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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 GLC 220d 4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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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는 GLK의 뒤를 잇는다. 하지만 GLK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냈다. 몸집을 키우고 한층 더 고급스럽게 치장했다. ‘신분상승’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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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에는 SUV가 많다. 무려 6종이나 된다. 데뷔 초읽기에 들어간 ‘GLC 쿠페’가 나오면 7종으로 늘어난다. SUV 전문가라는 랜드로버와 지프도 각각 6종에 불과하다. 벤츠의 전세계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 한국에서는 약 7%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올해 이를 14%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런 계획의 신호탄이 GLC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GLC는 GLK의 뒤를 잇는 모델이다. 하지만 완전한 새차로 봐도 무방하다. 길이 120mm, 너비 50mm를 키워 콤팩트 SUV에서 미드사이즈 SUV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늘인 길이는 고스란히 앞 차축과 뒤 차축 사이에 담았다. 대략 BMW 1세대 X5와 비슷한 크기인데, 휠베이스는 그보다 약 54mm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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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름과 체급 변화는 무관하다. 이는 벤츠의 새 네이밍 정책에 따른 결과다. 이제 G클래스를 제외한 모든 벤츠 SUV의 이름은 ‘GL’로 시작한다. G는 독일어로 오프로더(Gelandewagen)를 뜻하며 L은 C, E, S 등으로 구분되는 벤츠 고유의 차급과 G 사이를 잇는다. GLC는 벤츠 SUV 라인업의 C클래스로 해석된다. 참고로 로드스터는 이제 ‘SL’로 정리된다. 얼마 전 공개된 SLC도 사실은 SLK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벤츠가 모델명을 차급으로 정리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차종 다양화에 혈안이 돼 있다. 전체 판매량은 늘리되 각 차종의 희소성은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이다. 그런데 기존 작명법은 이 전략에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차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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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명명체계는 디자인 공유 전략에도 필요하다. 벤츠는 차급간의 디자인을 차별하고 있다. 안팎 디자인을 전 라인업에 걸쳐 무분별하게 나눠 쓰면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령 콤팩트 세단을 타다가 같은 브랜드의 미드사이즈 세단으로 갈아타려는데, 생김새가 비슷하면 구매욕구가 줄어든다. 특히 실내 디자인이 문제다. 최근 BMW가 이런 부작용을 겪고 있다. 벤츠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A/B, C, E, S 등 라인업을 크게 네 개로 분류해 같은 차급끼리만 동일한 분위기를 가져간다. 같은 급으로 차를 바꾸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꿰뚫고 있는 전략이다.

더 크고 더 아름답고 더 고급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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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GLC는 C클래스의 스타일링을 따른다. 매끈하게 다듬은 차체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각진 스타일로 G클래스의 분위기를 냈던 GLK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차체도 훨씬 더 늘씬하다. 앞바퀴와 앞문 사이가 널찍하고 지붕이 낮아 굉장히 길어 보인다. 실제로도 커졌지만, 체감 차이는 그 두 배 이상이다.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

사진상의 앞모습은 GLA와 비슷하게 보였다. 그러나 실물은 훨씬 더 입체적이다. 특히 보닛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주간주행등을 켜면 각도에 따라 헤드램프의 형상이 달라보인다. 분위기도 GLA보다 더 당당하다. 코끝이 높고, 각 구성 요소들이 한층 더 큼직해서다. 사실 GLA는 SUV가 아닌 크로스오버 느낌이 강하다.

