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스포츠카의 탈을 쓴 수퍼카 맥라렌 57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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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570S를 시승했다. 맥라렌의 양적 성장을 책임질 스포츠카 시리즈의 첨병이다. 시승 무대는 포르투갈 남부 파로의 도로와 알가베 서킷. 570S는 카본 뼈대와 V8 3.8L 트윈터보 엔진을 다른 형제와 공유한다. 형들과 차별을 위해 옥좼다지만 570마력도 충분히 서슬 퍼렇다. 가벼운 차체와 정교한 밸런스에 힘입어 빼어난 운전 재미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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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정적이 흘렀다. 지난 10월 11일 저녁, 포르투갈 남부 파로의 콘래드 리조트에서 진행된 맥라렌 오토모티브(이후 맥라렌)의 프레젠테이션. 글로벌 홍보총괄 웨인 브루스가 뜬금없는 사진을 띄웠다. 롤스로이스와 애스턴마틴, 벤틀리, 람보르기니가 각각 개발 중인 SUV였다. 우리가 수군거리자 그가 말문을 연다. “우린 저런 거 결코 안 만들 겁니다!”

맥라렌의 양적 성장 이끌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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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맥라렌이 스포츠카 시리즈의 신상인 570S를 공개하는 자리. 분위기는 지난 7월,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치른 675LT 시승회와 사뭇 달랐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매체의 기자를 불렀다. 675LT는 맥라렌 수퍼 시리즈의 끝판왕. 게다가 500대 한정판이다. 당시 분위기는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했다. 반면 이번엔 화기애애하고 편안했다.

맥라렌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완판’한 675LT보다 570S가 훨씬 중요해서다. 양적 성장의 토대를 이룰 핵심인 까닭이다. 570S와 더불어 레이싱 명가에서 스포츠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맥라렌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맥라렌은 올해 연구개발비만 1억2,000만파운드(약 2,092억원)를 썼다. 4개 차종을 새로 내놨고, 3개의 국제모터쇼에 부스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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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성장의 도화선이 바로 570S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맥라렌은 2018년까지 생산을 4,000대까지 늘릴 예정. 1,700대였던 2014년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런데 맥라렌은 SUV 같은 ‘외도’로 규모를 뻥튀기하는 데 관심이 없다. 오직 스포츠카로만 승부할 참이다. 웨인 브루스가 ‘SUV 절대 불가’ 원칙을 전세계 기자 앞에서 못박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맥라렌은 3개 카테고리에 걸쳐 9개 차종을 거느리고 있다. 가장 기본은 스포츠카 시리즈. 이번 시승회의 주인공인 570S가 대표 선수다. 그 밖에 신흥 시장을 겨냥해 가격과 출력을 다독인 540C 쿠페가 있다. 그 다음은 수퍼 시리즈로 도도한 675LT와 650S, 625C 쿠페, 스파이더가 포진했다. 궁극의 정상 얼티밋 시리즈는 P1 GTR과 P1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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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S는 맥라렌 스포츠카 라인업의 꼭짓점이다. 맥라렌의 차종 쪼개기 솜씨는 ‘장사의 달인’ 포르쉐도 울고 갈 수준. 실질적으로 하나의 카본 섀시를 밑바탕 삼아 위쪽 절반을 날리거나(스파이더) 알루미늄 구조물을 덧붙여(P1과 P1 GTR) 9가지 ‘드림카’를 완성했다. 엔진은 한 술 더 뜬다. V8 3.8L 가솔린 트윈터보 블록 하나로 전 차종의 심장을 소화한다.

하지만 ‘그 나물의 그 밥’이나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다. 각각의 차종은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기자 역시 이번 시승회에 참가하기 전까지 의뭉스러운 시선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섣부른 판단이었다. 맥라렌이라곤 675LT 딱 한 차종 타본 ‘초짜’의 오만이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프레젠테이션이 있던 이날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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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섀시 바꿔 승하차성 좋아져

이날 프레젠테이션에 이은 웰컴 칵테일 시간. 기자단은 다닥다닥 붙어 앉았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발코니로 나섰다. 나지막한 언덕 너머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강렬한 조명이 발코니 한복판을 비췄고, 그 중심에서 잘 익은 오렌지 컬러의 570S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기자들은 뽀얀 거품이 연신 솟아오르는 샴페인 잔을 쥐고서 570S를 구석구석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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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S의 앞모습은 전형적인 맥라렌이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눈웃음을 짓고 있다. 갈매기 날개 같은 모양의 헤드램프는 맥라렌의 로고인 ‘스피드 마크’를 상징한다. 창업자 브루스 맥라렌의 고향인 뉴질랜드의 국조(國鳥) ‘키위’에 뿌리를 뒀다. 키위란 이름은 수컷 울음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날지도 못하는 키위가 속도의 심벌이라니, 참으로 유쾌한 반전이다.

