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시작, 애스턴마틴 DB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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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에나에서 DB11을 시승했다. DB11에 담긴 진화는 균형미가 돋보였다. 눈부신 디자인, 견고한 섀시, 영리한 파워트레인, 뛰어난 밸런스 등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 차가 정말 위대한 이유는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색을 고집했다는 데에 있다. 독일 경쟁자처럼 느슨하지도 않고, 이탈리아 경쟁자처럼 과장되지도 않았다.
“Super easy!” DB11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던 일본 저널리스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좁은 국도에서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고 난 뒤의 일이었다. ‘아이 깜짝이야. 운전대 위치와 통행 방법이 일본과 달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더니, 웬 호들갑이야?’ 조수석에 앉아 있던 기자는 속으로 투덜대며 그의 과장된 표현을 비웃었다. 물론, 겉으로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을 반성하게 됐다. 운전석에 몸을 직접 포개보니 그의 말이 ‘오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DB11은 DB9보다 훨씬 더 친절했다. 신형 파워트레인은 풍부한 힘을 거침없이 풀어냈고, 차세대 플랫폼은 이를 아주 유연하게 소화했다.
사실, 기자는 DB9이 이미 애스턴마틴식 GT 스포츠카의 정점을 찍었다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DB11의 성능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사채라도 땡겨서 손에 넣고 싶을 만큼(나한테는 그만큼 안 빌려 준다는 거 잘 알고 있다) 멋지지만, 운동성능은 DB9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DB11은 모든 부분에서 진화해 있었다. 디자인, 엔진, 변속기, 섀시 등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각 요소간의 균형도 이전보다 한층 더 치밀해졌다.
END OF BEGINNING
DB11을 만나러 혈혈단신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애스턴마틴 본사가 국내 언론매체를 초청한 건 이번이 최초다. 시승회는 포도주와 서정적인 풍경으로 유명한 투스카니(토스카나) 주의 시에나에서 열렸다. 참고로 영국 자동차 브랜드가 자국에서 글로벌 시승회를 여는 경우는 흔치않다. 차량 통행 방법이 대부분의 국가와 정반대인 까닭이다.
서울에서 시에나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볼로냐 공항에 내린 후, 차를 타고 2시간을 더 달렸다. 애스턴마틴이 이번 행사의 본거지로 정한 곳은 1400년에 지어진 어느 산속의 빌라. 각 방문에 도어 잠금 장치도 없는 아주 평화롭고 은밀한 장소였다. 평온한 경치만큼 분위기도 느긋했다.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과 공기 사이사이에 여유가 가득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DB11이 이런 목가적인 풍경에도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DB 시리즈는 애스턴마틴의 척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전체 라인업의 근간을 이루는 플랫폼과 스타일링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밴티지, 뱅퀴시, 라피드 등 애스턴마틴의 현재 핵심 모델 모두 DB9에서 파생됐다. DB11의 역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DB11은 애스턴마틴 변화의 신호탄. 앞으로 쏟아져 나올 애스턴마틴 신차의 표준이 될 예정이다. 애스턴마틴 또한 자신들의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다음 100년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 바로 DB11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퍼 스포츠카에 가까운 스타일링
DB9의 후속 모델이 DB11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DB10은 양산 모델이 아니다. 영화 007 스펙터를 위해 단 10대만 만들어진 한정판 쇼카다. 하지만 이런 DB10도 DB11에게 영향을 미쳤다. 얄팍한 헤드램프와 과감하게 말아올린 리어 범퍼가 바로 DB10에서 가져온 디자인 요소다. 물론 분위기는 DB11이 훨씬 근사하다. 이전 DB 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로, 매끈하게 빠졌다.
스타일링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이다. 말로만 GT 스포츠카지, 실제로는 수퍼 스포츠카의 느낌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처럼 선을 남발하거나 면을 지나치게 비트는 흔한 방법은 최대한 자제했다. 그저 완벽한 프로포션에 집중한 후, 애스턴마틴 고유 디자인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을 뿐이다. 애스턴마틴의 디자인 디렉터 마렉 리치먼(Marek Reichman)은 이렇게 말한다. “애스턴마틴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비례와 균형입니다. DB11을 보세요. 차체의 각 치수는 물론 모든 부품이 황금비를 따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DB11은 길이(50mm)와 휠베이스(65mm), 그리고 트레드(앞 75mm, 뒤 43mm)를 늘이는 동시에 앞 오버행(16mm)은 줄였다. 앞으로 애스턴마틴이 선보일 다른 모델들도 이처럼 앞쪽이 짧아지고 각 바퀴 사이의 간격이 더욱 넓어질 예정이다.
