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SUV 익스피리언스를 가다…˝막강한 삼각별 SUV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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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에 있어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누구도 넘보기 힘든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지만, SUV는 그에 비해 다소 초라하게 보이기도 한다. G클래스가 중심을 잡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모델은 뚜렷한 캐릭터가 부족했다. 또 그만큼 역사가 길지도 않다.
독일의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SUV 역사가 짧은건 마찬가지지만, BMW는 자신들의 SUV를 SAV(Sports Activity Vehicle)로 정의하며 성격을 뚜렷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우디는 콰트로(Quattro)를 앞세우며 사륜구동 시스템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랜드로버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고 이젠 스포츠카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 너나 할 것 없이 SUV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가만히 있을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니다. 129년간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온 메르세데스-벤츠의 해법은 ‘메르세데스 SUV 익스피리언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든 SUV를 만나다
얄궂게 아침부터 서울엔 비가 왔다. 행사가 열리는 전라북도 무주에 가까워져도 빗줄기는 여전했다. 오히려 바람은 더 거세졌고, 빗방울도 더욱 굵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전라인업이 등장했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신차 또한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라인업은 최근 몇년간 크게 확장됐다. 소형 SUV GLA부터 내년 1월 출시될 GLC, GLE, 그리고 디자인이 강조된 GLE 쿠페와 최고급 모델인 GLS, 메르세데스-벤츠 SUV의 아이콘인 G클래스 등 이젠 세단 못지 않게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메르세데스 SUV 익스피리언스는 총 네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GLC 220d 4MATIC를 타고 오프로드 구조물을 오르며, G350 블루텍으로 험난한 오프로드 코스를 경험했다. 이후 진흙탕에서 GLA 45 AMG 4MATIC으로 슬라럼을 체험했고, GLE 250d 4MATIC으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렸다.
곱상한 GLC로 오프로드 코스를 넘다
GLK클래스에서 GLC로, 단순히 이름만 바뀐게 아니다.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C클래스의 디자인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고, 새롭게 개발된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까지 탑재됐다. S클래스 수준의 첨단 안전장비가 탑재된 것도 특징이다.
GLK클래스의 남성적인 디자인은 사라졌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우아함이나 부드러움에는 더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이 곱상한 차로 오프로드 구조물을 넘었다. 사실 오프로드 구조물은 G클래스로 통과하는 줄 알았다. 그만큼 난이도가 꽤 높았다.
먼저 비스듬한 벽을 탔다. 계속 내리는 비로 철제 구조물의 표면과 잔디밭은 몹시 미끄러웠다. 왼쪽 앞타이어를 구조물에 걸쳤다. 살짝 바퀴가 헛돌았지만 이내 그립을 찾으며 비스듬한 구조물을 올랐다.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차가 기울어졌다. 이와중에도 삐걱거리는 소음 하나 없었고, 묵묵하게 미끄러운 찰제 구조물을 지났다.
GLC가 네바퀴를 땅에 내려놓자마자 이번엔 거대한 언덕이 앞을 가로막았다. 각도가 족히 40도는 돼보였다. 역시 철제 구조물은 미끄러운 상태였다. 독일에서 초빙된 인스트럭터는 가속페달을 꾸준하게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순간에 토크가 바퀴로 실리면 헛바퀴가 돌고, 차가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LC는 몹시 편안하게 언덕을 올랐다. 특별한 조작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아주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4MATIC은 차종에 따라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GLC의 경우 구동력은 앞뒤 45:55이 기본이다. 한쪽 바퀴가 구동력을 잃으면 반대편 바퀴에 더 많은 힘이 실리게 된다. 한쪽 바퀴 혹은 양쪽 바퀴가 모두 허공에 뜨게되는 범프 구간에서 GLC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쉴새 없이 구동력을 좌우로 번갈아 보낸다. 너무나 쉬운 코스로 생각될 정도로 구동력의 변화는 빠르고, 이 순간에도 GLC는 차체가 삐걱거리는 신음 한번 내지 않았다.
‘비교불가’ G클래스
G클래스를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흙을 퍼와 오프로드 코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G클래스의 역량을 전부 쏟아붓기엔 오프로드 코스가 너무 쉬웠다. 하지만 G클래스의 구조적인 특징이나 원초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을 알아보긴 충분했다.
