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분석] 폭스바겐 골프 GTI VS 볼보 V40 T5 R-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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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의 작고 가벼운 차체에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장비한 `핫 해치`는 발상지인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사랑 받는 세그먼트다. 이러한 고성능 해치백들은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다른 해치백과는 차별화되는 디자인과 구성으로 성능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한다.
핫 해치란 단순히 해치백에 고성능 파워트레인만 넣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고성능 파워트레인에 걸맞게 차체 전반에 대한 보강과 함께 안정된 조종 성능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통상의 해치백에 비해 가격이 높아지므로, 일반 모델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사양과 구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 모델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고성능의 해치백 모델들은 주로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제조사들이 잘 만들고, 종류도 다양하다. 대중차 브랜드로 시작한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 고성능 해치백 모델을 최소 한 종류 이상은 생산하고 있고 근래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까지 가세하는 통에, 시장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만 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입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고성능 해치백에 대한 관심과 요구도 조금씩 높아져 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고성능 해치백으로 유명한 모델을 꼽는다면 단연 폭스바겐의 `골프 GTI`를 들 수 있다. 골프 GTI는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의 고성능 버전으로, 수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사랑과 선택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훨씬 강력한 성능의 골프 R이 등장함에 따라, 고성능 모델로서의 지위는 다소 내려 온 듯한 모양새지만 여전히 골프를 대표하는 간판 모델임에는 분명하다.
골프 GTI는 유럽에서 이미 오펠 아스트라 OPC와 푸조 308GTi, 르노 메간 RS 등과 혈투를 벌이고 있으며, BMW와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와도 싸우고 있다. 그런데 국내의 수입차 시장에는 골프 GTI와 1:1로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만 들어도, 미니 JCW는 체급에서 차이가 나고,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는 체급은 같으나 성능 면에서 GTI보다는 훨씬 강력한 골프 R과 맞붙이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다른 브랜드의 해치백 모델들이라곤 모조리 디젤 밖에 없어서 1:1 선상에서 비교가 곤란하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수입 해치백 중에서 가격대와 구성, 그리고 제원 면에서 골프 GTI와 1:1로 비교할 만한 모델이 하나 있다. 바로 볼보의 `V40 T5 R-Design`이다. 다소 엉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한정으로 볼보 V40 T5 R-Design은 골프 GTI와 1:1로 비교해 볼 만한 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두 차의 가격 차이는 310만원으로, 차이가 적은 편이 아니지만 같은 C세그먼트의 체급에 전륜 구동을 채용, 엔진은 같은 배기량에 싱글 터보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이고 최고출력도 200마력 대다. 또한, 골프 GTI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모델들 중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와도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V40 역시 골프 GTI의 수비범위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폭스바겐 골프 GTI와 볼보 V40 T5 R-Design를 서로 비교하며 게르만인과 바이킹의 후예들이 만든 고성능 해치백의 차이를 살펴 본다.
외모부터 살펴보자. 골프 GTI와 볼보 V40 T5 R-Design은 모두 스포티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 전용의 외장 사양을 적용함으로써 일반 모델과는 차별화된 외모를 뽐낸다. 범퍼를 비롯하여 라디에이터 그릴과 알로이휠, 그리고 리어스포일러에 이르는 광범위한 디테일들이 일반 모델과 한층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골프와 V40은 외관을 만들어 내는 방법론 면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스타일링 면에서는 상반되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골프는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인상과 함께 과격함에서 오는 스포티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볼보는 보다 곡선적이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녔으며, 유연하고 볼륨감 있는 형상에서 오는 스포티함이 강조된다.
인테리어는 공통적으로 차분한 블랙 톤을 중심으로 전용 내장 사양을 이용하여 꾸몄다. 하지만 공통점은 그것뿐. 두 차는 인테리어를 빚어내는 방법에서부터 차이를 드러낸다. 골프는 직선적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지닌 반면 V40은 한층 입체적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지니고 있다. 실내를 꾸미는 방법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골프가 붉은 색으로 악센트를 주고 있는 반면, 볼보는 파란색과 흰색의 악센트를 혼용하고 있다. 공간 면에서도 골프는 여유로운 느낌인 반면, V40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이 아늑함이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등의 디테일 역시 확실하게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골프의 스티어링 휠은 D-컷 스타일을 채용하고 있는데 반해, V40은 일반 볼보 모델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상을 취하고 있다. 그립감에서도 차이가 있다. 골프는 가느다란 림으로 손에 쏙쏙 들어오는 그립감을, V40은 보다 굵직한 림을 사용하여 든든한 그립감을 지향한다. 계기판의 경우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골프의 계기판은 실로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V40의 계기판은 세 가지 테마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져 있다. 볼보 R-Design만을 위한 파란색 테마는 덤이다. 시인성은 두 차 모두 우수하다.
