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아닌 혁신! BMW X2 xDrive20i M 스포츠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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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4도어 쿠페를 내놓은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였다. 하지만 세계 최초 쿠페형 SUV의 원조는 BMW다. (쌍용 액티언이 깜짝 놀라겠지만 SUV에 ‘쿠페’라는 단어를 최초로 붙인 것은 BMW가 맞다.) 짐 차 같은 SUV 이미지와 다른 차를 원했던 한국 소비자는 쿠페형 SUV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결과는 판매량이 말해준다. 2023년 1~12월 누적 판매량 기준 BMW X4는 5236대가 팔려 X3(5037대)를 넘어섰다. X6의 인기도 높은데 렉서스 NX(3356대)나 볼보 S90(3011대)보다 많이 팔린 3757대를 기록했다. 이제 더 이상 쿠페형 SUV는 가지치기 모델이 아니다. 주요 전략 모델이며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주는 복덩어리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X2가 2세대로 새롭게 돌아왔다. 가격은 6830만원. ‘그 돈이면’ 소리를 들을 차로 전락할까 아니면 BMW의 또 다른 복덩이로 사랑받을까? 우선 출시된 xDrive20i M 스포츠 패키지 모델부터 만나봤다.
사진으로 봤을 때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실제로 만난 X2는 생각보다 왜소했다. 사진으로는 대담하고 크고 근육질적으로 보였지만 실제 모습은 사진에 못 미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소형 SUV라는 장르 한계는 넘어서지 못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X2는 한눈에 봐도 예쁘다. BMW X6의 디자인 요소가 얼굴에 반영돼 한 체급 이상 커 보이도록 유도했다. ‘업스케일’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X6에 적용됐던 육각형 디자인의 그릴이 X2에도 이식됐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주간주행등 디자인도 X6부터 볼 수 있었던 요소다. 각진 범퍼에 공기흡입구까지 크게 뚫어 고성능의 향기도 풍긴다. 앞모습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대단하다. X6처럼 내부를 은은하게 밝혀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릴 테두리를 밝혀주는 아이코닉 글로우가 기본 사양이다.
옆모습도 멋지다. 아니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 한다. 과거 1세대 X2는 대체 어디가 X1이랑 다른지 모호했지만 X2는 한눈에 쿠페형 SUV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루프라인이 부드럽게 흘러 쿠페 스타일을 만들고 있으며, 여기에 맞춰 오버펜더 디자인이 적용돼 근육질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사이드 스커트의 날개 디자인도 대담하게 튀어나왔다.
휠은 19인치다. 요즘 휠 사이즈가 차급 대비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X2 M35i는 동급 최초로 21인치 사이즈까지 넣는다고 한다. 다행이 19인치 정도로 타협(?)해준 것에 감사해야 하겠다. 시승차에는 245/45R 19인치의 콘티넨탈 에코 콘택트가 장착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효율성을 중시한 타이어다. 하지만 얕보면 안된다. 여름용 타이어 장르에 맞춰 그립 성능도 입문용 스포츠 타이어 부럽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재규어 E-페이스와 꽤 많이 닮은 모습이다. BMW의 새로운 테일램프 디자인이 시도됐는데 얇고 입체적인 모습이 부각됐다. 여기에 딱 벌어진 어깨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 쿠페형 모델 답게 리어스포일러로 멋을 더하기도 했다.
독특한 부분은 범퍼다. 지금까지 BMW는 내연기관 모델에 머플러를 노출시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X2는 머플러를 범퍼 안쪽으로 숨겼고, 듀얼 머플러에서 싱글 머플러로 간소화도 시켰다. 나름 원가 절감인데 요즘은 전동화라는 이유로 머플러를 숨기는 추세라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듯 하다.
단순히 디자인 때문에 존재감이 커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커졌다. 무려 195mm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20mm 늘어났다. 너비도 5mm 넓어졌으며 높이는 65mm나 커졌다. 이정도면 한 체급 정도 커진 사이즈다. 진작 이렇게 나오지…라는 아쉬움이 나올 정도로 1세대 X2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실내는 사실상 X1과 똑같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계기반, 10.7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비대칭 디자인의 송풍구, 아일랜드 형태의 센터 암레스트와 각종 조작부까지 다르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면 투-톤 컬러가 적용된 스포츠 시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확실히 허리와 어깨까지 감싸는 느낌이 좋다. 다만 사이드 볼스터를 조여주는 기능은 없었다. 또 한국인이 좋아하는 통풍 기능도 빠져있다.
