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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같은 車…마세라티 정도는 돼야 하차감 느낀다[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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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를 살 바엔 포르쉐 산다"

마세라티하면 늘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 말이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 이탈리아산 차량이 낄 자리는 없었다. 스포츠 세단 '기블리'를 출시해 마세라티의 상징인 '삼지창' 로고를 알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마세라티를 찾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있었다. 제일 저렴한 기블리가 기본 1억원을 넘는 럭셔리 브랜드인데도 매달 70대 이상은 꾸준히 판매고를 올린다. 직접 나흘간 마세라티 르반떼 SQ4를 시승하며 그 이유를 알아봤다. 가격은 1억 9200만원이다.

마세라티 르반떼 SQ4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SQ4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명품백 같은 마세라티…"성공의 상징이어서, 비싸서 산다"


마세라티 르반떼 SQ4 운전석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SQ4 운전석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시승하며 기자가 느꼈던 마세라티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다. 비싸고 흔치 않기 때문에, 또 차량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많은 소비자들이 명품백이나 명품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상품들이 터무니 없이 비싸도 사는 이유와 비슷하다. 많은 물건을 담는다든지, 튼튼하다든지 등 가성비를 단 하나도 갖추지 못했지만 디자인·브랜드만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마세라티 르반떼 SQ4 센터페시아.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로고가 새겨져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SQ4 센터페시아.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로고가 새겨져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벤츠·BMW가 흔해진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이들 브랜드로는 '하차감'과 '희소성'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포르쉐도 확실한 드림카·럭셔리카로 자리매김했지만 올해 1~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8.2% 증가할 정도로 대중적인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가장 저렴한 차종도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그만큼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고급차'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승 중 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성공했네"였다.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블리·콰트로포르테·르반떼 등 복잡한 모델명은 알지 못했지만 '마세라티=성공'이라는 이미지는 갖고 있었다.



디자인·주행성능은 마세라티만의 '남다른 클래스'…"배기음 덕분에 어딜가든 시선 집중"



마세라티 르반떼 SQ4 측면 /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SQ4 측면 /사진=이강준 기자

기자가 시승한 마세라티 르반떼 SQ4는 디자인·주행성능에서는 브랜드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차량 전면부부터 시작해 내외관 곳곳에 '삼지창'이 새겨졌고 다른 양산차에서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갈색 계통의 도장색도 탁월했다.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해 오프로드, 컴포트, 스포츠 등 주행 모드에 따라 실시간으로 차량의 높낮이를 조절해준 점도 좋았다. 실제로 차 안에 탑승한 사람도 높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각 모드의 콘셉트가 확실했다. 특히나 컴포트 모드에서는 스포츠카인데도 '차가 푹신하다'고 느낄 정도로 주행감이 부드러웠다. 차의 높낮이는 총 6단계로 최대 75㎜까지 조절 가능하다.

마세라티 르반떼 SQ4의 높이를 낮추는 모습. 최대 75mm까지 낮출 수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SQ4의 높이를 낮추는 모습. 최대 75mm까지 낮출 수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이 차의 하이라이트는 배기음이었다. 변속할 때마다 차량 후면에서 터져나오는 배기음은 어느 곳을 가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세라티를 탔기에 이들의 시선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편의기능…그래도 마세라티 '하차감'으로 모두 용서


마세라티 브랜드를 빼면 단점들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편의기능이 적어도 너무 적다. 후측방 충돌방지 등 안전사양은 충분히 들어갔지만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잡아주는 '오토홀드' 같은 기능도 없었다.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은 있었으나 차선 중앙 유지·이탈 방지 기능은 없었다. 편의기능이 부족해 국내 도심에서 데일리카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세라티 르반떼 SQ4 센터페시아 UI/사진=이강준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SQ4 센터페시아 UI/사진=이강준 기자
적재공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트렁크엔 SUV인데도 골프백 하나도 들어가지 못해 뒷좌석을 접어야만 했다. 차문을 열면 운전석 시트가 알아서 뒤로 빠졌다가 시동을 걸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메모리 시트'도 지원하지 않아 차를 타고 내릴 때 불편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 UI가 너무 단순해 마세라티만의 고급감을 살려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UI에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삼지창만 있을 뿐 그 외에는 같은 그룹 산하 '지프' 브랜드와 완전히 똑같았다. 내장을 알칸타라·나파 가죽 등으로 휘감았지만 낡은 UI 때문에 이 고급감이 반감됐다.

그러나 이같은 단점들도 마세라티 브랜드 가치 하나만으로 용서된다. 고성능을 내기 어려운 국내 도로 환경에서 '명품백' 같이 마세라티에서 내리기만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면 그 역할을 다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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