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스즈키 GSX-S1000F의 윈터 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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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습니다. 과연 겨울에는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적어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우리들에게는 말이죠. 대부분 추운 겨울이 되면 귀찮고, 춥고, 길이 미끄럽다는 이유로 모터사이클에게는 강제 동면을 실시합니다. 왜일까요? 과연 모터사이클은 쿨쿨 잠자고 싶을까요?

겨울에 할 수 있는 스포츠란 제한적입니다. 모터스포츠는 특히 그렇습니다. 타이어에 징을 박아 비상식적으로 그립을 높인 빙판 레이스가 아닌 이상 별달리 방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안전을 최우선해야하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겨울의 모터사이클 라이딩이란 꽤 멈칫하게 되는 요소들로 가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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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달에는 파란색 영롱한 S1000으로 도심을 누볐는데, 한 달 사이에 눈도 오고, 한결 더 추워졌습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스트리트 파이터다운 외모와 가벼운 핸들링이 압권이었던 S1000은 잠시 차고에 넣어두고, 거기에 풀 페어링을 덧입힌 S1000F를 꺼내봤습니다.

두 대 모두 기본적으로는 엔진과 섀시를 공유합니다. 즉 플랫폼이 완전히 같다는 말입니다. 그럼 주행특성도 같은가?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죠. 같은 플랫폼으로 이렇게 다른 바이크같은 느낌을 냈나 싶을 만큼 다르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S1000F는 한결 부드럽고, 한층 더 묵직한 핸들링 특성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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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페어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넓은 신체 부위를 모두 가려주죠. 그래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라이딩을 떠날 수 있었던 겁니다. 서울을 벗어나기까지만 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추위를 몰랐으니까요. 핸들링이 묵직해졌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기름을 가득 넣고도 200킬로그램 초반 대에 묶어둔 차량 무게로 가뿐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차량 사이에 매연마시면서 갇혀있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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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면서 슬슬 속도를 올려봤습니다. 역시 잘 달려줍니다. 아이들링은 거의 1,000rpm에서 머무는데, 아니 글쎄 이 회전수에서도 클러치만 조작해서, 엑셀링없이 출발이 된다니까요? 더 신기한 것 말씀드리자면, 60킬로그램 넘는 성인을 탠덤하고도 그렇다라는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만큼 저회전에서도 토크가 무척 굵고, 끈적거립니다. 끈적거린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쉽사리 힘이 죽지 않는다는 의미이니까요.

3,000rpm을 지나면서 중후한 4기통 특유의 부밍음이 커집니다.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가 됐다는 뜻입니다. 2인이 모두 승차한 상태에서도 토크의 느낌은 강렬합니다. 약 9,000rpm에서 쭉 변속해나가면 이 또한 슈퍼바이크 엔진 이었던걸 깨닫게 됩니다. 단지 뒷자리에 앉은 친구는 상당히 괴로워하는군요. 왜냐고요? 탠덤 시트가 손바닥넓이만 하니까요. 10kgm을 넘는 토크를 냈다 말았다 하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마땅히 잡고 있을 데도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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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걸 감안해서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산길로 들어서니 바닥이 거뭇거뭇해 보입니다. 그 아래에 슬러지를 머금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하루 종일 응달이었던 곳은 이런 현상이 심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저런 노면을 지나는 순간 스로틀을 홱 감아 제끼거나, 무슨 이유로라도 브레이킹을 강하게 한다면... 글쎄요,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물론 S1000F는 ABS와 TCS가 기본 사양입니다. TCS는 3단계로 조절하거나 아예 끌 수도 있고요. 이 날 와인딩 로드를 들어서면서는 가장 강한 3단계를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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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겨울에 와인딩을 즐기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고 묻는 분들, 많으실거라 봅니다. 그런데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추위만 견딘다면요. 그리고 추위로 인해 컨디션이 떨어져 조작능력에 변화만 없다면 얼마든지 즐겁게 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방한, 보온입니다. 이 날은 모든 것을 순정상태로 나갔지만, 겨울을 맞아 하나씩 액세서리를 추가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시도해봐야겠습니다. 멋보다도 즐거운 라이딩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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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로 설정한 트랙션 컨트롤은 생각보다 믿음직했습니다. 작동하는 순간을 고스란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아, 이 정도 미끄러지는구나’ 싶어서 스로틀 조작을 조금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TCS가 개입했다고 해서 그냥 쭉 미끄러져 우당탕 넘어지지는 않습니다. 거기서 컴퓨터가 끊어줬다는 거니까요, 그렇게만 이해하면 어떻게 달려야할지 감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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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도 마찬가지죠. 아무래도 전방 노면이 미끄럽다는 걸 알면, 이를테면 모래가 깔려있다거나, 흙이 있다거나, 웅덩이가 있으면 브레이크를 잡는 레버에 힘이 덜 들어가게 돼죠. 생존본능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만, 과하게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죠. 과한 생존본능으로 조작을 무디게 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경험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악조건에서 작동하는 ABS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아무튼 브레이킹 연습을 틈틈이 해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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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000에 비하면 F버전은 프론트 엔드가 슬쩍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의도적인 세팅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노말 버전보다는 목적지가 멀 테니까요. 아무리 스포츠를 즐긴다고 해도 먼 거리를 달리면서 예민한 핸들링 특성이 지속되면 피로할 수밖에 없겠죠. 그럼 즐긴다기보다는 견디게 되는 것 일테고요. 라이더는 모터사이클을 즐기기 위해 타는 거지 견디기 위해 탈 리 없으니까요.