M 스포츠 스타일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두꺼운 그립감을 전달한다. 소형 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실내 곳곳이 고급스럽게 마감됐다. BMW 모델 중 낮은 체급을 타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타고 있구나’라는 느낌은 잘 전달하는 마감과 구성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는 태블릿도 넣을 수 있어 보일 정도로 크다. 하지만 달랑 스마트폰 1대만 충전할 수 있다. 면적 넓게 만들었으니 2대까지 충전시켜줬으면 좋겠다.
좁지 않을까 걱정했던 뒷좌석에 올라 타본다.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다리 공간은 주먹 하나 이상 확보됐다. 머리 공간은 아슬아슬하게 확보한 모습. 이는 바른 자세 기준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앉아도 공간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을 듯 하다. 시트 슬라이딩 기능이나 시트백 각도조절 기능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였을까? 2열시트는 폴딩만 가능하다. 그래도 6:4가 아닌 4:2:4 폴딩이 가능하다는 점은 BMW가 잘하는 분야다.
제조사 발표 기준으로 트렁크 공간은 560리터다. 그런데 X1의 트렁크 공간은 540리터다. 쿠페형 모델이 일반 SUV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는다는 점이 이상했다. 확인해보니 X2는 X1보다 더 긴 전장 덕분에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X1과 달리 트렁크 바닥 안쪽에도 공간을 확보해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쿠페형 SUV의 좁은 공간을 해결한 것이다. 물론 뒷좌석을 접으면 X1이 1600리터, X2가 1470리터로 차이가 벌어지긴 한다. 참고로 트렁크는 폭스바겐처럼 중앙 로고를 들어올려 여는 방식이다.
이제 X2와 달려볼 차례다. 잘 달리게 생긴 X2. 하지만 국내시장에 출시된 사양은 204마력과 30.6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에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 강력한 X2 M35i와 전기차 iX2가 출시될 예정이니 지금의 X2는 주력모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시동을 걸면 부드럽게 엔진이 깨어난다. 별다른 진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돈된 정숙함과 거의 느껴지지 않는 진동을 만들어준다. 출발을 해도 마찬가지다. 부드럽게 스르륵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세대가 바뀐 만큼 파워트레인과 섀시도 많이 바뀌었다. 먼저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구성은 동일하다. 대신 출력이 192마력에서 204마력으로, 토크는 28.5kgf.m에서 30.6kgf.m로 향상됐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8단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에서 게트락의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변경됐다.
변속기를 잘 다루는 BMW답게 게트락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부드러운 감각을 만들어준다. 초반에 울컥거리는 동력 전달 감각도 이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변속기 정보를 모르고 접근했다면 어떤 변속기가 탑재됐는지 모를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X2 xDrive20i에 탑재된 7DCT300변속기는 2012년 공개 이후 현재까지 12년째 생산되고 있다. 기술의 성숙도는 당연하고 이를 튜닝하는 기술도 상당 수준으로 올라섰을 것이다. 그래도 승차감 문제가 나온다면 정말 큰 문제다. 참고로 변속기는 습식 방식이다.
승차감이 대폭 개선됐다. 1세대 X2가 SUV인지 해치백인지 모를 단단한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 성능이 강조됐다면 2세대 X2는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노면으로부터 충격이 발생해도 매끄럽고 신경질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승차감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앞 서스펜션에 리프트-릴레이티드(lift-related) 댐핑 시스템이 탑재됐다. 7세대 3시리즈를 통해 처음 탑재됐던 그 기술이 이제 X2까지 확대 적용된 것이다. 이 기술은 댐핑 시스템 내부 오일 순환 시스템을 개선시킨 것이 핵심이다. 덕분에 노면으로부터 발생되는 충격을 줄이면서 적극적인 핸들링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제조사가 자랑한 내용이 허풍은 아니었다. 그만큼 승차감 개선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에서 옵션으로 추가해야했던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국내에서는 기본이다. 주파수 감응형 댐핑 시스템은 주행모드나 운전자의 주행 성격에 맞춰 댐핑 시스템이 자동으로 변한다. 스프링은 SUV 성격에 맞춰 살짝 부드럽고 위아래로 늘어나는 스트로크도 긴 편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댐핑 시스템 덕분에 노면 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읽을 수 있다. 너무 무르지도, 그렇다고 단단하지 않은 성격이다.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SUV 성격에 맞춰 어느정도 가볍다. 덕분에 운전이 편하면서 장거리 주행때 피로감도 덜했다. 스티어링휠 조작을 하면 1세대 X2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움직임이 느껴진다. 해치백처럼 바로바로 움직였던 1세대와 달리 지금은 반 템포 쉰다음 앞머리가 움직이고 이어서 뒤가 따라온다. 하지만 안정적이다. 너무 경직됐던 모습을 보였던 1세대 X2보다는 현재 움직임 만족감이 더 크다.