앞뒤 램프는 창백한 LED로 완성했다. 뒤태는 P1을 연상시킨다. 테일램프는 제동과 방향지시등 기능을 얄따란 LED 띠 하나에 합쳤다. 빛을 머금은 띠를 뺀 나머지 부분은 큼직한 방열구다. 매끈하되 팽팽한 긴장을 머금은 차체는 알루미늄 패널로 씌웠다. 맥라렌 가운덴 최초다. 모서리는 시트지를 씌운 뒤 뜨거운 바람으로 잔뜩 수축시킨 것처럼 바짝바짝 오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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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맥라렌처럼 570S 역시 철저히 공기역학을 따져 외모를 빚었다. “차체와 부딪힌 공기는 앞 범퍼를 지나면서 네 가지 다른 방향으로 흘러요. 각각의 흐름은 차체의 위와 아래를 훑거나 꿰뚫고 지나지요.” 맥라렌 570S의 디자인을 총괄한 롭 멜빌의 설명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차체를 억누르고 감싸며 옥죄는 공기의 흐름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시승의 막이 올랐다. 리조트 지하 주차장은 ‘야수의 절규’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젯밤 첫 인사를 나눴던 오렌지 빛 570S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어 핸들 안쪽을 건들자, 미끈한 몸매에 쩍 금이 가면서 갈라진다. 일명 ‘다이히드럴’(Dihedral) 도어다. 675LT 시승기 때 소개했듯 ‘두 개의 다른 면 사이 각도’를 뜻하는 전문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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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이 전 차종에 이 도어를 단 건 ‘신의 한 수’였다. 2억원 중반(국내 기준)의 스포츠카 가운데 BMW i8 빼곤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이 멋진 문을 여는 순간의 짜릿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문이 열렸을 때 드러나는 휠 하우스와 로커 패널, 잘록한 허리 또한 더없이 섹시하다. 그런데 675LT와는 뭔가 다르다. 문득 어제의 설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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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S는 2세대 경량 카본 파이버 섀시인 ‘모노셀 Ⅱ’를 뼈대로 삼았어요. 무게는 75kg에 불과합니다. 650S의 섀시와 비슷한데 로커 패널(프런트 씰)의 폭이 더 좁고, 높이도 80mm 낮췄어요. 그만큼 타고 내리기가 편해졌지요.” 맥라렌 신차개발 총괄, 마크 비넬스의 자랑엔 과장이 없었다. 675LT와 비교하면 타고 내리기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570마력 뿜는 V8 3.8L 트윈터보 엔진

섀시를 바꾼 결과 ‘다이히드럴’ 도어도 조금이나마 더 활짝 열린다. 실내는 650S나 675LT와 레이아웃이 확연히 다르다. 이들 수퍼 시리즈의 실내는 경주차에 가까워 오로지 운전에만 ‘올인’했다. 반면 스포츠 시리즈는 한층 실용적이다. 실내공간도 더 넓다. 도어 트림 위쪽은 깊숙이 파 대시보드와 매끈하게 이었다. 도어 포켓과 글러브박스, 센터콘솔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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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엔 터치스크린을 세로로 심었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금세 눈에 익는다. 특히 진행방향에 따라 꿈틀대는 지도를 볼 땐 더없이 편하다. 테슬라 빼곤 흔치 않은 ‘세로본능’을 고집한 이유다. 센터페시아는 딱 모니터의 끝자락까지다. 센터터널과 완전히 동떨어졌다. 그 사이엔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변속기는 레버 대신 버튼으로 꾹꾹 누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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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룸은 깊은 편이다. 실내가 넓어 675LT나 650S보단 자세를 잡기 좋다. 반가운 아이템도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 위쪽의 송풍구. 한데 수퍼 시리즈는 한 개뿐이다. 그래서 운전자와 동승자 중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반면 570S는 두 개다. 로커 패널처럼 기존의 단점을 꼼꼼히 개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맥라렌은 점점 진화하는 중이다. 차급과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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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가죽으로 씌운 시트가 왠지 낯설다. 하필 기자가 경험한 유일한 맥라렌이 ‘서킷의 싸움닭’ 675LT였다. 좌석과 실내가 온통 까슬까슬한 알칸타라 천지였다. 반면 570S는 진회색과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가죽으로 곱게 단장했다. 제원을 모른다면 더 윗급으로 착각할 만도 하다. 손을 뻗어 ‘다이히드럴’ 도어를 힘껏 닫았다. 이제 한바탕 신나게 놀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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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와락 덮치는 사운드에 뒤통수가 찌릿찌릿하다. ‘D’ 버튼을 누르고 첫발을 뗐다. 가파른 주차장을 빠져 나가기 위해 스위치 눌러 앞머리를 40mm 더 띄웠다(시속 60km까지 작동, 옵션). 그래도 조심스럽다. 엉금엉금 거북이 행렬이 이어졌다. 아슬아슬 주차장을 빠져나온 570S들은 꽁무니로 폭음탄을 쏘아대며 쏜살같이 내뺐다.