센터페시아를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골프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돌출된 부분이 없이 깔끔하게 센터페시아를 구성했다. 반면 V40은 센터스택에 튀어 나온 센서스(SENSU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다이얼 및 버튼들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를 상부에 음푹 들어가게 배치했다. 골프의 시스템은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제어가 이루어지며, V40의 시스템은 모두 다이얼 및 버튼으로 제어된다. 운전자에 따라서 터치스크린이 편할 수도 있고, 다이얼식이 더 편할 수도 있다. 다만,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의 명칭 등을 입력할 때에는 다이얼로 자모 한자한자를 일일이 돌려가며 입력해야 하는 V40 보다는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골프 쪽이 보다 사용하기 용이하다고 본다.
앞좌석의 착석감에서도 한층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블랙 컬러의 가죽과 레드 스티칭으로 마감된 GTI의 전용 스포츠 시트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착석감을 지닌다. 물론, 스포츠 시트로서의 기능에도 충실하여, 격렬한 주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붙들어 맨다. 앞좌석은 3단계의 열선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며, 조정은 모두 수동이다. 등받이 각도는 다이얼로, 높이와 전후 거리 조절, 그리고 요추받침은 레버로 이루어진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GTI의 상징과도 같은 체크무늬 직물이 빠졌다는 점 정도. 그러나 최근 추가된 GTI 익스트림 에디션을 통해 체크무늬 마감된 시트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볼보 V40 T5 R-Design의 전용의 스포츠 시트는 착좌감은 꽤나 소프트해서 스포티와는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탄탄한 질감의 GTI 시트에 비하면 꽤나 대조적이다. 등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까지 부드럽게 감싸주는 촉감이 일품이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3단계의 열선 기능을 갖춘 8방향 전동 조절기능을 제공하며, 운전석에 한하여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더욱 신통한 것은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의 급격한 움직임 속에서 몸을 든든하게 잡아주는 재주를 부린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부드러운 질감으로 피로가 적지만 여차하는 순간에는 제 할 일을 확실하게 한다.
뒷좌석에서도 두 차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골프는 동급에서도 가장 넉넉한 축에 드는 공간을 지니고 있어, 체급에 비해 뒷좌석이 여유로운 편이다. 가족용 자동차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의 공간이다. 다리 공간은 체격이 큰 성인 남성에게는 약간 빠듯한 느낌이 들지만, 머리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반면, V40은 뒷좌석의 착좌감이 우수한 편이지만, 공간은 골프에 비해 그리 넉넉하지는 못하다. 시트의 힙 포인트가 높은 편인데다 통상의 해치백에 비해 지붕이 다소 낮은 편이기 때문에, 머리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함인지, V40의 글라스루프 스크린은 앞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트렁크공간은 골프가 한 수 위다. 근본이 일상을 위한 해치백인만큼, 7세대 골프가 지닌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공간설계가 잘 되어 있어 해치백임에도 비슷한 체급의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인 380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동급 해치백 중 최고 수준의 트렁크 용량이다. 뒷좌석은 6:4 폴딩 기능 외에도 중앙 스키쓰루 기능까지 지원한다. 선반은 필요하지 않을 때 트렁크 바닥 하부에 수납할 수도 있다.
V40은 제원 상의 트렁크 용량만 335리터로, 수치 상에서부터 골프와 45리터의 공간이 차이가 난다. 지붕도 더 낮고, 개구부가 의외로 넓지 않아서 골프에 비해 짐을 싣기에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V40은 모든 V40 모델들에 공통으로 장착되는, 간이 격벽 기능을 가진 트렁크 플로어를 지니고 있다. 이 덕분에, 공간을 좀 더 쪼개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짐들이 굴러다니는 일을 막는 데에도 용이하다.
7세대로 거듭난 골프 GTI는 신규 개발된 직렬 4기통 2.0리터 TSI 엔진을 심장으로 한다. 최고출력은 기존의 200마력에서 11마력 증가한 211마력/4,500~6,800rpm이며, 최대토크는 35.7kg/1,450~4,000rpm이다. 이 엔진과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폭스바겐 6단 DSG.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 11.5km/l, 도심 10.0km/l, 고속도로 13.9km/l다. V40 T5 R-Design은 245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2.0리터 직렬4기통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타력 주행을 유도하는 `에코+` 기능이 장비된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루며, 변속기를 거친 동력은 앞바퀴로 전달된다. 공인 연비는 도심 10.0km/l, 고속도로 14.6km/l, 복합 11.6km/l다.
