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가다듬은 K시리즈 준중형차, 기아 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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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반떼의 대항마인 기아 K3가 출시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되었다. 얼굴은 좀 더 최근의 기아차스러워졌고 다소 큰 느낌을 주었던 리어램프는 슬림해 보이게 다시 디자인했다. 뒷좌석 헤드룸을 제외한 거주성은 중형차 못지않고 배기량이 1.6L임에도 성능은 2.0L급 중형차와 엇비슷하다. 이 정도면 패밀리카로 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요즘 준중형차를 보면 굳이 중형차가 필요 없을 정도로 차가 커지고 중형차에나 들어갈 법한 다양한 장비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이 중형차보다 작지만 현대나 기아차의 경우 직분사 엔진을 얹고 상대적으로 가벼워 평범한 2.0L급 중형차 정도의 성능은 충분히 낸다. 뒷좌석에 어르신을 주로 모실 게 아니라면 준중형차를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많은 이들이 중형차를 타는 이유는 차 자체의 상품성이나 거주성의 확연한 우위 때문이라기보다는 남들이 다 타는 무난한 차급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의 차가 대부분 중형차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준중형차는 보다 젊은 사람들이 타는 차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요즘 준중형차는 상당히 젊은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최신 패밀리룩 적용하고 뒷모습 가다듬어
현대 아반떼의 대항마인 기아 K3가 출시 3년이 지나면서 페이스리프트되었다. 얼굴은 좀 더 최근의 기아차스러워졌다. 신형 K5나 카니발처럼 헤드램프가 그릴까지 연장되었고 앞 범퍼를 다듬으면서 좌우에 공기흡입구를 더했다. 뒷모습에서는 다소 큰 느낌을 주었던 리어램프를 슬림하게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즉, LED 가이드의 두께를 줄이고 후진등을 아래로 길게 깔아 램프의 크기가 주는 부담을 줄였다. 뒤 범퍼 하단부 역시 앞 범퍼처럼 좀 더 차분한 느낌으로 다듬었다. 전반적으로 전작의 급진적인 톤을 낮추면서 세련미를 높였는데, 아반떼의 진화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내에서는 큰 변화 없이 버튼류 등을 소소하게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D컷 모양의 스티어링 휠을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했는데, 사실 이러한 휠은 보기에는 좋지만 평범한 준중형차에서는 기능적인 메리트가 크지 않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노블레스(2,095만원)에 내비게이션과 주차조향보조 시스템 등을 적용한 2,315만원짜리 풀옵션이다. 덕분에 웬만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어 중형차가 전혀 부럽지 않다. 국산차에서는 인색한 뒷좌석 등받이 6:4 분할은 물론 뒷좌석 히팅, 센터 암레스트 등을 갖췄지만 가격표를 살펴보니 2,095만원짜리 노블레스 트림에만 달린다. 분할시트나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정도는 그 이하 등급에도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차급으로는 당연하지만 실내의 플라스틱 비중은 높은 편이다. A필러나 도어트림 등 실내 곳곳에 플라스틱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품질감이 나쁘지 않다. 수납공간은 넉넉한 편이긴 하나 운전석 뒷좌석에는 포켓이 없다. 데뷔 때부터 동급 최초로 운전석 이지 억세스 기능(승하차시 시트가 뒤로 밀리는 기능)을 갖췄지만 스티어링 휠까지 지원하진 않아 반쪽짜리 기능일 뿐이다. 그밖에 통풍시트, 측후방경보 시스템 등 편의 및 안전장비는 차고 넘친다.
뒷좌석 거주성은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릎공간이 넉넉하고 바닥도 거의 평평하지만 스타일 때문인지 헤드룸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센터 암레스트는 스키스루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2단 열선과 뒷좌석 전용 송풍구까지 갖췄다(물론 노블레스만의 장비). 트렁크 공간은 동급 대비 넉넉한 편으로, 열리는 부분이 넓고 바닥이 낮아 활용성이 좋다. 신형 아반떼처럼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뒷부분에 머무르면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활용도가 그리 큰 장비는 아니다.
심장은 신형 아반떼와 같은 1.6L 가솔린 직분사 132마력 엔진. 제원상 구형보다 마력과 토크가 약간 줄고 연비는 아주 조금 좋아졌으나 별다른 의미 없는 수치놀음일 뿐이다. 급가속시 레드존인 6,500rpm에 가까운 시점까지 팽팽 돌아가는 엔진은 평범한 준중형차의 그것으로는 만족스러울 만큼 활기차다. 엔진음 자체는 무미건조하지만 진동은 잘 걸러낸다. 배기량의 한계로 토크는 옅지만 회전수를 높이면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으며, 운전자만 탔을 때 시속 200km 정도까지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의 평범한 구성으로 예전의 국산차처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요철을 지났을 때의 2차 울렁임이 거의 없으며 웬만한 코너에서도 거동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215/45 R17 사이즈의 한국 옵티모 H426는 OE 타이어임에도 겨울철 나쁘지 않은 그립을 보여주었다.
6단 AT는 변속이 매끈하며 수동으로 기어를 바꿀 때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다만 다운 시프트 때 약간의 움찔거림은 어쩔 수 없는 모양. 노말, 에코, 스포츠의 세 가지 주행모드 역시 각 모드별 차이가 예전보다 선명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실하게 변속 타이밍을 늦게 잡으며 활기차게 움직이고 에코 모드에서는 그 반대를 움직임을 보여준다. 연비는 고속도로 정속주행시 20km/L를 내기도 하고 시내에서 가감속을 일삼을 경우 10km/L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승 기간 400km를 달린 평균연비는 표시연비보다 높은 15.8km/L를 기록했다.
K3는 기아를 대표하는 준중형차다. SUV를 제외한 승용차 라인에서 경차인 모닝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볼륨 모델이다. 예전 쎄라토나 포르테 시절에는 아반떼와의 격차가 느껴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다.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신형 아반떼는 K3보다 최신 모델이고 2.0L 엔진이나 일부 고급 장비도 더 얹고 있지만 그건 아주 고급 모델에서나 선택 가능한 옵션일 뿐, 일반적인 중간 등급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특히 K3는 개인적으로 좀 부담스러웠던 뒷모습이 개선되어 매우 반갑고 앞모습도 꽤 그럴싸해졌다. 그레이드 및 가격을 평범하게 분류한 아반떼와 달리 K3는 장비를 달리 한 같은 값의 트렌디 3개 모델을 운영하는 등 가격 및 장비 구성 면에서 좀 더 세분화되어 있다. 결국 취향의 문제일 뿐 아반떼나 K3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비슷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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