맥라렌 570S의 엔진은 V8 3.8L 가솔린 트윈터보. 코드네임은 M838TE다. 기존의 M838T 엔진을 30% 수정해 완성했다. 7,500rpm에서 최고출력 570마력, 5,000~6,500rpm에서 최대토크 61.18kg·m를 낸다. 맥라렌 최초로 ‘스톱-스타트’ 장치를 달아 정차가 잦은 도심 주행 때의 효율까지 챙겼다. 이 같은 노력은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보상받았다.

전투적인 외모와 달리 편안한 승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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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은 포르투갈 남부의 휴양지 파로의 굽이굽이 국도와 고속도로를 누벼 알가베 서킷까지 달리는 코스에서 진행했다. 리조트 벗어나 국도에 접어들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도로 상태 때문이다.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기도 아까웠다. 노면은 전자레인지로 녹였다 식힌 치즈처럼 너울졌다. 포트 홀 뺨치게 패인 구멍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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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달려보며 무릎을 탁 쳤다. 맥라렌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570S의 승차감은 이처럼 끔찍한 노면에서조차 수긍할 만큼 편했다. 맥라렌 스포츠 시리즈의 지향점은 트랙이 아닌 일반도로. 맥라렌 역시 ‘570S는 매일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F1 경주차를 갈고 닦는 데 도가 튼 맥라렌으로서는 여러모로 눈높이를 낮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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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포츠카는 기본 모델을 시작으로 출력을 덧씌워 괴물로 키워간다. 911 카레라부터 시작해 카레라 4, 터보, GT3 순으로 야금야금 발톱을 다듬는 포르쉐가 좋은 예다. 하지만 맥라렌은 이들과 정반대다. 아득한 수퍼 시리즈와 까마득한 얼티밋을 완성한 뒤 스포츠 시리즈를 내놓았다. 어찌 보면 레이싱카 제작에 ‘올인’하다 스포츠카 생산에 뛰어든 순서와도 일맥상통한다.

675LT는 스포츠카의 탈을 쓴 레이싱카다. 진지하고 순수하다. 어마어마한 접지력이 뒷받침된 그립 주행으로, 최고의 랩타임 꿈꾸는 데 어울리는 차다. 반면 570S는 다르다. 레이서가 아닌, 기분파 아마추어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 그 방법은 역설적이다. 예컨대 타이어 폭을 줄여 접지력을 낮췄다. 꽁무니를 움찔대며 연기를 피울 수 있는 한계를 낮추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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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570S를 얕잡아 봐선 곤란하다. 570S의 무게는 1,313㎏. 맞수보다 140kg 이상 가볍다. 맥라렌은 570S의 상징으로 검은 깃털을 앞세웠다. 검은 백조를 암시한다. 서양 고전에서 ‘실존하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17세기 호주에서 한 생태학자가 실제로 이 새를 발견한 이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 일어나는 상황’을 뜻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570마력과 1,313kg의 만남이 딱 그렇다. 믿을 수 없게 경쾌한 움직임을 낳았다. 맥라렌이 570S로 겨냥한 적수는 아우디 R8 V10과 포르쉐 911 터보. 제원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570S는 0→시속 100km 가속을 3.2초, 시속 200km 가속을 9.5초에 끊는다. 그런데 사륜구동까지 얹은 무게를 엄청난 파워로 밀어붙이는 라이벌과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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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깃털처럼 사뿐하다. 엔진은 가속 페달을 건드는 순간 경련하듯 힘을 뿜는다. 터보 랙은 ‘숨은그림찾기’ 수준. 워낙 빠른 반응과 엄청난 뒷심 덕분이다. 5단 기어로 시속 150km로 달리다 오른발에 살짝 힘만 주면 시속 250km까지 단숨에 달려 나간다. 시속 200km 안팎의 가속은 하품처럼 쉽고 무감각하다. 최고속도인 시속 328km를 한참 남겨둔, 몸 풀기 영역이다.

