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을 노리는 쉐보레 트랙스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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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판매 경쟁이 뜨겁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선심을 쓰듯 비워 놨고 수요 증가세도 가파르다. 르노삼성차 QM3와 쌍용차 티볼리는 주력 모델 자리를 꿰찬 지 오래다. 티볼리는 지난달 5237대, 누적 판매량이 3만 4885대다.
작년 한 해 동안 쌍용차가 코란도C를 포함해 6개 모델로 거둔 총 판매 실적이 6만 9000여 대니까 티볼리 하나로 벌써 절반 이상을 채워버렸다. 반면 트랙스는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고도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달 1158대, 누적 판매량 9797대로 르노삼성차 QM3(누적 판매량 1만 9725대)보다 실적이 못하다.
쉐보레는 그러나 표정에 여유가 있다. 8월 가세한 디젤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서다. 트랙스의 10월 판매량 1158대는 작년 같은 달 보다 26.3%나 많다. 쉐보레는 마지막 남은 두 달을 반전의 때로 잡고 있다. 약발이 다 됐다고 보는 티볼리 신차효과, 수급 사정이 불규칙한 르노삼성차 QM3를 제치고 소형 SUV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거부감 없는 실용적 디자인
트랙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하게 갈린다. 주변의 시선에 뚜렷하게 각인되기를 원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선호도가 다르다. 트랙스는 튀지 않는다. 익숙한 모습에 요란한 별칭이 붇거나 첨단장치로 가공된 것들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멋 부리지 않은 촌놈이다. 그런데도 큰 항아리를 옆으로 뉘어 놓은 것 같은 투박한 맛에 사람들이 끌리고 있다. 쉐보레는 아치형 루프라인, 짧은 오버행을 들어 민첩한 디자인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날 것도 맛깔스럽다.
앞모습에 가장 눈길이 간다. 전륜을 덮고 있는 휀더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 엠블럼을 향해 조이듯 각도를 줬고 헤드라이트와 안개등도 중심부를 향해있다. 반대로 후면부는 직선과 수평의 가니쉬, 캐릭터 라인들이 많이 들어가고 전면보다 폭이 넓어 미사일처럼 공기 저항을 쉽게 뚫고 나갈 수 있게 했다.
전면부 구성품들은 또 표면 돌출을 최대한 억제해 놨다. 공기 흐름이 쉽게 벨트라인도 높여 멋에 치중하기보다는 디자인의 효율성을 먼저 생각했다. 18인치 휠, 높은 전고(2555mm)로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SUV다운 풍채를 가진 것도 매력적이다.
적당한 사치가 필요한 인테리어
트랙스는 소형 해치백 아베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겉에서는 몰라도 실내로 들어서면 더 뚜렷한 공통점들이 발견된다. 빌트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바이크 타입의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의 레이아아웃, 버튼류 배치, 스티어링 휠과 글로브박스 구성까지 흡사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시프트 노브, 클러스터를 덮고 있는 가림막 정도다.
경쟁을 해야 하는 모델들과 비교해 감성적 부분은 확실히 열세다. 복잡한 것에 몸서리를 치는 성향이 아닌 이상 시각적 만족도를 높여 줄 만한 특별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Siri만 연동되는 인포테인먼트도 불만스럽다. 앱(브링고)이 있어야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이 없고 요즘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으면 거치대를 사는 편이 빠르고 편리하다.
개인적으로 간결한 구성을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 단출한 센터페시아와 클러스터에 큰 불만이 없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한 스마트폰 링크는 지금도 약이 오른다.
장점도 있다. 글로브 박스 상단에 작은 수납함이 있고 센터페시아 상단 좌·우측, 콘솔, 도어 안쪽 등에 넉넉하고 효율적인 수납공간들이 마련됐다. 고급형인 LTZ 트림의 보스 사운드가 선사하는 매력적인 음질도 만족스럽다.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축간거리(2555mm)가 티볼리보다 조금 작기는 하지만 1열과 2열의 머리 공간이 충분하고 무릎 공간도 불편하지 않다. 2열에 3명이 타도 크게 무리가 없다.
오펠이 개발한 1.6L CDTi 디젤
트랙스는 135/4000(ps/rpm)의 최고출력과 32.8/2250(kg.m/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1.6L 디젤엔진을 품고 있다. 독일 오펠이 개발한 이 엔진은 진동과 소음 그리고 연료 효율성이 좋기로 유명하고 수 차례 입증도 받았다. 그러나 시동을 건 직후 정지상태 진동과 소음은 딱 고만한 수준이다. 딱히 뛰어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속도에 탄력이 붙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뜻밖에 매끄럽고 일관되게 속도가 상승하고 여기에 맞춰 엔진의 숨소리가 안정을 찾는다. 적당한 속도에서 가솔린 SUV와 별 차이가 없는 정숙성을 보여준다.
반가운 비가 내리는 탓에 트랙스의 탄력성을 느껴 보지는 못했다. 정지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누르면 치고 나가기에 앞서 매번 타이어의 스핀에 시달려야 했고 방향 전환을 거칠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
비교적 빠르게 시작하는 토크의 끈기가 부족한 것은 아쉬웠다. 범위가 좁은 토크 밴드가 박진감 있게 출발을 한 것과 달리 너무 빨리 맥이 빠지고 엔진 회전수를 높여가며 6단 자동변속기를 바쁘게 만든다.
경기 이남쪽으로는 극심한 차량 정체에 많은 비까지 내려 제 속도를 내는 것 조차 힘들었다. 일상이 그래야 하지만 차분한 운전을 한 덕에 운전 피로도는 높지 않았다. 요추를 받쳐주는 시트, 적당한 힘으로 차체를 제어하는 서스펜션, 쇽업쇼버의 댐핑이 적절하게 반응해 스트레스 없이 부드러운 우천 주행을 즐겼다.
총평]
소박한 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한 사치도 필요하다. 특히 운전자가 가장 많이 바라보고 함께해야 하는 실내 대시보드의 구성은 당장 개선이 필요하다. 라인업을 늘릴 필요도 있다. 수동변속기나 AWD의 부재가 아쉬워서다. 시승 모델인 트랙스 디젤 LTZ의 가격은 2450만 원이다.(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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