가속성능 측정을 진행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28초를 기록했다. 제원상으로 7.4초였으니 그보다 앞선 성능이다. 하지만 이후 다시 가속측정을 하려하자 런치컨트롤이 작동하지 않는다. 변속기 보호를 위해 엔진 회전수를 제어하는 것이다. 이때 가속을 해보니 7.78초를 보였다. 0.5초 느려진 성능이다. 아무래도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제조사가 소극적인 튜닝을 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이후 다시 진행한 가속 테스트 결과 대체적으로 7.4초 내외의 성능을 보여줬다. 수치 자체는 만족스럽다.
BMW는 항상 출력대비 체감 만족감이 좋았다. X2 xDrive20i도 마찬가지다. 요즘 전기차들 덕분에 출력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200마력 정도는 별고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막상 밟으면 스트레스 없이 쉽게 속도를 올려준다. 약 160km/h 정도까지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속도계를 올려준다. 물론 탑승자의 몸을 밀칠 정도의 강력함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 수준에서 힘이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듯 하다. 다만 엔진이 6000rpm 이상으로 회전할때 페달쪽에서 진동이 좀 느껴진다. 4기통의 한계 때문일까? 아주 매끄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왼쪽 패들에 ‘boost’라고 적혀 있다. BMW 전기차에서 볼 수 있었던 그 모양이다. 패들을 짧게 조작하면 기어를 올리고 내리지만 길게 당기면 부스트 모드가 활성화된다. 10초의 시간동안 최고 엔진 성능과 변속기 성능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다만 전기차처럼 최고출력 발휘 시점을 앞당겨주지는 않는다. 어떤 주행모드에서 바로 최고성능을 발휘하는 기능이 숨어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스포츠 모드에서 작동하지만 변속기가 엄청 빠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일반 토크컨버터 변속기도 듀얼클러치 변속기보다 빠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단 기어비도 조금 길게 느껴진다. 그래도 초반에 가속을 할 때 변속기가 충격을 만들어주는 감각 만큼은 듀얼클러치만의 재미 요소다.
고속 안정성도 좋다. 요즘 국산차들의 고속안정성이 좋아졌다지만 순간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부분에서 역시 독일차는 다르다고 느낀다. 이때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고속에서 스티어링 조작을 해도 차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운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전륜구동 기반 SUV라고? X1때도 느꼈지만 X2 역시 한 발 더 앞섰다는 것이 느껴진다.
고속도로에 올라왔으니 ADAS 기능도 확인해보자. X2에는 BMW의 최신, 그리고 최고 사양의 ADAS 패키지가 탑재됐다. 차간거리 조절은 물론 차로 중앙 유지까지 모두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차로 변경 보조 기능까지 탑재됐다. 이 급에서 보기 힘든 사양이다. 일부 안전 사양을 옵션으로 빼는 제조사가 많은데 BMW를 배울 필요가 있어보인다.
무엇보다 연비가 정말 좋다. 도심 정체구간부터 고속도로까지 다양한 구간을 주행한 후 16.2km/L를 보였다. 공인 복합연비가 10km/L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50% 이상 높은 연비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더 높아진다. 23.2km/L를 기록했는데, 이정도면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연비에 해당한다. 패션카로 접근한다면 의외로 높은 연비에서 만족감이 높을 듯 하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은 밟는 만큼 연비가 하락하기 때문에 안전운전과 연비 운전이 필수다.
어떻게보면 쿠페형 SUV는 패션카 요소가 크다. 멋지지만 공간 활용성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쿠페를 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SUV를 선택해야하는 소비자들에게 적당히 타협 볼 수 있는 차종이기도 하다. 그런 차를 억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기는 많이 부담스럽다. 그런 대안이 X2인 듯 하다.
6830만 원이라는 가격... 단순히 이 차와 가격을 보면 '비싸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X1과 비교하면 불과 150만 원 차이다. 같은 소형 SUV에 해당하는 벤츠 GLA(6790만 원)와 거의 차이나지 않고 GLB(6980만 원)보다는 오히려 저렴하다. 만약 공간이 아니라 디자인을 우선 순위에 두는 소비자라면 당연히 X2를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1세대 X2가 'BMW가 전륜구동 SUV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2세대 X2는 '더이상 전륜구동 SUV가 아닌 BMW 쿠페형 SUV의 일원이다'라는 것을 드러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많은 것이 성숙돼서 돌아왔다. 젊은 소비자를 위한 패션카로, 멋진 디자인과 합리적인 유지비를 원하는 소비자,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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