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겸비의 핫 해치백 - 폭스바겐 골프R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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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골프를 가지고 온갖 종류의 실험을 한다. 고성능 해치백의 대명사로 통하는 골프 GTI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고성능 디젤 엔진을 탑재해서 골프 GTD를 만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실은 골프 GTE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은 과거, 이들보다 더욱 광기 어린 골프들도 만들어낸 바 있다. 폭스바겐은 골프의 3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골프 VR6`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뱅크각 15도의 2.8리터 VR6 엔진을 골프의 아담한 보닛 아래 우겨 넣은 이 골프는 동급 사상 최초의 V6 모델로 남아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것조차 성에 차지 않았는지, 4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골프 R32`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4세대 골프에 배기량을 3.2리터로 늘린 신형 VR6 엔진을 얹은 골프 초대 R32는 237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상시 4륜구동 시스템까지 우겨 넣었다. 이 모델은 폭스바겐 최초의 DSG 적용 모델이기도 하며, 5세대까지 이어졌다. 6세대 모델부터는 배기량을 2.0리터로 낮추는 대신, R32의 뒤를 잇는 새로운 `초`고성능 골프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골프 R`이다. 본 시승기의 주인공은 이 골프 R의 최신 모델이다. 7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난 골프 R을 만나본다. 가격은 5,190만원(VAT 포함)
폭스바겐 골프 R은 외모에서부터 자신이 일반 골프와는 다른 모델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전용의 라피즈 블루 외장 색상을 비롯하여, 대형 공기 흡입구를 갖춘 전용 범퍼 및 라디에이터 그릴은 한층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GTI, GTD와는 다른, R만의 스타일링을 드러낸다. 범퍼에는 거대한 중앙 공기 흡입구 외에도 좌우에도 공기 흡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흡입구들은 공기 역학 등을 감안하여, 그냥 연출만 해 놓은 가짜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골프R의 것은 진짜로 뚫려있다. 이 공기 흡입구의 뒤편에는 보조 라디에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U자형 주간주행등 내장 바이제논 헤드램프, 무광 메탈릭 페인팅 사이드미러 커버, 전용 4구 테일파이프, 그리고 차제의 전후좌우에 하나씩 자리한 R 배지들이 이 차가 다른 골프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물건이라는 것을 설명해 준다. 휠하우징을 가득 채운 전용 19인치 카디즈 알로이 휠에는 235/35R19 규격의 브리지스톤의 고성능 타이어가 장비되어 있다.
실내는 여느 골프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마감재와 디테일을 달리하여 골프R만의 색을 갖도록 한 모습이다. 전용의 D컷 스타일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비롯하여 실내 곳곳에 적용된 카본파이버와 나파 가죽 소재, 흰색의 바느질, 스포츠 페달 및 풋레스트 킷, 카본파이버 패턴을 삽입한 인테리어 악센트 등으로 골프R만의 패키징을 이루고 있다.
D컷 스타일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작고 손에 쏙 들어 오는 그립감이 인상적이다. 9시-3시 방향을 쥐면 잘 만들어진 권총 손잡이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계기판은 골프R 전용의 신형 계기판으로, 단순한 디자인과 우수한 시인성을 지닌다. 중앙의 정보 창은 배경에 패턴을 삽입한 점이 특징. 센터페시아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비되어 있다.
앞좌석은 카본파이버와 나파가죽으로 마감된 스포츠 시트로,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는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착좌부와 등받이의 날개부분이 크게 돌출되어 있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급회전 등의 격한 기동 중에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붙들어 준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의 전동조절식 허리받침이 장비되어 있다. 또한, 양쪽 좌석 공통으로 3단계의 열선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뒷좌석은 여느 골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착석감과 공간을 제공한다. 7세대 골프의 비교적 넉넉한 실내공간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트렁크 용량은 다른 골프들과 동일한 380리터의 기본 용량을 제공한다. 다만 전용 스페어 타이어를 싣는 바람에 트렁크 하부의 공간을 이용할 수 없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역대 최강의 골프를 자처하는 폭스바겐 골프 R은 전용 사양의 2.0리터 TSI 가솔린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SG)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골프R을 위한 2.0리터 TSI 엔진은 최고출력 292마력/5,400~6,200rpm, 최대토크 38.7kg.m/1,900~5,300rpm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골프R의 주행 모드를 `레이스`에 두고 가속 페달을 킥다운 버튼 뿌리까지 밟는 순간, 작은 차체는 새총 쏘듯 전방으로 튀어 나간다. 스로틀의 리스폰스가 가장 예민해지는 레이스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 발을 옮길 때마다 운전자의 등판을 발길로 걷어차듯 떠밀어 댄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은 5초 초반대면 충분하다. 출발 후 1단 55km/h, 2단 90km/h에서 다음 단수로 착착 변속하며 100km/h를 돌파하는 모습은 어지간한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기민하다. 이 뿐만 아니라, 레이스 모드에서 들을 수 있는 자극적인 배기음 또한 가속의 긴장감과 짜릿함을 안겨준다. 초장부터 쉴 틈 없이 몰아 붙이는 가속력의 향연은 100km/h를 상회하는 속도 영역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진다. 토크밴드도 넓어서 힘을 꺼내 쓰기기가 한층 수월하다.
