아니 역대 고성능 SUV 모델 중에서 운전자에게 가장 큰 미소를 안겨줄 수 있을지 확인해보자.
마칸 GTS는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통해 스스로 우월 개체임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마칸 GTS 전용 범퍼 디자인은 하단의 에이프런을 바디 컬러로 통일하고 주간 주행등 아래 위치한 인터쿨러 냉각용 흡기구의 면적을 대폭 넓혔다. 중앙 그릴 부분도 좌우에 별도의 경계구역을 마련하여 보닛을 통해 엔진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흡기 통로로 공기를 유도한다. 검게 페인팅 한 20인치 휠과 그 안으로 비치는 새빨간 캘리퍼가 GTS의 공식을 따른다.
타이어는 전륜에 265mm, 후륜에 295mm를 적용하여 향상된 스피드에 대응한다. 후면부 무광 블랙의 GTS 로고와 플랩을 여닫을 수 있는 네 개의 배기구가 스포티한 감성을 담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마칸 S보다 15mm 낮아진 높이다. GTS를 위해 마련한 감쇠력 조절식 PASM 덕분에 어느 각도에서 봐도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의 느낌보다는 커다란 핫해치처럼 야무지게 보인다. 엔진은 배기량은 유지한 채 S 모델에 비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각각 20마력, 4.1kgm씩 끌어올렸다.
두터워진 토크 밴드는 대부분 2천~4천rpm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현격한 출력 차이는 아니지만 토크 특성의 변화, 낮아진 무게 중심, 높아진 접지력의 조합으로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을 0.2초나 줄인 5초에 끊는다. 별도로 경량화 파츠를 적용하지는 않아 중량은 S 모델보다 30kg 무거워졌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우수해졌다는 반증. 전륜 브레이크는 직경 360mm, 두께 36mm로 강화하여 장시간 스포츠 주행에도 일관적인 페달 감각을 얻어냈다.
클러스터와 대시보드, 센터 스택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다. 3개의 원형 다이얼이 운전대 너머로 자리잡았고 중앙의 빨간 엔진회전계에는 GTS 로고와 함께 67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한다. 레이스카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카본 마감 트림과 알칸타라 소재를 적용하여 진지한 드라이빙 머신임을 암시한다. 항상 포르쉐는 가장 이상적인 드라이빙 포지션을 약속하는데, 마칸 GTS에서는 18-웨이 전동 시트가 그 몫을 해낸다.
허리 양 옆과 허벅지를 감싸주는 볼스터까지 조절할 수 있어 내 몸에 꼭 맞춰 제작한 듯한 버킷 시트의 효과를 낸다. 운전대에서 PDK 기어 레버까지의 거리도 멀지 않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랠리카 감성이다. 최근 신형 카레라는 수동 변속 모드 +/- 방향이 바뀌었는데, 마칸은 아직 그대로다. 물론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터가 사용 빈도가 높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기어 레버 아래쪽으로 스포츠 버튼을 비롯해 8개의 기능 버튼들이 대칭으로 나열되어 있다.
정돈되어 보기엔 좋지만 버튼 모양이 동일하고 주행 중 시야를 옮기기도 쉽지 않는 곳이라 달리면서 조작하기가 쉽진 않다. 낮아진 차고 덕분에 힙 포인트도 함께 내려가면서 착좌감은 SUV라기보다 세단에 앉은 기분에 가깝다. 높은 센터 터널은 과격한 움직임에도 몸을 지탱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마칸은 컴팩트 SUV 사이즈이나 전폭이 1920mm를 훌쩍 넘을 정도로 넓다. 하지만 A필러 주변을 비롯한 전방 시야가 우수해 적극적으로 차선 안에서 차폭을 활용하는데 지장이 없다.