마렉 리치먼이 프로포션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이를 백지에서부터 직접 설정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디자인 디렉터라 하더라도 섀시 치수에 간섭하는 경우는 드물다. 애스턴마틴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인 셈이다. 차체 앞쪽 양력을 낮춰주는 사이드 벤트(컬리큐)와 차체 뒤쪽 다운포스를 늘리는 가상 스포일러(에어로블레이드) 역시 디자인 팀과 섀시 설계팀의 긴밀한 협업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플랫폼은 완전 신형이다. 구형 VH보다 한층 더 단단하고 가볍다. 재질은 이전과 같은 알루미늄이지만, 프레스 성형과 본드 접합 방식으로 무게 39kg을 줄이고 비틀림 강성을 15% 높였다. 레이아웃은 DB9과 같다. 엔진은 앞 차축 위에, 변속기는 뒤 차축 위에 얹어 앞뒤 무게배분을 51:49에 맞췄다. 로터스에서 애스턴마틴으로 옮겨와 화제를 모았던 26년차 섀시 엔지니어 매트 베커(Matt Becker)는 프로젝트 도중에 합류했기 때문에 주로 리어 프레임 설계에 집중했다.
애스턴마틴이 DB11의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알루미늄 싱글 클램셸 후드다. “자동차산업 역사상 가장 큰 보닛이에요. 우리는 이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아 헤매야 했죠. 이 거대한 원피스 알루미늄을 한방에 찍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아참, ‘S 커브’를 갖춘 애스턴마틴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알루미늄입니다. 그리고 헤드램프에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얇은 LED 띠를 넣었어요.” 차체 앞모습을 설명할 때 마렉 리치먼은 유독 신나보였다.
누가 뭐래도 영락없는 애스턴마틴
도어를 여는 방식은 이전과 같다. 바 타입의 핸들 앞쪽을 눌러 뒤쪽을 빼낸 후, 약간 위쪽으로 잡아당기면 된다. 댐퍼가 도어를 떠받드는 까닭에 움직임이 아주 부드럽고, 웬만해서는 저절로 닫히지도 않는다. 실내는 한결 넉넉해졌다. 무릎공간의 경우 무려 87mm나 늘어났다. 휠베이스를 확장하고 프레스 성형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좌석은 여전히 비좁다. 도어 개구부를 넓히고 애스턴마틴 최초로 ISOFIX를 달았으나 이 차를 타면서 베이비 시트를 들일 일이 얼마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시스템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가져왔다. 각종 전자장비를 벤츠에서 수혈받기로 결정한 것은 아주 현명한 전략이다. 두 브랜드만큼 ‘보수’ 코드가 잘 맞는 경우도 흔치 않거니와, 어차피 애스턴마틴은 이런 전자장비로 가치를 매길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애스터마틴은 앞으로 AMG의 신형 V8 엔진도 사용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AMG GT S의 엔진을 얹은 엔트리 DB11의 데뷔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벤츠의 장비들은 거들기만 할 뿐, 실제 실내 분위기는 영락없는 애스턴마틴이다. 아우디 색채가 깃든 벤틀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운전석 풍경은 DB9에 비해 딱 20년 정도 젊어졌다. 수공예품 같았던 기계식 계기판을 12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밋밋했던 스티어링 휠도 사방을 살짝 눌러 입체감을 살린 레이서 타입으로 바뀌었다. 댐퍼압력 조정과 드라이브 모드 설정 버튼을 운전대로 옮겨붙인 건 매우 반갑지만, 시프트패들이 여전히 칼럼에 붙어 있는 건 좀 아쉽다.
더 영리한 파워트레인과 유연한 섀시
엔진은 신형 V12 5.2L 바이터보다. 이전보다 배기량은 0.8L 적지만, 두 개의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와 수랭식 인터쿨러 덕분에 출력이 83마력 더 높다. 특징은 자연흡기 엔진처럼 고회전 감각을 유지하며 터보 엔진의 저회전 토크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 6,500rpm에서 최고출력 600마력을 내고 1,500rpm에서 최대토크 71.4kg·m를 내는 출력 중시 세팅에는 차세대 뱅퀴시에 대한 계산도 이미 다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DB11의 이 신형 V12 엔진은 애스턴마틴이 직접 개발했다.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지금 상황에서 실린더 수를 줄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V12 엔진은 이미 정통 스포츠나 럭셔리 브랜드만의 고유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거대 엔진과 실용 엔진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으니, V12 엔진은 조만간 한층 더 소중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연 생산량 4,000대에 불과한 애스턴마틴과 같은 브랜드들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애스턴마틴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는없다. 때문에 스톱 스타트 시스템(공회전방지 장치)와 실린더 디액티베이션(기통휴지 시스템)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참고로DB11의 실린더 디액티베이션은 한쪽 뱅크를 잠재워 직렬 6기통 2.6L 싱글 터보 엔진으로 전환하는데, 촉매의 온도 하강을 막기 위해 20~30초마다 작동 뱅크를 반대쪽으로 바꾼다. 이 시스템은 기본 드라이브 모드(GT)에서만 활성화되며 어디에도 작동 여부를 알 수있는 표시는 없다. 1km당 CO₂ 배출량은 기존 329g에서 265g으로 줄었다(유럽 기준).
