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변화 닛산 알티마, 기본 갖춘 무난함이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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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이 차를 샀니?"라고 물어보면 당황할 때가 있다. 차가 좋기는 하지만 엔진 마력, 토크를 외울 정도로 대단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살 때만이라도 꼼꼼하게 비교를 하는 편도 아니었다면 더 그럴 것이다. 차라는 것이 그저 고장 안나고 안전하면 그만 아닌가. 물론 적정한 가격대에서 말이다.
닛산의 부분변경 모델 알티마를 본 순간 '무난'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소형차 쥬크나 큐브, 스포츠쿠페 370Z에서 보여줬던 과격함이 중형 세단 알티마에 와서는 정제되고 편안해진다. 마치 철든 어른 같은 느낌이다.
한국닛산이 지난 달 19일 출시한 알티마는 기존에 비해 좀 더 철이 들었다. 토요타의 캠리, 혼다 어코드 그리고 최근에는 현대의 쏘나타 혹은 그랜저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형 세단이다. 치열한 시장에 내놓는 제품이니 다른 브랜드 중형 세단도 마찬가지지만 허투루 만든 구석은 없다. 이제는 판과 판사이 단차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엔진 출력이나 연비와 같은 숫자 싸움도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는다.
다만, 차이가 있는 건 가격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이 생산국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확고하게 시장을 장악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 독일산 수입 디젤 세단의 인기가 한동안 치솟으면서 닛산의 알티마는 빛을 볼 수 없었다.
새로운 알티마는 언뜻 보기엔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정말 많은 곳을 손봤다. 시승차와 같은 고급 옵션 모델에는 첨단 안전사양도 대부분 들어갔다. 안전과 편의성을 적절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중형 세단의 오랜 공식에 충실하다.
시승차는 알티마 2.5 SL 테크. 3480만원의 고급 옵션 모델이다. 기본 모델에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을 탑재하고 비상 브레이크와 후측방 경고 시스템,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과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추가했다. 2990만원의 기본 모델이 말 그대로 기본 기능에만 충실했다면 고급 옵션 모델은 안전사양을 대폭 강화했다.
외부의 변화는 자세히 봐야 주목할 만 하다. 헤드라이트의 Z자 형상은 스포츠쿠페 370Z의 그것과 닮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은색 휠에 멋을 부린 것은 좀 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셈. 뒤차가 주구장창 보며 따라올 리어램프와 트렁크 부분의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었다. 듀얼 배기파이프를 적용해 '고성능'의 패밀리 세단을 강조한다.
실내로 들어서 시동을 걸면 닛산 VQ 엔진의 부드러운 소리가 들린다. 엔진회전수 6000rpm에서 최고출력 180마력(ps)이 나오는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은 닛산의 트레이드마크 무단자동변속기(CVT)와 어우러진다. 6기통의 부드러움 까지 더해진 3.5리터 모델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소 거칠더라도 알티마는 2.5리터면 충분해 보인다.
계기반과 센터페시아 버튼은 좋게 말하면 전통을 고수했고 악평을 하자면 구식이다. 하지만 진짜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이 더 직관적이고 동그란 버튼을 누르는 맛 역시 더 편리하다. 지나친 신기술 도입으로 모든 것을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한다거나 너무 화려함을 추구해 '운전'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보조하기에 부적절한 차들도 있으니 오히려 오래된 것이 더 좋다.
중앙의 TFT 스크린에서는 적절한 내용을 보여준다. 자동차의 공기압, 연비, 전후방 주차경고, 라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운전석에서 앞을 바라보며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화면과 터치스크린은 다소 불만족스럽다. 화면은 반사가 심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밤에 후방카메라는 너무 어둡다. 그나마 변속 레버를 옮기고 반박자 늦게 나타나 습관적으로 바라보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오디오와 일체형인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 출고 전 장착한 것이다. 이른바 PDI 센터의 작품이다. 하지만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는 라디오의 잡음이라거나 내비게이션 작동에 따라 '틱틱' 소리가 나는 것은 그냥 두기 어려운 문제다.
보스(BOSE)와 함께 개발하는 오디오는 팝을 포함한 일반적인 장르를 잘 소화해낸다. 정밀하고 뾰족한 음악을 들려주는 스피커는 아니지만 중형 세단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헤드램프의 'Z'자를 떠올리며 고성능을 기대했다. 차를 서울 인근의 산길로 몰고 간다. 마치 스쿠터 같던 CVT 변속기의 멍청함(?)은 이제 없다. 일반 자동변속기와 비슷한 느낌을 내도록 프로그래밍을 더했다. 킥다운, 시프트업과 같은 동작들도 이해한다. 마치 작동 원리만 CVT일뿐 실제 기어가 바뀌는 변속기가 동작하는 듯하다.
언덕길의 코너링을 다소 거칠게 밀어붙여도 차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승차감 위주의 미쉐린 프리머시 타이어를 사용하는데도 일상적인 주행보다 조금 거친 상황을 충분히 감내한다. 스티어링휠에 패들쉬프트가 없는 것이 아쉽다. 또, 변속레버가 주차부터 중립, 주행에 스포츠주행(DS) 모드까지 한 줄로 내려오게 되어있어 한 번 더 아쉽다. '+, -' 버튼이라도 보게 되면 마구 누르면서 엔진을 고회전으로 유지하고 코너를 공략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없다.
시트는 몸을 매우 잘 감싸준다. 특히 등과 허벅지 부분은 부드러운 정도가 다르다. 등만 서너 곳이 다르고 허벅지도 두어 곳이 다르다. 다른 느낌은 승차감으로 이어진다. 장시간 달려도 몸에 피로가 덜하다. 옆구리도 시트가 잡아준다. 처음 앉으면 일반적인 독일차에 비해 조금 높고 푹신한 느낌이지만 오래 주행하면 더 편안하다.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다.
산길을 달리며 차를 괴롭혔더니 연비는 안타깝다. 6.3km/l 정도가 나왔다. 공인연비는 13.3km/l지만 절반 밖에 안 나왔다. 이 차는 적당히 타고 적당히 달려야 적당히 좋은 성능이 나온다. 하이브리드도 디젤도 아닌 가솔린 2.5리터 파워트레인으로 공인연비 13.3km/l를 기록한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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