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어울리는 팔방미인, BMW 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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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시리즈의 막냇동생으로 X1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9년. 주요 라이벌인 아우디 Q3이나 메르세데스-벤츠 GLA보다 최소 2년에서 4년이나 빨랐다. 사실 가장 먼저 프리미엄 C세그먼트 기반 크로스오버 시장의 문을 두드린 메이커는 아우디였다. 아우디는 훗날 Q3의 모태가 되는 콘셉트 '크로스 쿠페 콰트로'를 2007년에 선보였다. 하지만 확신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BMW가 과감하게 먼저 치고나왔다.
초대 X1(E84)은 구형 3시리즈 투어링(E91) 골격을 기반으로 했고, 그 결과 C세그먼트 기반 크로스오버로는 유일하게 세로배치 엔진·뒷바퀴굴림(FR) 레이아웃을 가지게 됐다. 왜건과 SUV의 이미지가 섞인 외모도 특징이었다. 높이가 불과 1,545mm로, 같은 체급의 크로스오버들 가운데 눈에 띄게 낮은 키였다. 정통 SUV보다는 키를 높인 왜건에 가까웠던 E84 X1은 6년 동안 전 세계에서 73만대가 팔리며 성공을 거뒀다.
지난 6년간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은 급속히 팽창했다. 그동안 Q3과 GLA 등 강력한 경쟁자들도 출현하면서, 틈새시장이었던 카테고리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카테고리 이상으로 중요해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BMW는 먼저 플랫폼부터 갈아엎었다. 기존의 FR 플랫폼을 버리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가로배치 엔진, 앞바퀴굴림(FF) 플랫폼을 채택했다. 주류에서 벗어난 솔루션을 제시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핵심을 찌른 것이다.
BMW는 FR 차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인 만큼 FF 기반 SUV에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BMW는 미니를 만드는 메이커이기도 하다는 사실. 10년 넘게 훌륭한 앞바퀴굴림 차를 만들어온 그들이다. BMW가 덜떨어진 FF 차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여기서 비롯된다. 신형 2세대 X1(F48)은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같은 UKL2 플랫폼 기반으로 탄생했다. 액티브 투어러와 함께, 최신형 미니 클럽맨과 올해 말 데뷔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컨트리맨 또한 UKL2를 기반으로 한다.
BMW가 FF 플랫폼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미니와 소형차 플랫폼을 공유해 자산을 효율화하려는 내부 사정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정이다. E84 X1의 가장 큰 문제는, FR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 실내 공간에서 큰 손해를 봤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C세그먼트 기반 SUV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반면, F48 X1은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한 FF 플랫폼을 채택함으로써 넓은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을 갖게 됐다.
SUV다운 존재감을 키운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왜건+α'의 인상이 강했던 선대 모델에 비해, 신형은 길이가 약간 짧아지고 너비와 높이가 늘어나면서 전형적인 소형 SUV의 비례가 됐다. E84 X1식의 독특함은 농도가 묽어졌지만, 대신 이제는 어엿한 X시리즈의 일원으로 보인다. 앞모습은 돌출된 커다란 키드니 그릴과 치켜 올라간 4등식 풀 LED 헤드램프, 입체적인 범퍼로 터프하다. 악동 같았던 이전 모델에 비해 한층 당당하고 성숙해진 인상. 헤드램프 아래에 둥근 안개등을 배치하고, 그릴을 중심으로 상하좌우로 퍼지는 X자 모양으로 구성한 프런트 마스크는 X시리즈 디자인 공식을 따른 결과다.
뒷면에서는 전통적인 L자 모양 테일램프가 넓은 자세와 안정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례적인 것은 양쪽에 하나씩 달린 테일 파이프. BMW에서 듀얼 머플러는 지금까지 6기통 이상 상급 모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었는데, 마침내 4기통 모델에도 적용했다. 엔진을 90° 돌려 넣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체 길이가 조금 짧아졌지만, 실내 공간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FF 플랫폼의 혜택은 뒷자리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다. 다리 공간이 한층 여유로워졌고, 센터 터널의 부피도 훨씬 작아졌다.
또한, 시트 높이가 매우 절묘해서, 내려앉거나 올라탄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레 차에 타고 내릴 수 있는 것도 장점. 앞좌석과 뒷좌석의 시트 포지션을 각각 36mm, 64mm 올렸다고 한다. 시트 포지션을 높였지만 앞뒤 좌석 모두 머리 공간은 넉넉하다. 더불어 전망도 좋아졌다. 트렁크 용량은 505L로 이전 모델보다 85L나 늘어났다. 테일 게이트는 전동식으로 여닫히고, 뒤 범퍼 아래에 발을 넣어 손대지 않고 여는 것도 가능하다. 40:20:40으로 분할되는 뒷자리를 모두 접으면, 최대 1,550L까지 확대되고,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 추가로 100L의 공간도 갖추고 있다.