수퍼카 부럽지 않은 감성과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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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S는 총 9가지 모드로 즐길 수 있다. 핸들링(H)과 파워트레인(P) 두 개의 다이얼로 조작한다. 각각의 메뉴에서 노말(N)과 스포츠(S), 트랙(T)을 고를 수 있다. 핸들링은 스티어링 답력과 서스펜션 감쇠력, 파워트레인은 엔진과 변속기 반응을 쥐락펴락한다. 이틀 동안 시승하며 가장 맛깔스러운 궁합을 찾았다. 핸들링은 트랙, 파워트레인은 스포츠였다.

노말 모드의 스티어링은 이 급 차로는 이례적으로 가볍다.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고객으로 모시겠다’는 맥라렌의 야망을 읽을 수 있다. 스포츠 모드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트랙 모드의 간격은 멀찍하다. 한층 견고하고 육중하다. 그러나 트랙 모드에서조차 승차감은 훌륭하다. 날렵한 같은 외모와 전연 딴판이다. 파워트레인은 스포츠 모드가 호흡을 맞추기에 딱 좋다.

맥라렌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운전자와 한 몸이 되는 느낌’을 강조한다. 675LT보다 덜 공격적이고 나긋한 570S에서, 이 같은 재미는 오히려 더 두드러진다. 빠른 템포로 리듬을 타며 굽잇길 헤집는 재미가 압권이다. 가볍고 밸런스 좋은 570S는 드라이버의 조작을 생략이나 왜곡 없이 즉각 실천에 옮긴다. 두 팔을 뻗어 앞바퀴를 직접 비트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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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간사하다. 675마력을 겪고 나니, 570마력이 만만하다. 과감하게 엔진을 바닥까지 긁어 후련하게 불사르게 된다. 밟고 또 밟아도 풋풋한 상태를 유지하는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 덕분이기도 하다. 차에 대한 믿음과 궁합의 초점이 쨍 맞을 때, 겁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땀이 뻘뻘 나도록 격렬하게 달려 알가베 서킷 앞마당에 도착했다.

알가베 서킷은 570S만큼이나 놀라웠다. 롤러코스터 레일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놓은 분위기다. 블라인드 코너가 셀 수 없이 많다. 게다가 오전에 내린 비로 노면은 물티슈처럼 촉촉한 상태. 알가베 서킷에서 570S의 존재는 돌연 우뚝해졌다. 반면 기자의 자신감은 순간 쪼그라들었다. 물결치듯 펼쳐진 서킷에서 맥라렌이 심었다는 스릴의 정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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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모드에선 잘 몰랐다. 그런데 ESC를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자 570S는 족쇄를 풀어 던졌다. 코너를 집어삼킬 때마다 엉덩이춤을 췄다. 젖은 노면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트위스트의 짜릿함을 맛봤다. 맥라렌 시승회의 마지막은 택시 드라이빙. 맥라렌으로 경기를 뛰는 현역 레이서가 본때를 보여주는 순서다. 걱정대로, 기자는 압도당했다.

서킷으로 오며 흥에 취해 긁어댄 힘은 절반도 남아 있지 않는 듯했다. 접지 한계는 빗길에서도 까마득했다. 용기를 내 시속 145km로 도전했던 오르막 코너를 ‘맥라렌의 달인’은 시속 185km로 집어 삼켰다. 맥라렌 570S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잠재력의 변죽만 울리며 타도 뼛속까지 짜릿하다. 게다가 마음먹고 덤비면 물리력의 경이로운 신세계를 맛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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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은 570S에 ‘수퍼’란 표현을 아낀다. 대신 스포츠카로 정의한다. 그런데 사실 570S는 수퍼카와 스포츠카의 미묘한 경계에 서 있다. 디자인과 성능은 물론 희소성과 수제작 맞춤 생산, 날갯짓하듯 열리는 도어까지 특별함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감성과 재미는 반론의 여지없는 ‘수퍼’다. 그럼에도 값은 양산 스포츠카 수준에 묶었다. 맥라렌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투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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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사진
맥라렌 오토모티브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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