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반등 기회를 노리는 녀석들 : HONDA ACCORD vs TOYOTA CAMRY vs NISSAN ALT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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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중형 세단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모두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베테랑들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디젤 열풍에 밀린 이 녀석들의 진면모를 파헤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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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 시장은 어느 국가에서나 가장 치열한 전쟁터이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이 시장의 강자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강하다. 2000년대 이후로는 베스트셀러 자리도 빠짐없이 지켜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들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국산 중형 세단을 비롯해 좋은 연비와 빼어난 완성도를 내세운 독일 중형 세단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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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디젤 게이트에서 비롯된 친환경 논란, 국산차의 품질 논란 등 지난해에 불거진 상황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중형 세단들은 상품성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각종 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를 대거 추가해 가격 대비 가치를 쉬지 않고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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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인 차종은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 등 3종이다. 모두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달고 있다. 변속기는 모두 CVT이며, 이 중 캠리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고 있다. 알티마는 2.5L, 어코드는 2.4L, 캠리는 2.5L 하이브리드이며, 최고출력은 각각 180마력, 188마력, 158마력(전기모터 143마력)이다. 우연치 않게 차체 색상도 모두 흰색으로 맞춰졌다.

안전 및 편의장비 강화한 닛산 알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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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마는 비교 모델 중 가장 데뷔가 늦었다. 늦둥이라고 해도 1992년 데뷔했으니 이제는 중견이다. 알티마는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외모가 특징이다. Z에서 사용하던 부메랑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프런트 마스크가 보다 날렵해졌다. 내세우는 장점은 넓은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이다.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충실하게 다진 모습이며, 비교 차종 중에 실내공간이 가장 넓고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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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마는 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큰 편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길이와 너비가 각각 15mm, 30mm가 늘어나 훨씬 각이 잡힌 모습이다. 그만큼 실내 패키징도 달라졌고,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늘었다. 닛산이 알티마를 통해 나타내고 싶어 한 것은 대중성이다. 엔지니어링 회사라는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벗어나 보다 대중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다른 비교 차종에는 없는 사각지대경고 시스템과 차선이탈경보 시스템, 3D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어시스트 디스플레이는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계기판의 4인치 디스플레이와 3D 그래픽은 이전 모델에 비해 직관적이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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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장점은 실용성이 돋보이는 패키징이다.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설계 덕에 실내공간과 짐공간이 넓고 활용도가 높다. 터치 패널이나 각종 버튼의 위치는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모두 쉽게 조작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시트이다.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는 장시간의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하고 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어 편한 자세를 맞출 수 있다. 또한 경쟁 차종에 비해 허벅지가 닿는 부분이 길어 안정감이 높다. 모든 좌석에 적용된 저중심 시트는 넓은 레그룸과 함께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들어준다. 뒷좌석 역시 경쟁 모델에 비해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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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성능은 크게 나무랄 부분이 없다.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지는 않다. X트로닉 CVT는 반응이 빠르고 rpm의 변화에 따라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 닛산의 CVT는 높은 신뢰성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알티마 2.5에서는 새로운 로직과 하드웨어를 사용해 연비와 동력 효율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액티브 언더 스티어 컨트롤과 VDC, TCS가 더해져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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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 넓은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

Bad - 옛날차 느낌을 내는 구식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부분변경 모델의 도입이 시급하다.

Don’t Miss - 저중력 시트는 장점이 많다.

