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시승기, 차원 높은 기본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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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너무나 길었던 쉐보레의 신형 말리부,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먼저 공개된 후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언제 우리 곁에 다가올 지 기약이 없었던 그 말리부가 마침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지난 주 미디어 신차발표회에 이어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직접 말리부를 경험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신형 말리부의 시승 총평을 먼저 간단히 정리하면 탁월하게 향상된 차체 강성, 130kg에 이르는 차체 감량, 제대로 된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 뛰어난 안정성과 정교함을 갖춘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그리고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 받을 멋진 디자인 등이 장점이고, 너무나 잘 만든 차에 비해 역동성이 턱없이 부족한 변속기, 그리고 감성을 만족시킬 만큼 섬세하지 못한 인테리어의 마감,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기 힘든 가격 정책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신형 말리부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부분은 역시 디자인이다. 외관 디자인이 매우 매력적으로 변했다. 앞모습을 이루는 구성요소들이 대체로 육각형에 가까운 기하학 형태로 다소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긴 하지만 이전 말리부에 비해서도 그렇고,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더라도 분명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보닛 끝부분을 무척이나 뾰족하게 처리한 부분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소다. 반면 헤드램프에 최신 LED 라이트가 전혀 적용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앞모습 못지않게 옆모습도 아주 매력적이다. 측면을 따라 위 아래로 흐르는 곡선이 예사롭지 않다. 스포티하면서도 무척이나 섹시하다. 이번 말리부 디자인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신형 말리부는 차체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60mm, 93mm나 길어져, 차체 길이가 그랜저보다 더 긴 4,925mm에 이르면서 옆모습이 더욱 늘씬해 보인다.
차체는 최근 유행하는 쿠페스타일로 다듬어져 지붕에서 C필러를 따라 내려오는 라인이 거의 트렁크 끝부분까지 이르다가 끝에서 살짝 치켜 올라가면서 스포일러의 역할을 한다. 앞쪽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면 지붕에서 내려오는 라인이 트렁크 없이 그대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 마치 아우디 A7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반면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임팔라와도 많이 닮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신형 말리부는 차체가 많이 커졌는데, 전장 x 전폭 x 전고가 4,925 x 1,470 x 1,855mm이고, 휠베이스가 2,830mm에 이른다.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인 쏘나타의 4,855 x 1,865 x 1,475 / 2,805mm에 비해 길이는 70mm, 휠베이스는 25mm가 더 길다. 동급 최대의 휠베이스와 최장의 전장이다. 나아가 그랜저의 4,920 x 1,860 x 1,470 / 2,845mm과 비슷하다. 전장은 5mm 길고, 휠베이스는 15mm 짧다.
이처럼 차체를 키우는 과정에서 차체 강성은 더욱 강화했고, 중량은 130kg을 덜어냈다. 차체 강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무턱대고 고장력 강판 비율을 늘이거나 강철 빔을 덧대는 방식이 아니라 철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적으로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냈고, 결과적으로 각 파츠들의 이음매 주변 등을 집중적으로 보강해 차체 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강성은 높아지고, 무게는 낮아지니 자연스럽게 운동성능 또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인테리어도 완전히 새롭게 변했다. 데시보드 아래 쪽 라인이 강렬한 물결을 이루고, 가죽으로 덮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라인은 상당히 우아하고 멋진데 반해 데시보드의 플라스틱 질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더했는데 편의성과 전체적인 조화가 돋보인다. 홈 버튼을 통해서 메인 화면으로 들어가고 네비게이션과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조작할 수 있다. 아이폰은 케이블 연결을 통해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오디오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경쟁 모델들 중 SM6와 함께 매우 우수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U자형의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에어컨이 자리하는데, 바람 세기에 따라 파란색 LED가 켜진다. 한편 3단계 통풍시트를 켰을 때 히팅시트와 같은 오렌지색으로 LED가 들어 오는 점은 기묘해 보인다. 그 아래에는 2개의 USB 단자와, AUX, 파워 아웃렛이 위치한다.
스티어링 휠도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사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그다지 특색이 있지는 않다. 최고급 트림일 경우 좌측 스포크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레인 키핑 어시스트 버튼이 위치한다. 수동식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지원하는데, 텔레스코픽의 이동거리는 상당히 긴 반면 다소 깊게 들어가는 편이어서 조금만 더 바깥으로 나오면 좋겠다.