론치 컨트롤을 이용해 계측을 해보면 실제 5초 이하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기도 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에 다다른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여유 있게 처리한다. GTS가 지닌 섀시의 완성도에 비추어보면 여전히 출력에 대한 갈증이 남는다. 숨이 멎을 듯한 호쾌한 가속력은 어디선가 개발 중일지 모르는 터보 S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하겠다. 그러나 그 힘을 남김없이 노면이 토해내는 GTS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너무 정교한 나머지 운전자의 혼을 빼놓을 스릴은 줄었다.
똑똑한 PDK 기어박스는 스포츠 모드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흡사 운전자의 의도를 꿰뚫는 예지력을 지녔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빠른 주행을 위해서 별도로 수동 모드를 조작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레드존 구간을 넘어 선 7천 rpm까지 회전시킬 수 있으나 후반 영역은 부스트 하락으로 가속용으로는 의미가 없다. 영민한 PDK는 6700rpm 이전에 시프트업을 진행하며 가장 효율적인 출력 구간을 활용한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은 고속보다 중속 회전 영역에서 풍부한 사운드를 연주했다. 다만 익숙한 포르쉐 노트와 다른 사운드임은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터보 엔진 트렌드 앞에 포르쉐 노트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100km/h 정속 주행시 회전수는 7단 1600rpm이고 장거리 항속 연비는 최고 12km/L 정도를 기록했다. GTS의 파워트레인이 미소 짓게 했는가? 글쎄, 아직까지는 지나치게 차분하다.
시승차에 옵션으로 추가한 21인치 휠은 낡은 국도나 시내 공사 구간에서 승차감이 다소 뻣뻣했다. 특히 저편평비의 광폭 후륜 타이어가 2열 승차감을 위협했다. 그러나 20인치 기본 사양이라면 3단계로 조절 가능한 댐퍼 세팅 중 노멀과 스포츠로 대부분의 노면에 훌륭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코너링시 차체의 롤링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단순히 단단한 서스펜션은 한계 상황의 거동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마칸 GTS는 이 부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마칸 GTS 오너라 해도 서킷을 찾는 고객은 거의 없겠지만 가끔 만나는 아름다운 와인딩 로드라면 오른발에 힘이 들어갈 법 하다. 차량 통행이 없는 외진 산자락에서 페이스를 올려본다. 강한 브레이킹과 함께 코너를 향해 하중 이동을 시작하면 전륜은 굳건하게, 후륜은 부드럽게 바깥쪽으로 흐르며 원하는 만큼 정확히 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돌려놓는다. "선로 위를 달리는 듯한" 진부한 표현의 사륜구동이 아니다. 운전대를 통한 접지 한계 정보도 풍부하다. 예리한 턴 인과 이어지는 엄청난 전륜의 접지력에서 카이엔 GTS와도 사뭇 다른 마칸 GTS의 코너링에 매료된다.
코너 정점을 지나 재가속을 시작하면 후륜은 온전한 그립을 되찾아 뉴트럴 성향으로 돌아온다. PTM이 외측 구동륜에 더 많은 토크를 배분해 준 덕분이다. 코너 통과 스피드 역시 가공할 만큼 빠르다. 많은 차로 달려본 익숙한 코너에서 GTS의 스피도미터 숫자를 보고 한동안 내 눈을 의심했다. 체감 속도보다 훨씬 높은 속도인데다 그 어떤 고성능 크로스오버보다 빠른 속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GTS의 핸들링에 매료되어 해가 저물 때까지 산자락을 내달렸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되려 타이어 폭을 더 작게 설정해 한계 영역에서 핸들링에 활발한 생기를 더해줘도 좋겠다. GTS라면 코너를 통과하는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마칸 GTS는 지금껏 타본 SUV 중 가장 큰 미소를 선사했나? 산자락을 내려오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해졌다. 주행 후 몸에 땀이 날만큼 드라이빙을 스포츠로 몰입시켜 준 SUV였다. 1억 가까운 가격의 무게가 가볍진 않지만 공간이 넓은 5인승 카레라 4라고 생각한다면 또 달라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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