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댄스? 미니 클럽맨 & C-클래스 에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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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차 같다는 둥 장의차 같다는 둥, 아직도 왜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별로다. 게다가 SUV의 득세로 왜건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매력적인 왜건들은 끊임없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누군가의 취향저격을 위해서…
아니, 왜건이 어때서?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은 왜건의 무덤으로 불린다. 판매에 성공하기는커녕 쥐도 새도 모르게 단종되지나 않으면 다행이란 뜻이다. 그러니 판매, 홍보 담당자들이 왜건이란 말에 질색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분명 수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만들고 들여오는데, 왜건을 왜건이라 부르지는 말아달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신형 미니 클럽맨이다.
단순히 ‘왜건=판매부진’이라는 징크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왜건이라고 하면 기존 차의 지붕을 뒤로 늘여 실내공간 및 짐칸을 확장한 차를 말한다. 그런데 신형 클럽맨은 미니를 뒤로 늘인 게 아니라 다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전혀 다른 차다. 플랫폼으로 따지자면 미니를 늘였다기보단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아래로 누른 뒤 미니 옷을 입혔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클럽맨은 BMW와 공유하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기존 5도어는 물론이고 (높이를 제외하면) 컨트리맨까지 압도하는 덩치를 갖게 됐다. 왜건이니 차체가 긴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문제는 너비이다. 너무 넓어서 기존 미니 플랫폼으론 감당이 안됐을 정도라구! 이렇게 몸집을 키운 이유는 미니로는 감당하기 벅찬 새로운 구매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미니의 ‘덩치 키워 시장 늘리기’ 전략은 컨트리맨에서 성공했고, 5도어에서 먹혔다.
이제 미니는 작은 차, 스포티한 차, 튀는 사람들만 타는 차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바꿀 참이다. 그 첨병이 바로 클럽맨이다. 이제 미니의 플래그십 모델이기도 하다. 미니 위의 미니이며, 기존 미니의 왜건형이 아니라 왜건 형태를 띠는 독자모델이다. 그러니, 오해의 여지가 있는 미니 왜건이라는 호칭이 싫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 왜건이란 이름을 쓰지 않기는 C-클래스 에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에스테이트는 왜건의 영국식 명칭이다. 독일 벤츠는 왜건을 ‘T-Modell’로 분류한다. 미국에선 그냥 wagon이다. 예를 들면 E-클래스 왜건. 영국 벤츠에선 에스테이트가 출시명이고, 벤츠코리아도 이것을 따랐다.
같은 벤츠 왜건이라도 CLA, CLS의 왜건은 ‘슈팅 브레이크’라는 이름을 쓴다. 이것은 보통 스포츠카, 쿠페의 지붕을 뒤로 연장해 만든 왜건 형태의 차를 칭한다. CLA, CLS가 4도어 세단이면서도 쿠페라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슈팅브레이크는 왜건 중에서도 고급스럽고 개성 넘치는 부류다. 그래서 클럽맨을 왜건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느냐는 질문에 누군가 “슈팅 브레이크…”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으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구형 클럽맨에는 그런 요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3도어 미니의 휠베이스와 차체를 늘이고 우측에 기존 도어와 맞물린 작은 코치도어, 뒤쪽에는 옷장 형태의 스플릿 도어를 달아 이색적이고, 즐길 요소가 있는 미니다운 차였다.
당시 클럽맨은 5도어였다. 이제는 탑승부에 정상적인 4도어를 달아 6도어가 됐다. 크기뿐만 아니라 형식도 점잖아졌다. 그래도 짐칸 스플릿 도어는 그대로다. 아니, 기능은 추가됐다. 리모컨으로 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범퍼 아래에 발을 갖다 대는 것으로도 열 수 있다. 손으로 열 때도 손잡이 안쪽 버튼만 눌러주면 툭 하고 반자동으로 젖혀져 느낌이 색다르다. 위로 열리는 것도 아니고, 수평으로 열리는 것도 아니고, 조금 삐딱하다.
C 에스테이트도 고급스러운 장비를 자랑한다. 테일게이트가 전동으로 여닫히고, 거기에 맞추어 안쪽 적재함 커버도 전동으로 여닫힌다. 뒷좌석 등받이는 트렁크 입구쪽, 혹은 시트 등받이쪽에서 작은 스위치를 조작해 접을 수 있다. 그밖에도 클럽맨과 비교하면 C 에스테이트는 럭셔리 왜건 같다. 실내를 둘러보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술에 침을 바르게 된다. 이게 정녕 C-클래스란 말인가… 물론 C-클래스 맞다. 4도어 세단의 지붕을 늘여서 만든 전통적인 스테이션 왜건이다. 다만 흔한 C-클래스가 아니란 점에서 공간확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럭셔리의 확대, 자존감의 확대, 지출의 확대…(?)
