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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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토요타 미라이는 운전이 쉽다. 판매가격은 6만 파운드(약 1억300만원)지만, 공급량이 제한돼 실제로는 이 가격에 살 수 없을 것이다.
미라이를 몰아보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닛산 리프나 르노 조이 같은 전기차를 떠올리게 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최고급 세단과 동등한 수준으로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둘째, 동력 전달이 매우 신속하고 즉각적인데, 내연기관 자동차 중에는 이것과 맞먹는 걸 찾기 힘들다.
전기차 신봉자들에게도 색다를 것이다. 미라이는 연료전지의 촉매 반응을 통해 공기로부터 동력을 끌어내고, 부산물로 깨끗한 물을 생산한다. 마치 종교의식과도 같은 과정이다. 하지만 미라이가 바퀴 달린 성배로 칭받는 걸 막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오늘날 수소 공급업체 대부분은 탄화수소에서 수소를 얻거나,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한다. 탄화수소로부터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는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물을 전기 분해할 때는 얻는 에너지보다 쓰는 에너지가 더 많다. 수소연료전지차에 부정적인 사람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는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수소의 미래를 믿고 수조 원을 걸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수십 년간 연료전지를 연구해왔는데, 바로 지금 우리 시대에 수소연료전지차를 내놨다. 친환경차를 구입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이 판매를 시작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 캘리포니아, 덴마크, 독일, 그리고 영국 등이 그런 곳이다.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 미라이 생산대수는 700대였다. 올해 목표는 2천대다. 내년엔 3천대로 늘어난다. 생산량을 계속 늘려 2020년에는 3만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 기간 동안 토요타는 자사의 연료전지 관련 특허 약 5천 건을 공개할 계획이다. 연료전지차가 일정량이 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혼다는 이미 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야에 두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자동차 등 다른 메이커들도 근접해 있다.
현재 영국에는 총 12대의 미라이가 있다. 프리우스로 사업을 시작한 택시회사 그린 토마토, 도심 공기오염을 걱정하는 런던교통공사, 수소 충전소망을 건설하고 있는 ITM 파워 등이 미라이를 갖고 있다. 물론, 토요타 영국법인도 자체 목적을 위해 2대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나 같은 사람에게 시승차로 내어주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수소연료전지에 밝은 미래가 있다는 토요타의 생각에 동의한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지난 2003년 땅딸막하게 생긴 초대 프리우스 세단을 보며 한심한 듯 헛웃음을 지었던 불편한 기억이 있다. 그 당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 미래가 있다고 예측했었다. 프리우스는 어느덧 4세대로 진화했고, 프리우스 패밀리를 갖출 만큼 성장했으며, 전 세계에서 800만대 이상 팔렸다. 토요타의 선견지명은 프리우스의 성공을 낳았다. 미라이도 안 그러리라는 보장이 있나.
이런 생각들이 나로 하여금 미라이 1대를 빌려달라고 토요타 영국법인을 설득하게 만들었다. 나는 미라이를 타고 한겨울 안개 짙은 도로에 나가 일반 차와 똑같이 몰아볼 생각이었다. 런던 남부 변두리에 위치한 토요타 영국 본사에서 차를 받았다. 미라이 전문가인 네일 슈파이어가 동행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미라이의 겉모양은 내 눈에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세대 프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미라이는 일반적인 차와 다르게 생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개성이 강하다. 길이가 4.89m로 길고, 휠베이스도 상당히 긴 2.78m다.
길이와 휠베이스 수치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전통적인 앞바퀴굴림 세단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내는 아늑하고 편안하다. 앞좌석은 프리우스만하고,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최신형 프리우스와 닮았다. 리어 도어는 크고, 트렁크 공간은 넓다. 기계장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슈파이어는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을 가지고 미라이의 기계적인 레이아웃에 대해 설명했다. 152마력을 내는 작은 원통형 전기모터는 앞바퀴 사이에 낮게 자리 잡았다. 전기모터는 극도로 낮은 회전수에서도 34.1kg·m의 인상적인 토크를 발휘한다. 모터 위에는 상자로 포장된 전자기기가 있다. 연료전지 스택과 배터리에서 오는 파워를 모터에 공급하거나, 감속할 때 얻는 회생 에너지를 다루는 역할을 한다.
연료전지 스택은 차체 중앙에 위치하고, 앞 범퍼의 거대한 공기흡입구를 통해 많은 양의 공기를 공급받는다. 700기압으로 수소를 저장하는 원통형 카본파이버 탱크는 차 뒤쪽에 2개가 있다. 하나는 뒷좌석 아래에 있고, 다른 하나는 뒷좌석 등받이와 트렁크 사이에 있다. 뒤에 달린 탱크 위에는 니켈 수소 배터리가 있다. 이것들은 평범한 연료탱크와는 다르다. 미라이의 수소탱크는 폭발 및 총격 테스트를 거쳤다.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충격을 견뎌내고, 위에 아이고(Aygo) 150대를 올려놔도 끄떡없다. 2개의 수소탱크는 각각 압축수소 60L를 저장하는데, 수소를 가득 채웠을 때 무게가 겨우 5kg밖에 안 된다. 일반적인 자동차가 40~50kg 무게의 연료를 싣고 다니는 것과 비교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설계 기준이 꽤 다르다. 앞부분은 더 짧고 낮아질 수 있는데, 앞쪽에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필요하다. 앞과 뒤 시트 아래 공간은 최적화되어야 한다. 앞뒤 무게 배분은 일반적인 앞바퀴굴림 차보다 50:50에 훨씬 가깝다. 미라이의 무게는 1,850kg으로 상당히 무겁다. 하지만 끔찍하게 무거운 수준은 아니다. 거대한 배터리를 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미라이를 운전하는 것은 쉽고 간단하다. 실내공간은 여유롭고, 잘 정돈되어 있다. 승차감은 아주 부드럽고 충격을 잘 걸러낸다. 무게중심이 낮아서 코너에서 롤이 적고, 스티어링 감각도 좋다. 프리우스처럼 작은 타이어를 신었고, 노면 소음이 작다. 미라이의 세련된 주행감각은 토요타가 역동성에 중점을 두고 많은 시간을 들여 개발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연료전지차가 재래식 자동차만큼 편안하고 성능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갈고닦았나 보다.
수소를 재충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충전기 손잡이는 우리가 주유소에서 써온 주유기보다 인체공학적이고 하이테크 감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용하기 쉽다는 점이다. 수소를 가득 채우는 데는 약 90초가 걸렸다. 풀 탱크일 때 미라이의 공식 주행범위는 약 550km다.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현실적으론 400~450km 정도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차이가 없다. 이산화탄소나 독성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빼고 말이다. 약간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약 차를 몰고 사하라 사막을 건너야 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주저 없이 토요타 미라이를 가져갈 것이다. 왜냐하면 미라이의 테일 파이프에서는 깨끗한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식 배출량은 10km당 0.8L다. 네일 슈파이어는 미라이에서 나온 물을 유리잔에 받아 마셔보라고 권했다. 유리잔 2/3 정도 채운 물은 마치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기라도 하듯 투명했다. 하지만 그 물은 차 밑에서 나온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조금만 마셨다. 약간 싸한 맛이 나긴 했지만 아주 깨끗했다. 나는 모두를 향해 건배했다. 미라이 오너는 차에서 나온 물을 마시게 하는 걸 파티용 장난으로 써먹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모두가 수소연료전지차에서 나온 물이 아주 깨끗하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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