골프 GTI와 V40 T5 R-Design은 소음의 억제 면에서부터 상반된 색채를 나타낸다. 골프 GTI가 전반적으로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혹은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V40 T5 R-Design은 불필요한 소음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느낌이다. 승차감도 마찬가지. 골프 GTI는 고성능 모델임을 강조하는 탄탄하게 다져진 하체와 가뿐한 몸무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요철을 타고 넘을 때에도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는 탄탄함을 유지한다. 반면 V40 T5 R-Design의 경우에는 골프 GTI와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하체는 부드럽고, 몸무게는 무겁다는 것을 시종일관 느낄 수 있다. 이 차가 과연 스포츠 패키지로 무장한 모델인가를 의심스럽게 할 정도다. 노면의 굴곡을 유연하게 흡수하는 것은 물론 차체의 움직임도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다. 해치백이 아니라 오히려 세단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일상적인 운전환경에서 나타나는 모습도 서로 상반된 느낌을 준다. 가속페달을 밟고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 그리고 노면의 크고 작은 요철을 넘을 때마다의 모든 느낌 하나하나가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골프 GTI는 꽉 막힌 도심에서도, 탁 트인 교외에서도 귓전을 살살 자극하며 운전자를 긴장시키는 맛이 있다. 하지만 V40 T5 R-Design은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좀체 자극을 주지 않는다. 고성능의 해치백을 표방하면서도 두 차는 시작부터 서로 다른 색채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두 차는 직진 가속 능력에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골프 GTI는 초기부터 가속 페달에 칼 같이 반응하며 짜릿한 느낌으로 노면을 박차고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디젤 엔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어, 초장부터 힘이 넘치고 생동감이 있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골프 GTI가 6.8초, V40 T5 R-Design이 6.3초로 V40이 더 앞선다. 하지만 V40에 비해 90kg나 가벼운 골프 GTI쪽이 훨씬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체감 상으로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가속 페달 반응은 가히 `직설화법`에 가깝다. 가속 페달의 조작에 대한 응답성이 뛰어나다. 수동변속기를 기초로 하는 폭스바겐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착실한 동력 전달과 빠른 변속 속도 역시 골프 GTI의 가속을 한층 상큼하고 짜릿한 느낌으로 만들어 준다. 여기에 전용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자극적인 배기음은 가속하는 내내 운전자의 귓전을 흔들어 대며, 미스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배기음 연출로 가속에 박진감을 더한다.
반면 V40 T5 R-Design은 초기에 숨을 살짝 고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V40 T5 R-Design 역시 골프 GTI와 마찬가지로,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골프 GTI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다만 이 찰나의 숨 고르기가 끝나는 순간부터는 그야말로 `집어 던지는` 듯한 느낌의 맹렬한 가속이 시작된다. V40 T5 R-Design은 유체 클러치 기반의 아이신 제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245마력의 힘과 35.7kg.m의 토크를 즐기기에 부족함 없는 응답성을 제공한다.
스포츠(변속기 S 모드)에서의 가속 페달 반응은 다소 여유가 있어, 골프 GTI에 비해 `완곡화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약간의 여유는 뒤에 있을 맹렬한 공세의 서막일 뿐이다. 그런데 골프 GTI에 비하면 그 맹렬한 가속 능력에도 불구하고 박진감이 덜하다. 이는 격렬한 가속 중에도 시종일관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각을 유지하는 파워트레인과 섀시 설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엔진의 회전은 매끄럽고 변속기의 작동은 부드럽다. 엔진음와 배기음은 낮고 묵직한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하지만 그 소리들이 가속 중에 운전자의 귓전을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법이 없다. 골프 GTI의 사운드가 여과 없이 파고 드는 느낌이라면, V40 T5 R-Design의 사운드는 필터를 하나 거쳐 들어 오는 느낌에 가깝다. 또한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을 중시하는 섀시 설정이 긴장감을 다소 줄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가속 감각과 함께, 두 차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벌어지는 부분이 바로 코너링이다. 골프 GTI는 코너링에서도 `직설화법`으로 일관한다. 직결감이 뛰어나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고개를 척척 돌려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GTI에 적용된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XDS+)는 언더스티어 상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운전자의 실수마저 상당 부분 보완해주는 영특함으로, GTI의 성능을 보다 안전하고 자신감 있게 만끽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하체는 운전자의 격렬한 조작에도 쉽사리 안정감을 잃지 않으며, 코너를 탈출하는 순간까지 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해낸다. 작은 차체에서 오는 영민함을 십분 발휘하며 감각적이고 즐거운 코너링을 구사한다.