지금껏 X1은 동급 무리들 가운데 실용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비판이 따라다녔지만, 이제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갈 것 같다. 신형 X1은 Q3이나 GLA와 비교해 실내가 가장 넓을 뿐만 아니라, 트렁크도 가장 넓다. Q3과 GLA의 트렁크 용량은 각각 460~1,365L, 421~836L로 신형 X1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급 최고 수준에 오른 실내 품질도 주목할 부분. 이전 모델은 좁은 공간 못지않게 저렴해 보이는 실내 분위기도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신형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준다. 작은 버튼부터 와이퍼 레버, 구석에 달린 보닛 릴리스 레버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플라스틱 사출 부품도 공을 들여 제작한 흔적이 보인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쓴 촉촉한 느낌의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은 질감이 고급스럽다. 모든 스위치 배치는 BMW답게 구석구석 뛰어나다. 곳곳에 수납공간을 여럿 마련해뒀고, 도어 포켓은 1L PET병을 넣어도 충분한 크기다. 실내 패키지와 완성도에서 결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다. 우선 시트 크기가 작다. 액티브 투어러와 같은 시트로 길이와 너비 모두 짧은 편이다. 앉았을 때 별로 편하지 않고, 코너에서 몸을 잡아주는 든든한 느낌도 부족하다. 시트 외에도 많은 부분을 액티브 투어러와 공유하고 있는데, 볼품없는 기어 레버도 그중 하나다. 전자식 기어 레버가 그립다.
신형 X1 xDrive20d를 이끄는 것은 친숙한 직렬 4기통 2.0L 터보디젤 B47D20 엔진.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으로 이전 N47 엔진보다 출력은 6마력, 토크는 2.0kg.m 올랐다. 엔진이 가로로 배치되면서 ZF제(製) 대신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뤘다.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전자제어 유압식 멀티클러치를 뒤 차축에 배치한 할덱스 방식으로 새로운 설계다. 1,750rpm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B47 엔진은 빠르고 명민한 변속기와 맞물려 경쾌한 가속을 이끌어낸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7.6초로 동급에서 가장 앞선다. 최고시속도 219km로 가장 빠른 성적. 동력 전달의 치밀함이나 매끄러운 질감도 라이벌인 Q3이나 GLA보다 우위에 있다.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저회전에서 충분한 힘을 내고 4,000rpm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르는데, 굳이 그 이상으로 엔진을 다그칠 필요는 없다. 일상 주행에선 대부분 2,000rpm을 밑돌고, 저회전 토크가 풍부해 평소 힘의 부족을 느낄 일은 별로 없다. 주행모드는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로 세 가지. 모드에 따라 스로틀, 변속기, 스티어링 세팅이 바뀐다. 토크 밴드가 넓고, 기본 변속 제어가 좋아서 컴포트 모드에서도 제법 즐겁게 몰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한층 더 스포티해진다.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를 만든다는 BMW의 신념은 막내 SUV에서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 물론 소형 SUV치고 그렇단 얘기다.
아이신 8단 변속기는 ZF제에 비해 시프트다운 동작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특성이 있다. 멈춰서기 위해 속도를 서서히 줄여나가면 변속기가 8단에서 1단까지 순차적으로 기어를 내리는 과정이 생생히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변속 충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어를 내릴 때마다 엔진이 웅웅거리며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거슬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 번 의식하면 어쩐지 계속 신경 쓰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기계적인 매력으로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FF 플랫폼을 채택했지만, 조종 감각은 여전히 BMW다. 전혀 다른 재료를 가지고도 이전과 비슷한 맛을 낸 점이 흥미롭다. 스티어링 무게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이전 모델에 비하면 매우 가벼워졌다. 하지만 무게가 제대로 실려 있고, 직진 상태에서 센터 부근의 안정성도 좋아서 직선 도로를 오래 달려도 피로하지 않은 세팅이다. 코너에서 한계까지 몰아붙여보면 앞머리의 무게를 조금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기분 좋게 와인딩을 즐기는 정도라면 전혀 문제될 것 없는 수준. 타이트한 코너를 빠르게 달려보면, 생각보다 빨리 뒤에서 걷어차는 느낌으로 추진력이 살아난다. 가속페달을 비벼대도 라인 추종성이 좋기 때문에 자신감을 안기는 것도 장점이다.
승차감은 라이벌에 비해 단단한 편. 경쾌한 몸놀림을 위한 대가인 셈이다. 그래도 구형보다는 승차감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액티브 투어러에 비해서도 부드럽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용 차로 이용될 가능성이 큰 차가 본분을 잊고 쓸데없이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제동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감동할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쫀득하고, 밟는 양과 실제 제동이 서로 일치한다. 방음 성능은 조금 불만이다. 시끄럽거나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공회전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엔진 소리를 의식하게 된다. 4기통 디젤 엔진이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줄 리 만무하다. 지금보다 덜 들리면 좋겠다. 바퀴 구르는 소리도 꽤 들려온다.
다양한 조건으로 5일간 1,000km 가까이 시승한 결과, 트립 컴퓨터는 평균연비 14.3km/L를 표시했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 14.0km/L(도심 12.6km/L, 고속도로 16.2km/L)를 넘어선 수치다. 연비는 스트레스 없이 14km/L 이상 너끈히 나온다고 생각해도 좋다. 체크리스트로 평가할 때 항목마다 큰 편차를 보인 구형에 비해, 신형은 모든 항목에서 골고루 평균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는 우등생이다.
일상생활에 쓰면서 가끔 운전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소형 SUV를 찾고 있다면, 신형 X1을 후보목록 맨 위에 올려놓는 걸 추천한다. BMW는 신형 X1의 타깃으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멋진 독신남녀와 젊은 부부를 염두에 두고 있을 테지만, 의외로 노년층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크기가 콤팩트하면서 시야가 좋고, 다루기 쉬우며, 타고 내릴 때나 짐을 싣고 내릴 땐 액티브 투어러보다도 편하기 때문. BMW X1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차로 거듭났다. 그 중심엔 FF 기반 플랫폼 UKL2가 있다. 긴말 필요 없이 "사고 싶다"는 한 마디로 F48 X1을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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