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온 미니 쿠퍼S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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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어떠한 신모델을 선보여도 지금 것 그래왔듯이 상상 그 이상의 재미와 매력을 뽐낸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미니를 만날 때면 설레고 또 무슨 장난을 치며 놀지 기대가 된다.
봄이 오는 길목에 만난 미니 컨버터블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3세대 미니쿠퍼를 바탕으로 소프트톱을 장착한 수준을 벗어나 컨버터블만의 낭만과 감성,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짓고, 미니만의 운전재미와 몸놀림에 또 한번 놀란다. 운전하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차와 같이 장난을 치고 싶다. 이런 매력 때문에 오랜 시간 하나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차도 흉내 낼 수 없는 미니 컨버터블만의 생기발랄한 매력에 흠뻑 빠진 2박3일 이었다.
앙증맞은 디자인은 그대로
겉모습은 영락없는 미니다. 똘망똘망한 LED 헤드램프와 크게 벌린 공기흡입구, 둥그런 사이드미러, 가운데 자리잡은 배기구와 아담한 차체까지 요리조리 둘러봐도 토종 ‘미니’ 맞다. 다만, 단단한 지붕대신 소프트톱을 씌우고, 17인치 전용 휠과 은은하면서 고급스러운 멜팅실버 색상이 더해져 컨버터블만의 특별함을 살렸다.
크고 넓어진 차체 때문에 소프트 톱을 씌워도 모양이 나쁘지 않다. 안정적인 비율을 잘 살렸다는 얘기다. 톱은 토글 스위치 모양의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18초 안에 열리고 접힌다. 한번 누르면 썬루프 처럼 반만 열리고 한번 더 길게 누르면 창문과 지붕이 활짝 벗겨진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잡다
톱을 열면 브라운 시트가 가장먼저 눈에 들어온다. 면적을 넓히고 다이아몬드 퀼팅 모양으로 마무리해 매우 고급스럽다. 톱을 열었을 때, 햇빛에 반사되는 가죽의 모습은 마치 호화 요트를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여기에 차곡차곡 접힌 소프트톱과 고급스러운 마감의 벨트라인, 패들쉬프트가 달린 두툼한 스티어링 휠도 멋스럽다. 이를 제외한 커다란 모니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공조장치 및 시동 토글 스위치 등은 모두 그대로다.
“컨버터블은 실용성이 부족해” 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미니는 부단히 노력했다. 기본적인 방식은 이전 세대와 같다. 그러나 트렁크 안쪽에 이지로드(Easy-Load) 라고 쓰여진 레버를 추가로 마련해 당기면 소프트 톱이 반쯤 젖혀진다. 입구가 넓어져 짐을 넣고 빼기 한결 쉬워졌다. 루프가 열린 상태에서 160리터, 닫힌 상태에서는 215리터로 이전 모델 대비 약 25%정도 증가 됐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 여기에 뒷좌석 시트까지 모두 접으면 제법 공간이 나온다. 미니다운 기발한 아이디어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두말할 필요 없는 짜릿한 운전 재미
이 차는 미니 컨버터블 중에서도 고성능 버전인 컨버터블 쿠퍼 S 모델이다. 기존 쿠퍼S와 같은 4기통 2.0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5kg.m의 힘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귀여운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성격으로 변한다. 동그란 헤드램프로 시선을 끌던 미니가 우렁찬 엔진 소리와 재빠른 몸놀림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눈길을 훔친다. 상남자도 이런 상남자가 없다.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변속기와 엔진회전수 등 전체적인 세팅이 더 와일드해진다. 패들 쉬프트를 잡아 당길 때마다 뒤에선 굵은 배기음을 토해내고, 오픈톱 상태에서 아무런 여과 없이 내 귀로 직접 듣는 소리는 또 다른 짜릿함으로 다가온다. rpm 바늘은 연신 춤을 추며 변속을 이어가고, 계기반 속 숫자는 그칠 줄 모르게 올라간다.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몸으로 느끼는 가속감은 더 빠르다. 욕심부려 가속페달을 밟으니 바로 터보렉이 느껴진다. 그러나 깊은 숨을 한번 들이 쉬면 그 이후로는 주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간다. 한편으론 이렇게 튀어나갈 수 있나 싶으면서도 JCW 컨버터블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 커진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는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하체세팅이 차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여기에 넓은 타이어와 작고 무게중심 낮은 차체가 만나 재미있고 역동적인 운전 감각을 선사한다. 빠르게 코너를 들어가도 좀처럼 대열을 벋어나거나 엉덩이가 들썩거리지 않는다. 웬만한 스포츠카나 고성능 세단보다도 다루기 쉬우면서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하지만 언제나 방심은 금물. 차가 작고 다루기 쉽다고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금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미니는 얌체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잘 다스려야 할 필요가 있겠다.
조종성과 주행감각에 있어선 특별한 불만이나 단점이 나오지 않는다. 딱딱한 승차감, 요란했던 소리는 3세대로 오면서 많이 다듬어졌고, 파워트레인의 밀도감과 균형잡힌 벨런스, 고급스러운 주행 느낌은 운전을 하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편하다면 조금 더 차분한 136마력짜리 기본형 컨버터블을 구입하면 된다. 물론 미니만의 독특하면서도 개구장이 같은 재밌는 감각은 기본형에서도 느낄 수 있다.
컨버터블은 이렇게 타는 것!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주행을 이어갔다. 솔직히 컨버터블은 얼마큼 빠르게 달리고, 차체 강성이 어떻고, 제로백 몇 초 등의 숫자놀이가 큰 의미 없는 차종이라고 생각한다. 톱을 열고 오픈에어링을 즐기면서 얻게 되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무작정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릴 때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매력과 또 다른 즐거움이 다가온다.
톱을 열고 달리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가로운 도로에 들어서야 잠시 차를 세우고 톱을 열 뿐이다(물론 시속 30km 이하에서는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 하지만 오픈에어링을 하고 있는 짧은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 길고 행복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스쳐 지나가는 주변 사물과 내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바람, 맑은 공기, 햇살은 컨버터블이 주는 또 다른 축복이자 선물이다.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자동차
“대한민국에서 오픈카는 어울리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1년 사계절이 또렷한 우리나라만큼 컨버터블이 잘 어울리는 곳도 없다. 상쾌한 봄 햇살, 뜨거운 열기가 식은 여름 밤,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도 컨버터블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든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면 톱을 열고 달리면 된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낭만은 배가 될 것이다.
미니 컨버터블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에 둘도 없는 차다. 작고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훔치고 당당하면서 알찬 성능으로 운전의 재미와 자신감도 높일 수 있다. 또, 고급스러운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꾸민 공간은 작은 차라는 선입견을 부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톱을 열면서 펼쳐지는 오픈에어링까지 본격 힐링 자동차를 꿈꾼다면 미니 컨버터블만한 차도 없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가격 얘기다. 사실 신형으로 오면서 디자인, 뼈대 편의품목까지 모든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전 세대 대비 평균 300만원 가까이 값이 올랐고, 130만원만 더 보태면 화끈한 미니쿠퍼 JCW도 노릴 수 있다. 분명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픈에어링의 매력을 갖고 있는, 화창한 봄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취향저격 자동차를 만났는데 가격표를 보니 다시 한 번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미니 컨버터블은 기본형과 고성능 버전인 쿠퍼 S 모델 두 가지로 나오며, 가격은 부가세 포함 미니쿠퍼 컨버터블이 4,190만원, 미니쿠퍼 S 컨버터블이 4,680만원이다. 참고로 위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6월까지 적용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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