계기판도 선명하게 바뀌었다. 좌우 원형 미터는 시인성이 뛰어나고, 가운데 정보창도 시원한 편이다. 상단의 유류계와 수온계는 조금 차분하게 묻히면 좋을 텐데 오히려 시선을 빼앗는 느낌이 든다.
기어레버는 그냥 직진식이다. D아래 L이 위치하고, 옆으로 밀어서 조작하는 수동모드 대신, 기어 레버 상단의 버튼을 눌러서 변속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주고, 촉감도 뛰어난 편이다. 전동식 조절과 메모리, 히팅, 통풍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동급 최대의 휠베이스를 가진 덕분에 뒷좌석 공간도 상당히 넉넉하고 2열을 위한 통풍구도 마련돼 있다.
이상의 인테리어 사양들은 2.0 최상위 트림, 풀옵션 적용 기준이다.
인테리어에서 아쉬운 부분은 데시보드와 센터 터널 플라스틱 질감과 고급감이 다소 떨어지고, 도어 포켓 등 플라스틱 부품의 단면 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등, 세부적인 곳까지 완벽하게 마감하는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말리부는 국내에 가솔린 1.5 터보와 2.0 터보 2가지만 먼저 출시됐다. 1.5 터보는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발휘하고, 2.0 터보는 253마력, 36.0kg.m를 발휘한다. 국내에서는 1.5 터보에 대한 수요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 동안 국내 중형 세단의 표준이 되어 왔던 2.0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아예 없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1.5 가솔린 터보 모델로 2.0 자연흡기 모델을 완벽하게 커버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성능이나 연비 면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의 경우 최고출력이 168마력, 최대토크가 20.5kg.m여서 출력은 2마력이 높지만 토크가 5kg.m나 낮다. 연비와 세금까지 감안하면 1.5 터보가 휠씬 유리하다.
결국 1.5 터보 모델이 2.0 모델에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말리부 1.5 터보의 경우 비교적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시승차는 2.0 터보다. 아무래도 기술력과 높은 상품성을 더 잘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최상위 트림에 풀옵션으로 가격이 3,556만원에 이른다.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행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와 닿는 부분은 차체 강성과 안정적인 서스펜션 세팅이다. 서스펜션 감각이 무척 세련되고 안정적이다. 약간 단단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쉽게 익숙해질 것이고,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 수준으로 보인다.
가속은 무척 파워풀하긴 하지만, 253마력, 36.0kg.m의 토크에 기대하는 수준에는 살짝 못 미친다. 시승 도중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서 제대로 달려 보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다. 다음 기회에 제대로 평가해 봐야 하겠다.
2.0 터보 엔진은 캐딜락 CTS와 ATS에 적용되는 엔진인데, 캐딜락의 경우 고급유 세팅에 최고출력이 272마력인 반면, 말리부는 일반유에 253마력으로 다운시켰다. 그리고 캐딜락은 후륜구동인 반면 말리부는 전륜구동이라는 점도 차이다.
변속기는 보령 공장에서 생산하는 3세대 6단 자동 변속기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의 변속에서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변속도 매끄럽고 킥다운도 적당하다. 반면 스포츠 모드가 없고, 수동 변속 방식이 많이 불편한 점은 향후 꼭 개선 되기를 바라는 항목이다. 차체 강성도 뛰어나고, 서스펜션 세팅이 탁월한데다 2.0 터보의 경우 파워도 넉넉하다 보니 가끔은 다이나믹하게 주행하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지금의 변속기로는 다른 모든 장점들을 다 까먹을 판이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매우 뛰어나다. 보쉬에서 가져온 R-EPS(랙 타입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는 속도 감응도 뛰어나 고속에서는 확실히 반응이 무거워지고 정교해진다. 덕분에 중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탁월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시승 코스에는 중미산 산길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제대로 달려볼 수가 없었다. 차체강성과 서스펜션, 스티어링, 엔진 파워 등으로 볼 때 코너링 실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적극적이지 못한 수동모드 때문에 다른 모든 장점들이 묻힐 공산이 커 보인다. 1.5 터보라면 크게 아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차를 잘 만들어 놓고, 엔진도 강력한 2.0 터보 엔진을 얹었다면 변속기는 분명 더 다이나믹할 필요가 있겠다.
비교적 사소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신형 말리부는 지금까지의 중형 세단들보다 분명 한 차원 높은 기본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상품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5 터보 모델에 대한 기대가 그 만큼 커졌다. 최근 SM6를 통해 새롭게 활기를 찾고 있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말리부가 확실한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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