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파괴한 바이크, BMW R1300GS [시승기]
컨텐츠 정보
- 863 조회
- 목록
본문
"이거 GS의 느낌이 아닌데?"
지금 되돌아봐면 말도 안 되는 바이크였다. 어마어마한 덩치로 오프로드도 소화하고, 온로드에선 세상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R1300GS는 평소 알고 있던 BMW GS 시리즈와 달랐다.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의 새로운 바이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R1300GS에 앉아보고 같은 이야기를 했다. 거대한 덩치감을 만끽하는 어드벤쳐 바이크가 아닌, 제법 접근하기 쉬운 느낌이 강해졌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실제 R1300GS는 경량화와 효율화에 집중했다. 반응이야 어쨌건, 의도했던 개발 방향과는 정확히 일치하는 셈이다.
실제로 앉았을 때의 부담감은 이전보다 덜하다. 차고 조절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체구가 작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타고 내릴 수 있다. 실제로도 시트 포지션은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고 나서야 높아진다. 신장이 180cm 이상인 사람들이라면 이전보다 시시해졌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핸들 바 그립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기존 R1250GS는 마치 크루저 바이크처럼 핸들 바를 다소 높게 잡고 있어야 했지만, R1300GS는 그립이 이보다는 낮아졌다. 마치 네이키드 바이크 같은 포지션이 연출된다. 하이 그립을 선호했던 사람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외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헤드램프다. 기존의 비대칭 설계를 탈피했고, 네 개의 포인트를 추가해 시인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잡았다. 풀 LED 헤드램프가 기본 제공되며, 옵션을 통해 LED 매트릭스 램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코너링 램프처럼 바이크의 기울기에 따라 빛 분사 위치를 능동적으로 조절한다.
연료탱크는 기존 R1250GS보다 평평하게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역동적인 느낌을 끌어올리고, 프런트 카울부터 이어지는 디자인의 연속성을 강조해 날렵하면서도 매끈한 느낌을 강조했다. 기본형과 트리플 블랙, 레이싱블루 메탈릭, 719 트라문타나 등 다양한 디자인 옵션으로 선택지도 끌어올렸다.
파워트레인은 1300cc 수랭식 박서엔진이다. 배기량이 향상됨에 따라 최고 출력은 145마력으로 증가했으며, 최대토크도 15.2kgf·m으로 더 높아졌다. 이는 역대 GS에 탑재된 박서 엔진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이 외 밸브 스트로크와 드라이브 샤프트 구조도 새로워졌으며, 유로5 배출 규제도 충족했다.
박서엔진의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평소라면 낮은 회전대에서 터덜터덜하는 소리를 내며 속도를 높여나가는데, 마치 슈퍼차저가 장착된 것 같은 소리가 난다. 5000rpm 인근까지는 비슷한 소리가 이어지며 가속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배기음 자체도 이전보다 더 크게 들려온다.
가벼워진 차체 탓에 다루기에도 편하다. R1300GS의 공차중량은 237kg으로, 이전보다 12kg 가벼워졌다. EVO 텔레레버와 EVO 패럴레버 등도 새롭게 디자인해 조향 안정성과 승차감도 끌어올렸다.
이렇다 보니 코너링 능력도 인상적이다. 같은 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움직임이 가볍고 산뜻해졌다. 엔진 자체의 무게중심이 높아졌다 보니 이전보다 더 과감하게 차체를 기울일 수 있다. 살짝만 기울여도 금세 중심을 잡던 기존의 묵직한 느낌을 좋아했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다.
가벼운 차체와 안정적인 주행 능력은 오프로드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엔듀로 모드를 활성화하면 빠릿빠릿하던 클러치 반응은 다소 느슨해진다. 갑작스레 튀어 나갈 일이 적다 보니 운전자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 주먹만 한 돌을 밟고 지나가도, 낙엽 탓에 그립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도 안정적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운전해서 나아간다기보다 바이크에 업혀 가는 느낌이었다. 운전자보다 더 빠르게 제동에 개입하거나, 자칫 넘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BMW 모토라드의 전자장비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날것 그대로의 오프로드를 즐기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심심하게 느껴지겠다.
R1300GS는 균형감 있는 주행을 만끽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었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박서엔진 특유의 감성은 물론,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바탕으로 스포츠 주행과 일상, 오프로드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천후 만능 바이크였다.
모터사이클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라면 지레 겁을 먹을 배기량이지만, 이렇다 보니 제법 만만하다. 가볍고 쉬우며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데 출력과 배기량까지 높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GS에 괜히 우주명차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게 아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