C 에스테이트에서 확인하는 왜건의 장점 한가지는 세단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가진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왜건은 테일램프 등 뒷모습이 세단과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C 에스테이트는 후자이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가로로 놓인 C 에스테이트의 테일라이트는 벤츠 쿠페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S-클래스 쿠페, 더 나아가 AMG GT까지. 물론 뒤로 잡아뺀 뒷유리와 지붕이 주는 풍성한 볼륨감은 세단과는 또 다른 사치스러운 느낌을 풍긴다. 실제로는 공간이 더 넓고 실용적인 차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클럽맨도 미니 3, 5도어와 뒷모습이 달라서 마음에 든다. 클럽맨은 3세대 미니의 앞모습만 가져오고 뒷모습은 버렸다. 미니 5도어가 뒷유리를 눕힌 것도 나중에 나올 클럽맨과 이미지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클럽맨을 왜건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사실 클럽맨이 염두에 둔 경쟁모델이 폭스바겐 골프다. 왜건인 골프 바리안트가 아니라 골프 해치백 말이다. 둘의 치수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클럽맨이 달리 보인다. 게다가 컨트리맨보다도 넓다는 클럽맨의 적재공간은 골프(해치백)보다 20L 작다. 그래서 왜건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지 모른다.
클럽맨은 커진 덩치만큼 넓고 편안한 실내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용 송풍구도 있다. 다만 뒷좌석 착좌감은 좋다고 할 수 없다. 등받이는 가파르고, 머리공간은 충분하지만 엉덩이에 시트 프레임이 느껴진다. 기존 모델과 유사하게 구성된 운전석은 그냥 미니답다. 앞유리 너머로 조수석쪽 보닛의 굴곡을 보면 비로소 차 크기가 실감난다. 디자인도 이전보다 점잖아졌고 소재도 고급스럽다. 예전보다 높아진 센터콘솔에선 사이드 브레이크가 사라졌다. 전동주차 브레이크, 전동식 시트(시승차는 수동)가 미니 최초로 적용됐다. 오토홀드는 없지만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떼도 시동정지가 유지되는 기능이 마음에 든다. 커진 플랫폼에 맞게, 자동변속기는 6단에서 8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린 모드에 놓으면 가속페달을 뗄 때 파워트레인 연결을 끊어 연료를 아낀다. 100km/h가 넘는 속도에서도.
시승차는 쿠퍼S인데도 변속 패들이 보이질 않는다. 가속페달을 꽉 밟으면 치고 나가는 박력도 기존 쿠퍼S의 것이 아니다. 당연히 골프 GTI급 성능은 보여줘야 하지만 그보다 한참 무거운 느낌이다. 하지만 사운드가 미니인지라, 그냥 미니 같다. 하체도 부드러워졌지만 미니가 아닌 것 같진 않다. 한편 C 에스테이트는 벤츠치고는 진중한 맛이 떨어진다. 신경질적으로 회전수를 높이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만 아니면 디젤 같지 않게 조용하고 부드럽게 나가지만 조향이나 하체의 무게감은 때때로 아랫급 벤츠를 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클럽맨은 덩치에 걸맞게 유연해졌다. 이는 미니의 특색이 엷어져서 싫다기보단 포용력이 커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고르지 못한 노면을 마음놓고 달릴 수 있어서 더 좋다. 18인치 휠을 끼워 도로 이음매 등에선 꽤 쿵쿵거리지만 해치백 미니에 비할 바는 아니다. 향상된 정숙성과 함께, 훨씬 많은 구매자를 끌어들일 조건을 가졌다. 지루한 해치백은 싫지만 불편한 것도 싫다는 이들에게 모처럼 해법이 생겼다. 정 성능이 아쉽다면, 네바퀴굴림 버전이나 (네바퀴굴림이 확실시되는) JCW를 기다리도록.
C 에스테이트도 국내 출시된 C-클래스 중에서는 상급이다. C 220d에 4매틱 네바퀴굴림을 결합했고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만큼 고급장비도 치렁치렁하다. 후진할 때는 뒤쪽 번호판 위에 숨어 있던 후방카메라가 찌익 눈을 내민다.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 주변부가 뿌옇게 변한 클럽맨의 후방카메라와 비교된다(여담이지만 클럽맨의 후방시야는 좁은 창문들 너머로 세상을 보는 느낌이다).
왜건은 세단보다 풍요롭다. 투박한 짐차가 아니다
가장 저렴한 C-클래스 세단은 4,000만원대이지만 에스테이트는 6,000만원이 넘는다. 어차피 많이 팔릴 차는 아니니 세단보다 윗자리에 놓아 웃돈을 주고 사게끔 하는 모양새다. BMW코리아가 5시리즈와 3시리즈 투어링(이들은 독일에서도 투어링)을 출시하자 벤츠가 뒤따랐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벤츠도 국내에서 CLS 슈팅브레이크를 팔아온 걸 잊지 말자. 왜건의 무덤이니 어쩌니 해도 잊을 만하면 신차가 출시되는 이유는 모두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3시리즈, 5시리즈, C-클래스가 얼마나 많이 팔리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실패 확률이 낮은 이 모델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차를 탄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왜건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세단으로는 충족되기 어려운 높은 활용성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맞춤차로서의 가치는 기본이다. “난 짐 싣고 다닐 일이 없어”라고 해도 왜건을 타면 삶이 한층 풍요로워진다. 한번 믿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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