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 돋는 악마의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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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완간 미드나이트> 주인공의 애마가 세련미를 뽐내며 돌아왔다. 스티어링 부품 소재를 바꾸고 소프트웨어를 손봐 주행질감이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조용한 실내를 위해 소음 상쇄 주파수를 만들고 엔진사운드 및 배기사운드를 더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술도 넣었다.
길고 두툼한 문 끝에 달린 사각형 알루미늄 도어캐치를 당겨 ‘툭’하고 문을 연다. 창문이 움찔하며 살짝 내려간다. 창틀 없는 쿠페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환영식이다.
세미 버킷 가죽시트에 몸을 싣는다.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밝은 갈색 시트가 안정감 있고 단단하게 몸을 받아낸다. 시동을 거니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에 뽑힌 닛산 V6 유닛이 기지개를 켰다.
실내구성과 레이아웃은 직관적이어서 운전집중에 안성맞춤이다. 자고로 퓨어 스포츠카는 이래야 제 맛이다. 아래위를 살짝 눌러 만든 타원형 스티어링의 타공 가죽이 손에 착 감긴다.
스티어링 컬럼에 달린 고정식 패들시프트는 오른쪽이 +, 왼쪽이 -. 수동식 틸트기능만 있는 스티어링은 계기반과 함께 움직여 어느 각도에서든 잘 보이도록 설계했다. 구성 또한 직관적이다.
가운데에 커다랗게 타코미터(레드존은 7천500rpm부터)가 자리잡고 양쪽 옆으로 속도계(시속 280km까지 표시)와 트립컴퓨터 창이 있다. 원하는 시점에 정확하고 적극적으로 변속하며 차 모는 재미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전통의 스포츠쿠페는 이래야 마땅하다. 참고로 1단 60, 2단 95, 3단 140, 4단 200km에 기어가 톱니를 바꿔 문다.
대시보드 가운데에 수온게이지와 볼트게이지, 시계를 운전석쪽으로 15도 정도 틀어 달아 기능성과 스포티한 맛을 더했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90년대 아날로그 디자인의 오디오와 다이얼로 조절하는 공조장치가 전부. 보스오디오 시스템은 디자인만 클래식할 뿐 기능과 소리는 트렌디하다.
가속페달에 슬쩍 힘을 실었다. 333마력짜리 자연흡기 휘발유엔진답게 반응이 날카롭고 예민하다. 조금이라도 거칠게 다루면 신경질적으로 변하니 애인 다루듯 세심함도 필요하다. 슬슬 rpm을 높인다. 7단 기어박스는 시속 100km에서 2천rpm을 유지하며 정숙하게 순항했다. 작정하고 rpm을 높이지 않는 이상 실내는 대체로 조용했다. 흡음재를 더 많이 넣고 능동형 소음감소 시스템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을 더하는 등 NVH에 신경 쓴 덕분이다.
엔진도 열을 받기 시작했고 타이어 그립감도 제법 살아났으니, 작정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더했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스티어링은 급가속이나 고속에서도 한결같지만 반응은 좀더 세련되게 날이 서 코너를 감아 돌았다. 스티어링 컬럼 부싱을 바꾸고 업그레이드한 소프트웨어를 더한 덕도 크다. 주행모드는 자동과 수동 두 가지. 수동모드에서는 직접 변속하지 않으면 레드존에서 방방거릴 뿐 알아서 단수를 올리지 않는다. 스포츠카의 미덕을 갖춘 셈이다.
시승 내내 가장 흡족했던 점은 밸런스 좋은 하체감각과 매력만점 사운드. 서스펜션을 뚝 떼어다 내 차에 달고 싶었다. 분명 단단하고 묵직한데, 또 생각보다 부드럽고 안락하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면 ‘더덥’하고 충격을 집어삼킨다.
고속에서 울퉁불퉁한 도로를 만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슬쩍 거동이 달라지나 싶다가도 이내 안정적으로 자세를 다잡는다. 경박하게 통통거리거나 둔하게 뒤뚱거리는 법이 없다.
4천rpm을 넘어서면서부터 정숙한 실내에 엔진음 및 배기음이 들이치면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성대 좋은 테너가 작정하고 뽑아내는 노래보다 아름답다. 차 꽁무니에 파이프 악기를 달고 가속페달 밟는 양에 따라 달라지는 사운드를 연주하는 맛도 특별하다.
맥시마에 먼저 소개한 액티브 사운드 인헨스먼트(Active Sound Enhancement)를 넣어 소리를 풍성하게 키워 재미를 더했다.
혹자는 370Z를 빈자의 포르쉐라고 한다.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성능과 감각이 비슷한 탓이다. 1969년 등장한 370Z는 자동차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여전히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닛산의 스포츠쿠페다.
제대로 된 컵홀더는 하나뿐이고, 매끈하게 흐르는 해치 안쪽 공간은 비좁지만 황홀한 주행사운드와 탐나는 하체감각, 관록의 엔진 등이 운전재미라는 순수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스티어링을 잡고 가속페달을 다루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탐닉하게 만든다. 좀 달린다는 모델 중 370Z만큼 운전재미와 감성에 충실한 녀석들은 흔치 않다. 게다가 대부분 몸값이 5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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