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⑮] “매 경기마다 200만원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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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좋아한다면, 누구보다 운전에 자신이 있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욕망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흥미만으로 참가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모터스포츠입니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 경기 준비를 포함한 모든 과정을 타인에게 위임한다면 사실 할 일이 크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장을 오가는 것 외 경기 참가에만 집중하면 되겠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나 주변 참가자를 보더라도 일련의 과정 전반에 있어 오롯이 참가자가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은 개인 참가자 입장에서 경기 전후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세부 비용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소개할 계획입니다. 시작에 앞서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더라도 벨로스터 N컵 마스터즈 경기 참가를 위해서는 매 경기 최소 200만원의 고정적인 지출이 필요했습니다. 상황 변동이나 차량 문제 등이 발생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은 있어도, ‘덜 드는 일’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먼저 메인터넌스에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서킷이라는 주행 환경은 긴 시간 동안 자동차가 가진 모든 능력을 지속적으로 쥐어짜기에 주행 전후로 최소한의 기본적인 점검과 교환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엔진 오일과 필터 교환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입니다.
엔진 오일 종류와 점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만큼 선수마다 선택하는 제품군이 다르기 마련인데요. 저 같은 경우 현대기아차에 두루 쓰이며 그 성능을 인정받은 메가 터보씬 OW20만 사용했습니다. 가격 부담이 적고, 순정품이 제일 낫겠다는 판단이 주요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참가 2회차마다 미션 오일 교환 작업도 병행하는데요. 처음에는 시제품으로 교환했으나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지 의문이 생겼고, 그 다음부터 순정품으로 미션 오일을 교환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엔진 오일과 필터, 에어클리너, 미션 오일 교환 작업까지 총 15만원이 지출됩니다.
다음으로는 브레이크 패드입니다. 벨로스터 N컵의 경우 원메이크 레이스인 만큼 브레이크 성능과 내구성 보강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윈맥스 W5라는 제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벨로스터 N 원메이크 레이스 전용 제품으로 선수 공급가는 약 28만원입니다. 전륜만 해당하며, 후륜은 순정 브레이크 패드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사실 패드 가격만 놓고 보면 확실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요. 다만 벨로스터 N의 순정 브레이크 패드 가격도 꽤 나가는 편입니다. 2020년 2월 기준, 순정 브레이크 패드 가격은 전륜 16만원, 후륜 11만원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브레이크 디스크 가격은 합리적인데 전륜 5만원, 후륜 4만원 내외입니다.
가격 부담을 제외하고 윈맥스 W5의 예측 가능한 성능과 높은 내구성은 칭찬할 만합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패드 공격성이 심해 제 차는 물론, 다른 선수들 역시 디스크에 손상이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브레이크 패드, 디스크, 교체 작업 공임 등을 포함해 총 40만원이 지출됩니다.
이어 메인터넌스의 가장 큰 관문인 타이어입니다. 벨로스터 N컵은 규정상 매 경기 참가를 위해 신품 타이어 2본을 장착해야만 했습니다. 벨로스터 N컵에서 사용하는 RS4는 한국타이어를 대표하는 UHP 제품인데요. 넥센타이어 SUR4G 등과 비교해 뛰어난 접지력과 내구성 등으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분들께 큰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문제는 타이어 마모도와 관계없이 매번 제품을 갈아야 하는 만큼 큰 비용이 지출됐습니다. 더욱이 벨로스터 N컵은 대회 초기 타이어가 뜯기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경기 전용 타이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타이어는 프로모터와 연결된 특정 업체를 통해서만 제품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발주 시기를 이유로 매번 경기 1~2주 후에는 결제를 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사실 경기 참가자 사이에서 타이어 취급 업체에 대한 볼멘소리가 꽤 많았습니다. 처음 타이어를 취급한 업체는 BC를 제외한 다른 모든 카드의 결제가 불가했고, 수도권에서 멀리 사는 선수들에게는 카드를 우편 발송하라는 믿기 힘든 소리까지 했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타이어 취급 업체가 바뀌면서 그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타이어 공급 가격은 개당 약 25만원입니다. 저는 지난해 3차례 경기에 참가했으니 타이어 값만 따져봐도 적지 않네요. 타이어 교환과 함께 타이어 탈착, 휠 얼라인먼트 작업도 필요한 데, 그나마 저는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곳에서 저렴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매번 경기 휠 4개, 여분 휠 2개의 타이어를 바꿨어야 했기에 늘 수고로웠던 것 같습니다. 공임 비용은 약 10만원이 소요됐습니다.
지금까지 단순한 메인터넌스 작업만으로 100만원 넘게 지출되는 것을 아셨을 텐데요. 이제 부수적인 지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매 경기 참가비 약 15만원, 영암 KIC 기준 경기장 왕복과 트랙 주행 모두를 포함한 고급휘발유 주유 비용(통상 120리터) 약 25만원, 고속도로 통행료 약 3만원, 숙박 및 식비 약 20만원 등이 필요합니다.
해당 견적은 1000원 단위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며, 그마저도 매우 타이트하게 잡았습니다. 즉,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추가 지출이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한 경기를 참가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약 200만원을 썼습니다. 그나마 사고 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출 총액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소위 ‘모터스포츠는 돈 있는 자의 스포츠다’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경기를 참가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아반떼 원메이크 레이스를 참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략 2배 정도의 지출이 발생할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3배가량 커지니 정말 감당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차계부를 정리하며 벨로스터 N의 지출 내역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등록비, 보험비를 제외한 지출 총액이 1000만원이 넘는 걸 보고 ‘내가 단단히 미쳤구나’라고 자각하게 됐죠. 개인이 쉽게 감당하기 힘든 지출을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모터스포츠 참가를 고려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꼭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이나 재정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도시락을 싸 들고 말리진 않더라도 진지하게 참가를 막고 싶네요.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물론 모터스포츠 지출 비용은 경기 참가 차종과 규정에 따라 크게 상이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같은 경기에 참가하더라도 비용 지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으름을 이유로 이야기 전달이 시즌 오프일 때까지 이어지게 됐네요.
많은 분이 제 이야기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벨로스터 N 다이어리를 봐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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