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패션카의 정수 - 피아트 500C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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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옷은 그 사람의 분위기와 인상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부분에 민감한 이들은 옷을 단순히 신체를 가리고,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옷을 통해 자신의 미의식과 개성을 표출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이에 작용하는 감각을 두고, 흔히 `패션 감각`이라 일컫는다.
패션의 영역은 비단, 의복이나 잡화 등과 같은 유형(有形)의 산물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생활 양식, 문화, 심지어는 특정 인물의 행동거지에 이르는 온갖 무형(無形)의 산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다. 이는 자동차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가 갖는 고유의 개성적 스타일링을 크게 부각시켜, 자신만의 개성과 감각을 확립한 자동차들. 우리는 그러한 차들을 두고, `패션카`로 부른다. 그리고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인 `피아트 500C`는 `패션카`라는 부류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다. 가격은 2,790만원(부가세 포함)
자동차의 세계 안에서도 `패션 감각`으로 똘똘 뭉친 `패션카`들은 대개, 오랜 선조가 지녔던 스타일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가 60년대 `핫로드(Hot rod)` 자동차들의 스타일링에서 영감을 받았었고, 같은 그룹 내의 `플리머스(Plymouth)`에서 만들어졌던 `프라울러(Prowler)` 역시, 같은 맥락의 디자인을 선보였던 바 있다. 유럽 방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미니(MINI)를 비롯하여, 폭스바겐의 `더 비틀` 등의 예가 있는데, 이들 역시 선조의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스타일링을 현대적 기준에 맞게 재구성한 레트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패션카를 대표하는 피아트 500 역시, 이러한 경향을 착실하게 따름으로써, 데뷔 초,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기본형 모델이 되는 500의 디자인부터, 포드의 5세대 머스탱, BMW의 미니 등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레트로 디자인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곡선적인 느낌이 주류를 이루는 짜리 몽땅하고 둥그스름한 차체, 동그란 헤드램프와 아기자기한 디테일로 `귀여움`이라는 말을 자동차의 형태로 형상화한 듯한 외모는 앙증맞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도 레트로 디자인의 호소력을 이루는 핵심 요소인 `향수(鄕愁, Nostalgia)의 자극`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500의 컨버터블 버전이라 할 수 있는 500C는, 루프 라인을 따라 설치된 캔버스제 완전 전동식 소프트톱을 통해, 그 `향수(鄕愁, Nostalgia)의 자극`을 한층 극대화시킨다. 고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소프트톱은 선대 피아트 500 역시 지니고 있었던 요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화이트 펄 컬러의 차체와 자줏빛 소프트톱을 지닌 500C 시승차는 보다 여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체 곳곳에는 행여나 주인이 자기 이름을 잊어버릴까 걱정이라도 하듯, 곳곳에 `500`, 혹은 `500C` 레터링을 붙여 두었다.
피아트 500C의 소프트톱은 완전 전동식으로, 별도의 잔 손 없이 버튼 하나로 개폐가 가능하다.시속 80km/h 이내의 속도에서도 개폐가 가능하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루프는 개폐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일부만 열어서 통상적인 썬루프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
소프트톱을 열어 젖힌 피아트 500C는 고전적인 감성을 한층 직설적으로 표출한다. 차곡차곡 접힌 소프트톱은 500C의 레트로 스타일을 한층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루프를 완전히 열어 젖히면, 후방 시야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눈에 보여지는 것`이 더 중요한 패션카로서는 실로 훌륭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차체 색상과 같은 컬러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색상 조합의 인테리어 역시, 지붕을 열어 젖힌 피아트 500C의 외모를 한층 빛나게 만들어 준다.
실내는 여전히 외모에 필적하는 아기자기함으로 꾸며져 있다.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색상 배치를 시작으로, 간결하면서도 고전적인 스타일의 실내 만들기에 주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외장 색상과 동일한 색상으로 마감된 대시보드 패널과 원형을 주요 요소로 하는 디테일도 피아트 500의 실내에서 특징적인 부분이다.
2016년형으로 출시된 피아트 500C의 센터페시아에는 새로운 형태가 적용되었다. 크라이슬러 그룹이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터치 스크린 방식의 `유커넥트(Uconnect)`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다. 물론, 500C에 탑재된 유커넥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으나, 전화(블루투스), 차량정보, 멀티미디어, 라디오, 나침반 등의 기능들을 제공한다. 500에 설치된 `BlueMe` 블루투스 시스템과는 달리, 중앙 시스템에서 블루투스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 사용 편의성이 더 우수하다.
대시보드 주변과 함께, 화사한 아이보리 컬러가 입혀진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다소 큰 편이지만, 손에 잡기 편한 축에 속한다. 버튼의 배치 등에서는 크라이슬러 모델들과 유사한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조작감은 다소 가벼운 편이다. 500의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처음 선보인 풀-디지털 TFT LCD를 이용한 디지털 계기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새로운 계기판은 시인성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계기판의 배경이 검은 바탕으로 변하고, 폰트가 이탤릭체로 변경되는 소소한 변화를 준다. 또한, 500과 마찬가지로, ECM 룸미러와 오토 에어컨, 후방 주차 센서 등의 편의 사양 역시 공히 적용되어 있다. 후방 주차 센서의 작동은 계기판으로 출력된다.
