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 엔진은 뜨겁지만 그래도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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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고갈 직전인 화석에너지를 위한 현명한 대체 이동수단이다. 유지비도 비교적 저렴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친환경에 효율성 좋은 디젤엔진(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이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 전기차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시기에 쉐보레가 2세대 볼트를 선보였다.
이 녀석은 전기차이면서 또 전기차가 아니다.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지만, 보닛 아래 1.5리터 가솔린엔진도 품고 있다. 그렇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런데 또 그것도 아니다. 연료탱크와 배터리충전용 콘덴서가 있지만, 엔진힘으로 달리는 건 아니다. 엔진은 동력원이 아닌, 배터리충전용 발전기다.
쉐보레에 따르면, 완충된 배터리로 최대 89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주행가능거리는 여기에서 10~20퍼센트 줄여 생각하는 게 좋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전기사용량에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볼트는 완충 배터리와 가솔린 33리터면 총 676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자투리를 빼더라도 600킬로미터는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에서 전기차는 선뜻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평소 주행거리와 운전패턴을 생각해야 하고, 주행가능거리에 신경 써야 하며, 동선에 맞춰 충전시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볼트는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주행거리를 크게 늘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한 셈이다.
볼트 같은 차들은 효율성이 최우선이다. 디자인 또한 어떻게 하면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트렁크 대신 뒤를 완만하게 깎아 해치를 단 스포트백 차체가 화살촉처럼 매끈하게 빠진 유선형이다. 엔진열을 식혀야 할 때만 그릴을 열어 저항을 최소화한다. 실내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패스트백 스타일이라 뒷공간 효율성은 좋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잘 해결한 패키징이다.
차체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다. 연료주입구(동승석 뒤 펜더)와 배터리 충전구(운전석 앞 펜더)가 그것. 타이어 역시 구름저항이 적은 친환경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를 끼웠다.
시트는 푹신해서 편안하고 오목해서 안정적이다. 울룩불룩 굴곡진 대시보드는 입체적이고 선명한 모니터와 디지털 계기반이 전자제품처럼 신선하다. 8인치 컬러 계기반은 가운데 원을 기준으로 왼쪽에 배터리잔량과 주행가능거리, 오른쪽에 엔진상태와 주행가능거리, 연료잔량을 표시한다. 원 가운데는 텍스트와 그래픽으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대시보드 가운데 모니터에는 애플과 연동해 스마트폰처럼 활용하는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 에너지흐름, 연비 등 연료효율과 관련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투명하게 파란 시동버튼과 기어노브는 전기차라서 봐 줄 만하다. 마감재와 조립품질은 내연기관 준중형차인 크루즈와 비슷하다. 흠 잡을 데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고급스럽거나 화려한 건 아니다. 휴대폰 무선충전장치와 탄탄한 중저음과 공간감 좋은 보스오디오는 물론 열선 스티어링,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달리는 ACC, 차선유지시스템 등 안전 관련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삐유웅~’ 하고 계기반이 살아난다. 소리 없이 스르륵 움직이는 전기차는 비현실적이고 또 생경하다.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 반응이 차분하다. 가속페달 반응은 직관적이다. 모터에 바퀴를 붙여 달리는 것처럼 촘촘하다. 풀드로틀을 해도 스르륵 미끄러지며 미끌미끌 속도를 올린다.
2세대 볼트는 리튬이온 배터리용량을 늘리고 파워트레인 부품 무게를 줄였다. 288개였던 배터리셀을 192개로 줄이는 대신 충전용량을 늘려 효율을 키웠다. 두 개의 전기모터에서 무게를 약 15킬로그램 덜어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차체 무게를 40킬로그램 이상 줄였다.
볼트는 불필요한 에너지소모를 줄이기 위해 스티어링 휠 뒤로 리젠버튼도 달았다. 감속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 버튼을 누르면 제법 적극적으로 감속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내 익숙해져 브레이크페달 대신 리젠버튼으로 속도를 줄이는 재미까지 즐기게 된다.
전기차라고 해서 핸들링이나 하체 반응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 배터리로 인한 무게 증가와 앞뒤 배분 없이 한덩어리 같은 무게감도 저속에서는 이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묵직하고 말랑해서 안락하고 넉넉하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도 아쉽지 않은 출력과 낮은 무게중심, 부드러운 하체로 그저 편안하다. 너무 조용한 탓에 바람과 타이어 구르는 등의 외부소음이 도드라진다. 이따금 내연기관보다 더 시끄럽게 느껴져 머리가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
▲ 사슴뿔처럼 생긴 17인치 알로이휠. 독특하게 생긴 스포크 덕분에 더 커보인다
저속과 고속도로에서 편안했던 승차감은 코너에서 좀 애매해진다. 무게중심이 낮긴 하지만 공차중량이 적지 않고 앞뒤 무게배분이 애매해 날렵한 움직임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피칭과 바운싱이 큰 편이라 차선을 급히 바꾸면 뒤뚱거리고 코너에서는 두루뭉술 들고 난다. 오래 써서 뭉툭해진 연필심으로 애써가며 글씨를 쓰는 느낌이다. 70킬로미터 넘게 배터리로 달렸더니 엔진이 돌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맞춰 rpm이 오르내린다. 전력이 필요한 만큼 엔진이 힘을 써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 활시위를 떠난 화살촉처럼 앞으로 쏠린 디자인. 최소한의 공기저항이 디자인의 최종목표
이 차를 좋아할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은 누구일까?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전기차를 즐기고 싶다면, 강력추천이다. 아마 출퇴근이나 일상에서 엔진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1회 충전으로 80킬로미터가 넘는 주행거리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운전재미와 기계적 교감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좀 애매하다. 재미 대신 환경과 실용을 챙기는 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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