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말리부 1.5 터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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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을 시승했다. 신형 말리부는 1.5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하는 2개 모델을 판매중이다. 출시 이후 진행된 시승행사에서는 2.0 가솔린 터보 모델이 대상이었지만, 이번에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모델이다. 지금까지 판매된 신형 말리부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말리부 1.5 가솔린 터보 모델의 시승 느낌을 전한다.
현재 자동차 산업의 트랜드 중 하나는 다운사이징이다. 차체의 소형화와 경량화, 저배기량, 여기에 엔진의 회전수까지 낮추는 다운스피딩까지 최근 수년간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해 오고 있는 부분이다. 해마다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폭스바겐 골프가 2.0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에서 1.4 가솔린 트윈차저 엔진 (1.4 TFSI)로 다운사이징의 선두적인 역할을 하며 트랜드를 이끌었던 반면 한국시장은 다운사이징에 다소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비자들의 선호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중형 세단에 1.6리터의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는 상황이 익숙치 않아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중형 세단에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중형 세단=2.0리터 이상’이라는 공식을 깨고 늦긴 했지만 현대차가 북미형 쏘나타의 3.3 람다를 2.0 세타 T-GDi로 대체하며 시장에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2015년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에 1.6 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을 올리면서 2.0리터와 2.4리터에 대해서도 엔진의 다운사이징을 진행했다. 한국GM 역시 국내에 1.4 터보 엔진을 적용한 트랙스를 시작으로 크루즈에도 2014년형부터 트랙스와 같은 엔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된 신형 말리부는 2개의 엔진 라인업 모두 직분사 터보엔진으로 구성되었다. 4기통 1.5리터 엔진은 166마력, 25.5kg.m의 최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하며 기존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게 된다. 복합연비 13.0km/L (19인치 타이어 모델의 경우 12.5km/L)로 경쟁모델 보다 연비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먼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쉐보레 말리부 2.0 가솔린 직분사 터보 모델과 1.5 가솔린 직분사 터보 모델은 단순히 엔진 배기량만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극명하게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 가솔린 터보 모델이 253마력의 엔진으로 스포티한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1.5 가솔린 터보 모델의 경우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90마력 정도의 출력차가 있는 만큼 변속기의 설정이나, 서스팬션의 셋팅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800rpm 부근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40km/h에서 2단, 70km/h에서 3단으로 변속이 진행되는 설정은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부분임을 나타낸다.
출발시의 반응은 부드럽다. 2.0 모델에 비해 다소 더딘 느낌을 받게 되지만 출력과 토크 차이에서 오는 부분으로 충분히 감안할 수준이다. 엔진회전 상승도 매끄럽다. 저 배기량 엔진의 핸디캡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고속역까지 주춤거림 없이 속도계의 바늘을 끌어 올린다. 다만 그 이상에서는 확실히 2.0 모델과는 차이를 보인다. 속도계 바늘의 상승 속도가 크게 주춤거린다.
말리부 1.5 가솔린 직분사 터보 모델은 출력을 강하게 표현하기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패밀리 세단이 갖추어야 할 내용들을 균형있게 추출해 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한 템포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는 상황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2.0 모델에 비해 서스펜션의 설정도 다소 소프트하게 변했으며, 변속기도 보다 낮은 출력의 엔진에 맞게 변경된 만큼 2000rpm 내외의 구간에서 연비 성능을 가장 잘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회전의 사용이 많아지면 그만큼 효율성을 떨어진다. 그 차이가 말리부 1.5 가솔린 터보 모델의 경우 더 크게 다가온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의 영향도 커보인다.
2.0 가솔린 터보 모델과의 차이점은 실내에서도 한가지 발견 할 수 있다. 바로 에어컨의 ‘에코모드’ 설정이다. 2.0 모델의 경우 에어컨의 온오프 기능만 있지만 1.5 모델의 경우 에어컨 버튼을 한번 더 누르게 되면 주황색의 버튼 조명 색상이 녹색으로 변하면서 ‘에코모드’로 전환된다. 이 때에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게 되며 특히 오토 스탑 기능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름에 에어컨을 작동하게 되는 경우 정차시에 엔진을 정지하는 오토스탑 기능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온도가 ‘Low' 로 설정되어 있거나 풍량이 강한 경우도 마찬가지. 이 때 에어컨은 ’에코모드‘로 설정하면 에어컨의 세기를 최적화해 오토스탑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 하기 위한 공조장치의 ’드라이버 우선모드‘와도 유사하다.
가속시의 부밍음이나 주행시의 소음 진동은 2.0모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여전히 조용하고 불필요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정속주행시나 와인딩로드에서도 거동에 큰 차이가 없는 점도 인상적이다. 5미터에 육박하는 차임에도 추종성과 회두성에서 부족함이 없다. 응답성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원하는 라인을 그려나가는 데는 문제없다. 서스펜션의 성능 뿐 아니라 차체 강성 또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이다.
보쉬제 R-EPS 시스템은 노면이 일정치 않거나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스티어링의 각도를 자동으로 보정해 준다. 고속 주행시 노면 진동을 필터링해 부드러운 조향감각을 제공한다는 설명이 더해지고 있지만 직접 맞물려 있는 느낌보다는 제어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개입이 크다. 시승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부드러운 스티어링 감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출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2.0 가솔린 터보 모델과는 성격의 차이가 큰 주행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 또한 이전 세대의 말리부에 비하면 큰 진화를 이루고 있다. 2세대 변속기의 더딘 변속감각과 고속주행시의 불안함을 3세대 모델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성능이나 정숙성에서도 기대한 만큼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산 변속기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도 ‘편견’으로 치부할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다. 특히 2.0 모델보다 유연해진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감각은 스포티한 세단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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