일본산 중형차의 대표주자, 혼다 어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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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산 중형 세단의 맏형이다. 어코드라는 이름이 가진 신뢰성과 인지도는 다른 일본 메이커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함이 담겨 있다. 1976년 데뷔한 어코드는 올해로 데뷔 40년을 맞는 장수 모델이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어코드는 북미 버전으로 일본 내수형 인스파이어와 같은 모델이다. 일본에서 어코드는 인스파이어보다 아래 모델로 어큐라 TSX와 같은 디자인을 사용한다. 현행 어코드는 9세대로 지난 2013년 데뷔해 2015년 부분변경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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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변경의 가장 큰 변화는 앞과 뒤의 디자인이다. LED와 크롬 비중을 늘려 한층 더 스포티한 느낌을 냈다. 전조등, 주간주행등, 안개등, 방향지시등까지 전면부의 모든 불빛을 LED로 밝힌다. 비교 차종 중 차체가 가장 작아 보이긴 하지만 혼다 특유의 탄탄함과 스포티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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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과거 단순했던 어코드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한글 지원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디스플레이 오디오와 아이폰의 음성 인식(Siri)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연동할 수 있는 애플 카플레이(CarPlay)를 동시에 적용했다. 듀얼 디스플레이 중심의 인터페이스는 그동안 IT 산업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혼다의 이미지 쇄신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 어코드를 비롯한 혼다 차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넘어 구닥다리 느낌이 가득했지만 이번 어코드는 이를 상쇄하는 변화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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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는 확실히 비교 차종에 비해 운전자 중심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각종 버튼(심지어 터치스크린까지)은 운전석에 가깝고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쓸데없이 멋을 부리지도 않았다. 딱 운전에 필요한 것만 있으며 인터페이스 역시 가장 직관적이다. 화려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어필할 수 없지만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마 어코드를 가장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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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혼다의 전매특허인 i-VTEC이 적용된 직렬 4기통 2.4L이다. 물론 스포츠카 같은 폭발적인 가속력은 없지만 ‘운전하고 있는’ 느낌에는 충실하다. 변속기가 CVT라 심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스포츠 모드를 활용하면 혼다 차 특유의 민첩함이 나타난다. 일반 D 모드와 S 모드의 엔진회전수 차이는 약 1,000rpm. 엔진음이 커지거나 거친 느낌은 전혀 없다. 또한 비교 차종 중에 가장 안정적인 고속주행 성능을 지녔으며 서스펜션의 완성도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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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 핸들링과 달리기 성능에 혼다의 철학이 잘 담겨 있다.

Bad - 달리기 성능 외에 편의장비 및 완성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Don’t Miss - 의외로 어코드에 CVT는 잘 어울린다.

연비 끝판왕,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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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는 1979년에 데뷔했다. 시작은 토요타의 스포츠 모델인 셀리카의 파생 모델이었다. 지금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토요타는 셀리카라는 이름에 대해서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토요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인 수프라도 셀리카 XX에서 시작한 모델이다. 어찌 되었든 캠리는 토요타의 대표 중형 세단으로서 30년 넘게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이번에 비교한 차들 중 가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호불호가 가장 크지만, 가장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가졌다는 점에 이의를 재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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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캠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혹자는 토요타 디자인 책임자가 ‘건담 마니아’일 것이라는 추측도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메이커로 부상한 토요타가 하는 일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발론과 공유하는 패밀리룩을 비롯해 가장 미래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LED 헤드램프의 디자인도 다른 차들과는 차별화된다. 솔직히 말해 부분변경 이전 모델보다는 훨씬 예뻐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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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내 디자인은 비교 차종 중 가장 현대적이지 못하다. 패키징은 분명 좋지만 센터페시아의 쓸데없이 큼직한 버튼은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을 준다. 이는 철저히 캠리의 주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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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쓴다는 연비이다. EV 모드와 에코 모드를 함께 사용하면 그야말로 연료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서울과 같이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에서는 디젤 엔진이 전혀 부럽지 않은 연비를 낸다. 계기판에 나타나는 게이지가 꽉 차면 모터로만 움직인다는 신호인데 배터리가 충분할 경우 생각보다 긴 거리를 엔진 구동 없이 움직일 수 있다. 간헐적으로 엔진이 구동해도 진동이나 소음은 거의 없다. 공회전 방지 장치가 작동할 때의 디젤 엔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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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출력은 158마력에 불과하지만 모터가 개입하면 중형 세단으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가속 감각을 낸다. EV 모드와 에코 모드를 함께 사용하면서 고속주행을 즐기기에는 답답함이 있지만, 에코 모드만 꺼도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부드럽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정밀하게 세팅된 하체 역시 역대 캠리에 비해 안정적이며, 실내 소음 유입도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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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 명불허전 하이브리드.

Bad - 외관에 비해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인테리어

Don’t Miss -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부분적인 제로 에미션 주행이 가능.

디젤 게이트로 반등 노리는 가솔린 세단

이번에 비교한 세 차종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이는 곧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고정적인 판매량이 보장되어 있는 모델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연비를 앞세운 디젤 엔진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차에 대한 이미지와 애매한 가격 등도 경쟁력이 떨어졌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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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시장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로 연비만 내세우는 디젤 엔진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고, 독일차를 제외한 수입차들의 성장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쩌면 올해는 그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산 중형 세단에게 반등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특히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개성, 그리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높아진 상품성은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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