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 타보니 "이해 가능"... 메르세데스-벤츠 CLE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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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시장에 CLE를 출시했다. CLA와 CLS가 4도어 쿠페라면 CLE는 2도어 쿠페로 성격이 다르다. 여기에 CLS가 퇴역하고 상급 쿠페 모델로 AMG GT가 남으면서 CLE는 사실상 일반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중 최고 자리에 위치하는 쿠페 모델이 됐다. 그래서일까? 비싸다. 입문형 모델인 CLE 200은 7270만 원, 상급 사양인 CLE 450 4MATIC은 무려 9600만 원으로 나왔다. 벌써부터 ‘그 돈이면’ 생각이 들 정도다. CLE가 가격만큼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타보고 확인했다.
# C-클래스 쿠페+E-클래스 쿠페=CLE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에서 쿠페나 카브리올레는 ‘드림카’ 그룹으로 묶인다. 소비자들의 로망을 실현해 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차들은 많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종류가 많으면 회사에 좋지 못한 결과만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쿠페 라인업 정리에 들어갔고 C-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 E-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CLE로 묶어 새로 개발했다. 중국과 한국에서만 잘 팔리는 CLS는 단종이 확정됐으며, S-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도 삭제됐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살아남고 출시된 것이 바로 CLE다. 그렇기에 이들은 CLE에 더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렇게 강조한다. C-클래스 쿠페, E-클래스 쿠페보다 CLE가 더 크고 넓다고. 은연중 BMW 4시리즈와 아우디 A5 대비 반체급 이상 높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크다. 길이와 너비, 높이, 휠베이스 모두 뚜렷하게 CLE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 때문에 이들보다 더 비싸야 할까? 타보기 전에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 지향점이 확실한 CLE
CLE 450 4MATIC 앞에 섰다. 사진으로 미리 봤지만 실제로 보니 더 예쁘다. 별다른 설명 필요 없이 한눈에 멋지게 보이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그런 면에서 CLE 디자인은 정말 잘 나온 듯하다.
실내도 고급스럽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향하는 고급화에 어울린다. 가죽, 소프트 폼, 원목과 금속 장식 모두 우수하고 조립 품질도 뛰어나다. 다만 C-클래스의 디자인 요소가 적용된 점은 다소 아쉽다. 모델명 CLE에서 ‘E’가 쓰인 만큼 E-클래스와 유사하길 바랐지만, C-클래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요소 탓이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ISG가 엔진을 부드럽게 회전시키며 M256M 엔진이 깨어난다. 최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중적으로 확산됐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ISG 만큼은 차별화된 만족감이 느껴진다. 확실히 강화 스타터 제너레이터 버전인 BSG(Belt-driven Starter Generator) 방식보다 엔진과 변속기에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ISG(Integrated Starter Generator) 방식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M256M 엔진은 ISG가 2세대로 업그레이드돼 성능과 에너지 회수 효율 등이 더 좋아졌다.
부드럽다. 서스펜션에서 느껴지는 노면 처리,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느껴지는 무게감,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 엔진 회전 질감 등 모든 부분이 부드럽다. 스포티한 쿠페가 아니라 럭셔리 쿠페로 개발하려는 브랜드의 지향점이 확실해 보인다.
컴포트였던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AMG 사양이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는 없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스티어링이 조금 더 무거워지고 가변 댐핑 서스펜션이 좀 더 단단해졌으며, 변속기는 계속 저단을 유지하려는 성격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변화의 폭이 크진 않았다. 스포티하거나 퓨어함이 묻어나기보다 여전히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결을 유지했다. 최근 자동차들은 주행모드 간 변화의 폭을 크고 단호하게 보여주는 추세지만 CLE는 꾸준히 그만의 성격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직진 주행 감각이 뛰어나다. 달리 표현하면 온-센터 감각이 무척 훌륭하다. 원래 메르세데스-벤츠가 잘했던 분야인데 이 부분의 감각이 더 강화됐다.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셀프 얼라이닝 토크도 너무 가볍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심지어 이때 느껴지는 거동도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반박자 늦게 앞바퀴가 반응하고 뒤이어 뒷바퀴가 따라온다. 스포츠성이 강조된 쿠페 모델과 조금 다른 여유로운 반응이다. 실망스럽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디자인과 실내 구성, 차에서 느껴지는 주행 성격까지 한결같이 고급스러움을 지향하고 있다. CLE는 그런 부분에서 잘하고 있다.
엔진 반응도 만족스럽다. 터보 레그를 줄이기 위해 트윈스크롤 터보를 사용했고, EQ 부스트라는 이름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전기모터가 동력을 전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렉트릭 슈퍼차저 시스템까지 더해 터보차저로 공기를 빠르게 불어 넣도록 만들었다. 그만큼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엔진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터보 레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1/3 미만으로 조작했을 때 터보랙이 없어진 것 같은 착각이 나지만 페달을 끝까지 밟아 CLE가 가진 모든 힘을 한꺼번에 끌어내려 하면 이때는 터보 레그가 느껴진다. 구조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 없어도 최소화 시킨 것에 의미를 둘 만하다.
엔진은 381마력과 51.0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354마력과 50.99kgf.m의 아우디 S5 쿠페보다 높고 387마력과 51.0kgf.m의 BMW M440i 보다 아주 살짝 낮다. 하지만 가속감은 이들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강력한 펀치감이 아닌 부드럽고 여유롭다. 넉넉한 출력으로 아주 쉽게 속도계를 올리는 타입이다. 가속감 부분에서도 CLE의 지향점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단 자동 변속기는 부드러우면서 확실한 동력 전달감을 주는 성격이다. 스포츠 모드에조차 격하게 변속하지 않으면서 우아아함을 유지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속도가 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변속기 자체에서 기어를 바꾸는 시간은 빠르지만 패들 조작에 따른 전기 신호가 변속기 기어를 바꾸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다소 길다고 느껴졌다. 일반적인 운전 경험 중 엔진 다음으로 변속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조금 더 적극적인 변속 감각을 전달해도 좋을 듯하다.
# 나를 BMW 4시리즈와 아우디 A5 급으로 보지 말아줘
시승을 해보니 확실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BMW 4시리즈나 아우디 A5급 차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E-클래스급 쿠페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CLS 수요층까지 흡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만큼 지향점이 확실히 달랐다.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고급스럽고 편안했다. 출력과 토크가 높지만, 빠르게 쥐어짜며 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풍성하고 여유로운 고성능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자동차는 일관성이 있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면서 이상하게 스포티함을 강조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반대로 스포츠카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 본 의미가 퇴색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CLE는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잘 맞춰 차를 잘 완성했다.
이제 CLE는 BMW 4시리즈 & 아우디 A5, BMW 8시리즈 & 아우디 A7 사이에 위치한다. 컴팩트급 쿠페로는 마음이 차지 않지만 8시리즈나 A7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쁘고 매력적인 디자인은 그동안 새로운 쿠페에 목말랐던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의도대로 CLE의 존재와 가치를 알아봐 줄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값비싼 쿠페로 남을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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