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한 프렌치 세단, 푸조 508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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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기함인 508에 ‘멋부림’이라는 양념을 살짝 쳐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배가시킨 508 GT가 나왔다.
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국내에 들여온 508 GT는 푸조의 기함 508을 기반으로 스타일리시함을 가미한 모델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지난해 12월 출시한 508 2.0 럭스와 똑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얹어 기본성능은 같지만, 안팎을 공들여 치장해 스포티한 매력을 풍긴다.
겉모습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1인치 커진 새로운 19인치 휠과 크롬으로 마무리한 트윈 머플러 등이다. 여기에 508과 차별화하기 위해 프론트그릴과 펜더 등에 GT 배지를 달았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 도어 패널, 기어 노브 등에 빨간색 박음질을 넣어 한층 멋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효과는 생각보다 좋다. 실내 구성은 508과 큰 차이 없이 간결한 분위기다. 최근 308을 비롯한 대다수의 푸조차에 도입된 i-콕핏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익숙해서인지 어색한 느낌도 든다.
최근 새 푸조차들는 운전이 쉽도록 스티어링 휠의 림을 작게 만들고, 터치스크린이 운전석쪽을 향해 있어 운전하면서 보기 좋고, 조작하기도 쉽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틀에 타이트하게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이에 반해 508은 공간이 여유로워 편안하고 개방감이 좋다. 레그룸을 비롯한 뒷좌석 공간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이 등급의 차에서는 보기 드문 4존 공조장치와 뒷좌석 윈도, 뒷유리 등에 햇빛가리개를 마련하는 등 동승자들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파워트레인은 508 2.0에 얹은 것과 같은 1,997cc 블루HDi 디젤로, 푸조의 최신 자동변속기인 EAT6와 맞물려 180마력/3,7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인복합연비는 13.2km/L다. 이런 수치가 말해 주듯 달리기 실력뿐만 아니라 연비도 무난한 수준이다(실연비는 공인연비를 웃도는 14.2km/L 정도). 무엇보다 봇물 터지듯이 저회전대에서 시원하게 뿜어져나오는 디젤 엔진 특유의 토크감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수준. 고속주행에서도 넉넉한 힘으로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2박 3일간 꽉 막히는 시가지와 뻥 뚫린 고속도로 등 다양한 도로에서 시승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잘 세팅된 서스펜션이었다. 요즘 중형차는 보통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이지만 508 GT의 경우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방식을 썼다.
기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탄탄한 유럽형 서스펜션을 선호하는데, 508 GT의 서스펜션이 기자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졌다. 그 덕분에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쫀득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은 "역시 푸조!"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만족스럽고, 코너에선 앞머리를 재빠르게 틀어 운전자의 생각과 비슷한 궤적을 그려 자신감을 높여주며 재미까지 배가시켰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조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첫날은 내비게이션을 켜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다. 하지만 둘째날 테스트를 해보니 속도정보만 표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럴 거면 뭐하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따로 달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12월 유로6 배기규정을 통과한 508 세단을 필두로 왜건형 508 SW 기반의 크로스오버 508RHX를 내놨고, 지난 2월엔 508 GT를 출시했다. 다양한 차종을 갖추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508 GT는 좋은 연비와 넓은 실내공간, 덩치에 비해 빠릿빠릿한 운전 감각, 특히 508에 비해 스포티해 보이는 외관 등 젊은층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평소에 508을 눈여겨본 이라면 GT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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