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GLE 350d 4매틱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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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ML 클래스로 불렸던 모델,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네이밍 정책으로 변경되어 불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LE를 무주에서 만났다. 국내 출시는 2016년 1월로 예정되어 있지만 이번에 진행된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미리 시승할 수 있었다. 50km 정도의 짧은 시승코스였지만 현재까지는 국내 판매되고 있는 벤츠의 SUV 가운데 최상위에 위치한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짧은 시승기를 통해 그 느낌을 전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네이밍 정책이 바뀌기 전, 다른 독일 라이벌 메이커들에 비해 벤츠의 SUV 라인업의 이름은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C세그먼트의 'GLA'를 시작으로 'GLK', 'M'그리고 'GL'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름만으로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메르세데스의 SUV는 유형을 나타내는 'GL'과 클래스 및 자동차 격을 나타내는 'A, C, E, S‘의 조합으로 불리게 된다. 즉 GLK의 후속 차종은 ’GLC‘, GL의 후속 차종은 ’GLS‘, 그리고 M클래스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되는 ’GLE‘로 불리게 되었다.
GLC는 지난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내년 1월 GLE와 함께 국내 출시될 예정이며, 메르세데스 SUV의 가장 상위 모델이 될 GLS는 2016년 하반기에 국내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은 더 많은 세분화된 차종으로 시장을 촘촘히 공략해 갈 것이라 말했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라면 단연 SUV. 올해는 메르세데스에게 SUV 라인업을 강화해 나가는 시기로 보여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GLE는 내년 1월 국내 출시예정이며 쿠페 스타일의 ‘GLE 쿠페’는 201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두 차량은 스타일에서 뿐만 아니라 주행성에서도 차이를 보일 것이라 한다. 역동적인 핸들링 성능이 GLE 쿠페에서 기대할 부분이라면 이번에 시승한 GLE는 핸들링 응답성에 있어서 보다 유연하고 서글서글한 특징을 보인다. 물론 아직 GLE 쿠페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단순히 외형만 다른 차 만들기가 아닐 것임은 확실하다. GLE, GLE 쿠페는 BMW로 말하면 'X5'과 'X6'의 관계와 같다.
먼저 실내외를 살펴보면 경쟁이 치열한 세그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세심한 업그레이드가 돋보인다. 이번 마이너 체인지는 다음 세대 모델이 나오기 전 그 중간과정이라고 보여진다. 외관은 범퍼와 그릴, 전조등, 사이드 미러의 디자인이 변화되었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리어 램프와 테일 파이프 등을 들 수 있다.
인테리어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포함한 대시 보드의 디자인이 바뀌었으며 이전 보다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변경된 스티어링 휠도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더욱 커진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모니터 좌우의 밴트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실내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여전하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경쟁하게 될 2세대 아우디 Q7이나 BMW X5등과 경쟁하기 위한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다.
기어 노브 하단에는 5가지의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이내믹 셀렉트’가 위치해 있다. 럭셔리 SUV를 표방하고 있지만 온로드 성능 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성능까지 함께 갖추고 있다. GLE 350d 모델에는 기존의 인디비쥬얼모드, 컴포트모드, 미끄러운 노면을 위한 슬리퍼리모드, 스포츠 모드,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AMG버전인 ‘AMG GLE 63 4매틱’ 모델에서는 여기에 스포츠 모드가 더해진다. 다이내믹 셀렉트 기능은 엔진, 트랜스미션, 스티어링, 공조장치까지 연계되어 주행모드에 맞게 설정을 변경하게 된다.
트랜스미션은 9단 오토매틱 기어 박스가 적용되어 있다. ‘9G트로닉’으로 불리는 이 트랜스미션은 이전 모델이 사용한 7G트로닉의 후속으로 '다이렉트 시프트'라는 컬럼식 레버에서 기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어 노브가 있던 부분에는 컵홀더가 추가되었다. 9단 변속기의 촘촘한 기어비로 살짝 엑셀을 밟는 것만으로도 저단으로 내려가면서 가속모드가 시작된다.
다이나믹 셀렉트 위쪽에 있는 차량 정보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는 스티어링의 각도와 구동력 배분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러한 기능들을 보고 있으면 GLE를 그저 일반 도로 주행에서만 운전하는 것은 이 차가 가진 능력의 절반만을 체험하는 일로 보여진다. GLE는 언제라도 험로를 향해 돌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시승한 'GLE 350d 4매틱'의 엔진룸에는 이전 'ML350 블루텍' 차량에도 탑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258마력의 출력을 가지고 있는 V6 3.0리터 직분사 커먼 레일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최대 토크는 63.2kgm.
이 엔진의 장점은 디젤 엔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숙성과 유연함이다.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가솔린 모델로 착각할 만큼의 정숙성은 정말 놀랍다. 벤츠의 4기통 디젤 엔진들도 묵직한 토크를 전하곤 했지만 진동이나 정숙성에서 이 정도에 다다르지 못했다. 4기통 엔진에 비해 6기통 엔진이 더 진동이나 소음에서 나은 건 당연하지만 기대치를 웃도는 조용함이다.
저속영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도 묵직하지만 고회전 영역에서의 반응도 의외로 좋다. 무주 일대의 와인딩 시승코스에는 때마침 쏟아진 비와 어두워진 날씨로 풀스로틀로 속력을 내볼 기회는 없었지만 엔진의 회전은 부드럽게 원호를 그리며 상승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변속은 나무랄 데가 없다. 60km/h 이상의 속도에서 스티어링의 반응은 저속에서의 가벼움이 잊혀질 만큼 정교하다.
전고가 높은 탓으로 좌우 롤은 어느 정도 있는 편. 하지만, 제어는 잘되고 있다. 앞쪽의 더블 위시본과 뒤쪽의 멀티링크 서스팬션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 시승코스 중간중간의 과속방지턱을 막 지나오는 순간 2차로 전해지는 바운싱이 잘 억제되어 있다.
2.2톤의 차량 중량과 3.0리터의 배기량을 고려하면 복합연비 9.7리터/km 라는 수치는 수궁할만한 부분이다. 참고로 연료탱크의 용량은 무려 93리터. 가득 주유한 상태로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용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E의 장점은 험로 주파성과 내구력을 포함한 SUV로서 종합적인 균형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침이 없이 고른 영역에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좀 더 다이나믹한 주행성을 원한다면 GLE 쿠페를,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GLE 250d, 성능과 실용성, 운전용이성을 모두 고려한다면 GLE 350d 모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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