메카니즘을 살피자면, 계기반, 헤드라이트 등 적잖이 무거운 파츠들이 핸들 마운트 된 노멀 버전보다는 S1000F가 더 유리한 세팅입니다. 그럼에도 더 무겁게 느끼도록 세팅했다는 겁니다. 고속 코너링 상황도 묵직하게 라인을 따라가는 느낌, 그리고 저속에서는 더욱 부드럽게 오차 없이 쓰러지고, 돌아가는 느낌. S1000이 반 템포 빠르게 쓰러지고 라인을 파고는 오버 스티어 경향이었다면 F는 뉴트럴 스티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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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빠져나오자 긴 대로 앞에 편의점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24시간 편의점이 있어 어딜 떠나도 굶을 일이 없죠. 해외에 나가면 편의점도 문 닫고 퇴근하는 시간이 있던데, 우린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따뜻한 음식거리로 배를 채우며 세워진 바이크를 슥 훑어봅니다. 검은색/붉은색 투톤이 꽤 세련됐습니다. 경쾌한 이미지가 강했던 노멀버전과 꽤 분위기가 다릅니다. 과하게 날렵하지도 않고, 앞/뒤는 짧으면서도 단단한 4기통 엔진의 응축감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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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수를 돌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땅거미가 집니다. 겨울이라 서너시면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하는 때이니까요. 초행길 인만큼 변수를 줄이기 위해 오던 길을 그대로 거꾸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역시 산 공기는 차갑군요. 게다가 낮에 말라있던 것 같은 노면도 왠지 더 미끄럽게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멀리 노면을 내다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 앞에서 언제 브레이킹을 시작하고 언제 스로틀을 당기기 시작할지 대충 머릿속에 그려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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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00킬로미터의 짧은 투어링이었지만 목적이 와인딩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와인딩은 역시 즐겁고 흥분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위 냉철한 머리를 가진 라이더가 필요하겠죠. 바이크는 절대적으로 라이더가 조작하는 대로만 움직입니다. 그것만 깊이 숙지하더라도 실수할일은 없습니다. 실수하더라도 바이크를 탓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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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와인딩 투어에서 느낀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역시 탠더머를 고려한 바이크는 아니라는 점. 리어시트가 너무 작고 단단한데다 도무지 잡을 곳이 없습니다. 달리고자 하는 거리가 꽤 멀다면 그냥 스포츠 바이크라고 생각하고 혼자 타는 편이 좋겠네요. 또 한 가지, TCS와 ABS를 양산차 적용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스즈키이지만 신뢰할만하다는 겁니다. 최근 유행하는 관성 측정 장치 같은 게 달려있는 건 아니지만 제 역할을 잘 해냅니다. 이거보다 더 나은 게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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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성능에는 불만이 없고, 무엇보다 겨울 대비한 아이템들이 욕심납니다. 다음 달에는 핸들 워머라도 하나 달고 달려야겠습니다. 아니면 순정 옵션인 히팅 그립을 추가할 수도 있겠네요. 기본 윈드스크린 또한 투어링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업그레이드 대상입니다. 방풍성이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라서 스타일은 좋지만 안락함 면에서는 조금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다음 달은 어디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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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기자
사진
최권영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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