물론, 이 혈기 왕성한 동력 성능의 이면에는 6단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의 빠릿빠릿한 뒷받침이 있다. 골프 R에 장착된 6단 DSG는 변속 속도도 빠르면서 동력 손실이 적은 DSG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구현해낸 덕분에 292마력, 38.7kg.m의 동력성능을 남김 없이 네 바퀴에 쏟아낼 수 있다. 착착 감기는 듯한 변속 질감은 덤이다.
가속 면에서 핫 해치백다운 매운 맛을 보여준 골프 R은 코너링 실력 또한 발군이다. 구배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기동을 보여준다. 묵직한 조작감과 함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스티어링 시스템과 가볍고 탄탄한 섀시 및 차체가 한데 어울려, 각자의 이점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조타를 할 때마다 로봇마냥 척척 몸을 비틀어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해치백의 아담한 차체가 갖는 영민함에 정교함이 더해져, 운전자의 주문에 `기다려 달라`는 한 마디 없이 즉각적으로 응대한다. 이는 골프의 탄탄한 기초설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식의 정교한 전자장비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은 미끄러짐을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강제로 타이어를 헛돌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골프 R에 장착된 XDS+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다. 이 장비는 코너링 중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바깥쪽 바퀴보다 덜 돌게 만듦으로써 이상적인 바퀴 회전 비율을 실시간으로 맞춘다. 이 덕분에 언더스티어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라인을 향해 실시간으로 꾸역꾸역 수정을 가한다. 4모션 상시 4륜구동 시스템과 XDS+의 유기적인 조화를 통해, 골프R은 한층 빠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기세 좋게 처리해낸다. 상기한 튼실한 기초 설계 하에 만들어진 탄탄한 하드웨어와 정교한 소프트웨어의 조화 덕분에 골프R은 다양한 형태의 코스에서 다루기 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발끝에 들어간 힘을 빼고, 긴장을 풀며 에코, 혹은 컴포트 모드로 전환하며 일상으로 돌아오면, 핫 해치백이 주는 격렬한 분위기는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진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은 그다지 큰 편이라 보기는 어렵다. 서스펜션의 반응에도 융통성이 생기는지,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이 덜 들어오는 느낌도 준다. 또한,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또한 느낄 수 있다. 이 덕분에 승차감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점 외에는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일반적인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가장 강력한 골프, 골프R의 공인 연비는 도심 8.8km/l, 고속도로 11.6km/l, 복합 9.9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다음과 같다. 혼잡한 시간대의 도심 구간에서는 6.9km/l, 교통상황이 규정속도로 운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9.0km/l의 연비를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 운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12.9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 기록 중에는 주행모드를 `에코` 모드로 설정한 상태에서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며 운행했다.
폭스바겐 골프R은 `최강의 골프`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파워풀한 달리기 성능이 인상적인 차다. 동력 성능을 비롯하여, 코너링, 제동력 등의 모든 면에서 훌륭한 완성도와 세련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고성능을 꽤나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본 바탕이 일상을 위한 소형차인 데서 오는 이점들도 골프R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일상에서의 운행이 용이하고, 실용적인 공간 구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연비 또한 나쁘지 않아, 일상의 동반자로서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따라서 폭스바겐 골프R에는 서로 다른 두 대의 차가 존재한다. 하나는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C세그먼트 해치백이고, 나머지 하나는 짜릿한 달리기를 만끽할 수 있는 스포츠카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차를 하나의 차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크나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골프R의 영리함은 경험이 부족한 운전자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숙련된 운전자에게는 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운전 경험을 안겨준다. 강하고도 영리한, 문무겸비의 핫 해치백 골프R은 누구에게나 폭스바겐 R의 짜릿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매력적인 핫 해치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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