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철저한 실용주의 콜로라도 vs 디테일이 살아있는 글래디에이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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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비주류로 여겨지던 픽업트럭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선택지도 늘고 있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쉐보레 콜로라도·지프 글래디에이터가 판매되고 있고, 여기에 포드 레인저까지 출시되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픽업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이다. 노면을 가리지 않는 남다른 주행 성능과 갖가지 짐을 투척할 수 있는 여유로운 적재 공간, 레저·캠핑 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실용성과 견인력 등을 자랑한다. 보험료가 꽤 나가지만, 연간 2만8500원에 불과한 자동차세 역시 상당한 장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1차선을 탈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의해 완전히 상쇄된다. 최근 모터그래프 홈페이지에서도 국산·수입 픽업트럭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후속 기사로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미국 픽업트럭 2대를 비교 시승해봤다.
먼저, 앞서 두 차의 제원을 살펴보자. 픽업트럭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두 차는 동급 세그먼트로 분류되지만, 사실 차량 간 제원 차이가 큰 편이다. 수치상으로는 글래디에이터가 콜로라도에 비해 훨씬 더 크고 우람하다.
각 제원(전장x전폭x전고x휠베이스)은 콜로라도가 5395x1885x1795x3258mm인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5600x1935x1850x3490mm에 달한다. 수치상 글래디에이터는 실버라도와 콜로라도 사이 자리할 정도다.
제원만큼 가격 차이도 크다. 국내 수입되는 콜로라도는 5개 트림 중 2번째로 높은 Z71-X 모델로 4499만원에 책정됐다. 루비콘 트림만 들여온 글래디에이터는 69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합리적인 값을 어필하는 콜로라도로 인해 글래디에이터는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사실 글래디에이터는 몸값이 좀 나가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동일한 옵션 적용 시 차량 가격이 6만 달러(6700만원)를 넘는다. 단일 트림으로 들여오며 거의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을 더한 결과다. 즉, ‘한국에 들어오면서 비싸졌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두 차의 실내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블랙 인테리어에 포인트 컬러를 추가한 것부터 투박한 소재와 큼직한 버튼 및 다이얼 구성 등이 그렇다. 다만, 대시보드와 시트 등에 적용된 디테일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콜로라도가 전형적이고 실용적인 미국차라면, 글래디에이터는 제법 치장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콜로라도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미스티 블루 컬러를 새롭게 추가했다. Z71-X, Z71-X 미드나잇에 한해 적용된 포인트 컬러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에 보기 좋게 녹아들었다. 루비콘 트림만 들여오는 글래디에이터는 랭글러와 동일한 빨간색 포인트 컬러가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시트 등에 적용됐다.
계기판은 글래디에이터가 더 좋다. 구성이나 디테일에서 차이가 크다.
콜로라도 계기판은 4.2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아날로그 타입이다. 그래픽은 과거 쉐보레 브랜드를 경험한 이들에게 친숙한 그 모습이다. 브랜드 실내 메인 컬러인 아이스 블루가 계기판에 적용됐으며, 조명 외에 멋 부리지 않는 좌우 계기판은 단정해 보인다.
그에 비해 글래디에이터는 한층 화려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를 통해 기본 정보 외에도 접근각과 이탈각을 보여주는 오프로드 화면과 차간거리 유지 등 별도 화면을 추가 제공한다. 빨간색을 더한 현란한 좌우 계기판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공간적인 여유와 시야 확보, 시트 편안함 등은 콜로라도가 더 좋다. 제원상 글래디에이터가 콜로라도보다 더 큰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대시보드가 높이 위치한 점과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앞 유리 크기가 영향을 미쳤다. 그에 반해 콜로라도는 개방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콜로라도는 공간도 넉넉하게 확보했지만, 시트 착좌감이 상당히 편하다. 뒷좌석은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길게 뽑았다. 실제로 앉으면 그 차이를 크게 체감하게 된다. 단, 편의사양은 부족한 모습이다. 2열 송풍구가 없고, 2개의 USB 단자와 시거잭만 적용됐다. 가운데 헤드레스트가 빠진 것도 아쉽다.
글래디에이터는 시트 착좌감이 딱딱한 편이고, 장시간 운행 시 피로도가 높다. 그나마 앞 좌석은 낫지만, 뒷좌석은 픽업트럭 특유의 껑충한 등받이 각도와 짧은 시트 길이로 몸에서 겉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편의사양은 아낌없이 갖춘 모습이다. 국내 판매 사양은 뒷좌석 송풍구와 4개의 컵홀더, A·C타입 USB 단자, 220V 인버터 등이 기본 적용된다.
두 차 모두 뒷좌석 아래 넉넉한 수납 공간이 적용됐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지프가 더 신경을 썼다. 수납 공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수납함 상단에 케이스로 마감하고, 충전 잭이 포함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착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구성상 비슷하지만, 콜로라도가 조금 더 다루기 간편하다.