앞좌석은 동그란 헤드레스트와 함께, 500C의 분위기에 걸맞은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으며, 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높아, 용이한 승/하차에 도움을 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수동 레버식 조절 기능을 가지며, 펌핑식 높이조절 장치와 열선 기능을 갖는다. 시트 포지션은 여전히 높은데, 이는 운전자에 따라 호오가 명확히 갈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뒷좌석은 여전히 성인을 위한 자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산 경차보다도 짧은 휠베이스를 지닌 피아트 500C의 휠베이스를 생각하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다, 전적으로 운전석 중심의 공간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피아트 500C는 테일게이트가 트렁크 리드로 되어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5:5 비율로 접을 수 있어, 152리터에 불과한 기본 트렁크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제한적으로나마 도움이 된다.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수치 상으로 최대 663리터까지 늘어난다.
2016년형으로 돌아온 피아트 500C는 출시 초기부터 싣고 있었던 피아트의 직렬 4기통 1.4리터 멀티에어(Multiair)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구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4리터 멀티에어 엔진은 102마력/6,500rpm의 최고 출력과 12.8kg.m/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도심 10.7km/l, 고속도로 14.0km/l, 복합 12.0km/l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크기가 작아질수록 정숙성과 승차감 등의 부문에서 불리한 측면을 갖게 된다. 한정된 크기에서는 필연적으로 공간 확보에서 불리함을 안고 가는 데다가, 차량의 기본적인 판매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원가 절감 측면에서도 이러한 점이 상당 부분 배제되기 마련이다. 피아트 500C의 바탕이 되는 피아트 500부터 이러한 한계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했다.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소음과 진동은 빈말로도 적다고 말할 수 있는 편은 아니었으며, 실내 내장재 등에서 들려오는 잡음도 다소 존재했다. 그리고 소프트톱 컨버터블 모델인 500C 역시, 이러한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프트톱을 닫은 상태에서, 해치백 모델인 500에 비해 외부 소음 유입에서 더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승차감은 같은 체급에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축에 속한다. 물론 맹목적으로 부드러움에만 치중하지는 않았고, 적당한 탄력이 있는 느낌으로 설정했는데, 이 하체 설정이 의외로 매력적이다. 거친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수준급으로 걸러내며, 안정감이 부실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피아트 500C는 체구에 비해 다소 크다고 생각되는 1.4리터 엔진을 싣고 있지만, 가속에서는 그 배기량이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102마력이라는 수치는 체급에 비해 결코 부족한 숫자가 아닌데도, 순발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느슨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변속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같은 배기량의 엔진에 비해, 부족한 토크도 은근히 답답한 느낌의 가속감을 만들어 내는 요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반해, 엔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똘똘하고 기운이 넘친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엔진의 회전수를 되도록 고회전에 두는데, 특히, 5,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에서 들려오는 앙칼진 소리가 은근히 귀를 즐겁게 해준다.
부드러운 하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00C는 코너링에서도 똘똘하게 움직인다. 조작감이 꽤나 느슨하기는 하지만, 차체의 조향 응답성이 나쁘지 않아,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에서도 암팡지게 코너 구간을 헤쳐 나간다. 물론,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짧고 높은 차체 때문에 롤이 꽤나 발생하기는 하지만,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따라, 악착같이 몸을 비틀며 코너를 돌파하는 모습에서 유럽식 해치백의 면모를 드러낸다.
시승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연비는 공인 연비인 도심 10.7km/l, 고속도로 14.0km/l, 복합 12.0km/l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혼잡한 도심에서는 7km/l대의 평균연비를 기록했으며, 교통흐름이 원활한 구간에서도 10km/l를 넘기기 어려웠다. 반면, 고속도로의 경우는 15km/l를 넘는 기록을 세웠다. 연비 측정 중에는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의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하였으며,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했다.
피아트 500C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스타일링에서 비롯된 개성,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일치하는 성공적인 레트로 디자인, 그리고 캔버스 재질의 차곡차곡 접히는 소프트톱을 갖췄다. 레트로 디자인의 속성을 한층 더 부각시켜주는 500C의 소프트톱은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피아트 500C가 가진 레트로 디자인의 위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준다.
물론, 피아트 500C는 지극히 일반론적인 `운송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차다. 또한, 단순하게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컨버터블`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재고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패션카인 피아트 500C는 실용적인 측면이 아닌, `스타일`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패션의 일부`로서 접근하는 경우에 더욱 큰 매력을 발휘하는 차다. 오직 이탈리안 디자인의 감성과 매력을, 순수하게 즐길 각오가 되어 있는 용감한 이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차가 바로 피아트 500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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