뒷모습은 스포티하다. 벤츠의 최신 쿠페들처럼 납작하게 누른 테일램프를 붙여 긴장감을 높였다. SUV답게 차체 아래쪽에 검정 플라스틱을 둘렀지만 투박한 느낌은 없다. 앞뒤 범퍼의 크롬 스키드 플레이트가 시선을 완전히 뺏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휠 디자인은 조금 별로다. 19인치씩이나 되면서 지나치게 단순한 모양이다. BMW처럼 근사한 휠을 달아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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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C클래스의 실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좌우로 쭉 뻗은 대시보드, 태블릿 PC 스타일의 디스플레이, 알루미늄을 두른 원형 송풍구, 매끈하게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등이 고스란히 겹친다. 대시보드 상단 모서리와 글러브박스 등 일부 디테일이 다를 뿐이다. 시승차는 프리미엄 사양이라 흔히 볼 수 있는 C클래스보다 더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를 촉촉한 가죽으로 감싸고, 구석구석 나뭇결을 드러낸 우드 패널로 치장하고 있다.

앉았을 때도 C클래스와 별 다를 게 없다. SUV가 아닌 세단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든다. 낮게 깔린 시트와 높고 넓은 센터터널, 그리고 반듯하게 선 대시보드가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벤츠답게 스티어링 칼럼과 시트는 모두 전동식이다.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타고 내리기 편하게 스르륵 움직이는 이지 엑세스 기능도 갖췄다. 미안하지만, GLC를 타보니 GLK와 BMW X3가 마치 상용차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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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중 휠베이스가 가장 긴 만큼 실내공간도 제일 넉넉하다. 전후좌우는 물론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다. GLK에 비해서는 정말이지 광활하다. 이쯤 되니 정중한 느낌을 내는 아날로그시계와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이 아쉽다. 물론 과욕인 건 잘 안다. 하지만 뒤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다는 건 확실한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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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GLC는 220d 4매틱 한 가지만 수입된다. 옵션에 따라 기본형과 프리미엄으로 나뉠 뿐이다. 엔진은 C 220d, GLK 220d와 같다. 최고 170마력, 40.8kg·m의 힘을 내는 2.2L 디젤 터보다. 하지만 변속기가 자동 7단에서 자동 9단으로 달라졌다.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을 GLK보다 0.5초 빠른 8.3초 만에 끊는다. 몸집과 무게 차이를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엔진은 아주 정숙하다. 꽤나 차분한 편이었던 GLK 220d 이상이다. C클래스와도 별 차이 없다. 공회전시 디젤 고유의 소음이 스며들긴 하지만 톤이 일정해 거슬리지 않는다. 진동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플로어에서는 미약하고 스티어링 휠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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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 변속기의 반응은 놀랍도록 빠릿빠릿하다. 이전 ‘일반’ 벤츠의 변속기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기어를 내리면 회전계 바늘을 먼저 띄워 스포티한 기분까지 끌어낸다. 변속 시점은 4,700rpm 부근. 회전한계 안쪽이라면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시프트다운도 적극적으로 해낸다.

넉넉한 가속 감각은 여전하다.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건들기만 해도 힘을 풍성하게 쏟아낸다. 하지만 날을 바짝 세운 느낌은 아니다. 모서리를 적당히 둥글린, 한껏 응축된 힘이 차체를 사뿐하게 밀어내는 감각이다. 이런 특성은 거동과 핸들링에서도 나타난다. 짜릿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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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의 반발력은 가벼운 편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조금 무거워지긴 하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전체적으로 C클래스와 비슷한 운전 감각이지만 높직한 시야 덕분에 운전이 더 쉽다. 물론,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을 기본으로 갖추기 때문에 날씨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럭셔리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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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가 GLK에 붙인 키워드는 존재감과 개성이었다. 하지만 GLC는 모던 럭셔리다. 이전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GLC는 더 크고 고급스러워졌다. ‘신분상승’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눈부시게 진화했다. 마초 느낌을 내며 고객층을 스스로 한정짓던 GLK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SUV 판매를 두 배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자신감을 납득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변화는 GLA라는 발랄한 동생 덕분에 가능했다. 막내 자리를 물려준 GLC는 콤팩트와 미드사이즈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 놓고 몸집을 키우고 고급스럽게 치장할 수 있었다. GLK는 비교의 대상이었지 비교의 기준이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GLC는 다르다. 세그먼트 정상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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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 기자
사진
민성필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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