콜로라도는 8인치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되며,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폰 커넥티비티 기능, 후방카메라 등이 제공된다. MS-DOS를 떠올리게 했던 과거 UI 대신 간결한 배경과 세련된 폰트를 더한 UI로 바뀌면서 확실히 좋아졌다. 터치 반응도 상당히 빠르고,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게끔 시스템을 잘 만들었다. 솔직히 사용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찾기 힘들었다.
글래디에이터는 8.4인치 U커넥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앞서 콜로라도에 적용된 기능 외에도 오프로드 주행 화면과 사용자 기호에 따라 앱 순서를 바꿀 수 있는 기능 등을 별도로 제공한다. 그러나 터치 후 일정 로딩이 있고, 도로 상황을 전혀 고려 않는 TPEG 내비게이션과 오래된 UI 등에 아쉬움이 남았다.
버튼 및 다이얼의 조작 시 직관적인 사용성을 평가한다면 콜로라도 쪽이 더 좋았다. 단, 글래디에이터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랭글러와 마찬가지로 루프와 도어 등 탈착이 가능한 만큼, 버튼 및 다이얼이 센터페시아 쪽에 몰리게 됐다.
콜로라도에 적용된 버튼 및 다이얼은 큼지막하고 조작감도 좋다. 독일차와 같은 잘 짜인 정밀함은 아니지만, 과거 미국차의 형편없는 조작감에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그 선입견을 바꿀 만큼 좋아졌다.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버튼 및 다이얼 조작감이 전반적으로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사용감보다 디자인 통일성 구현에 더 집중한 듯싶다.
두 차 모두 서로에게 없는 기능을 여럿 갖췄다.
콜로라도는 실용적 측면에 있어 우위를 점한다. 6방향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는 운전석, 등받이·엉덩이 부분을 나눈 열선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등이 추가 적용됐다. 다만, 무선 충전 기능은 요즘 스마트폰을 넣기엔 턱없이 작고,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조수석 4방향 전동시트가 빠졌다.
수납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다. 콜로라도는 센터페시아 하단과 센터 콘솔, 글러브 박스로 나뉘는데 기본 용량 자체가 크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센터 콘솔이 깊게 위치해 장지갑이나 클러치 등 부피가 큰 물건을 넣기에 좋다. 그리고 도어트림에도 큰 공간을 세 개로 분리해 다양한 활용을 가능케 했다. 다만, 고무 형태의 미끄럼 방지 패드 사용은 제한적이다. 미끄럼 방지 패드를 센터터널 컵홀더에만 적용했다.
글래디에이터는 LED 실내 조명, 베젤 리스 룸미러 등 디테일에서 앞선다. 운전석 미러에 평면 렌즈가 적용된 콜로라도와 달리 광각 렌즈가 적용된 점도 좋다. 특히나 루프와 도어, 앞 유리 등을 탈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마음만 먹으면, 앙상하게 뼈만 남은 형태로 달릴 수도 있다.
수납 공간은 2단으로 나뉜 센터 콘솔만 넓고, 글러브 박스와 센터페시아 하단은 상대적으로 작다. 대신 수납 공간 곳곳에 카모플라쥬 형태의 미끄럼 방지 패드를 더해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모두 우위를 점한다. 도어트림은 하단부에 그물을 더해 다양한 짐을 넣을 수 있게 했다.
적재함 크기는 콜로라도가 우위다.
콜로라도 적재함 용량은 1170리터, 최대 적재 중량은 400kg이다. 범퍼 양쪽 끝에 발판을 마련해 오르내리기가 쉽고, 별도의 표면 처리를 통해 미끄러짐 방지 및 내구성을 확보했다. 한국GM은 최대 적재 중량을 400kg으로 등록했지만, 실제 70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다고. 단순히 짐을 적재하는 것을 넘어 주행 상황까지 고려하여 낮게 신고한 셈이다.
글래디에이터의 적재함 용량은 1005리터, 최대 적재 중량은 300kg이다. 출시 당시 등록된 최대 적재 중량이 200kg에 불과해 화물차 인증이 취소될 뻔했으나 FCA코리아에서 적재중량을 300kg으로 수정 신고했고, 간신히 화물차 자격을 얻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출고가 늦어졌다는 후문도 있다. 콜로라도처럼 적재함 표면 처리가 되어 있고, 롤업 형태의 적재함 커버가 기본 적용됐다.
글래디에이터는 용량은 작지만,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적재함 우측에 LED 적재함 조명과 230V 파워 아웃렛을 갖췄다. 적재함 조명은 통상적인 후방 안개등 위치에 있는 버튼을 눌러 켜고 끌 수 있게 했다.
픽업트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견인능력에 있어서는 승부를 가리기 힘들었다. 최대 견인 중량은 콜로라도 3175kg이며, 글래디에이터는 3470kg이다. 견인 중량은 글래디에이터가 높지만, 콜로라도는 히치 리시버와 커넥터 등이 기본 적용된다.
지금까지 두 픽업트럭의 이모저모를 비교해봤다. 성격이 다른 만큼, 주안점을 어디 두느냐가 관건이다. 심플함을 중시한다면 콜로라도, 화려함을 중시한다면 글래디에이터가 끌리겠다.
다음편에서는 주행하며 느낀 두 차량의 차이와 특징을 살펴봤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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