반면 V40은 코너링에서도 `완곡화법`을 견지한다. 조향 체계와 차체의 움직임이 GTI에 비해 반 템포 여유를 둔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정감`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코너를 보다 진중하게 대한다. V40 T5 R-Design은 롤에 대해 꽤나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네 바퀴만큼은 노면을 든든하게 붙들어 매면서 주행 궤적을 흐트러뜨리는 법이 없다. 직선 주로보다는 곡선 주로에서 나타나는 차체의 움직임과 조종성에서 R-디자인이 그 존재 가치와 진면목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직결감과 조작감이 다소 느슨한 편이고,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동급에서 가장 무거운 1,530kg의 체중 때문에, 체급에서 기대할 만한 가볍고 날쌘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골프 GTI의 공인연비는 도심 10.0km/l, 고속도로 13.9km/l, 복합 11.5km/l다. V40 T5 R-Design의 공인 연비는 도심 10.0km/l, 고속도로 14.6km/l, 복합 11.6km/l다. 도심 연비는 서로 같고, 고속도로는 V40이 더 높으며, 이 때문에 복합 연비에서도 V40이 근소하게 더 높다. 시승 중 연비를 우선하여 운행한 경우의 평균연비는 도심에서는 골프 GTI가, 고속도로에서는 V40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시승 중 측정한 평균 연비는 골프 GTI가 도심(혼잡)9.4km/l, 도심(원활)11.0km/l, 고속도로 15.1km/l이고, V40 T5 R-Design은 도심(혼잡)9.0km/l, 도심(원활)9.9km/l, 고속도로 15.7km/l이다.
두 차가 가진 차이점은 구비된 안전/편의 장비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 부분에서는 V40 T5 R-Design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V40 T5 R-Design에는 볼보의 저속 추돌 예방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는 기본이요, 세계 최초의 보행자용 에어백까지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볼보는 큐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풀-스피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비롯하여 능동형 하이빔, 사각지대 경고 장치(BLIS), 후방 교행 차량 경고 장치(CTA), 차선 이탈 방지 장치(LKAS) 등의 온갖 안전 사양을 V40 T5 R-Design의 작은 차체에 꾸역꾸역 우겨 넣었다.
반면, 골프 GTI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수준의 크루즈 컨트롤조차 탑재하지 않고 있다. 사각지대 경고장치나 능동형 하이빔, 차선 이탈 방지 장치 등의 편의장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의외의 부분에서 반전이 있다. 볼보 V40이 수동식 핸드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반면, 골프 GTI는 전자식 핸드브레이크를 지원하며, 사외품이기는 하지만 하이패스를 기본으로 장착해준다. 또한, `다중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V40 T5 R-Design은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사양 구성을 보이며, 골프 GTI는 운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충실하게 챙긴 구성에 가깝다고 하겠다.
볼보 V40 T5 R-Design은 한 가지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골프 GTI는 현재 기본형 외에도 100대 한정의 익스트림 에디션의 두 가지 라인업으로 운영 중이다. VAT 포함 가격은 볼보 V40 T5 R-Design이 4,790만원이고, 폭스바겐 골프 GTI는 기본형 4,480만원, GTI 익스트림 에디션 4,490만원이다.
200마력대의 최고출력을 지닌 고성능 해치백 두 대를 비교하면서 두 차가 얼마나 다른 방향성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의 골프 GTI는 외모부터 성능, 그리고 주행 질감에 이르는 모든 것들이 고성능 해치백의 교과서이자 전형을 보여주는 예시가 된다. 반면 볼보의 V40 T5 R-Design은 고성능의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고성능 해치백의 성격과는 사뭇 다른 방향성으로 완성되었다. 강렬하고 스포티한 감성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GTI가,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감각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R-Design이 보다 설득력을 지닌 차라고 볼 수 있겠다.
짜릿한 독일식 고성능 해치백의 전형인 폭스바겐 골프 GTI와 스웨덴식의 힘과 정중함을 함께 지닌 볼보 V40 T5 R-Design. 두 차 모두 고성능 해치백이지만 그들의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상반된 색채를 지닌 두 차인 만큼, 그 호오는 확실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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