성인 남성의 무릎 정도까지 파인 구덩이가 연이어 나타났다. G클래스는 구덩이의 깊이를 가늠이라도 하는 듯 한쪽 바퀴를 길게 늘어뜨렸다. 다음 구덩이에선 반대편 바퀴가 밑으로 늘어졌다. 굳이 바퀴가 구덩이에 닿지 않아도 G클래스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디퍼렌셜은 센터와 뒷바퀴만 잠갔다. G클래스는 앞바퀴의 디퍼렌셜까지 잠글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다른 오프로더와 마찬가지로 유격은 어느 정도 있는데, 몹시 무겁다. 일반적인 랙앤피니언 방식의 스티어링이 아닌 ‘리서큘레이팅 볼 스티어링(웜기어)’이 적용됐다. 오프로드의 반동이 스티어링휠로 크게 전달되지 않아서 깊은 구덩이를 지날때도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크게 돌지 않았다.
G클래스는 1단의 기어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모든 코스를 1단으로 통과했다. 특히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엔진 브레이크만을 사용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되면 바퀴가 잠겨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다는게 인스트럭터의 설명이었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제한해주는 HDC(Hill Descent Control)를 사용하지 않는 원초적인 모습이었다. 인스트럭터는 더 험난한 내리막에서도 G클래스의 엔진 브레이크가 HDC보다 더 편하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워낙 견고한 차체와 오프로드를 위한 설계를 통해 마치 클라이밍을 하듯 80%(36도)의 산을 오를 수 있고, 28.4도 기울어진 경사면을 달릴 수 있다. 또 수심 60cm의 물길을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
작지만 강력한 GLA 45 AMG 4MATIC
오프로드 코스를 벗어나 GLA 45 AMG 4MATIC으로 평지를 달렸다. 내심 네바퀴가 모두 땅에 닿은 것 몹시 편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GLA 45 AMG 4MATIC으로 달린 평지도 일반적인 아스팔트가 아닌 진흙탕이었다. 진흙탕에서 펼쳐지는 짐카나도 생소한데, 차체자세제어 시스템(ESP)까지 해제했다.
GLA 45 AMG 4MATIC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다. 평소엔 앞바퀴로 대부분의 힘이 몰리고,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최대 50%의 힘을 보낸다.
노면은 미끄럽고, ESP까지 해제한 상황. 방향을 조금만 튼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꽁무늬가 돌았다. 슬라럼 구간에서는 연신 카운터 스티어링을 하느냐 정신이 없었다. 헤어핀에서는 마치 랠리카처럼 엔진회전수를 높여 차체 뒷부분을 크게 돌리는게 오히려 수월했다.
속도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쭉 미끄러지다가도 가속페달을 연신 밟으면 380마력의 힘이 다시 GLA 45 AMG 4MATIC를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했다.
재미요소는 충분했던 프로그램이었으나, ESP와 사륜구동 시스템의 안정성이나 관계,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대처법, 올바른 카운터 스티어링 등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메르세데스-벤츠 SUV의 허리, GLE
궂은 날씨 탓인지,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 남았는데 이미 캄캄해졌다. 빗방울은 더 굵어졌고, 안개도 자욱했다. 험난한 날씨를 헤치고 GLE 250d 4MATIC으로 적상산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차는 지금의 온도가 0도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GLC는 이름과 세대가 바뀐 반면, GLE는 부분 변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플랫폼만 그대로지,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은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변화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 9단 자동변속기였다.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2.1리터 디젤 엔진과 궁합이 좋았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디젤 엔진의 풍부한 최대토크를 바퀴로 전달했다. 크라이슬러의 9단 자동변속기(ZF라이센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반응은 마치 듀얼클러치 변속기처럼 신속했고, 시속 80km에서 엔진회전수를 1200rpm 이하로 조절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97년 M클래스를 시작으로 새로운 SUV 시장을 개척했다. 여기에 자극 받은 BMW와 아우디가 X5와 Q7을 연이어 내놓았다. GLE은 당시 M클래스의 특징까지 그대로 갖고 있다. 온로드에서의 편안함과 오프로드에서의 강인함 등은 그대로 이어졌다. 주행모드 변경 시스템인 다이내믹 셀렉트를 통해 최대 6가지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극적으로 산길을 달리지 않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성격이 물씬 풍기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디젤 엔진의 숨소리는 차분했고, 차고가 높은 SUV 임에도 승차감은 E클래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LED 헤드램프는 어두운 산길을 환히 비췄고, 다양한 안전장비는 신뢰감을 줬다.
다만, GLE는 아직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실내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에 출시된 GLE 쿠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등급 아래인 GLC가 디자인적으로 더 고급스럽고 최신 모델로 느껴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우직함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여러 차종을 경험하긴 했지만, 느껴지는 메시지는 비슷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세단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이 가장 두드러졌다. 긴박한 오프로드나 와인딩 로드에선 역동성보단 신뢰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비교적 개성이 없다고 느껴질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기본에 충실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언제나 그랬다. 조금 더 고급스럽거나, 역동적인 SUV를 원한다면 메르세데스-마이바흐나 메르세데스-AMG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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