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바뀐 현대차의 산물 : 현대 아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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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는 지난해 10만422대가 팔려 10만8,438대를 기록한 쏘나타에 이어 국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많이 팔리는 대중차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이런저런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구형 MD는 스타일 때문에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신형 AD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몰 수 있는 차로 탈바꿈했다. 파격은 줄었지만 무난함 속에 완성도는 높아졌다.
국산차는 수입차와 비교해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상 일상에서 타고 다니기에는 부족함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 정도 수준만 되어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갖다가도 완성도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국산차는 동급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차와 비교하기는 힘들다.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완성도나 품질은 이들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값 대비 가치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 브랜드의 수입차보다도 앞선다. 수입차가 비쌀 수밖에 없는 국내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국산차들의 값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수입차와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산차의 개선된 점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전 세대와 비교하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타는 인기 모델일 경우 어떤 점이 개선됐는지 시장에서 금방 드러난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최근의 국산차는 새로운 세대가 나올수록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발전 속도와 범위가 빠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전 세대의 허점이 많았다는 뜻도 담고 있다. 개선할 부분이 많으면 다음에 보완된 부분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법이다.
아반떼는 현대차에서 비중이 큰 모델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쏘나타와 함께 세단 라인업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000만 대가 넘게 팔렸을 정도로(국산차 중 최초다) 많이 팔린 글로벌 인기 모델이다. 특히 구형 MD는 끝물임에도 지난해 미국에서 쏘나타보다 많이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전세계적으로 반응이 좋은데 유독 국내에서는 품질 문제가 불거져서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많이 팔리고 대중들의 관심이 큰 차종인 만큼 볼멘 목소리도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이 얼마나 되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아반떼는 전형적인 대중차다. 현대차가 내세우는 슬로건도 ‘수퍼 노멀’이다. 대중차의 기본인 대중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그걸 뛰어넘겠다는 의지라도 담은 걸까? 달리 생각하면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느낌도 든다. 평범하고 무난하다는 말이 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구현하기는 힘들다. 디자인이 눈에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야 하고, 힘도 적절해야 한다. 승차감은 편안해야 하고 장치들의 사용은 어렵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어디 하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많이 팔리는 대중차가 더 만들기 힘들 수도 있다.
특색은 줄었지만 완성도는 높아져
디자인은 이전 모델보다 단정해졌다. 이전 세대인 MD는 아반떼 역사에서 획기적인 디자인 파격이 이루어졌다. 현란한 선과 면의 조합으로 대중차답지 않게 파격적이었다. 신형 AD는 부풀어 올랐던 게 가라앉은 것처럼 차분해졌다. 거칠고 시험적인 시도에서 한 단계 성숙한, 완성도를 높인 모습이다. 육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은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로 정체성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전 헥사고날보다 현대차 내 다른 모델과의 통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슷한 육각형 그릴을 쓰는 아우디와도 비슷해졌다. 특히 신형 아우디 A4와 분위기가 엇비슷하다. 개성 넘쳤던 MD를 생각하면 아반떼만의 특색이 줄어든 느낌이랄까.
인테리어 역시 파격적인 AD와 달리 무난함을 추구했다. 화려함은 자제하고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품질감은 좋은 편이고 재질감이나 소재 배색 등도 적절하다. 다만 대시보드 플라스틱 질감은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시승차는 풀옵션이라 기능이 꽉꽉 차 있다. 이제 차급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시대는 지났다. 준중형급이지만 온갖 첨단 기능을 그러모아 중형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실내공간도 여유롭다. 그러나 뒷좌석은 무릎공간은 여유가 있지만 머리공간이 조금 빠듯하다. 쿠페형 스타일 때문에 C필러 경사가 큰 탓이다. MD도 그랬었는데 AD 역시 큰 변화가 없어 다소 아쉽다. 기아 K3보다는 조금 나은 듯하지만 신체가 성숙한 다 큰 자녀들을 뒤에 태우면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
파워트레인은 1.6L 가솔린과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한다. 1.7L 디젤과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 조합도 있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요즘은 독일차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의 엔진 사운드는 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여전히 대다수 소비자는 조용한 차를 좋아한다. 아반떼는 그런 취향을 딱 맞춘다. 일본차가 정숙성이 좋다고 하지만 준중형급의 정숙성에 있어서는 국산차가 더 조용한 경우도 많다.
1.6L 엔진의 최고출력은 132마력, 최대토크는 16.4kg·m다. 가속은 매끈하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적당히 여유로운 힘이지만 급하게 가속을 할 때에는 어쩔 수 없는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엔진 소리에도 조금 불필요한 잡음이 껴 있다. 변속기는 일반 토크 컨버터 방식. 변속은 매끈하고 변속 속도도 빠른 편이지만 수동으로 변속할 때에는 약간의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 스포츠 주행이 아니라 추월이나 급가속 등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 딱 불편함 없는 수준. 그러나 단수를 내릴 때 허용하는 엔진회전수가 예전보다 높아져 변속 유연성이 높아진 것은 반갑다.
스티어링은 유연하지만 예전처럼 휙휙 돌아가지는 않는다. 전동식 스티어링(MDPS)의 이질감도 크지 않다. 스티어링 반응은 중립성을 유지한다. 탄탄한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아도 축 처지거나 늘어지지도 않는다. 하체는 확실히 과거보다 단단하게 세팅됐다. 급한 움직임에서 뒤가 앞을 따라가는 능력도 좋아졌다. 과거에 뒤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런 불만을 의식해서 중점적으로 개선한 듯하다. 고속안정성도 높아졌고 특히 빠른 속도에서 차선을 바꿀 때 흔들림이 줄었다. 고속에서 급제동할 때 차가 요동치는 현상도 감소했다. 파워트레인은 같지만 하체 세팅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운동성능이 향상된 느낌이다. 물론 스포츠 주행성능의 향상이라기보다는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안정성 향상이다. 더불어 승차감이 좋아졌다. 좀 더 단단해진 느낌으로, 출렁거림이 덜하고 진동을 잘 걸러내 편안하다.
대중차 만들기의 노하우 담긴 모델
대중차는 호감 가는 스타일에 편하게 탈 수 있고 편의장비를 적당히 갖추는 게 미덕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차가 보다 대중차다워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무난함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신형 아반떼는 대중차의 노하우를 아주 잘 살렸다. 구형 MD는 스타일 때문에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신형 AD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몰 수 있는 차가 된 느낌이다. 현대가 추구하는 독일차 따라하기도 아반떼에서는 적당히 자제했다. 애매한 스포츠 세단 느낌보다는 한국형(혹은 북미형) 대중차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시승 촬영에 함께 나오지는 못했지만 디젤 모델의 상품성도 꽤 높다. 가솔린 모델만큼이나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힘과 연비는 훨씬 더 좋다. 소형 수입 디젤차에 눈독을 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적인 모델이다.
신형 아반떼에서는 차를 만드는 현대차의 의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만들어 놓으면 팔리겠지’에서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안 팔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본질에 대해 좀 더 고민한 티가 역력하다. 국산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잣대는 높아졌고, 수입차의 영향으로 취향은 다양해졌다. 애국심이나 가격 때문에 국산차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아반떼는 현대차의 바뀐 생각을 실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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