엔진 시동은 이전처럼 센터페시아의 버튼으로 건다. 하지만 키리스고 도입으로 인해 더 이상 리모트키를 통째로 밀어넣을 필요가 없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시동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엔진이 조용히 깨어나고 눌렀다가 바로 떼면 우렁찬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는 사실이다. V12 엔진은 아이들링에서 마저 기분 좋은 진동과 소리로 자신의 존재 당위성을 알린다. 심지어 스타트 모터의 회전 소음마저도 사랑스럽다.
엔진 사운드는 아주 순수하다. 인테이크 파이프와 실내를 얇은 관으로 연결해 흡기음을 강조하거나(심포저), 머플러 안에 플랩을 달아 배기음의 볼륨을 조절하고는 있지만, 스피커나 전기모터를 이용한 인위적인 증폭은 철저하게 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건 터보 엔진의 사운드 특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저음이 조금 강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애스턴마틴 특유의 매끄러운 중고음이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
엔진은 어느 영역에서든 힘차다. 저회전에서 지체 현상도 없고 고회전에서 지치는 일도 없다. 8단 변속기의 반응 역시 빠르다. 토크 컨버터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듀얼 클러치 못지않게 기어를 빠르게 바꿔 문다. 기어를 두 단계 내리면 회전수를 맞추느라 애매하게 시간을 끌지 않고 우선 기어부터 연결해 운전자의 의도를 충족시키려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0→시속 100km가속 시간은 4.6초에서 3.9초로 단축됐고 최고시속은 295km에서 320km로 늘어났다.
애스턴마틴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자식 스티어링도 완성도가 높다. 반응이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기어비가 DB9에 비해 30% 이상, 뱅퀴시와 밴티지에 비해 15%이상 짧기 때문에 굉장히 빠릿빠릿하다. 한계를 넘어설 땐 전자식 토크 벡터링이 궤적을 다듬는다. 실제로 한계까지도 스릴 넘치는 스티어링 감각을 자랑하며 그를 넘어서도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DB9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DB11은 이런 상황에서도 절대로 거칠어지지 않는다. DB9이 코너에 몰렸을 때 보여주는 러프한 피드백은 사실 GT라는 성격에 어울리지 않았다.
무게 이동 감각 또한 아주 솔직하다. 서스펜션이 어느정도의 롤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어의 접지가 조금 약한 편이다. 특히 리어 쪽이 그렇다.스릴 또는 고유 성격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세팅했는지, 시승차가 프로토 타입이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자세제어 장치의 개입도 약간 늦는 것을 보면 의도된 세팅일 가능성이 짙다.
DB11이 정말 위대한 이유
DB11의 진화는 입체적이다. 공기역학적 디자인, 단단하고 가벼운 섀시, 영리하고 힘찬 파워트레인 등 완벽에 대한 집착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DB11이 정말 위대한 이유는 경쟁자들을 의식해 이런저런 트렌드를 수용하려 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색을 고집했다는 데에 있다. 애스턴마틴은 이제 독일차나 다름없는 벤틀리나 볼륨 브랜드를 꿈꾸는 재규어와 달리, 영국식GT 스포츠카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을 자신 있게 던질수 있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다. 그들은 DB11을 통해 현재 GT 스포츠카가 가야 할 길을 아주 첨예하게 제시하고 있다.
Marek Reichman - 애스턴마틴의 CCO(Chief Creative Officer)이자 디자인 디렉터인 마렉 리치먼(MarekReichman)을 만났다. 그가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쏟아낸 애스턴마틴 미래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앞으로 7년간 7개의 차를 선보일 겁니다. DB11이 그 시작이고 뱅퀴시, 밴티지, DBX, 라피드 E, 라곤다, 프로젝트 RB-AM 001 등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죠. DBX는 애스턴마틴 최초의SUV며, 라피드 EV는 테슬라 모델 S를 겨냥한전기 세단입니다. 라곤다는 라피드보다 큰 4도어 세단으로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과 경쟁하죠.RB-AM001은 아직 프로젝트 단계에 있는 미드십 스포츠카입니다. 레드불 F1 팀에서 명성을 떨친 에이드리언 뉴이가 개발에 참가하고 있죠. 신차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하며, 이 과정들을 위해 모두 끌어다 쓸 수도 있습니다.사람들은 우리 회사를 페라리와 롤스로이스의 중간 어느 부분인가에 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롤스로이스의 고급스러움과 페라리의 스포츠성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더 이상 스포츠카에만 집중하지 않을 것입니다.DBX와 아곤다가 바로 그 증거죠. 아마 당신들은2020년 이후 애스턴마틴 예전 차들의 디자인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기 자동차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8년 라피드 EV를 발표할 계획이에요. 왜 전기차를 만드냐고요? 우리는 V12 엔진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전기차가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가솔린 엔진을 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겁니다. 우리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 따라서 현재가 애스턴마틴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라고생각해요. 당신들은 앞으로 9개월마다 지금껏설명한 차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보게 될 것입니다. 모든 차들의 변화 폭은 DB9과 DB11의 차이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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